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근합니다》
제16화 「길을 잃다」
노을이 도시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윤하늘과 강서준은 낯선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분명 큰길을 찾으려고 나온 것인데,
골목은 또 다른 골목으로 이어졌다.
"이상하네요."
하늘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도 이 편의점 본 것 같은데요?"
강서준도 간판을 바라봤다.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맞습니다."
"같은 곳입니다."
하늘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 거예요?"
강서준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하늘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팀장님도 길을 잃으시는군요."
"네."
"저도 사람입니다."
그 한마디에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잠깐만요."
하늘은 길가에 있던 문구점을 가리켰다.
"아까 풍선이 걸려 있었어요."
"이번에도 똑같아요."
강서준이 고개를 돌려 보더니 피식 웃었다.
"오늘 세 번째 지나가는군요."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길을 잃으면 기억력이 좋아져요."
하늘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같은 풍경을 세 번이나 보니까요."
조금 더 걷자 작은 공원이 나타났다.
벤치 하나.
분수 하나.
벚꽃잎 몇 장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하늘은 벤치에 털썩 앉았다.
"5분만 쉬면 안 될까요?"
강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잠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노을을 바라봤다.
평소라면 어색했을 침묵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편안했다.
하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네."
"팀장님도 실수하시네요."
강서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입니까?"
"길도 잃으시잖아요."
잠시 침묵.
그리고 강서준이 작게 웃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실수를 오래 끌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하늘는 그 말을 가만히 되새겼다.
"그 말."
"왠지 힘이 되네요."
그때.
멀리서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지나갔다.
하늘이 얼른 물었다.
"얘야."
"여기 기차역은 어느 쪽으로 가면 될까?"
아이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저기 큰길만 나가면 바로예요."
"..."
"..."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큰길은 불과 100미터 앞이었다.
하늘이 먼저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강서준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늘는 배를 잡고 말했다.
"팀장님."
"우리가 30분 동안 헤맨 곳이..."
"100미터였어요."
강서준도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오늘 출장에서 가장 큰 실수군요."
"하지만..."
"가장 많이 웃은 순간이기도 합니다."
큰길로 나오자 역으로 가는 택시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택시에 오른 하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잊지 못할 출장이에요."
"왜 그렇습니까?"
"처음으로..."
잠시 머뭇거리던 하늘가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이 크게 웃는 걸 봤거든요."
강서준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윤하늘 사원도."
"생각보다 잘 웃는 사람입니다."
"칭찬인가요?"
"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하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서울로 돌아오는 KTX.
창밖에는 하나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늘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길은 잃었지만...'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강서준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도 오늘은 오랜만에 많이 웃은 하루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직 몰랐다.
출장에서 길을 잃은 그날이,
서로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한 첫날이었다는 것을.
― 제17화 「라이벌 등장」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