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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부님은 탐정》
제18화 ― 「잠긴 온실의 마지막 손님」 제2부
제12온실 바닥 아래에서 발견된 통로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다.
이도현 형사가 손전등을 비추자 축축한 벽과 오래된 수도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 바닥에는 작은 운반차의 바퀴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서강준 회장의 휴대전화는 입구에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벨소리는 멈췄지만 화면에는 여전히 발신자 이름이 남아 있었다.
‘열세 번째 사람.’
“휴대전화가 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잖아요.”
한서윤이 통로 입구에서 말했다.
이도현이 돌아보았다.
“한 기자님, 여기는 통제 구역입니다.”
“사진을 가져오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사진만 경찰관에게 전달하고 밖에서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통로가 발견됐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내려오신 겁니까?”
“기자는 궁금한 걸 확인하는 직업이니까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한 기자님, 지금은 이 형사님의 말씀을 따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부님도 여기 계시잖아요.”
“저는 휴대전화의 통화 내용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저는 사진의 내용을 확인하러 왔고요.”
이도현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 분이 같은 편이면 제가 상당히 힘듭니다.”
감식반이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통로 안쪽을 조사했다.
그곳에는 빈 화분 열세 개가 한 줄로 놓여 있었다. 열두 개에는 흰색 번호표가 꽂혀 있었지만 마지막 화분의 번호표만 검은색이었다.
1번부터 12번까지의 화분에는 흙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하지만 13번 화분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장태식 관리장이 벽을 두드려 보았다.
“이 통로는 오래전에 만든 것 같습니다. 온실의 물과 난방 배관을 수리하기 위한 공간이었겠지요.”
이도현이 물었다.
“사람이 물건을 옮길 수도 있습니까?”
“운반차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통로가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바닥에는 작은 전동 운반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운반차 표면에서는 흰 꽃잎과 은색 잉크 자국이 발견되었다.
서강준 회장 곁에 떨어져 있던 만년필과 같은 색의 잉크였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이 운반차는 어디까지 이어집니까?”
장태식이 오래된 배관을 살폈다.
“설계도대로라면 제3관리창고 아래까지 이어질 겁니다.”
“설계도대로라면요?”
“중간에 막힌 곳이 없다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한서윤이 사진 뒷면의 약도를 펼쳤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통로 끝이 제3관리창고가 아니에요.”
“어디로 되어 있습니까?”
“아무 표시도 없는 네모난 건물로 이어집니다.”
사진 속 네모 옆에는 숫자 하나가 적혀 있었다.
이도현이 사진을 받아 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제13온실이군요.”
김맑음 신부는 빈 화분들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그 온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 은솔성당에서 복례의 전화가 걸려왔다.
“신부님, 빨리 와보셔야겠어요.”
“무슨 일입니까?”
“성당 마당에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누구입니까?”
복례가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
“수목원에서 사라졌다는 유정남 씨예요.”
유정남은 성당 마당의 성모상 앞에서 발견되었다.
복례는 새벽미사 준비를 위해 성당으로 나오다가 그를 발견했다. 유정남의 옷에는 흙과 마른 잎이 붙어 있었지만 눈에 띄는 상처는 없었다.
구급대원이 상태를 확인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도현이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김맑음 신부는 새벽미사를 집전했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미사를 멈출 수는 없었다.
성당에는 평소보다 적은 수의 교우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박복례와 최병철, 장태식, 오미자는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는 강론대 앞에 섰다.
“우리는 때때로 진실을 밝히는 일과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이 서로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교우들이 조용히 신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진실을 감춘 채 이루어지는 용서는 없습니다.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책임질 것을 책임진 뒤에야 화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오늘 우리는 세상을 떠난 서강준 토마스 형제를 위해 기도합니다. 또한 두려움 때문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과, 미움 때문에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려는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합시다.”
미사가 끝난 뒤 오미자가 신부에게 다가왔다.
“신부님, 범인이 미사에 왔을 수도 있겠죠?”
최병철이 말했다.
“미사에 참석한 교우들을 용의자로 만들지 마십시오.”
“가능성을 말한 것뿐이에요.”
