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시오름 주둔소 ☞ back
제2산록도로와 1100도로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동쪽으로 5km정도 가다 다섯 번째 다리 바로 옆에서 틀어 남쪽으로 300m 남짓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면 해발 420m에 위치한 시오름 주둔소가 나타난다. 4ㆍ3당시 쌓은 주둔소 가운데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풀로 우거져 자유롭게 걸어다니기에 불편하지만 당시에는 사방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로 트여있었다. 제2산록도로의 개설로 지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당시는 서귀포시 서호동 중산간 마을을 통해서 2시간 가까이 걸어야 접근이 가능했다. 49년 초 계곡을 끼고 만들어진 삼각형 모양의 시오름주둔소는 한면의 길이가 40여m 정도로 전체 둘레는 120m 정도이다. 성담의 높이는 약 3m, 성 너비는 1m 정도로 단단하게 쌓아져 있다. 촘촘히 쌓여진 주둔소 성벽은 이끼와 나무덩굴로 얽어져 50여년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성벽에는 군데군데 총구를 들이댈 수 있는 구명이 뚫려있고, 주둔소 안에는 당시 토벌대와 민간인 협조원들이 잠을 잤던 숙소터도 꽤 큰 규모로 남아있다.
당시 주둔소에 근무했던 주민들에 따르면 주둔소 안의 숙소는 대부분 주위에 돌담을 친 초가나 함바집으로 만들어져 식사도 그곳에서 해결했다. 식수는 대부분 주변의 계곡물을 사용했듯이 이곳도 바로 옆 계곡의 물을 이용했다. 주둔소 밖 주변에는 1~2명이 앉을 수 있는 돌담으로 두른 작음 초소가 여럿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