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산행일기(2008)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벛꽃, 목련 등 봄꽃나무들은 새잎을 틔우기보다는 꽃을 먼저 피운다. 겨울의 삭막함을 짧은 기간 내에 확실하게 몰아내 버린다. 참으로 지혜롭다. 아마도, 잎이 무성한 여름숲속에 개나리가 핀다면 별로 주목 받지 못할 것이다. 새봄을 맞아 전국 곳곳에, 4년생 금배지 꽃이 만발했다. 말만 앞선 공약을 내세우며 우리들을 혹하게 했는데, 나중에 그림의 떡이나마 먹여줄 수 있을라나?
우리 83회의 지역모임이 봄꽃처럼 동네마다 활짝 피어나기를 기다려본다. 여의도, 목동, 일산, 분당, 방배동, 의정부, 수원모임 등이 있다. 단짝끼리 만나며 알려지지 않은 모임이 더 많은 것 같은데, 활동사항을 입수하여 널리 공지하고 싶다. 마장동 지역모임인 용마회(회장 김윤수)가 일 년 전쯤 생겼다. 돼지갈비집에서 모였는데, 우시장 특성을 살려 “소혓바닥, 돼지0알, 양거시기” 등 특수부위를 탐하는 육류애호가 모임으로 특화될 예정이란다. 2차는 겐뻬이 당구 한판이다.
4개월간의 동계보양기간이 조금은 지루했다. 1시간 일찍, 9시에 모이니 각오가 새로웠다. 대남문 지나 멀리 다녀 올 기대로 준비체조도 했다. 그런데, 참석인원이 의외로 적었다. 일반 등산객도 한산했다. 다각도의 원인분석 결과, 寒食이 겹쳐 묘소에 다니러들 갔기 때문으로 결론을 냈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불을 멀리하고 찬 음식을 먹는 때이다. 어제 다녀왔거나,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애들만 나왔다. 고아가 되기 전에 孝를 다하고자 다짐했다. 불효자 되어 울지 말자.
병호가 3개월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부부간에 나왔다. 준용인 진관사를 거쳐 내려왔다. 이른 아침부터 대단한 아저씨다. 그 분께서는 메고 온 커다란 배낭을 마대에게 인계하더니 포터로 부렸다. 오순도순 오르는데, 누군가 내년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자랑한다. 60세 감액노령연금인가 본데, 65세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게 나을 텐데 급한 모양이다. 배산회 주관 로또형 보험설립 제안이 있었다. 목돈을 적립해나가다가, 정기산행 최종 완주자가 독식하는 거다. 말없는 경쟁 속에 체력증진 최적방안이 될 수도 있다. 아마 10년쯤 지나면 결판이 날 텐데, 그 날이 배산회 땡치는 날이다. 팥 시루떡 생각에 일부러 문수사를 들렸으나, 엄숙한 예불 중이라 상대해 주는 보살님이 없었다. 다음 달 부터는 직행이다. 영환이가 대남문만 찍고 급히 내려갔다. 중간쉼터에서의 과일제공 임무 완수를 마치려고 최선을 다한 모범사례이었다.
능선 중간 중간에서 재호가 암릉타기(일명 릿지)시범을 보이는 데 안전 빵이 최우선, 구경들만 한다. 산악부 출신 광진이가 조교였다. 겁 없이 따라 했더니 수제자로 두겠단다. 대신, 군인연금의 10%를 수업료로 내라고 한다. 그러더니, 연금 있는 동기들만 골라서 가입을 강요했다. 하도 들러붙기에 乞神敎 교주로나 취임하라고 했다. 아무튼, 담력증진과 종아리근력보강에 최고다. 4개월간 꿈에 그리던 점심자리에 둘러앉으니, 펼쳐 놓는 것마다 별미요 보약이었다. 멀리, 성산대교 앞 한강분수의 치솟는 물줄기가 보였다. 남청의 광어회, 손 시인님의 이동 뷔페, 이 여사님의 핸드메이드 쿠기 등등. 고 여사님 메뉴는 생각이 안 난다. 특별히, 재선이 포항제철 사위가 엄선해서 진상한 꽁치과메기가 일품이었다. 실용정부가 들어선 후, 가장 뜨는 식품이 되었다. 과연 공무원답다. 寒食지키느라 보온통 더운 밥이 잘 팔리지 않았다. 남겨 가면 혼이 난다고 걱정을 해댔다. 조마담은 불을 멀리하느라, 즉석커피를 끓이지 않았다. 준용과 강복은 쓰레기가 많아 행복한 표정이 되었다. 5월 원정산행에 대한 토의를 했다. 연휴 때문에 고민했으나, 첫 주 전통을 지켜가는 대신 滿席버스를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기로 했다. 동해시 두타산(1352m) 7시간 산행 코스이다. 부부동반회원에게는 자연산 회가 별도로 제공된다. 금년 시산제는 생략했고, 2009년 3월산행시 10주년 기념행사를 폼 나게 하기로 했다. 공로 표창 및 상품도 많을 예정이다. 총동창회 춘계등반대회(3,23)에 경호, 재호, 태호, 현수, 춘식이 참석하여 배산회 실력을 뽐냈다. 병국은 千山大學카페지기로 등산홍보를 위해 맹활약인데, 댓글들도 수준급이다. 그 공로들이 지대함을 인정해 줄 것을 건의한다. 마무리 행사인 생맥주 500cc건배를 딱 한 잔씩만 하고 헤어졌다. 집에 가서 암릉타기를 나 혼자 만했다고 자랑했다가 혼이 엄청났다. 굳이 하려면 보험을 쎄게 들으란다.
이교서 동기가 4.9일 소천하였다. 배산회 초기시절 6회에 걸쳐 참석하며 건강했으나 췌장암으로 투병해 왔었다.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동기 여러분! 건강관리 잘 하시고, 5.18(일)총동창회 축구대회(87회와 예선)에 많은 참석 바랍니다. 조 성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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