그랜드체로키 ‘무모한 도전2’…“오프로드 눈길을 달리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그랜드체로키 80주년 에디션과 함께 도롱이 연못 길을 올랐다.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비포장의 자갈 길 위에 내린 눈은 그랜드체로키의 진로(進路)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미끄러운 경사로(路) 주행은 눈 내린 일반 도로의 주행보다 갑절이나 어려웠다. 지난여름 이른바 ‘차부심’으로 오프로드를 달리겠다며, 강원도 강릉의 한 해변 모랫길을 따라 달리다, 운전 미숙으로 모래에 빠졌던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지프의 그랜드체로키 80주년 기념 에디션을 7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도심형 대형 SUV지만 지프의 심장을 가진 그랜드체로키는 수많은 마니아들로부터 여전히 오프로드 주행이나 차박 그리고 캠핑 분야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여름 해변가 모래사장을 점령했던 그랜드체로키와 함께 겨울의 눈길에 올랐다.
뜨거운 한여름 에어컨을 빵빵하게 켠 채 모랫길을 질주하면서도 전혀 힘이 부치지 않았던 그랜드체로키는 눈 쌓인 오르막에서도 결코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도는 힘을 주체할 줄 몰라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눈 내린 오르막 길 주행이나 산행에서 오프로드 타이어가 없다면 주의해야 한다.
가볍게 오프로드를 경험할 수 있고, 공기 좋은 곳을 검색했다. 강원랜드가 있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화절령 일대에 있는 도롱이 연못을 찾았다. 도롱이 연못은 석탄 갱도가 지반 침하로 주저앉아 만들어진 생태연못으로 야생동물의 쉼터다. 이번 시승에서 찾았던 도롱이 연못은 영하의 날씨로 연못이 얼어 인근에 텐트를 치고 경관을 즐기는 캠핑족(族)을 만날 수 있었다.
문제는 도롱이 연못까지 오르는 길이었다. 모래에 빠져 고생했던 지난여름을 떠올리며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냥 겨울 도로 주행으로 마무리할까도 했으나, 다시 한 번 지프의 심장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랜드체로키 80주년 기념 에디션에 장착된 엔진은 세계 10대 엔진에 두 차례 오른 바 있는 3.6리터 자연흡기 펜타스타 엔진이다. 크라이슬러와 벤츠가 협업해 만든 엔진으로 그 완성도는 이미 널리 인정받고 있다. 286마력에 35.4kg.m의 최대토크를 이번 시승에서 누릴 수 있을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떠나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며 2월 말 내린 눈이 3월의 초입에도 녹지 않고 도롱이 연못을 오르는 길에 환영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기대치 않았던 눈은 계획에 없던 ‘눈길 오프로드’를 탈 기회를 마련해줬다. 강원도 정선의 강원랜드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산마루에 오르면 멀리 호텔과 리조트가 멋진 경관을 빚어내기도 한다.
도롱이 연못의 경관을 기대하며 눈 쌓인 산길 주행을 시작했다. 믿음직한 지프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바탕으로 모래, 진흙, 눈길 지원 전용 모드를 활용했다. 초행길이라 두려움에 잠깐 멈췄다. 이후에 깨달았지만 눈길을 오르면서 멈추는 것은 오프로드 주행을 완성할 수 없게 할 수도 있었다. 다시 출발할 때 타이어 홈에 채워진 눈으로 재출발 시 미끄러질 수 있어서다.
진로를 조금 수정했다. 키가 커 쌓인 눈 위로 솟아오른 길가의 잡초와 조금씩 녹으면서 물기를 머금은 눈을 중심으로 양쪽 타이어를 두고 기어는 저단으로 둔 채 진행을 시작했다. 차는 우측으로 기울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멀리 갈림길이 나타났지만 멈추지 않고 다다르기 전에 즉시 방향을 정해 주행을 이어갔다.
마지막 왼쪽으로 굽은 경사로의 눈길을 헤치며 마침내 도롱이 연못이 있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 스며오는 빛을 따라 눈을 들자 멀리 얼어붙은 연못 주변에 주황색, 연두색의 텐트가 몇 개 보였다. 차를 주차하고 내리는데 어디에선가 익숙한 엔진 음이 들려왔다. 빨간 루비콘이 오프로드 타이어를 달고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 게 아닌가. 역시 지프의 심장.
사계절 타이어 장착으로 조금은 염려스러웠으나, 조심스럽게 올랐던 도롱이 연못에서 만난 여행객들은 지프 그랜드체로키의 힘을 칭찬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에는 그랜드체로키의 형제라 할 수 있는 루비콘이나 랭글러에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주행해보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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