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지역 기독교잡지 '누룩(New Looks)'에 연재했던 스토리북 리뷰 시리즈입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나씩 업로드합니다.
WHERE THE WILD THINGS ARE by Maurice Sendak
(HarperCollinsPublishers 25th Anniversary Edition 1984)
이번 호에서는 아이와 엄마사이의 갈등과 그것을 아이 스스로 해소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유대계 미국인으로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는 Maurice Sendak (모리스 센닥)의 Where the Wild Things Are(괴물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국내의 유명도서 시리즈 중의 하나로 번역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이미 많은 분들이 번역본을 아이들에게 읽혀 주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빠져 드는 책이지요. 자신들의 마음을 너무나 꿰뚫어 보는 책이니까요.
Max라는 남자아이가 늑대의상을 입고 집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늦은 시간에 ‘쿵쿵’ 벽에 못질을 해 대질 않나, 한 손에 포크를 들고 강아지를 쫓아다니질 않나...
한번 상상해보세요. 급기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엄마가 "WILD THING!" (이 괴물 같은 녀석아!) 하고 소리를 지르지요.
그러자 우리의 Max,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늑대로 변한 녀석이 겁날게 없죠.
“I'LL EAT YOU UP!" 세상에~ 엄마를 잡아먹다니요. 바로 벌이 내려지는 군요. 저녁도 못 먹고 Max는 방안에 갇혀 버렸어요.
Max의 화난 얼굴이 보이시나요? (p.6)
그런데....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방안에서 나무들이 하나 둘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가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숲으로 변해 버린 거지요.
Max는 보름달을 보고 손톱을 세우며 늑대흉내를 내더니 MAX호라고 쓰인 돛단배를 타고 항해를 떠나게 됩니다.
An ocean tumbled by with a private boat for Max and he sailed off through night and day and in and out of weeks and almost over a year to where the wild things are. (p.13)
하루 이틀, 몇 주, 몇 달, 일년이 다 되도록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이 바로 Where the wild things are, 괴물들의 섬이였지요.
그러나 용감한 Max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에게 으르렁대고 이를 갈며 눈을 부라리는 괴물들을 단 한마디로 제압해버립니다.
“BE STILL!"
When he came to the place where the wild things are they roared their terrible roars and gnashed their terrible teeth and rolled their terrible eyes and showed their terrible claws till Max said "BE STILL!" (p.17~18)
그러면서 눈을 한번도 깜박이지 않고 괴물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마술을 부리지요.
그러자 괴물들은 Max를 괴물중의 괴물로 생각하고 두려워합니다. 드디어 Max는 괴물들의 왕으로 등극하게 되요.
왕이 된 Max, 어떻게 괴물들을 다스릴까요.
“Let the rumpus start!"
엄마 때문에 못 다 했던 난리법석을 괴물들과 실컷 즐겨댑니다.
무려 6페이지에 걸쳐 소란을 피우며 즐기는 Max와 괴물들의 모습이 나오죠. 아이들이 대리만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 실컷 논 다음에는 어떻게 되나요?
피곤해서 잠에 빠져들거나 어떤 것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그것에 대해서는 심드렁해질 때가 있지요.
Max도 별반 우리 아이들과 다를 게 없네요. 갑자기 심심해진 Max가 괴물들에게 명령을 내리죠.
저녁식사 없이 잠자리로 가는 거요. 귀에 익지 않으세요?
처음에 엄마가 Max에게 했던 행동을 그대로 괴물들에게 되갚아주는 Max.
아이들은 바로 이 장면에서 아마 통쾌함을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한번씩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부모들이 하는 행동을 똑같이 할때를 종종 발견할 수 있쟎아요.
하지만 Max의 모습이 그리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네요. 독재자의 고독함을 이해하게 된 걸까요?
거기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져 오니 집이 그리워지기까지 합니다.
Max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고, 못 가게 위협하는 괴물들에게 손을 흔들며 떠납니다.
“Oh please don't go-we'll eat you up-we love you so!" (p.31)
너무 사랑하면 잡아먹고 싶어지는 걸까요? 동물들 세계에서는 그런 예를 종종 볼 수 있더라구요.
괴물들의 애원어린 협박을 뒤로 한 채 Max는 차분한 모습으로 집을 향한 항해길에 오릅니다.
엄마에 대한 잘못을 뉘우치는 걸까요? 표정이 심오해 보이죠?
