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중품 세계
우리 둘은 하품 연꽃 못을 나와 이전처럼 주문을 외우자 몸이 다시 비행기에 탄 것과 같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다락집과 뾰족탑을 얼마나 많이 지났는지 그 수를 알 수가 없다. 하나하나 내 눈 앞에 번쩍일 때마다 스스로의 몸이 차츰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면서 관음보살께서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중품중생 거의 모두 보통사람과 성인이 함께 살고 있어, 출가한 스님과 재가 신도 및 세간의 남녀들이다. 모두 좋은 일을 하고, 5가지 삼가야 할 일을 지키고, 나쁜 짓을 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아미따불을 새기거나 관음보살의 이름을 새기며, 자비희사를 실천한 사람들은 목숨이 다할 때 중품중생에 인도되어 가서 태어난다. 다만 수행이 깊고 옅음에 따라 상 . 중 . 하 3가지로 나뉜다.
한 대전에 이르러 여러 보살들을 찾아뵙고 엎드려 절을 올린 뒤, 연꽃 못을 보러 갔다. 실재로 하품 연못과 견주어 볼 때 몇 배가 될지 모를 정도로 장엄하고 매우 많았다. 사방 둘레는 모두 7가지 보배로 쌓았는데 갖가지 찬란한 빛을 내, 못 안의 연꽃과 여러 빛깔을 서로 비치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고 눈이 부셔 무어라고 글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못 안에 있는 연꽃은 아주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 신기하고 아름다우며, 꽃잎 속에서 또 갖가지 다락집과 보탑이 있다. 연꽃 위의 사람은 모두 백금처럼 훤히 드려다 보이는 빛깔이고, 옷은 모두 똑 같은 차림이다. 갖가지 빛을 내는데 하얀 연꽃은 하얀 빛을 내고, 붉은 연꽃은 붉은 빛을 내며, 사람 몸에 입은 노란 옷은 또 노란 금빛을 내고, 허리춤의 자주색은 자줏빛을 내 울긋불긋하다. 연꽃 위의 사람들은 나이가 스무 살 안팎의 젊은이들이고 작은 아이나 늙은이는 없다. 나 스스로를 보며 생각했다. ‘이상하다! 갑자기 언제 바뀌어 그들과 똑같아졌지?’ 관음보살은 아직 본디 모습과 같았다.
나는 관음보살께 여쭈어 보았다.
“왜 보이는 물건들은 모두 빛을 내고, 빛깔을 내려하면 어떤 빛이든지 다 내며, 나도 바뀌어 젊은 사람이 됩니까?”
보살께서 대답해 주셨다.
“아미따불의 불력이기 때문에 무엇이나 다 빛을 낼 수 있다. 마치 인간 세상의 불빛이 전력에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미따불이 그지없이 밝고 환한 빛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네가 바뀐 것도 아미따불의 힘이 그렇게 한 것이고 모든 연꽃 못도 다 마찬가지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신통력으로 따로 갖가지 모습으로 바뀔 때를 빼놓고는 하나의 경계 속에서는 다 같은 옷차림을 하게 된다.”
나는 여러 사람이 연꽃 위에 앉아 경전을 읽고 염불하며 정성스럽고 참되게 수행하는 것을 보았다.
관음보살께서 또 말씀하셨다.
“그들은 헛된 생각이 적은 편이다. 여덟 가지 공덕의 물이 연꽃을 정성껏 길렀기 때문에 헛된 생각이 적게 일어나고 늘 바른 새김을 들고 있다. 그들의 생활은 하품하생과 견주어 보다 명랑하고 활발하고 즐겁다.”
이어서 관음보살께서 덧붙이셔 말씀해 주셨다.
“하품에서 수행을 잘하면 연꽃이 중품 연꽃 못으로 옮겨 들어갈 수 있다. 마치 참선에서 초선을 마치고 2선에 들어가고, 2선 뒤에 3선에 들어가는 것과 똑 같다.”
보살께서 또 말씀하셨다.
“너를 데리고 그들 사이의 경계를 보러 가겠다. 다락집 같은 모든 것이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은 극락세계의 진리고 변하지 않는 진실한 경계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굳이 빛이 나는 다른 것에 의지하는 다락집 같은 경계는 꿈 같은 헛된 생각이요 덧없는 경계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눈앞에 빛을 내지 않는 다락집이 한 채 나타났다. 주위 일대에는 널찍한 꽃동산이 있어 갖가지 꽃이 활짝 피어 대단히 아름답고, 새들이 나무 위에서 즐기며 뛰어오르고 노래하는 모든 것이 인간세상과 마찬가지다. 큰 마루 위에 3가지 보물을 받들어 모신 것도 인간세계의 집과 마찬가지다. 어버이 . 아들딸 . 누이 . 친족들이 모두 한 집에 모여 염불을 닦고 있는데, 사내, 계집, 늙은이, 어린이 모두 20명 남짓 된다.
이때, 관음보살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집 사람들은 좋은 일을 많이 해, 남에게 즐거움을 주고 . 괴로움을 없애주고 . 함께 기뻐하고 . 모두 똑같이 대하였기 때문에 이미 이곳 중품중생에 와서 태어났는데, 아직 옛날의 은혜와 사랑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늘 인간세상에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온 집안이 함께 사는 것이 모두 되비쳐 살아나는 것이다.”
갑자기 공중에서 종소리가 울려오자. 이 다락집은 빠르게 자취 없이 사라지고 모두 20살이 넘은 젊은이로 바뀌었다. 모두 백금처럼 안이 환히 비치는 몸에 다 같이 옷을 입고 연못이나 텅 빈 공중에 모여 있는데 사람 수가 갈수록 늘어가 헤아릴 수가 없었고, 얼마 안가 크넓은 모임터가 되었다.
