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영국의 계관시인 T.S 엘리엇이 시로 쓴 이후 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다.
냉혹한 겨울에서 온갖 고통을 움켜짜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려는 진통으로 내 마음이 함께 아리어 가고 있었다.
도심의 화창한 벚꽃이 봄비와 함께 사라지고 산에 피는 산벚나무의 해맑은 선홍빛에 마음이 따라가고
첫사랑의 아픔으로 쓰라린 맛을 보여주는 라일락이 피어나는 계절을 보며
이 번 산행은 북한산으로 가자. 그리고 419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그 곳에 피어나는 라일락 꽃릉 보며
쓰라린 아픔을 줬던 라일락 잎을 한 잎 베어물자 싶어 이번 산행지를 선정하게 되었다.
화계역 2번 출구에서 길수, 경환을 만나 먼저 화계사를 찾는다.
5월 24일 사월초파일을 준비하는 사찰의 분위기를 느껴본다.
길 섶에 영산홍, 겹벚꽃이 피어있고 날씨도 영락없는 봄인데 마음은 아직 겨울이다.
화계사의 특이한 사대천왕문
다시 아래로 내려와 둘레길 3구간 잘룩 짤린 허리께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북한산 둘레길은 명색이 북한산이라서 인지 올라가는 돌길이 제법 산행 스럽다.
수유역 현장 근무 시절 점심 먹고 산보 삼아 두어번 다녀 본 길이다.
토요일의 느즈막한 오후 3시 10분에 시작한 산행이라서인지 산객들도 많지 않아 여유를 부리며 산행한다.
기대와 달리 산벚도 라일락도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신철쭉이 밝은 웃음을 띄우고 우리를 반긴다.
한라산 철쭉을 닮아 그리운 철쭉.
멀리 인수봉과 만경대가 보이는 나무 사이 보며 잠시 쉬어본다.
둘레길 3구간이 끝나고 2구간으로 이어지는 북한산체험형숲속 쉼터 아래에서 경환이가 갑자기 쿠데타를 일으킨다.
"계곡이다" "탁족하러 가자"
내일이 419 66주년 기념일이고 인근이 419민주묘지인데 여기서 쿠데타라고....?
약간 내려가보니 그럴싸한 계곡과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른다.
"2026년 30산우회 첫 탁족 허는 날"
흐르는 물이 많지는 않으나 물이 맑고 발목까지 담그기엔 충분한 계곡이다 마침 엉덩이 붙일 바위들도 군데 군데.
조그만 웅덩이를 가운데 하여 가져간 레드와인과 준비한 약밥, 치즈, 오징어 튀김, 케슈너트 등 안주를 진열한다.
2026년 첫 탁족을 준비하는 마음이 굉장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여름에 느낄 수 있는 정감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시간은 4시 30분을 넘긴다.
병철대장과 약속한 해후 시간이 촉박하여 아쉬운 걸음을 독촉하여 속세로 향한다.
길섶에 또 에상못한 꽃 한무더기. 황매.
오늘 산행에서 예약한 산벚, 라일락 대신 산철쭉, 황매를 대신 펼쳐준 주님께 감사하며 버스를 타고 419민주묘지로 향한다.
내일의 행사를 준비하는 리허살이 한창 진행중이다.
예상밖의 큰 수확이네.
행사에는 못갈건데 리허설로 대신 참석하는 행운을 누려본다.
리허설 동영상
병철대장과 민주묘지 앞에서 반가운 해후
사전에 약속한 "산이야" 대신 "메기매운탕"집으로 급 선회
참게 2마리 넣어 진하게 고운 매운탕의 짙은 향기가 라일락의 첫사랑 향기를 대신 해 줄려는지?
첫사랑 대신 서빙 이모의 걸쭉한 입향기로 대신하며 1차 마무리 후 입가심 2차 ㅎ
그리고 이젠 집에 가야제 하며 경전철 역에서 작별의 한 컷
이 시각이 8시 24분
모두 이걸로 끝인 줄 알았겠지?
집에 도착하여 시계보니 11시 28분.
이 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병철대장은 집에 가고 두분의 K某씨들과의 이야기가 있는데
궁금하면 500원 내시고 K 某씨에게 물어보시길.
잘 하면 술 한잔 생기는 일입니다.
이렇게 짧은 산행, 긴 산행기를 마무리 합니다.
첫댓글 놀랍네~~ 서두가 마치 한편의 명시를 읽은 듯하네요 서샘만 글 잘 쓰는 줄 알았는데 못지 않네~~
우이선 4호선 환승한다고 왜목포구가 먼저 내리고 난 뒤 우리도 담다음역인 신길역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왜목포구의 다급한 SOS로 시작된 탐정놀이 ㅋ
419입구역 들어올 때 분명히 거시기했는데 나가려고 하니 거시기를 못한다고 혹시 전철에 거시기가 떨어져 있는지 물어 보는데... 열쉬미 옆자리를 확인해 봐도 없다.
사진을 확인하니 우리 4명이 전철응 기다리며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20:24
추리 추리!
그러면 전철 톨게이트~벤치 사이에서 거시기 한거다!
우리가 먼저 419입구역에 도착하여 수색을 시작한다. 벤치 톨게이트 바닥 ...
긴장+불안 서스펜션 !!
앗! 톨게이트 옆 유리창 문턱에 누군가 거시기 해서 거시기를 올려 놓았네.
요즘 대한민국은 참 조흔 나라여"
그리하여,
탐정놀이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왜목포구도 행복하게 집에 갔다는 해피엔딩 스토리 ^^
거시기(?)
1.휴대폰
2.지갑
3.배낭
4.지하철 경로 우대권
5.???
아마도 2번일걸 ㅋ
은수가 글을 맛깔나고 구수하게 퍌치는구망. ㅎㅎ 글을 읽으니 산꽃 향기와 탁족을 나도 같이 느끼겠어 ~~ 감사하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