복례가 오미자에게 성가책을 건넸다.
“가능성은 나중에 찾으시고, 성가책부터 정리하세요.”
“저는 탐정단장인데요.”
“오늘은 성가책 정리단장 하세요.”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유정남은 경찰이 오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맑음 신부가 병실에 들어서자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누워 계십시오.”
유정남은 신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결국 이런 일이 생겼군요.”
이도현이 물었다.
“서강준 회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저는 회장님을 해치지 않았습니다.”
“어젯밤 제12온실 출입기록에 유 선생님의 카드가 사용됐습니다.”
“카드를 잃어버렸습니다.”
“언제 잃어버리셨습니까?”
“어제 오후입니다.”
“그런데 장태식 관리장은 저녁 일곱 시쯤 수목원에서 선생님을 봤다고 했습니다.”
유정남이 입을 다물었다.
이도현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성당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기억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곳은 어디입니까?”
유정남의 손이 떨렸다.
“제13온실입니다.”
병실이 조용해졌다.
이도현이 물었다.
“수목원에 제13온실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물었다.
“어젯밤 그곳에서 서강준 회장을 보셨습니까?”
유정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이제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제13온실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도착했을 때 회장님은 살아 계셨습니까?”
유정남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요.”
이도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서 회장은 제12온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옮긴 겁니다.”
“그걸 직접 보셨습니까?”
“운반차 소리를 들었습니다. 통로 안에서 누군가 회장님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제가 뒤따라가려는 순간 불이 꺼졌습니다. 그 뒤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제13온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유정남은 신부의 손에 들린 검은 씨앗 봉투를 발견하고 얼굴이 굳었다.
“그 봉투를 어디에서 받으셨습니까?”
“서 회장님이 성당에 맡기셨다고 합니다.”
“그 안에 있는 씨앗을 심으시면 안 됩니다.”
“무슨 씨앗입니까?”
“씨앗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유정남이 주위를 살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입니다.”
검은 씨앗 열세 개는 식물의 씨앗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단단한 껍질 안에 작은 금속 조각이 들어 있었다.
김하늘 안젤라가 휴대전화 확대경을 이용해 씨앗을 촬영했다.
“신부님, 표면에 아주 작은 글자가 있어요.”
“무엇이라고 적혀 있습니까?”
“첫 번째부터 하나씩 읽어볼게요.”
씨앗마다 숫자와 글자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열세 개를 순서대로 놓자 한 문장이 만들어졌다.
‘기록보관실 삼-칠-십삼.’
최병철이 즉시 수목원 기록보관실의 관리번호를 확인했다.
“3번 서가, 7번 서랍, 13번 문서라는 뜻 같습니다.”
오미자가 감탄했다.
“역시 씨앗이 아니라 암호였군요. 저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김하늘이 물었다.
“그런데 아까는 검은콩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검은콩처럼 생긴 암호라고 했지.”
“그냥 검은콩이라고 하셨어요.”
“청소년은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문제야.”
김맑음 신부는 씨앗을 원래 순서대로 봉투에 넣었다.
“그렇다면 유리벽의 숫자 3·7·13도 같은 장소를 가리킨 것이군요.”
이도현이 대답했다.
“범인은 우리가 그 문서를 찾게 하려고 숫자를 남겼거나, 누군가 남긴 단서를 범행에 이용한 겁니다.”
“어느 쪽이라고 생각합니까?”
“아직은 둘 다 가능합니다.”
수목원 기록보관실 3번 서가의 7번 서랍에는 오래된 문서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열세 번째 서류철을 꺼내자 표지에 ‘은솔수목원 최초 건립계획’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안에는 종이 한 장만 남아 있었다.
토지 기증 확인서였다.
기증자의 이름은 서강준이 아니었다.
‘최가은 세실리아.’
한서윤이 이름을 보고 굳어졌다.
“이 사람이…… 수목원 땅을 기증했다고요?”
이도현이 물었다.
“아는 이름입니까?”
“제 어머니의 언니입니다.”
“한 기자님의 이모님이라는 뜻입니까?”
“네. 하지만 저는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은솔을 떠났다고 들었어요.”
