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읽는 한국불교
지은이 김경집
펴낸곳 정우서적
펴낸날 2008년 3월 10일 초판
가 격 10,000원
ISBN 89-8023-123-7 03220
반세기 한민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정치이념으로, 신앙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단지 한국사의 일부일 수만은 없는 불교!
그리하여
한국사는?......한국불교사다!
불안과 갈등이 일상화된 오늘날 우리에게 역사는 무엇인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역사, 우리는 오늘 어떤 대화를 하는가? 또 무엇을 매개로 소통하는가?
역사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이들은 오늘도 역사에게 간절한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다.
역사서가 인기다. 범람하는 듯하다. 소재도, 주제도, 관점도 다양하다. 베스트셀러의 상위목록을 차지한다. 역사 속에서 소외받던 장애인부터 주목 받지 못하던 역관, 첩자, 기생까지 다양한 삶이 조명되어 독자의 상식과 지식을 넓히고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대화의 소재가 다양하면 소통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미시사의 재미에 빠져 장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우리의 삶을 조망해 보는 작업은 소홀하지 않은지 돌아보자. 반세기 한민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감히 불교라고 말한다. 한국사는 한국불교사라는 것. 하여 한국사를 살펴보면 한국불교사가 한눈에 들어오고, 한국불교사를 공부하면 격동의 한국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문화재 가운데 70%가 불교문화재라는 등의 진부한 근거를 들어 말하지 않는다. 이 땅에 인간이 집단을 이뤄 본격적인 기록의 역사가 시작되는 부족국가, 고대국가 형성의 시기부터 숨 가쁘게 변화하는 근세의 시기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굴비처럼 엮인 시대의 매듭을 중심으로 설명해 나간다.
이 책의 특징을 살펴보자.
●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국불교사
한국불교사 하면 두꺼운 학술서적을 떠올리게 된다. 한문이 수두룩하고 깨알 같은 주석이 달려 잠시 들춰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또 기존의 불교사를 다룬 책들은 인도에서부터 중국, 한국, 일본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있어 소화하기도 벅차다. 하지만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이 땅에는 어떻게 정착했는지, 한국의 역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전해져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한국불교사에 관심 있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까지도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국역사 속의 불교를 가볍게 서술하고 있다. 각 장의 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핵심을 뽑아 제목을 붙였다. 또 한자와 전문용어 사용을 줄이고 주를 다는 대신 사진을 넣어 시각적인 이해를 높였다.
● 삼국시대부터 개화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
이 땅에서 불교는 고대왕국의 형성기에 국가와 지배층에 의해 적극적으로 수용된다. 이는 이후 한국불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불교가 국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된 것이다. 하여 불교는 한국역사의 한 부분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때로는 나라와 온 백성의 안녕과 복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고 나라와 백성이 편하지 못할 때는 그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국가를 개혁하는 칼자루를 쥐기도 했으나 개혁의 대상이 되어 핍박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역사의 일부분이 아닌 한 몸으로서의 불교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술했다. 지나치게 사상사 연구에 치중한 기존의 불교 역사서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사와 한국불교사를 한눈에 꿸 수 있다
보통 통사를 다룬 책은 두께에 놀란다. 아무리 줄여도 수백페이지거나 얇다 싶으면 시리즈다. 방대한 시간을 다루는 통사의 성격상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또 얇게 하다보면 질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특정 주제로 통사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불교를 주제로 한국역사를 통사적으로 서술했다. 한국불교사를 서술하다보니 한국사가 고스란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역사의 순간순간, 고비마다 불교의 발자취가 묻어난다. 한국불교사를 공부하며 덤으로 한국사까지 한눈에 꿰니 일석이조다.
미리 보기
한국불교의 역사는 1600년일까?
