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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생각해볼만한 질문을 주셨기에 이 글을 통해 질문에 답변을 하려고 합니다.
ㅇㅇㅇ님께서 주신 질문의 요지를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면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이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듯이 최근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가격지수가 바닥을 다지는 중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하므로, 만약 앞으로 이들 나라의 부동산가격이 더 하락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 지수도 완만한 하향곡선 또는 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위 그래프 중에서 최근 일본의 부동산 가격지수 추이를 더 확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그래프를 통해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2005년 무렵에 기록했던 전저점을 깨고 더욱 하락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전저점 붕괴가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부동산은 1990년 3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서 장장 15년에 걸친 기나긴 하락 끝에 2005년 무렵 상승으로 돌아섰던 것입니다. 이 때의 반등은 단기간에 그쳤던 것도 아니고 3년을 넘게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3년 넘게 상승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많은 부동산 ‘가치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나섰습니다.
제가 저의 새 책 ‘착각의 경제학’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제 일본 지인 중에는 이 기간 동안 ‘제로금리’라는 일본의 금융환경을 적극 이용해서 은행의 담보대출을 최대한 동원하여 200채의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도 있었습니다(이 지인은 일본에서도 재테크 성공사례로 꽤 유명한 인사입니다).
이처럼 2005년에 기록했던 일본의 부동산 가격 전저점은 일본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구나 일본 부동산 가격의 ‘진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수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 전저점이 다시 깨져버린 것입니다.
이는 범상하게 보아넘길 수 없는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도 썼지만, 저는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아직도 진바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일본이 지난 20년 동안 부동산버블이 수축하는 동안, 그만큼을 국가부채 버블을 팽창시킴으로써 ‘디플레이션’을 뒤로 미루기만 했지, 아직 제대로 디플레이션을 치러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곳 아고라에서도 썼었고, 이번 새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듯이, ‘일본이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을 겪어왔다’는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와는 달리, 일본은 지난 20년 동안 디플레이션을 뒤로 미루기만 한 것이지, 제대로 치러낸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일본은 앞으로 디플레이션을 치러내야만 합니다. 이 경우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도 더 크게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단, ‘일본이 앞으로 디플레이션을 치른다’는 것은 일본이 정상적인 길을 걸어나간다는 전제 하에서 얘기하는 것입니다.
최근 일본의 아베 총재의 발언을 보면, 일본이 앞으로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보이기 때문에, 저는 이 점을 매우 우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일본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길을 선택한다면, 물론 일본의 부동산 ‘명목’가격은 폭등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동산의 ‘실질’가격은 급락할 것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벌어지는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산층입니다. 이 경우 중산층들의 부동산 투자, 주식투자 등 재테크는 절대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산을 모두 날리게 됩니다.
저의 이번 책 ‘착각의 경제학’에서는 바로 이 점을 공들여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중산층들의 경우도 인플레이션이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엉뚱하게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소망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중산층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중산층들이 거꾸로 소망하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나라에서 형성되면, 우리나라 역시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일단 여기까지 쓰고, 금주 내로 ㅇㅇㅇ님께서 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의 글을 마저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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