어느새 Max가 방으로 돌아와 있네요. 가구도 창문도 모든 것이 그대로구요, 테이블에는 아직도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Max의 행복한 표정 좀 보세요.
작가인 Maurice Sendak은 어려서부터 폐렴과 홍역 등으로 몸이 너무 허약해 집안에서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들려주시던 bedtime story였죠.
그렇게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며 자라난 그는 세상을 향한 동경, 또 부모님의 과보호를 받던 어린 시절의 답답했던 느낌들을 그대로 이 책에 실었습니다.
그는 친척들이 집에 방문하는 걸 너무 싫어했는데 허약한 그를 온갖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며 염려해대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괴물들도 친척들이 모델이라고 하네요. 그는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쓸 때 그 당시의 자신의 감정들이 어땠는지를 떠 올리려 애를 쓴답니다. 그리고 하나도 더 하거나 덜 한 것 없이 그 때 느낀 감정들을 묘사해내려고 애를 쓴다고 하지요. 그래야만 진정한 아이들의 책을 만들 수 있다구요.
이 책이 나온 것이 1963년인데 그 당시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엄마를 잡아먹겠다고 말을 하며 소동을 부리는 아이가 괴물하고 야단법석을 부리는 이야기를 좋아할 어른들이 많지는 않았겠죠. 하지만 아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서 1964년 미국에서 그 해의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기발하고 엉뚱한 그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Mickey라는 사내아이를 반죽에 넣고 빵을 구우려는 요리사들의 엽기적인 행동을 그린 ‘In the Night Kitchen'을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Sendak은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의 심리에 충실하려 애를 쓰지요. 아이를 존중하는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그가 항상 이런 반항적인 내용만 쓴 작가는 아닙니다. 아이들의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Little Bear' 또한 그의 작품이니까요.
이렇게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그의 열정이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책은 난이도가 높은 문장들로 이루어진 책이라 아이들이 어휘를 공부하기가 만만치가 않을 거예요.
내용면에서는 유아들도 공감할 수 있지만 어휘를 소화해내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은 꾸준히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이라야 할 것 같네요.
우선 주요어휘들을 뽑아서 스스로 그림사전을 만들게 해 주세요.
영어로 단어를 쓰고 한글뜻을 쓰는 대신 그림으로 그 어휘를 나타내는 훈련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wild things'같은 경우는 괴물이란 의미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지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wild thing'이 무엇인지 그려보거나 말하게 해 보세요. lion? dinosaur? dragon? bugs? 아마 기발한 것들이 많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소동을 뜻하는 rumpus 같은 단어도 행동으로 나타내 본 후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그림사전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은 영어를 영어로 받아들이며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지요.
TPR(Total Physical Response)이라고 해서 오감을 통해 어휘를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요즘 유아영어학습이 거의 TPR수업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괴물과 Max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봐도 좋겠죠.
그림을 하나 하나 보시면 아시겠지만 Max의 감정변화가 얼굴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보며 Max의 감정변화에 대한 얘기를 해 보고 feeling에 대한 표현도 익혀보세요.
아이들의 어두운 감정(dark emotions)을 다룬 내용이니 만큼 emotions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가 없지요.
When do you feel angry? (disappointed/frustrated/sad/lonely/excited/happy...)라고 물어보실 수 있지요.
또 하나,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 그림을 보면 항상 달이 Max를 따라 다니는데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clue가 되고 있습니다.
crescent moon(초승달)-half moon(반달)-full moon(보름달)으로 변해가는 달을 보며 책에 나오는 시간흐름에 대한 표현 ‘through night and day', 'in and out of weeks', 'over a year' 등도 배워봅니다. 다만 'in and out of weeks'와 같은 표현은 실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 원어민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그저 문학적인 표현으로 알아놓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달의 모습이 변화하는 모습을 알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알려드리죠.
http://www.harcourtschool.com/activity/moon_phases/
그리고 달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뿐 아니라 엄마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Max가 방 안에 갇히는 순간부터 혼자라고 느끼지만 사실은 줄곧 엄마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거지요.
결국은 엄마의 따뜻한 품으로 다시 돌아온 Max, 이제부터는 얌전한 아이가 될 수 있을까요?
그것 또한 아이들에게 던져 볼 질문인 듯 하네요.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표정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부모들의 즐거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 아이와 함께 즐겨보세요.
첫댓글 이 책 참 잼나요..그림도 맘에 들고...이 사람책은 남자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듯..울 큰아들은 깊은밤 부엌에서 도 무지 좋아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