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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 길이 상당히 혼잡하다. 주 5일 근무가 오래 전부터 정착된 이 곳 필리핀에서 금요일 저녁은 제대로 T.G.I.F. 다. 승용차, 택시, 사람들을 가득 태운 지프니, 트라이시클, 길을 건너는 사람, 길가에서 물건을 파는 꼬마들- 대로가 차와 사람으로 바글바글하다. 거의 스치듯 지나가는 차와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오금이 저리는데 종훈은 여유만만, 왼손은 운전대에- 오른 손으로는 문자를 날린다. 이게 바로 짬밥이라는 거겠지... 참,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 옆에 두 명 쯤 타는 좌석을 매어달고 거기에 둘 오토바이 뒷좌석에 하나 해서, 네 명이 타도록 한 필리핀의 운송수단인데 거기에 6~7명이 너끈히 타고 다닌다. 자전거로 끄는 트라이시클도 있다. 요금은 4~5페소. 100원~130원 정도.
태국 전통 음식점 Krua Thai 세부에 지점이 세군데 있는 고급 음식점인데 이 곳 바닐라드 타운점이 제일 크고 오래되어서 이곳에 데려오려고 그 막히는 길을 운전해 온 거다. 인테리어며 종업원들 복장까지 태국 전통의상으로 갖추어 입히고 잔잔한 태국 전통 음악 까지 깔아주니 분위기는 끝내주고. 게살 볶음밥, 닭고기 야채볶음, 생선 조림, 계란에 덮여 나오는 타이누들과 망고쥬스로 저녁을 먹었다. 전채로 나온 똠냥 외엔 거의 현지화 된 태국 음식 이었고 역시나 짜서 형님은 툴툴거린다. 의사에게 짜게먹지 말라고 경고를 받은 터지만 그래도 여행 다니면서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인것을 ...어찌 하리오...
물을 들이켜는 수 밖에. 그런데 그 물이란 것이 별도로 주문을 해서 마셔야하니 그게 문제다. 500ml 한 병이 300원. 지프니 두 번 탈 수있는 돈이니 현지인들은 절대 안 마시지만 우리야 맹수도물을 마시면 직방으로 쏟는다니 음식점에 들어설 때 마다 외칠 수 밖에. "여기 미네랄 워터 따블!"
맛있는 태국 전통 음식과 미네랄 워터로 배를 불리고 찾아간 곳은
어메이징 필리핀 쇼. 배 두 대를 연결하여 바지선 처럼 만들고 그 위에 꾸민 객석과 무대가 소박하다. 태국 파타야의 알 카자 쇼를 베낀 이 쇼는 규모가 작아선지 환상이 없다. 관객은 아이들 까지 동반한 한국 가족팀과 신혼부부들. 객석 깊숙히 들어온 T자형 무대, 관객을 끌어내어 쇼 한복판으로 동참시키는 과감성 등이 돋보이지만 그래도 그들 트랜스 젠더의 지난한 삶이 먼저 눈에 밟히니 흥은 나지 않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San Migual 맥주가 이 저녁의 위안이다.
그래도 얜 진짜 이뻤다. "형님은 좋았겠수!"
돌아오는 길. 휘황한 불빛 아래 열대 과일이 지천이다. 앞의 버스에서는 한국 관광객들이 내려 이 것 저 것 사는 모양인데, 종훈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관광객들 외엔 가는 사람이 없는 가게라는 거다. 백화점 보다도 1.5~2배가 비싸단다. 그걸 모르고 먹는 과일은 맛있으련만, 알고는 못사먹지... 이 번 여행 내내 화두가 실제로는 얼마인데 패키지 옵션으로 가면 얼마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라울 따름이었지만 그렇긴 해도, 현지 여행사들 처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 안 통하고 내용도 모르는 처지에 부딪쳐 볼 젊은 용기조차 없고서는 패키지가 제일 안전하고 편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종훈이 같은 동생이 현지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세부에서의 두 번 째 밤이 깊어간다.
하늘 사랑. 경비행기 회사다. 필리핀에서 가이드와 여행사 일로 잔뼈가 굵은 김 길수 사장은 노련한 말솜씨와 세련된 매너로 경비행기를 처음 경험하는 우리를 진정시킨다. 밖엔 4인승 쎄스나기가 대기 중이다.
탑승 전에 기념 사진 부터 찍고. 동생 인지라 그림 좋게 만드는 까불이 역할은 종훈이가...
이륙 후 카메라를 들이대고 "형님!" 하고 부르니 어느새 손으로 V자를 그리는 저 여유는... 패러 글라이딩으로 흔들리는 기류 맛을 본 사람의 여유인가.