“백제의 불교 전래는 제15대 침류왕 원년(384) 9월 동진에서 인도승 마라난타가 온 것을 전하는 기록으로 시작된다. 그때 마라난타가 오자 왕은 교외에까지 나가 그를 맞이했고, 궁중에 모시고 공경히 받들어 공양했다고 한다.”(39쪽)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과연 생김새가 다른 외국 승려가 나타나자 한 나라의 왕이 친히 교외에까지 마중 나가 반겼을까? 이를 상식적으로 해명해보자. 불교의 역사가 1600년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의 근거를 들어보자.
“종교나 문화도 친분을 쌓아 이웃사촌이 되는 과정과 마찬가지 아닐까? 불교가 아무리 좋은 종교라고 해도 우리 사회에 친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당시 국왕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해도 사회에 익숙한 존재로 인식될 때까지의 시간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소수림왕 2년 이전에 불교가 고구려 사회에 전래되었을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14쪽)
배불정책의 완성자, 세종은 왜 불교신자가 되었나?
조선시대 성군으로 기억되는 세종대왕, 불교사가들은 그를 조선시대 배불정책의 완성자로 평가한다. 세종은 태종 대에 미흡했던 배불정책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사찰과 승려의 수를 대폭 줄이고 폐사된 사찰의 종과 불상을 녹여 병기를 만들기도 한다. 또 승려들의 도성출입도 제한한다. 이런 세종이 왜 불자가 되었을까?
“세종이 단순히 민심을 위한 불교신앙의 수용에서 적극적으로 불교를 숭신한 것은 왕비인 소헌왕후의 사후이다. 세종 28년 소헌왕후가 죽자 세종은 평소 왕비가 추진하였던 사경을 계속하는 한편, 둘째 아들인 수양대군에게 석가세존의 일대기인 석보상절을 짓도록 명하였다. 또 스스로는 불보살의 가피력을 찬탄하는 월인천강지곡을 짓는다. 또한 자신이 폐지하였던 내불당을 재건하여 왕실신앙의 중심으로 삼았다. 세종 30년의 일이다.”(188쪽)
근대의 문을 여는 거사불교
1876년 개항과 함께 서양문물과 사상은 조선사회의 봉건적 성향과 폐쇄적인 신분질서를 붕괴시키면서 새로운 시대의식을 요구한다. 하지만 조선시대를 관통해 온 유교적 지배체제는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땠을까? ‘산중불교’라는 말이 대변하듯 출가자 중심의 불교교단은 힘을 잃고 시대의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수행과 학문, 신앙심을 가진 거사들의 활동은 근대불교를 여는 새로운 활력이 된다.
“유교적 치국이념의 와해는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던 불교가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배불정책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상조차 갖지 못하던 불교가 사회 안정의 대안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게 된 것은 서학이 전래되면서 강조되어진 새로운 가치체계의 형성에 유교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자연적으로 민족적인 색채가 강하고 평등사상을 담고 있는 불교가 당시 분위기와 일치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229쪽)
일본의 지성 후쿠자와가 통곡한 무불 탁정식의 죽음
열정적인 활동을 벌이던 무불 탁정식은 일본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그가 죽은 후 유해는 동경으로 옮겨졌고 여기에서 김옥균이 장주가 되어 일본 승려인 오꾸무라, 데라타 등이 주선으로 아사쿠사 별원에서 장의를 행하였다. 이때 일본 사회의 유명인사인 마에다 총영사, 후꾸자와 유기지 등 모인 자가 무릇 200이 넘었다고 하는 사실에서 그가 일본에서 개화사상을 배우고 수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교제하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당시 일본의 저명인사이며 문필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던 후꾸자와 유기지가 직접 자신이 간행하고 있던 신문에 ‘한객사몰(韓客死沒)’이라는 제목으로 무불에 대해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글에 따르면 무불은 일찍 일본에 와서 매우 어학에 능하였고, 양국의 교통이 더욱 빈번해지자 국사에 분주하였다고 한다. 또 그 교제함이 일본인과 같아 다른 조선인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조선인은 물론 일본에서 그를 알게 된 사람들도 깊이 애석히 여기고 있다고 썼다.”(242쪽)
지은이 김경집
진각대학교 교수.
