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비유, 다른 사물에 빗대자
1. 비유의 전통
비유의 대표적 양식은 직유와 은유입니다.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은유를 더 시적인 구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은유가 직유보다 세련된양식이라는 말이죠. 은유가 직유보다 일상적 의미나 정서에서 벗어나는데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또 비유의 대표적 구조는 유사성에 의한 형식입니다. 유사성은 두 사물 간 공통점, 비슷한 점, 등가성, 인접성, 동일성이라는 말로도 설명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물 사이에 어떤 유사점을 인정하여 두 사물을 동일시하거나 등가성을 내세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비 유의 근거는 유추와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 또는 연속성에 있습니다. 이것을 동일성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동일성의 발견을 심리학 용어로 전이라고 합니다. 비유는 동일성의 원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동일성의 서술입니다.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 「소주병」 전문
인용 시는 아버지를 소주병으로, 그것도 빈 소주병으로 유추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희생과 늙어서 소외된 아버지를 빈 소주병에 비유한 것이지요. 값싼 소주병과 그 소주를 마시며 삶의 어려움을 고민했던 아버지와의 유사성을 연결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비어서 뒹구는 빈 소주병과 버려진 아버지의 동일화입니다.
시는 우리의 생각(관념, 정신=늙어서 힘없고 소외된 슬픈 아버지)과 사물(빈 소주병)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언어를 사용합니다. 정신과 사물을 연결하기 위하여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비유의 동기는 인간의 마음과 외부세계를 결합하여 마침내는 동일화가 되고 싶어 하는 욕구입니다. 시적 세계관(시정신)의본질은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에 있으므로 비유적 언어야말로 가장 시적인 언어이며 시의 대표적 장치입니다.
루이스는 ‘시는 언제나 사물과 사물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몰턴은 ‘비유란 회화적인 비교’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비교는 개성적이고 참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비유는 어느 한쪽의 의미를 변화시키거나 확장하여 의미나 정서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입니다. 비유는 인간의 유추적 기능에 있습니다. 유추는 한 대상이 다른 대상과 유사하거나 공통점이 있다거나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심리적 추리를 말합니다.
비유는 비유하는 대상과 비유되는 심상으로 이루어지는데, 비유하는 대상을 원관념, 비유되는 심상을 보조관념이라고 합니다. 비유는 대상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하여 다른 사상을 끌어다가 그 성격, 형태, 의미 등을 쉽고 분명하고 재미있게 나타내는 표현기법입니다.
시적 대상; 꽃
↓ ← [의미나 연결이 일상적 방식일 때]
일상적 문장; 꽃이 피어 있다
↓ ← [본래 의미보다 구체화, 확대, 내면화할 때]
문학적 문장; 꽃이 그녀의 미소처럼 웃고 있다.
[그녀의 미소처럼; 비유, 웃고 있다; 감각화]
비유에는 직유법(直喩法), 은유법隱喩法), 풍유법(風喩法), 대유법(代喻法), 제유법(提喩法), 환유법(換喩法), 활유법(法), 의인법(擬人法), 의성법(擬聲法) 중의법(重義法), 상징법(象徵法), 우화법(寓話法)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 직유법
논리상 직유는 유사개념입니다. 직유는 일면 명유(明喩)라고도 합니다. ‘A는 B와 같다’(A is like B) 식으로 사물 A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물 B의 비슷한 속성을 직접 끌어내어 견주는 것입니다. ‘~같이, ~같은, ~처럼, ~만한, ~양, ~듯, ~만큼’ 등의 형식을 취합니다. 허리가 없이 뚱뚱한 여자는 외형이 절구통과 유사하여 ‘저 여자는 절구통 같다’고 한다든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화려하다고 볼 수 없는 호박꽃과 유사하므로 ‘저 여자는 호박꽃 같다’고 하는 것입니다. 시에서 “내 님 같이 생긴 꽃이여”하고 표현하는 것도 유사개념에 의한 직유입니다. 각주의 시는 울음과 글씨를 꽃과 뱀으로 동일시하였습니다.⁴⁶⁾
나, 은유법
은유는 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유입니다. ‘A는 바로 B다.’는 식으로 표현 속에 비유를 숨기는 기법입니다. 논리상 직유는 유사개념이나 은유는 동일개념이거나 동일가치개념입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표현이 은유입니다. 관습화된 은유를 죽은 은유라고 합니다. 김광섭의 「비 개인 여름 아침」⁴⁷⁾은 맑은 하늘과 여름 아침, 녹음과 종이, 금붕어와 시를 동일시하거나 의인화하였습니다.
