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태‧정현대 2인시조집, 『둘이서 한마음』, 한글문화사, 2020.
<전병태의 시조>
달
어둠을 밀어붙여
더 밝게 타고 싶다
달무리 불러와서
가뭄을 쫓고 싶다
고요를
가득 채우며
매일매일 뜨고 싶다.
흙
아무나 보듬으며
반갑게 맞이하며
주는 게 좋다면서
언제나 행복 가득
흙 속을 뒹굴다 보니
채워지는
참사랑.
밀물, 썰물
-설날
올 때가 되ㅏ었다고
문 열고 내다보면
우르르 달려와서 안기며 파고든다
빈 곳을 채우는 소리
철썩철썩 또 철썩.
잡아도 뿌리치며
점점 더 멀어지네
왔다가 가는 것이
바다의 일상인가
뻘처럼 질퍽한 가슴
울려놓고 가는 파도.
봄 연가
물오른
간지럼에
웃음이 절로 나서
모두들 싱글벙글
사랑 노래
부릅니다
꽃바람
신난 장단에
춤을 추는 산과 들.
<정현대의 시조>
진달래
우리들 마음속에
저마다 꿈이 있고
아픔을 위로하며
피워내는 희망 속에
능선을
넘어오는 건
분홍빛 사랑이다.
담쟁이
엄동설한 아픔에도 희망의 끈을 잡고
두 팔을 벌리면서 새 봄에 큰 기지개
뜨거운
여름 담장은
차라리 편안하다.
담장 끝 저 세상은 미지의 신세계
끝까지 기어올라 아래를 굽어보니
지나온
땀 흘린 흔적
까마득한 그 일월.
들꽃 세상
아무도 모르도록 피고 지는 얼굴아
뿌리내닌 곳인들 어디이면 어떠리
말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뿐이다.
거기에 있음을 드러내지 못해도
문득 스치는 바람 허리가 휘청거려도
가없는
인연의 고리
침묵으로 피우는 너.
곶감
인생은 감나무에 내린
찬 서리 같은 것
그래야 감이
더욱 달고 붉어지듯이
수많은
어려운 날을
이겨낸 삶의 향기.
오래도록 깊고
그윽한 사람의 향기
지낼수록 그 정에
그 사랑에 취해
달디단
붉는 속살 같은
그런 사람을 살고 싶다.
(김우연 의견: 제목이 ‘곶감’보다 ‘홍시’가 적합할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