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오리엔탈 건강소소
된장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지구촌 사람들이 ‘오리엔탈 건강소스, 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위대한 발명품 된장이 21세기 건강식품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를 알아보자.
된장살, 된장 힘의 비밀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나는 된장이 만병통치약인 줄 알았다. 뒤뜰 감나무 아래에서 감꽃을 주워 목걸이를 만들다가 벌에 쏘이거나, 불장난을 하다 화상이라도 입으면 외할머니는 대뜸 된장 한 종지를 떠와 발라 주시곤 했다. 또 배가 아프다고 징징댈 때는 뜨거운 물에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마시게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외할머니의 민간요법은 언제나 효과만점이었다. 어린 내 눈에는 된장이 특효약이었고, 할머니 손은 언제나 약손이었다.
벌에 쏘였을 때 된장을 바르면 낫는다는 이치를 옛 조상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벌에 쏘이면 벌겋게 붓고 아픈 것은 멜리틴이라는 독성이 혈구를 파괴해 이물질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데, 된장의 항독소 성분이 그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건강한 사람을 보고 ‘된장살’ ‘된장힘’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된장이 몸에 좋다고 여겼다. 최근에 된장의 영양과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오랜 체험을 통해 된장의 효능을 간파하고 민간요법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한 몇몇 한의서에도 장류를 치료제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된장과 간장은 저장한다(藏)는 뜻으로 장(醬)이라고 한다. 양념으로 먹으면 장부를 튼튼하게 하므로 옛날부터 쓰였다. 이 중에서 콩으로 담근 장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밀로 만든 장이다. 장은 해열제와 소화제로 효과가 있고, 생선, 채소, 버섯의 독을 제거하는 데는 오래 묵은 것이 좋다.” (동의보감 中)
이처럼 예부터 된장은 음식의 간을 맞추고 조화로운 맛을 내는 조미료일 뿐 아니라 상비약으로도 쓰여 왔다.
이제 한국 고유의 전통 발효식품 된장은 여러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통한다. 항암효과, 간기능 강화, 고혈압예방, 항산화효과, 노인성 치매 예방, 골다공증 예방, 면역력 증강, 해독작용, 당뇨개선효과... 된장의 효능을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계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된장의 효능은 ‘항암효과’다. 된장의 항암효과는 발효 과정에서 이소플라본, 사포닌 등 암 억제물질이 만들어지고, 세포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성분이나 암을 발생시키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작용과 관련이 있다.
몸에 좋은 천연 보약
국내 최초로 된장의 항암효과에 대해 연구한 부산대 박건영 교수에 따르면 항암효과는 된장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재래식 된장이 가장 항암효과가 크고 그 다음으로 시판된장, 청국장, 미소된장(일본된장) 순으로 나타났다. 역시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전통 된장이 최고다.
또한 항암효과는 된장을 끓이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섭씨 100도에서 15분 간 끓여도 돌연변이 억제 효과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 암에 걸린 쥐에게 된장찌개를 먹였더니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암 조직의 무게가 80%나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또 된장을 자주 먹으면 회춘을 한다? 맞는 얘기다. 된장은 대표적인 천연 항산화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된장의 항산화작용 물질은 이소플라본을 비롯한 콩에 함유된 황색색소 성분의 폴리페놀 물질이다. 또 아미노산류와 당류의 반응으로 생성된 갈색물질(멜리노이딘)은 우리 몸에 들어와 산화를 막는 작용을 한다. 이밖에 발효된 펩타이드, 아미노산, 비타민 E도 항산화작용을 한다.
노화예방에 좋은 된장은 장수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가 전국 100세 이상 장수노인 487명 보호자를 전화 조사한 내용을 분석했더니, 94.9%가 하루 한 끼 이상 된장국을 먹고 있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 담기 풍속에 숨겨진 발효과학의 지혜
옛날에는 장 담그기 좋은 날을 택일하는가하면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할 징조’ 라고 여길 정도로 장맛 관리에 정성을 기울였다. 옛 여인네들은 장 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몸가짐을 특별히 조심하는 등 장 담글 때 금기사항을 엄격하게 지켰다. 이같이 장 담기 풍습과 속신이 생겨난 까닭은 재료 외에도 햇빛과 공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의해 장맛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통 장(醬)문화와 관련된 풍속에도 조상의 지혜가 숨어있다. 그 예로 메주를 달아 맬 때 볏짚을 사용하는 것은 볏짚마디에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인 고초균과 프로테아제 등이 다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짚 속에 미생물이 많을수록 된장 발효를 돕고 발효 중에 생기는 암모니아의 불쾌한 냄새도 없애준다.
또한 장을 담글 때 반드시 넣는 숯과 고추에도 발효과학이 내포돼있다. 까만 숲의 역할은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숯구멍에 가둔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지만, 과학적인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숯은 흡착 효과와 살균효과가 있어 발효를 돕고 부패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고추의 붉은 색과 매운 맛은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멀리 쫓는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특히 고추의 캡사이신(capsaicin)은 살균과 방부효과가 있어 장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처럼 된장 한 단지에는 몸에 이로운 수많은 성분과 발효과학의 비밀까지 담겨있다. 최근 들어 몸에 좋은 천연보약, 된장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에게 오리엔탈 건강소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된장으로 맛을 낸 음식과 소스를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틀을 다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장류문화종주국으로서 긍지를 지켜 나가야할 때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장맛의 비밀’
우리가 흔히 ‘그래, 이 맛이야! 흠~ 시골 된장 맛이네!’라고 말하는 된장 특유의 풍미를 ‘사먹는 된장’에서 맡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재래식 전통된장의 깊고 구수한 맛은 사먹는 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 전통된장과 일본 된장(미소)의 맛과 효능도 분명 차이가 난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장맛의 비밀을 알아보자.
전통된장 vs 개량된장 전통된장과 개량된장은 재료와 발효균에서 차이가 난다. 순수 콩만을 사용해 자연발효시킨 전통된장은 곰팡이(복합균), 세균 등이 다양하게 작용하므로 단일균을 접종시켜 만드는 개량된장(시판된장) 보다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자연 상태에서 발효, 숙성시키므로 맛의 균일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
개량된장은 대부분 콩 이외에 쌀, 밀가루 등을 섞어서 메주를 만든 다음 코지균을 접종해 발효시킨다. 유익한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배양해 접종시킨 개량된장은 효소 작용이 왕성해 제조기간이 짧고 잡균이 섞일 우려가 없어 위생상 안전하다는 것이 장점.
청국장 vs 낫또 청국장과 유사한 낫또(納豆)는 일본의 대표적인 두류 발효식품이다. 청국장은 삶은 콩에 볏짚을 조금 넣거나 그대로 자연발효시키지만, 낫또는 낫또균을 인공적으로 접종해 발효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먹는 방법도 다르다. 청국장을 소금, 파, 마늘, 고춧가루 등 양념을 해 주로 찌개로 끓여 먹는데 비해, 낫또는 생선회나 김말이 등에 곁들여 생으로 먹는다.
또한 생명공학연구소 김승호 박사팀은 청국장의 혈전용해능력이 낫또에 비해 3~4배 이상 높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