동국대 불교학과 대학원졸업. 철학박사. 성균관대학교, 중앙승가대학, 동국대 강사, 위덕대학교 불교학부 겸임교수, 군법사 역임.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 회당학회 편집이사, 한국불교학연구회 이사, 한국교수불자연합회 이사, 한국선문화학회 이사와 대각사상연구원 연구위원, 보조사상연구원 연구위원 등 활발한 학회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 한국근대불교사, 한국불교개혁론연구, 진각의 길, 조계종사(근현대편)(공저), 개화기 대외 민간 문화교류의 의미와 영향(공저), 퇴옹성철의 깨달음 과 수행(공저) 외에 10여 권.
논문: 「경허의 定慧結社와 그 사상적 의의」, 「근대 僧尼都城出入의 解禁과 그 推移」, 「근대불교의 기점과 개혁적 전개」, 「근대 원흥사의 창건과 현행세칙에 대한 연구」 외 50여 편.
차 례
역사 속에서 불교 바라보기
01 역사 속의 불교, 불교 속의 역사
02 상식으로 뒤집어 보는 닫힌 역사
03 새로운 지배자, 새로운 사상
04 “불법을 숭신하여 복을 구하라”
05 거꾸로 거슬러 흐르는 구법의 강물
06 신라와 일본으로 흐른 고구려 불교
07 흥하는 도교, 쇠퇴하는 불교
08 적극적으로 불교 흡수하는 백제
09 바다를 건너 인도로, 일본으로
10 이 땅이 바로 불국토
11 왕과 백성 하나로 묶은 호국불교
12 실리 정책에 밀려나는 불국토 사상
13 교학연구과 수행의 전성시대
14 불교로 넘나드는 한·중·일
15 혼돈 속에서 손잡는 호족과 선종
16 불교로 국가의 틀 세우는 왕건
17 제도 속으로 들어가는 불교
18 고려, 보편화된 불교신앙 사회
19 불교폐단, 유교 사상으로 넘자
20 온 나라의 축제, 팔관회와 연등회
21 넉넉한 사원경제 약인가, 독인가
22 대장경에 새긴 나라와 개인의 안녕
23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되는 문화재
24 총서 발간에 힘쓴 의천
25 문벌귀족의 등장과 불교 장악
26 묘청, 새로운 사회를 꿈꾸다
27 권력쟁탈전에 휘말리는 불교계
28 높아지는 자성의 목소리
29 한국불교사의 거목, 보조 지눌
30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백련결사
31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유교
32 공민왕의 꿈에 나타난 신돈
33 양조와 제염, 축산에 뛰어든 사찰
34 사대부의 등장과 배척당하는 불교
35 유교입국의 조선, 예고된 억불
36 한 성리학자의 불교 죽이기
37 불교비판의 집대성 불씨잡변
38 불교탄압의 포문 여는 태종
39 배불정책 강화한 세종의 이중성
40 잠시 숨 돌리는 조선불교
41 사림세력의 등장, 부활하는 배불론
42 불교, 경국대전에 손발 묶이다
43 사라지는 제도, 무기력한 불교계
44 국가에서 불교를 떼어 놓는 중종
45 불교부흥 꿈꾼 문정왕후
46 선과 교, 유불도의 조화 꿈꾼 보우
47 임진왜란, 무기를 들다
48 근대의 문을 여는 거사불교
49 개화승 이동인의 조선발전전략
50 국제적 마당발 탁정식의 죽음
51 개화사상에 스민 불교
52 도성출입금지 해제와 일본불교
53 혼돈의 시대 한줄기 빛, 경허
54 원흥사, 산중에서 도심으로
55 국가제도에 다시 편입되는 불교
56 근대적 불교교육의 시작, 명진학교
57 민족적 자각으로 일어서는 불교
58 불교, 혁신만이 살길이다
59 예속되는 나라, 예속되는 종교
60 역사 속에서 불교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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