한서윤은 자신에게 배달된 기공식 사진을 꺼냈다.
열두 명 옆에 검은 잉크로 그려진 열세 번째 사람.
김하늘이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기자님, 이 사람은 나중에 그려 넣은 게 아니에요.”
“무슨 뜻이죠?”
“검은 잉크처럼 보이지만 사진을 긁어낸 자국입니다. 원래 있던 사람의 모습 위에 검은색을 덧칠했어요.”
김하늘이 화면의 밝기를 조정하자 검은 윤곽 아래에서 여성의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목에는 작은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한서윤이 숨을 삼켰다.
“최가은 이모가 맞아요.”
그때 최병철이 문서철의 안쪽을 살펴보다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 안에는 당시 수목원 건립에 참여한 열세 명의 명단이 들어 있었다.
첫 번째는 최가은.
두 번째는 서강준.
세 번째는 유정남.
그리고 나머지 열 명의 이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식 기공식 기록에서는 최가은의 이름만 빠져 있었다.
이도현이 말했다.
“최가은 씨가 수목원 땅을 기증했지만 공식 기록에서는 사라졌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문서의 날짜를 살폈다.
“단순히 이름만 지워진 것이 아닙니다.”
“또 무엇이 있습니까?”
“토지 기증 확인서와 공식 등기 날짜가 다릅니다. 그 사이에 삼 개월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서윤이 물었다.
“그 삼 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유정남이 병원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 사람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당시 수목원 건립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확인했다.
열세 명 가운데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제외하고 생존자는 다섯 명이었다.
서강준 회장.
유정남 관리인.
수목원 경비원 노상필.
은솔건설 전 대표 정문식.
그리고 은솔수목원 이사 오세림.
서강준은 숨졌고 유정남은 병원에 있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사건 당일 수목원에 있었다.
이도현이 노상필을 다시 조사했다.
“최가은 씨를 아십니까?”
노상필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전 일입니다.”
“수목원 땅을 기증한 분이라는데 왜 공식 기록에 없습니까?”
“그 여자는 기부금을 가져가 도망쳤습니다.”
“그 사실을 입증하는 기록이 있습니까?”
“서 회장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직접 확인한 적은 없습니까?”
“우리는 모두 서 회장의 말을 믿었습니다.”
노상필은 손을 꽉 쥐었다.
“하지만 얼마 뒤 가은 씨가 보낸 편지가 왔습니다. 자기는 돈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장부가 조작됐다고 했습니다.”
“편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 회장이 가져갔습니다.”
“그 뒤에는요?”
“아무도 가은 씨를 보지 못했습니다.”
은솔성당으로 돌아온 김맑음 신부는 조용히 감실 앞에 앉았다.
성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고해성사에서 들은 말을 수사에 이용할 수 없었다. 그 내용을 확인해 줄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서강준이 고해성사 밖에서 남긴 검은 봉투와 기공식 자료는 달랐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고 남긴 증거였다.
잠시 후 이도현이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만 있었기에 그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맑음아.”
“응.”
“서강준 회장은 고해성사에서 범인의 이름을 말한 거냐?”
김맑음 신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도현아, 그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어.”
“네가 말할 수 없는 비밀 때문에 범인을 놓칠 수도 있어.”
“알아.”
“범인이 널 다음 표적으로 지목했어. 네가 뭔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고해성사의 내용은 어떤 상황에서도 말할 수 없어.”
“그럼 너를 어떻게 지켜야 하냐?”
김맑음 신부는 잠시 침묵했다.
“내가 고해성사 밖에서 확인한 사실은 모두 말할게.”
“그게 전부야?”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이도현은 답답한 듯 숨을 내쉬었다.
김맑음 신부가 온실 사진을 펼쳤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진실을 찾을 수 있어.”
“무엇을 알아냈는데?”
“서 회장님은 제13온실에서 발견될 것을 원하지 않았어.”
“이미 숨진 분이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해?”
“서 회장님이 아니라 범인이 원한 거야. 범인은 시신을 제12온실로 옮겨 잠긴 온실 사건을 만들었어. 사람들의 시선을 문과 창문에 묶어두려고 한 거지.”