다. 풍유법
풍유는 직유가 발전된 기법으로 알레고리라고도 합니다. 은연중에 다른 사물을 가리키면서 숨은 뜻을 읽는 이가 알아내도록 시종일관 독립된 문장이나 이야기의 형태를 취하는 기법입니다. 우화나 교훈담의 일반적 지칭이기도 합니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흘레라”에서 백설은 충신, 구름은 간신이나 악의 무리로 비유됩니다. 반드시 동식물이 등장하지 않고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⁴⁸⁾
라, 대유법
사물의 모퉁이나 어느 한 특징을 보임으로써 전체를 대신하거나 환기시키는 기법입니다. 제유법과 환유법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제유법은 일부를 전체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약주를 잘 드신다’는 표현은 술을 잘 마신다는 말입니다. 약주가 술을 대유하는 것입니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빵은 먹을 것의 일부로 식량 전체를 대신합니다. 환유법은 한 사물에 관계 있는 사물을 빌어 나타내거나 기호로 실체를 대신하거나 소유물로 주인을 알게 하는 기법입니다. ‘간판은 절색이다’에서 간판은 외모를 가리킵니다.
마. 활유법
무생물을 생물로, 비정물을 유정물로 살아 있는 듯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잠자는 돌” “춤추는 바다”⁵¹⁾ 등입니다. 무생물과 비정물을 마치 살아 있듯이 표현합니다.
바. 의인법
사물을 사람의 동작처럼 나타내는 것입니다. “침묵하는 나무” “무정한 세월” 등입니다.⁵²⁾ 추상적인 성질이나 동물, 무생물에게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의인화 대상은 감정 이입이 되어 생동
라, 대유법
사물의 모퉁이나 어느 한 특징을 보임으로써 전체를 대신하거나 환기시키는 기법입니다. 제유법과 환유법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제유법은 일부를 전체로 대신하는 것입니다. ‘약주를 잘 드신다’는 표현은 술을 잘 마신다는 말입니다. 약주가 술을 대유하는 것입니다. ‘빵만으로 살 수 없다’에서 빵은 먹을 것의 일부로 식량 전체를 대신합니다. 환유법은 한 사물에 관계 있는 사물을 빌어 나타내거나 기호로 실체를 대신하거나 소유물로 주인을 알게 하는 기법입니다. ‘간판은 절색이다’에서 간판은 외모를 가리킵니다.
마. 활유법
무생물을 생물로, 비정물을 유정물로 살아 있는 듯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잠자는 돌” “춤추는 바다”⁵¹⁾ 등입니다. 무생물과 비정물을 마치 살아 있듯이 표현합니다.
바. 의인법
사물을 사람의 동작처럼 나타내는 것입니다. “침묵하는 나무” “무정한 세월” 등입니다. 추상적인 성질이나 동물, 무생물에게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는 방법입니다. 의인화 대상은 감정 이입이 되어 생동감을 갖습니다.
사, 의성법
사물의 소리, 동작, 상태, 의미를 음성으로 나타내고 또는 그것을 연상하도록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싸륵싸륵 눈이 온다.” “물이 설설 끓는다” 등이 사례가 됩니다.⁵³⁾
아, 중의법
한 단어에서 두 가지 이상의 뜻을 곁들여 표현하는 것인데, 언어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고 여러 의미를 나타내고자 하는 수사법입니다. 황진이의 시구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에서 벽계수가 시냇물과 사람 이름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 상징법
어떤 사물이나 관념의 특징, 의미를 직접 나타내지 않고 다른 사물이나 관념에 의해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수사법입니다. 박두진의 시구 “말갛게 씻은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에서 해, 어둠이 상징법입니다.
차, 우화법
어떤 개념이나 사실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다른 대상에 빗대어 풍자적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수사법입니다. 비인격적인 것이 모두 인격화되어 나타납니다. 동물이나 식물의 속성과 습성으로 인간의 속성과 풍습을 암시하는 방법입니다. 이솝우화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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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서정주, 「문둥이」 부분) “환한 아침 햇빛에 그것을 읽었을 때/글씨는 뱀처럼 꿈틀거렸다.”(로웰, 「형태」 부분)
47)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전문)
48)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부분)에서 작품의 중심 심상인 껍데기는 역사의 부조리와 허구성의 알레고리다.(김준오, 『시론』(4판), 204쪽)
49) “노래하라 비 오는 밤마다/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우리들 서울의 전쟁과 평화”(정호승, 「우리들 서울의 빵과 사랑」 부분)에서 서울은 도시, 빵은 양식을 뜻한다.
50)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큰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윤동주, 「슬픈 족속」 전문)에서 흰 수건이나 흰 고무신은 한국인의 속성을 대신한다.
51)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 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석, 처얼석, 철석, 처얼석, 철석/ 제비 날어들 듯 물결 새이새이로 춤을 추어”(정지용, 바다 1 (11) 부분)
52) “그렇게 산은 말하고 있었다./ 뭉치면 산다고/ 뭉치 덩어리져서/ 푸르딩딩 버티면/ 산으로 남으면/ 산다고/ 산은 말하고 있었다/ 뭉치자고 덩어리지자고/ 이렇게 웅크리고/ 잔뜩 웅크리고/ 버티자고/ 산은 산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박의상, 「산」 1 전문)
53)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어 불러보나// 울림은 헛되이/ 빈 골 골을 되돌아올 뿐.”(박두진, 도봉」 부분)
2024. 2. 24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