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르파 이탈리아 공장에 직접 갔었습니다. 작업실 귀퉁이에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노인이 있더군요. 사장이 이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데 자기 아버지라더군요. 3대째 가업을 이어왔으니 그 노인이 회장인 셈인데 허름한 작업복 입고 직접 본드 묻혀가며 작업하는 걸 보고 감명 받았습니다.”
넬슨스포츠 정호진 대표는 진지한 얼굴로 스카르파(SCARPA)를 전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스카르파에 대해 3대를 이어온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담긴 기능성 신발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스카르파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10년 전쯤 타사에서 들여왔으나 국내 정착에 실패했다고 한다. 3년 전 몽벨을 전개하던 오디캠프에서 다시 들여왔으나 몽벨이 LS네트웍스로 넘어가며 국내시장에서 다시 공백기에 접어들었고, 등산화브랜드가 필요했던 넬슨스포츠에서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스카르파는 1938년 수제화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동쪽의 아솔로(Asolo) 지역에서 탄생했다. 스카르파의 설립 배경은 여타 브랜드들에 비해 특이하다. 창업자는 ‘루퍼트 에드워드 세실 리 기네스’라는 사람으로,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사업가이자 백작인 그는 그 유명한 기네스북을 만든 기네스다.
▲ 스카르파 신발의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는 정호진 넬슨스포츠 대표.
기네스는 정치가이자 자선가이며 맥주회사 대표로 아솔로 지역의 지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아솔로 지역의 전통 수제 가죽 가공기술자들에게 안정적인 ‘일과 미래’를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그러한 목적으로 기술자들의 통합 사업체인 스카르파를 만든 것이다. 스카르파는 다름 아닌 아솔로 산악 지역 신발 제조업자 협회(Calzaturieri Asolani Riuniti Pedemontana Anonima)의 약자다.
기네스북의 초판이 발행된 것은 그가 스카르파의 경영을 맡고 있던 1955년의 일이다. 그는 기네스라는 이름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홍보 방법을 찾고 있었다. 회사의 상무이던 휴 비버 경은 여러 분야의 세계기록을 수록하는 연감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에 공감을 갖고 오늘날 유명해진 기네스북을 공동으로 창간했다. 아솔로 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기네스 백작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독특한 디자인과 탁월한 랜딩 기술로 만들어진 스카르파 암벽화.
1956년 스카르파는 현재 소유주인 파리조토(Parisotto) 가문의 소유가 되었다. 스카르파의 기능성 등반부츠는 1960년대에 이탈리아 시장을 제패하고 유럽과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스카르파 신발은 기능성을 인정받아 삼림감시국, 산악구조대, 산악가이드를 비롯해 이탈리아·미국·프랑스·스페인·인도 군대와 공급계약을 체결할 정도였다.
1970년대 들어 스카르파는 알파인 스키용 신발과 고산지대용 신발을 개발해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히말라야, 남극탐험 등에 사용되기도 하며 미국, 프랑스 스페인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갔다. 1980년대에는 최초로 고어텍스를 신발에 적용시켰고 스키화를 제작하는 등 혁식적인 기술 개발에 앞장섰다.
1980년대에 기록적인 등반을 했던 예지 쿠쿠츠카, 레나토 카사로토, 에르하르트 로레탕, 토모 체슨, 로몰로 노타리스 등의 등반가들이 스카르파 고소화를 신고 등반했다. 1990년대에는 스키화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결과를 이뤄내 스키화 분야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에는 미국 콜로라도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 1956년 스카르파를 인수한 파리조토 형제들이 손수 신발을 만드는 모습.
역사에서 보듯 스카르파는 기능성 신발 브랜드로 스키나 암벽, 빙벽, 고산등반, 산행, 러닝 활동에 필요한 기술집약적인 신발을 70여년 동안 만들어왔다. 지금도 본사와 생산 시설은 아솔로에 위치해 있고, 신발의 대부분이 유럽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
긴 세월이 지나며 스카르파를 이끄는 구성원들도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갔다. 그들은 등산화, 암벽화, 스키화 등 아웃도어 전문 신발을 지속적으로 개발 생산했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기술 집약적인 등산화는 국내에 넘쳐난다. 이에 대해 정호진 대표는 스카르파만의 차별성을 강조한다.
