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2022 북한인권 국제대화’ 개최
한·미, 북한 의식해 인권 문제 소극적
남북 관계 대 북한인권 ‘이분법’ 지적
반기문 “인권 없이 평화·안보 불가능”
권영세 통일부 장관(앞줄 왼쪽)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앞줄 오른쪽)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 문제를 후순위에 두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14일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북한과의 신뢰를 쌓는 계기로 인권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일부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유엔인권서울사무소 후원으로 ‘2022 북한인권 국제대화’를 개최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처음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 세미나다.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 해결에 치중하며 북한인권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가 우선순위 과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신기욱 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문재인 정권은 북한 반응을 우려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인권 문제를 도외시했다”고 말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국 정책 당국에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질 것을 두려워해 인권 문제를 적극 언급하는 것을 저어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5년 동안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북한인권 개선을 남북 관계 및 비핵화 협상 진전과 대립하는 이분법적 개념으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신 소장은 “북한 인권을 도외시해서 남북 관계나 비핵화 노력에 개선이 있었던 게 아니다”라며 “보편적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비핵화와 북한인권이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데에 반대한다”며 “(대북) 강경파이든 온건파이든 북한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며 남북 관계와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과의 ‘신뢰’를 쌓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정치화 또는 악마화 없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면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북한이 비핵화 활동에선 신뢰도가 떨어져있지만 인권 문제에선 약속에 대한 언급과 약속을 깨트린 역사가 없기에 신뢰를 증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재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북한의 인권 침해와 군사적 도발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우리는 반드시 북한 인권문제를 한반도 안보문제와 연계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에 인권문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북한인권특사는 “원하는 만큼 빠르게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순 있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을 계속 압박해 북한이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펼 때 (국제)스포츠 행사와 유엔 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며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이 정도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인권이 없으면 평화와 안보를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다시 한번 북한인권에 대한 공식 공개토론을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 이 문제가 안보리에서 축소되고 있는 것은 다소 부끄러운 일”이라며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공동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