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탐욕스런(?) 어른들로 인해 주말 이틀을 식탐으로 채우다 돌아왔습니다. 토요일 점심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다섯 끼의 메뉴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물론 반주는 필수!
1. 점심: 목살 화로구이
1-1. 간식: 라면
2. 저녁: 찜닭과 백숙 세트, 자연산 전복, 문어 숙회
3. 아침: 닭죽
4. 점심: 문어 볶음, (이름 모를) 생선구이
5. 저녁: 목살 화로구이 어게인
목살구이는 고성 아니라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메뉴이지만 바닷바람 맞으며 화로에 구워 먹는 맛을 따라 올 수는 없습니다.
찜닭, 백숙에 전복까지… 사실 이걸 먹으러 여기까지 온 겁니다.
멍게, 성게, 가리비, 세꼬시 등등 대진항만 나가면 해산물 천지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막상 우리가 갔을 때는 먹을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고기잡이배가 못 나갔다네요. 그나마 미리 잡아 놓은 전복마저 없었다면 닭만 먹다 올 뻔했습니다. 전복은 모두 자연산인데,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태생은 똑같이 종패입니다. 종패를 가두리에서 키우면 양식, 일정한 지점에 뿌려 바다로 퍼져 나가면 자연산입니다. 태생부터 자연에서 부화한 '레알' 자연산은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만났다고 알아볼 수나 있겠습니까?
이웃집 해녀가 전복에 덤으로 얼린 피문어를 주더군요. 이게 또 예술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양념에 졸여 먹어도 맛있습니다.
새참은 썰매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사발면입니다. 놀러 와서는 라면만 한 게 없잖아요?
대진에서는 마당에서 황태나 오징어를 말리는 집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동해 앞바다에서는 명태가 거의 안 잡히다보니 집에서 말리는 명태조차 대부분 원양산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황태는 그때부터 국내산입니다. '쩝, 국내산 황태구이를 못 먹어보고 왔습니다.'
500원 동전을 넣고 통일을 '전망'해 봅니다.
대진등대에 '힘겹게' 올라 시원하게 트인 대진해변을 내려다 봅니다. 아침 일찍 대진항으로 나갔지만 역시나 해돋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먹기도 잘 먹고 통일까지 전망해봤지만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요 눈썰매였습니다. 대진등대에서 대진항으로 내려가는 적당한 경사길에서 해질 무렵까지 썰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이 썰매길을 두고 아들 녀석이 그러더군요. "집에 가져 가면 안 돼?"
아이들은 썰매가 좋았겠지만, 저는 잘 먹고 잘 쉬다 왔다는 기억이 가장 큽니다. 겨울바다 간다고 해놓고 맨 먹다만 왔지만 이럴 때 남녀노소, 지위고하, 사농공상을 안 가리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2013. 01. 26. ~ 27.
첫댓글 ㅋ, 다 먹자고 하는짓^^ 맞습니다.. 저도 이번 주말 속초, 간성에 바다바람 쐬러 갑니다.. 전 싱싱한 회한접시 사진 한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저도 이번 주말에 대진을 한번 더 갈까 시내에서 놀까 고민 중인데
이번에는 대게를 먹을 욕심으로갈까함니다 있으면 전화하지요
지은이 예뻐 예뻐^^
썰매타다가 태백산귀신될뻔 했던, 과거생각나네요. 비닐포대타고, 내려오다가, 가속도탓에 제동안걸려서,..휴우! 어느집 아드님 씩씩하시네요
당근 제 아들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