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가외(後生可畏)’ 정치학
‘후생가외(後生可畏)’는 공자님 말씀이다.
“뒤에 태어난 사람은 두려워할 만하다”는 이 말은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온다.
공자는 “뒤에 태어 난 사람은 가히 두려워할 만하다. 어찌 앞으로 올 사람이 지금 사람만 같지 못하단 말인가. 나이 40이나 50에도 명성이 들리지 않으면 이 또한 두려워하기에 족하지 못하다”고 했다.
본래 먼저 태어나서 나중에 태어 난 사람보다 지식과 덕망이 뛰어 난 사람은 선생이고, 후배에 해당하는 사람이 ‘후생(後生)’ 이다. 그렇지만 ‘후생’은 무한한 미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래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자님은 ‘후생’에 대한 경계의 말씀을 전한 것인데, 여기서 ‘외(畏)’는 두렵다는 뜻이지만 좋은 의미로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후생가외’는 스승보다 제자가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런 공자의 교훈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편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 중에 선배 정치인들이 ‘후생가외’를 가벼이 보는 경향이 짙다.
지난 11일 제1야당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 이준석 후보가 당당히 당 대표로 선출됐다.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나타난 혁신이다. 국회의원 0선의 캐리어로 4,5선의 중진들을 물리치고 당권을 잡는 모습이 참으로 격세지감을 불러 온다. 아무리 세대가 변해도 가장 느린 변화가 정치권이라고 전제하면 이번 이준석 당 대표 선출은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보수 핵심 정당에서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변화는 정당사의 위대한 혁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혁신은 곧바로 정치권 전체의 변화 물결로 번질 공산이 크며, 더불어 대한민국 정치사의 획기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번같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혁명이나 쿠데나 외에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물론 정권 차원의 변화는 아닐지라도 제1 보수 정당의 당권을 30대의 젊은 세대가 차지한 것은 앞으로 다가 올 정치권 변화의 시금석으로 연동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인가. 싫든 좋든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보수당 이전에 꼰대당, 기득권당, 부자당 등 부정적 평가가 매우 높은 정당이다. 우리네 정당사에서 적폐수구당으로 몰리면서 혐오의 국민적 감정이 배어있는 정치집단으로 간주되는 실정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력의 기득권을 한껏 쥐고 권력욕에 허우적거리는 정치세력들이 후배 양성은커녕 자기자리 챙기고 지키기에 급급한 수구꼴통 세력으로 간주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정당에서 이제 30대 0선의 젊은 후생이 새로운 정치지도자로 선출됐다는 일은 가히 혁명적이다.
물론 국회의원 경력도 없는 젊은이에 대한 긴장감과 불안감도 없지는 않다. 젊음에 대한 열정과 패기 그리고 희망과 기대가 넘치는 반면 경륜과 지혜가 부족해 보임으로 인한 우려와 걱정도 쉽게 간과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 당 대표의 선출은 희망과 기대가 앞서는 상황이다. 시대적 변화에 대한 갈망과 정치권 쇄신에 대한 바람이 합목적으로 작동된 것이다. 그야말로 혁신의 발로인 셈인데, 그래서 일단의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신임 당 대표에 대한 축하 메시지도 쏟아지는 편이다. 출발점부터 부정적으로 폄훼하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섞어 축하를 하는 것이겠지만 이 신임 대표 역시 ‘공존’이라는 새로운 화두로 미래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특히 다른 생각들과의 공존을 기치로 안정적 변혁을 추구하는 모습 속에서 더욱 많은 것을 기대케하는 모습이다. 정치학적으로도 공존은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의 핵심적 개념이며,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지키는 기본적 가치다. 통합의 용광로보다는 ‘샐러드볼’을 강조하는 모습도 다원화된 민주화 시대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다.
사실, 그동안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선거 기간 중에 보여 준 행보부터도 시대적 변화와 파격의 신호탄이었다. 당 대표 선출이라는 중차대한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도 없었으며, 선거운동원과 조직도 특별히 가동되지 않았다. 그 흔환 자가용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벌였고, 당 내 선거인단에게 보내는 선거 공보물도 없이 그냥 자필 편지만 달랑 써서 보내면서 여타 후보 모두가 벌이는 지지호소 문자 메시지도 일체없이 정면 돌파하는 모습은 청년다운 패기와 당당함의 전형이었다. 정치문법을 파괴하고 선거운동 방식을 혁신하는 신선함이었는데, 그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 신선한 정치 혁신의 울림이었다.
앞으로 나이가 젊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후생’에 대한 주목을 외면시키지 않으면 그 존재 자체가 새로운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역동화시키리라 본다. 지나 온 우리 인류사에서 30대 젊은 정치지도자의 혁신은 드문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이방원의 무인정사도 31살에 나타났으며, 프랑스 나폴레옹도 30살 청년 장군으로서 정권을 잡았고, 김옥균의 갑신정변도 33살에 일으켰다. 현대사에서 5.16정변도 김종필 씨가 36살에 주도를 했듯이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열정과 신념이다. 그래서 공자님은 ‘후생가외’를 가르친 것인데, 청년으로 통하는 후생들이 가히 주목받는 시대가 도래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