“무엇을 감추려고?”
“제13온실의 존재를.”
김맑음 신부가 수목원 옛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이 숫자 3·7·13은 기록보관실만 뜻하는 것이 아니야.”
“또 다른 뜻이 있다고?”
“옛 수목원 설계도에는 온실을 구역과 줄, 건물 번호로 표시했어. 제3구역, 7번째 길, 13번 건물.”
“그곳이 제13온실이군.”
“그래.”
지도에서 그 위치는 수목원 서쪽 숲이었다.
현재는 폐쇄된 묘목장으로 표시된 장소였다.
그날 저녁, 이도현은 수목원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사람들 앞에서 그는 김맑음 신부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신부님, 누군가 신부님을 다음 표적으로 지목했습니다. 당분간 혼자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 형사님.”
“이번에는 정말 지켜주십시오.”
“장 관리장님과 함께 있었으니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미자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그럼 저와 함께 다니시면 되겠네요.”
이도현과 김맑음 신부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것도 아닙니다.”
복례는 보온병과 주먹밥을 가방에 넣어 김맑음 신부에게 건넸다.
“위험한 데는 안 가시면 좋겠지만, 가시려면 굶지는 마세요.”
“수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확인하러 가는 겁니다.”
“신부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보통 수사가 돼요.”
최병철이 손전등을 건넸다.
“성당 비품입니다. 반드시 반납해 주십시오.”
장태식이 말했다.
“최 사무장님은 사람보다 손전등이 걱정되십니까?”
“신부님은 이 형사님이 지키시지만 손전등은 지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경찰과 김맑음 신부가 수목원 서쪽 숲에 도착했을 때 제13온실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문 앞에는 한서윤의 카메라 가방이 떨어져 있었다.
이도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 기자님이 어떻게 이곳을 알았지?”
김맑음 신부는 바닥에 떨어진 흑백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뒷면에 새로운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글씨였다. 습기를 머금자 푸른색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가은 씨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혼자 오시오.’
한서윤은 사진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경찰보다 먼저 온실을 찾아온 것이었다.
온실 안은 어두웠다.
중앙에는 빈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하얀 꽃잎이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낡은 카세트 녹음기가 놓여 있었다.
오래된 성가가 흘러나왔다.
김맑음 신부가 낮게 불렀다.
“한 기자님.”
대답이 없었다.
이도현이 손전등을 비추자 온실 뒤편에서 유리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문 너머에는 한서윤이 서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에 백발의 여인이 앉아 있었다.
한서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최가은 씨입니까?”
백발의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서윤아.”
여인은 한서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네 어머니가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니?”
그 순간 온실 문이 닫혔다.
천장에서 오래된 방송이 흘러나왔다.
“열세 번째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유리문 손잡이를 잡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백발의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서강준을 죽인 사람은 이 안에 있습니다.”
온실 안에는 한서윤과 백발의 여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 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사람의 손에는 서강준 회장의 은색 만년필이 들려 있었다.
다음 회 예고
제19화 ― 「잠긴 온실의 마지막 손님」 제3부
제13온실에서 마주한 세 사람.
살아 돌아온 최가은.
위험에 빠진 한서윤.
그리고 서강준의 만년필을 들고 있는 진짜 범인.
이십오 년 전 수목원 건립기금은 누가 훔쳤는가?
최가은의 이름은 왜 모든 기록에서 지워졌는가?
유정남은 왜 오랫동안 진실을 숨겼는가?
잠긴 제12온실의 비밀과 서강준 회장이 남긴 마지막 전화의 의미가 밝혀진다.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말한다.
“신부님, 지금부터는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이 형사님.”
“온실 안으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때 온실 안에서 김맑음 신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형사님, 안에서 문을 열 방법을 찾았습니다.”
“신부님은 언제 들어가신 겁니까?”
둘만 남은 순간 이도현이 묻는다.
“맑음아,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냐?”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다만 한 사람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어.”
열세 번째 손님이 남긴 마지막 증언.
그리고 서강준을 해친 범인의 정체.
3부작 강력 사건이 제19화에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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