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인의 눈으로 다시 보는 경주
신라의 천년 도읍이었던 경주는 우리나라 문화재의 제1보고다. 동전이나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것들이 눈 닿는 곳마다 즐비하다. 지금도 땅을 파기만 하면 여기저기에서 유물들이 올라온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노천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중 석굴암과 불국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다시금 인류에게 가치를 인정받았다. 수학여행이나 가족여행으로 한 번쯤은 가봤을 오래된 여행지 경주. 이번엔 세계인의 눈으로 새롭게 만나러 간다.
흔적을 더듬어보며 시작하는 역사 여행지, 포석정
포석정
신라 왕실의 별궁 터다. 건물은 사라지고 소나무 숲 사이에 전복 모양의 유상곡수 자리만 남아 있다. 물을 채운 돌 홈에 술잔을 띄워놓고 풍류를 즐겼다던 귀족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거닐어보자. 최근에는 주위에서 제기류가 많이 출토되어 이곳의 용도에 재해석이 내려지고 있다. 단순한 연회 장소가 아니라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제례 의식을 행한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여기에서 최후를 맞이한 경애왕의 마지막 행적이 새삼 궁금해지는 곳이다.
동네 언덕처럼 편안한 느낌의 고분군, 천마총(대릉원)
[왼쪽/오른쪽] 천마총(대릉원) / 천마총 내부
경주 시내 한가운데의 너른 평지에 23기의 왕과 왕비릉이 무리를 이뤄 자리 잡고 있다. 권위를 상징하는 위압적인 구조물이 없어서인지 잔디로 덮인 봉분들이 야트막한 마을 동산처럼 정겹다. 유일하게 내부를 공개하고 있는 천마총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천마도가 그려진 말안장 드리개는 물론, 화려한 유물과 함께 봉분의 내부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컴컴한 무덤 속을 둘러보고 나오니 묵묵히 누워 있는 나머지 봉분들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대릉원 가운데 있는 호수 주위에 앉아 공원처럼 편안히 쉴 수도 있다.
하늘을 우러르며 살던 신라인의 상징, 첨성대
첨성대
동양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것이 놀랍다. 소박하고 단순한 곡선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 있는 형태미를 느끼게 한다. 평지에 아담하게 건립된 모습을 실제로 보면 천문 관측보다는 통치력 강화를 위한 상징물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조금 더 동조하게 된다. 시티투어 안내자가 첨성대의 구조와 돌의 개수에 얽힌 의미를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신라인의 천문학 지식과 기술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화려했던 시절을 말해주는 인공 연못, 안압지
안압지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궁 안에 큰 연못을 파고, 그 안에 세 개의 산을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고 갖가지 새와 짐승을 길렀다는 곳이다. 신라 멸망 후에 버려져 있다가 현재 화려했던 옛 모습을 재현하려고 복원하는 중이다. 신라의 부귀와 영화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토함산 꼭대기에서 나라를 지키는 부처, 석굴암
석굴암
경주의 수많은 문화재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며 세계인의 인정을 받게 된 석굴암. 불국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토함산 중턱 주차장에서 내려 석굴암을 보러 가는 산길은 조금 전에 먹은 점심을 소화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인 코스다. 평평한 산책로를 따라 수시로 출몰하는 다람쥐를 벗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석굴암이 보인다. 동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며 거대한 본존불을 모셔놓은 곳이다. 언제 봐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천년 신라 문화의 정수가 담긴 절, 불국사
불국사
신라시대의 발달한 과학 기술과 뛰어난 건축술, 예술적 감수성이 신앙심과 결부돼 최고조에 달했던 경덕왕 때 건립되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친숙한 문화재가 여기저기에 수두룩하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익숙한 것들이다. 찬찬히 살펴보면서 인류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에 다시금 자긍심을 느껴보자.
여행정보
≫ 시티투어 정보
매일 운행 / 천마고속관광 054-743-6001 / 경주 시티투어 홈페이지 http://cmtour.co.kr에서 예약 / 성인 1만 5,000원, 중·고생 1만 3,000원, 초등학생 1만 1,000원(입장료, 식비 별도)
≫ 기타 시티투어 정보
1코스(신라역사권) : 매일 운행 / 불국사 → 신라역사과학관(민속공예촌) → 분황사 → 김유신묘 → 천마총 → 국립경주박물관 → 안압지 → 첨성대 → 반월성, 계림 내물왕릉(경유)
2코스(동해안권) : 화·목·토·일 운행 / 불국사 안내소 → 괘릉(원성왕릉) → 석굴암 → 문무대왕릉 → 감은사지 → 경주시 전통명주전시관 → 골굴사
4코스(양동마을권) : 토·일 운행 / 무열왕릉 → 양동마을 → 독락당 → 세심마을 체험(제기차기, 활쏘기) → 옥산서원
야간 코스 : 화·수·목·금·토 운행 / 서출시 → 안압지 → 첨성대, 계림 → 김유신묘(경유)
KTX+시티투어 패키지, 1박 2일 패키지
≫ 한줄팁!
경주 시내를 벗어나는 코스나 야간 코스도 즐겨볼 만하다. 서울에서 당일로 왕복 가능하다. 먹을거리는 황남빵과 한우가 유명하다.
글, 사진 : 김정은(여행작가)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