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로소 피오렌티노
로소는 프랑스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로소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 1494-1540)라고 불렀다.
로소는 피렌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521년에 볼테라의 산 프란치스코 성당의 크로체 디 조르노 경당을 위해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림>을 그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어울리지 않는 형태와 색상 대비를 과감하게 사용했고,
불협화음을 내는 불안한 심리묘사를 표현했으며,
인체의 비례도 일관성이 없다.
조명도 스산하고,
공간적 개념도 전혀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구성이 산만하고 매우 이상한 느낌을 준다.
예수님의 검푸른 몸이 기묘하게 내려진다.
놀랍게도 축 늘어진 예수님의 몸에는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핏자국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림의 위쪽 부분에는 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네 명의 사람이 십자가 위에 있는데,
아마도 맨 위에 보이는 사람이 아리마테아 사람 요셉이다.
그는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게 해달라고 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십자가 위에서 터번을 쓰고 흰 수염을 날리고 있다.
그런데 맨 아래에 있는 사람은 예수님의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곡예사처럼 불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십자가에서는 세 개의 사다리가 있어 그림에 복잡성을 더했다.
왼쪽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가 실신을 하고 있고,
‘성스러운 여인들’이라고 불리는 두 여인이 성모 마리아를 붙잡고 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십자가를 가로질러 극적으로 성모의 다리를 붙잡으려 한다.
오른쪽에는 요한이 조각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그는 몸을 돌려 슬픔에 잠겨 있다.
매너리즘 화가인 로소는 요한의 눈물이라는 비잔틴적인 주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요한의 뒤에는 무표정한 하인이 사다리를 붙들고 있다.
이 하인은 요한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십자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감정 표현은
다소 추상적으로까지 보이는 전체 그림과 충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