종훈이 옆모습은 필리핀 국토 형태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마술모자 쓴 할아버지 같다. 훈아! 철없는 엉아들 땜시 고생이 많다!
와우! 형님이 쎄스나기를 조종하고 있다. 물론 제한된 범위 안에서지만 그래도 형님 스스로 '맛은 보았다.'고 이야기 할 만큼 어느 정도는 비행기를 움직여 봤던 모양이다. 뒷자리의 종훈과 나는 서울에 처음 온 촌놈 처럼 "히-야! 우-후! 감탄사를 날리며 구경하기에 사진 찍기에 바빴고.
고도계가 1,640 feet를 가리키고 있다. 비행 내내 1,000에서 2,000 피트 사이를 오르내리며 막탄 세부공항을 이륙하여 해협을 건너고 보홀섬을 한 바퀴 돌아 유명짜한 힐튼과 샹그릴라 리조트 위를 몇바퀴 선회 하다가 다시 막탄 세부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약 45분, 200Km의 비행이었다. 비행의 백미, 세 번에 걸친 '항공 롤러코스터'는 "아주 죽여줘요~~~." 순식간에 30m 정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거나, 영화에서만 보던 좌우로 내리 꽂히는 급선회 비행은 정말 오금이 저려 짜릿짜릿했다. 목이 걸걸해 지도록 소리를 질렀고.
바다위에 무슨 밭인가 했더니 이게 바로 맹그로브 나무를 인공 재배하는 곳이란다. 맹그로브 나무는 새끼를 낳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가지 끝에 열매가 달리고 이 열매가 가지에 붙은 채로 싹이 나고 뿌리 까지 자라난 후에 밀물 때를 맞춰 바다물 위로 떨어진다.
<맹그로브 나무-네이버이미지 퍼옴>
물 위에 떨어진 어린 나무는 며칠이고 몇 달이고 얕은 바다 위를 떠 다니다가 흙에 닿으면 즉시 뿌리를 내린다. 빠른 착근을 위해서 문어발 모양으로 여러 줄의 뿌리를 동시에 내니 그게 맹그로브 나무의 독특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지상에 돌출된 뿌리로는 산소 호흡을 하고 그 뿌리 사이로 어린 물고기들을 거두며 바다로 쓸려가는 토사를 잡아두고 자라서는 또 물 쪽으로 어린 나무를 떨구어 내어 바다에 착근을 시키니, 잘 조성된 맹그로브 숲은 1년에 약 100m 씩 바다 쪽으로 육지를 키워내는 것이다. 맹그로브 숲이 울창한 바닷가에서는 쓰나미도 힘을 못쓴다니 동남아 각국에서 앞다퉈 맹그로브를 키우는 이유가 되겠다.
이름하여 쵸콜렛 힐. 보홀섬 여기저기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것으로 경주나 김해의 왕릉같이 생겼다. 하늘 사랑의 김사장 이야기로는, 석회질의 땅 위로 비가 내리면 석회질은 빗물에 풀렸다가 서로 뭉치고 나머지 토사는 다음 번 비에 쓸려내려가게 되는데 이런 일이 수 만 년이 흐르며 반복 되어 이런 쵸콜렛 형태의 언덕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 할 뿐.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로 남겨 두어도 좋을 일.
환상의 비행이 아직 남아있다. 롤러 코스터...
비행기 날개 아래로 환상의 바다 빛깔이 일순 숨을 탁 멎게한다. 바다 깊이에 따라 연옥색에서 비취로 에메랄드로 코발트로 변해가는 남국의 바다! 하늘에서가 아니면 이런 장면을 보지 못할 터. 아무에게라도 권할 일이다. 꼭 타보라고.
하지만 저 건너 바다 위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구름 덩어리에서는 또 하나의 태풍이 만들어 지고 있을 것이니, 여기 이 옥빛 바다는 태풍의 고향이기도 하다.
멀리 힐튼과 날개를 편 모양의 샹그릴라 리조트가 발 아래로 지난다. 세부 관광의 시작이고 중심이다. 저 곳에서라면 이 풍진 세상이 꿈 같을까...
하늘에서 도도히 바라보자니 감정이 신파로 흐른다.
제트스키가 용틀임을 하고
어느덧 쎄스나 172 기는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아 피안으로 돌려진 시야를 다시금 현실로 되돌려 놓는다.
기장 로엘 카스틸라노. 롤러 코스터를 태우며 소리소리 지르는 우릴보고 씩- 웃는 웃음이 압권. '만족해?' "아니 One More!" "One more!"
< Big bad world - The Real Group >
<네이버 위키 백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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