“혁신이란 단어가 스카르파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오랜 역사에서 보듯 스카르파는 항상 아웃도어 신발 업계의 최전선에서 앞장 서 왔습니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기에 세계 최초로 고어텍스를 신발에 사용했고 텔레마크 스키화인 방수 플라스틱 이중화를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스카르파만의 또 다른 자랑은 제품의 80%를 이탈리아와 근접한 동유럽에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겨도 신발을 만들 수 있지만 경영진의 생각은 처음 시작했던 이 마을에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면 당장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 하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의 마음인, 안정적인 일과 미래를 제공한다는 인간중심적인 사고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 만드는 신발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본사마진과 유통마진을 보통 가격보다 10%씩 줄였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클라이머이자 등반가인 안종능 기획팀 차장은 “스카르파 암벽화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암벽화 디자이너 하인츠 마리아츠가 디자인한다”며 우수성에 대해 얘기한다. 고난이도 암벽화인 ‘마고’의 경우 등반에 필요한 역동적인 동작이 가능한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했다고 한다. 랜들 부착 기술이 뛰어나 발바닥 앞부분에 딱딱한 소재로 덧대지 않고 발의 감각도 살리고 신발의 변형도 없게 했다. 더불어 착용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발의 모양에 최대한 가까운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것을 신어도 착화감이 좋은 게 강점이라고 한다. 창은 비브람 XS창을 사용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암벽화창이지만 “마니아들에게는 우수성이 소문이 많이 났다”고 한다.
제품 대부분 유럽에서 직접 만들어
▲ 신발에 대해 얘기하는 안종능 차장. 현역 클라이머이자 알파인 등반가이다.
안종능 차장은 보통 빙벽화의 경우 외부에서 신발이 얼어오는 반면 스카르파 빙벽화는 아웃드라이공법으로 신발 방수라이닝을 바깥쪽에 둬서 젖는 걸 방지했다고 한다. 고어텍스는 봉제선이 안쪽에 있어 바깥쪽은 다 얼게 되는데 스카르파 빙벽화는 봉제선을 필름으로 메워 밖에서 젖는 현상을 줄였다고 한다. 안 차장은 지난 4월 스카르파 아솔로 본사에서 계약을 맺고 정호진 사장과 함께 바로 스카르파 빙벽화를 신고 알프스를 등반했다.
“보통 새 신발 신으면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처음 신을 때부터 편했어요. 빙벽화가 보통 바닥이 딱딱한데 스카르파는 쿠션감이 좋더군요. 코 앞부분 볼륨이 여유가 있어서 오래 신어도 발이 따뜻한 것도 좋았습니다. 샤모니에서는 라스포르티바보다 스카르파 신은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정 대표도 “그동안 라스포르티바만 신어서 그런지 실전에서 바로 새 신발을 신으려니 살짝 조바심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신고 등반을 하니 가볍고 따뜻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특히 신발을 디딜 때의 촉감이 예민해 편하면서도 등반하기 수월했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제작 기술이 필요한 스키화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가 스카르파라고 한다. 일례로 2008년에 열린 국제산악스키대회에서 참가 선수의 95%가 스카르파 슈즈를 신었을 정도다. 빙벽화에 게이터를 도입한 것도 스카르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모델로 리지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신발 앞 코의 높이는 낮게 하고 폭은 넓게 해서 편하고 집중력 있는 등반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포인트인 ‘모이토’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모이토는 산에서도 신고 도시에서도 신을 수 있는 화사한 색깔의 모던 멀티 슈즈다. 보통 산에서 신는 기능성 신발은 일상생활에서 신기에는 디자인이 어울리지 않는데 모이토는 산행용 신발임을 모를 정도로 패셔너블하다. 바닥은 비브람창이며 바위에서도 잘 밀리지 않아 리지화 역할까지 한다는 게 안 차장의 설명이다. 해외여행시 다용도 트레일 슈즈로 적합하다고 한다.
넬슨스포츠는 지난 4월에 스카르파 국내 전개 계약을 했으며 8월 11~13일 사흘간 일산 킨텍스 2010 아웃도어 프리뷰쇼에서 스카르파를 소개했다. 아웃도어 프리뷰쇼는 장비점 사장들을 위한 멀티 수주회로 이들 장비점주들의 주문량이 신발 공급량보다 많아 장비점을 선별해 공급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스카르파 아웃도어 신발은 8월 말부터 입고를 시작해 9월부터 본격적인 국내시장 공략에 들어간다.
스카르파의 신조는 ‘효과적인 기술과 혁신적 해결책을 통해 세부 사항까지 완벽한 고품질 등산화의 생산’이다.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신발 스카르파의 장인정신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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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좋네요. 자꾸 누가 옆에서 속삭이는 느낌이... 앗! 지름신??? ^^
지빠는 스카르파 보다 아솔로쪽이 잘 맞을듯...
이태리 신발은 뭐든 장인들이 만드는거라 가격이 후덜덜 입니다만 성능하나는 끝내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