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중에 배에 두고 몇번이고 읽은 책이다.
항해기라기 보다는 다윈이 본 항해기의 풍경이 주를 이룬다.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1832년 4월 19일. 나는 페로니아 호랑나비Papilio feronia의 습성을 보고 크게 놀랐다."
마이푸 강이 커다랗고 둥근 암석들 위를 쏟아져 내려가며 내는 우렁찬 소리는 마치 파도 소리 같다. 흘러가는 물소리 가운데 돌들이 서로 부딪쳐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멀리서도 아주 뚜렷하게 들린다. 이 덜거덕거리는 소리는 급류 전체에 걸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린다. 이 소리가 지질학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서로 부딪치는 수천, 수만 개의 돌들이 균일하고 단조로운 하나의 음을 내며 모두 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마치 지금 흘러가 버리는 1분 1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이루는 느낌과 같았다. 돌들도 마찬가지다. 대양은 그것들에게 있어 '영원'이며, 그것들이 내는 거친 소리 하나하나는 그들의 운명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소리이다. (…) 과연 어떤 산이, 어떤 대륙이 이러한 마모(磨耗)를 견뎌 낼 수 있을까? (446쪽)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하라.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건대, 배멀미라는 것은 결코 일주일 정도로 치유되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반면, 항해 전술에 흥미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취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길고 긴 항해 동안 항구에 정박해 있는 시간에 비해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명심해야 한다. 아랍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진절머리 나는 황무지, 물의 사막 아니던가. 물론 바다에서 지내다 보면 몹시 매혹적인 장관들도 펼쳐진다. 달빛 흐르는 밤, 맑은 하늘과 검게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살며시 불어오는 무역풍의 부드러운 숨결에 나부끼는 하얀 돛, 거울과 같이 매끄러운 바다 위로 흐르는 적막과 같은 고요, 그리고 가끔씩 펄럭이는 돛 이외에는 모든 것이 고요한 밤, 아치형으로 솟아오르면서 노호와 같이 달려드는 돌풍, 혹은 집채만 한 파도나 사나운 질풍도 한번 직접 볼 만하다. (678쪽)
첫댓글 위시리스트에 추가해놔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