관음보살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마침 대세지와 상정진 두 보살이 법화경을 풀어서 이야기 한다. 너도 가서 들어보겠느냐?”
나는 기뻐서 대답했다.
“저는 묘법연화경을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 함께 가서 들어보십시다.”
우리는 모임터에 있는 큰 강단 있는 곳으로 갔다. 강단 위는 둘레가 모두 그물이 쳐져있는데, 무지개 같고 구슬 같은 수 천 가지 빛이 나며 그 빛발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갖가지 아름다운 새들이 7겹 나무숲 사이를 이리저리 날고, 나무속에 다락집이 있다. 경전 강의를 듣기 위해 보살들이 모인 앞쪽에 있는 큰 강단은 아주 아름답게 꾸며졌는데, 금과 은 같은 7가지 보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높이가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 없고 대단히 장엄했다.
관음보살께서 나를 데리고 강단 위로 올라가, 내가 두 분의 보살님께 절을 하며 예를 드렸더니, 두 분이 나를 옆자리에 않도록 하였다. 대세지보살께서 의장 자리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계셨다. 이때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향불 연기가 맴돌며 피어올라 아주 맑고 향기로웠고, 하늘에서 은은하고 감동적인 하늘음악이 울리자 수많은 아름다운 새들이 그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모두가 절하여 예를 표한 뒤, 대세지보살께서 일어나 경전강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상정진보살께서 법사 자리에 올라가 모두를 향해 예를 갖춘 뒤 말씀을 이어갔다.
“묘법연화경은 화장세계 모든 붇다의 근원이고 성불의 본바탕이니, 무릇 성불을 하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이 경전을 배워야 합니다. 지난번 한 차례는 첫 번째 절에서 ‘묘법연화경이란 무엇인가’와 ‘묘법연화경은 그지없는 보배다’에 관한 것을 설명했고, 오늘은 두 번째 절인 ‘묘법연화경의 역할’입니다. …..
설법은 어림잡아 한 시간쯤 걸렸다.
“나는 경문을 듣고, 왜 인간세계의 묘법연화경 문구와 다른지 관음보살께 가르침을 청했다. 보살께서 답하여 말씀하셨다.
인간세계의 경문은 얕은 편이고, 여기 경문은 훨씬 뜻이 깊어서 그런 것인데, 그 뜻은 모두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한은 보살의 경계를 모르고, 보살은 붇다가 뜻하는 경계를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네가 보살이 경전을 강의하고 설법하는 것을 보았듯이, 보살은 언어 다라니에 정통하여 입에서 한 마디 말이 나오면 같은 소리가 천 가지 말로 내보내져 모두 자기 말로 듣게 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다 알아듣는다. 이것을 ‘언어다라니삼매’라고 한다(마치 갑은 영어만 알아듣고, 을은 광동 사투리만 알아듣고, 병은 중국어 표준말을 알아듣는다면, 보살이 설한 말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가장 잘하는 말로 들리게 된다. 만일 두세 가지 말을 다 알아듣는 사람에게는 그 가운데 가장 잘하는 말 한 가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가장 잘하는 말이 들리게 된다. 이것이 ‘언어삼매’라는 법력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나 법사들은 이런 좋은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말이 달라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통역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전 강의를 마치자,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하늘꽃과 보물이 내려온다. 둥근꼴 세모꼴처럼 각기 다른 여러 가지 모양과 빛깔이 마치 금빛이 만 갈래로 퍼지듯 내려오면 모두들 가까이 가 손바닥으로 받거나 옷에 담기도 하였다. 이때 하늘음악이 일제히 울려 퍼지며 선인의 가락이 아득하게 들려오자, 또 갑자기 수 천 수만의 노란 옷을 입은 청년들이 눈 깜짝할 사이 모두 초록빛 옷을 입은 아가씨의 모습으로 바뀌어 치마 위에 금빛 허리띠를 차고 함께 춤을 추는데, 기쁨과 즐거움이 견줄 바가 없었다. 조금 뒤, 다시 모두 다 공처럼 둥근 연꽃으로 바뀌고, 저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갖가지 빛들을 사방으로 환하게 비치자 한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게 되었다.
갑자기 연꽃 위에 바르게 앉은 보살의 모습이 나타나고, 이어서 수많은 금탑 은탑으로 바뀌어 그 빛이 온 누리에 비추니, 사방 둘레가 말로 나타내기 어려울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텅 빈 공중에서 초록빛 옷을 입은 몇 백명의 아가씨들이 한꺼번에 매우 빠르게 내려와 대전에 부딪치더니 큰 집과 큰 탑을 꿰뚫고 지나가는데, 마치 빈 하늘에 뛰어 들어가는 것처럼 아무런 걸림이 없었고 다치지도 않았다.
나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관음보살께 여쭈었더니 보살께서 말씀하셨다.
“극락세계는 아마따불이 바라는 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보이는 탑 . 집, 그리고 산 . 강 . 나무들이 모두 안이 훤히 들어다보여 물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힘이 없는 것인데, 어디 또 부딪치는 사람이 있겠느냐? 너도 가서 한 번 부딪쳐 보고 어떤지 보면 어떻겠느냐?”
나는 말씀하신 대로 큰 집을 둘러싼 담 옆으로 뛰어 가서 기둥과 난간에 이르러 갔다왔다 해 보았는데 진짜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여기저기에 갖가지 빛나는 물체들이 보여, 뛰어 들어가 보았으나 얻을 수가 없었다. 마치 우리 물속에 있는 것 같았는데, 사실 물이란 걸림이 있다고 느껴지지만 여기서는 아무런 걸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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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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