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1-08 17:15:47
123차 정기산행기(도드람산)
1. 일시 : 2007. 1. 7(일)
2. 곳 : 경기도 이천 도드람산(349m)
3. 코스 : SK연수원-제3코스-2,3봉안부-2봉-3봉-4봉(효자봉)-돼지굴, 전망대-하산길-SK연수원
4. 참가 : 상국(대장),문수,인섭,부종,해정,석모,광용,민영,병욱,덕영,광열,광호,경남. (총1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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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이 저물어갈 때 산친구들은 망년회에서 또 인터넷상 블러그에서, ‘가는 년 잘 보내고 오는 년 잘 맞이하자.’는 괴상한 덕담(?)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오는 년 이름이 정해라,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지 몰라도 이름이 참 좋다는 생각.
나는 도드람산이 어디에 있는 산인지도 몰랐는데 돼지해 정해년에 신년산행을 도드람산으로 정한 것은, 가고 싶은 산으로 황선달이 이 산을 지목한 덕분이다.
도드람산 정상 아래에 산이름의 유래를 적어둔 게시판이 있었다.
...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자가 어머니 병에 쓸 석이버섯을 구하러 지금의 도드람산에 올랐다가 밧줄을 타고 절벽에서 버섯을.... 바위에 쏠린 밧줄이 곧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일에 열중한 나머지 모르고... 효심에 감복한 산신령이 산돼지를 보내 우는 소리를 내고... 산돼지의 울음소리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효자가 밧줄을 타고 위로 올라와보니 산돼지는 간 곳 없고... 돼지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산, 돼지의 울음이 들렸던 산이라, 돼지 ‘돝’을 써서 ‘돝울음산’, 이게 점차 ‘도드람산’으로 바뀌게 되었고 한자로는 저명산(猪鳴山)이라네.
9시 보정역 집합이라, 오늘은 아주 여유롭다. 8시45분 보정역에 일착으로 도착했다.
석모의 전화, 해정이랑 방금 통화했는데 자기도 산에 따라갈 수 있었으면 하는데 자리 하나 되냐고 묻는다.
‘그럼 6명? 가만, 올해 첫 손님인데, 정해년에 해정이라.’ 운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고 느낌이 좋다. 문수가 무슨 차를 몰고 올지 모르겠으나 일단 오라고 했다.
아침에 석모한테 아무 생각없이 그냥 안부 전화 넣었다가 졸지에 합류하게 된 해정이는 그야말로 세수도 못하고 나왔단다. 그래도 마침 석모의 홍여사님이 보정역까지 태워다주는 수고를 해주셨기에 가능했지, 아니었으면 산행은 꿈도 못 꾸었을 터. 해정이 인사는 홍여사께!
랜드로바 뒷자리의 접어두었던 좌석중 하나를 펴고 큰 키에 불편할 텐데 인섭이 올라타 자리를 잡는다. 신입 쫄 간 키워주는 꼴이라고 웃었다.
도드람산이 349m라는 말에 대뜸 산행참가를 결정했던 부종이는 보기보다 힘든 바위산이라는데 좀 놀란 얼굴을 하고, 석모랑 해정이도 바위를 탄다는 말에 슬쩍 꼬리를 감춘다.
“아, 우리는 바위, 그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천 SK연수원 앞에 도착하고 아무도 술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에 건너편 슈퍼에 가서 술 한 되 사오니 그사이 친구들이 다 모였다. 분당팀이 6명, 수서팀이 5명, 목동의 광호가 오면서 경남이를 태워 총 13명. 추운 날씨에 신년산행치고는 많이 모인 셈이다.
9시 50분 산행 시작. 눈길이 조금 미끄럽다만 그렇다고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고 일렬로 줄을 서서 슬슬 올라간다. 두어번 쉬고 나니 어느덧 안부에 닿았다. 오른쪽이 1봉인줄 알았는데 2봉이란다. 1봉은 돌아오느라 지나쳐온 모양이다. 밧줄을 잡고 조심조심 2봉에 올라서니 전망이 좋다.
2봉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문수와 인섭, 나 이렇게 셋이서 바위를 타고 고생해가면서 다시 3봉으로 가는데, 어렵쇼? 눈 위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다. 친구들이 죄다 3봉을 거치지 않고 우회로를 들었나보다.
3봉 경치가 좋더만, 우리가 3봉에서 사진찍고 있는데 저기 맞은편 꼭대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패션이 우리 편인 모양이다.
4봉이 정상인 효자봉, 거기서 조망을 하고 다시 돼지굴쪽으로 간다.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그렇지, 사다리 아니면 참 위험한 산이란 것을 알았다. 돼지굴 빠져나가는 것도 만만찮겠고, 아니 우리팀에선 경남이나 잘 빠져나갈까, 부종이나 문수는 아예 몸이 끼여 오도가도 못 할 것 같았다.
아찔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전망대에서 사방을 구경하고 조금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한 시간 가까이 식사시간. 오늘은 황선달이 찌개준비를 해왔다.
버너에 불붙여 냄비에 물 끓이고 오뎅에 곤약, 우동사리에.... 나중엔 김치까지. 찌개를 안주로 소주 됫병이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조건 찌개 끓이는 데 넣으려고 설치던 병욱이, 전에는 ‘헤퍼 보이는(?)’ 뱅욱이에서 오늘은 또 ‘넣는 것 억수로 좋아하는’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내려오는 길은 어제 내린 눈으로 나뭇가지에 온통 하얗게 설화가 피었다. 앞에 가는 친구 눈폭탄 맞으라고 나무를 흔들면 우수수 떨어지는 눈송이들.
“아이구 찹아라!”
“고마 해라!”
“야 이거 진짜 재밌네. 눈폭탄 맞아라. 얍!”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는 하산길, 산을 통째 전세낸듯 하하 깔깔거리며 내려오니 오후 1시 15분경. 순수한 산행시각은 두 시간 정도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산행.
온천을 하러 ***호텔에 갔으나 목욕만 하는데 일인당 14,000원이란다. 모두들 너무 비싸다고 투덜투덜. 다른 곳을 알아보니 5,000원 하는 곳이 있긴 하다. 그리 가려고 했으나 휴일이라 거기에도 사람이 좀 많다고 한다. 자기들 말로 좀 많으면 엄청 사람이 많을 터, 수 년 전에 지리산 온천이 좋다고 갔다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욕탕에서 나오니 온몸의 털이란 털에 허옇게 붙어있던 때에 기절초풍했던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나로선 온천을 극구 말릴 수밖에. 휴일엔 이름난 온천에 가면 안 된다.
간단히 한잔만 하고 헤어지는 걸로 하고 수서를 도착지로 3대의 차가 떠났는데 도중에 전화를 주고받다가 가락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요일 대낮이라 한산한 횟집을 통으로 빌려 푸짐하게 먹고 돌아왔다.
신년산행, 약속대로 2차는 없이 간단히 헤어졌고, 도드람산에서 각각 잡아온 돼지 한 마리씩 다들 집에 잘 데리고 갔겠제. 잘들 키워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