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저녁에 코스타 포츄나의 테너 Andrea Casablanca 의 오페라 콘서트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관람하고,
두번째 날은 코스타 직원들이 펼치는 크루 쇼가 있었다.
오늘은 세번째 날,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가기 위해 출항했으니 하루종일 배 안에서 즐겁게 지내는 궁리를 해야겠다.
어제 저녁 배달된 오늘의 선상 신문을 샅샅이 뒤적인다.
하늘은 맑고 파도는 잔잔하다. 배는 여전히 작은 거품을 주변에 뿌리면서 슬그머니 전진한다.
선상신문을 살펴보니, 쇼타임에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는 아크로바틱 쇼를 공연한다는 일정이 눈에 띈다. 큰거 하나 낚았다.
이곳에서 하는 공연의 수준이 서울의 큰 극장에서 하는 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거라고 기대한다.
곳곳에서 무료 건강세미나도 있고, 선장 주최 칵테일 파티도 있다. 이런 여행은 놀거리와 이벤트의 종류가 많아서 취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행이다.
오늘은 이것 저것 배안에서 즐겨야겠다.
3층 메인 홀에서는 댄스 레슨도 있어 십여명이 훌로어를 돌고 있다.
규현이와 옥화가 댄스강사 하는 자세 따라 하느라고 마후라 흘러 떨어진 것도 모르고 열심히 흔들고 있다. 그렇게 재밌냐?
잠시 후 앗 규현이가 없어졌네.
어느새 손녀 딸과 빙고게임하는 홀에 가서 즐기고 있는 걸 찾았다.
배안에서는 서로 전화도 불통이고 카톡은 물론 문자도 절벽이다. 연락하는게 무척 불편하다.
이조 시대로 돌아간듯 ~ 어쩌면 시끄럽지 않고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을 듯한데,
밖에서는 게임이며 춤과 음악이 흐르고 있으니 그 유혹을 이길 자 누구랴 !
그러나 나는 오늘 숲속을 걷고 싶다.
배 모형 사진 앞에서 옥화가 포즈를 잡는다.
'옥화호'' 를 옥화가 접수합니다.
저 배는 내꺼!!
점심은 간단히 9층 뷔페식당으로 가서 양식과 퓨전식으로 골고루 집어봤다.
고추장은 식탁에 상시 준비되어 있고,
가끔 비빔밥도 나오는데 제법 맛을 흉내냈다.
스파게티도, 피자나 디저트가 골고루 있다.
체중이 늘겠다.
효도관광으로 오신 노부부 인 듯 하다.
옆에서는 젊은이들이 댄스교습을 하고,
면세점에서는 가방이며 시계를 세일한다고 북적이고 있다.
노부인은 한참 주무시더니 할아버지의 기척 소리에 머리를 드신다.
하루종일 게임을 즐기시는 것도 아니고 가무를 즐기시지도 못하고 그냥 삼시 세끼만 드시고는 멍하니 넘실거리는 바다만 바라본다.
서글프다. 자식들은 여행가셔서 잘 지내시는 걸로 알겠지만, 사실은 어디가도 노인은 외롭다.
바다에 풍덩 들어가 수영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꿈이나 꿀 수 밖에 ~
저녁 식사시간이다. 제법 차려입고 정찬식당 '미켈란젤로'로 향했다.
크루즈 여행을 맘껏 즐긴다고 앞가슴이 다 드러난 드레스를 입은 한 젊은 여자가,
식당 사이를 이리저리 기분에 취해서 돌아 다닌 모습 외에는 특이한 옷차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문화가 아직은 낯설은 거겠지.
조금 우려했던 내가 멋적다.
분위기가 고급스러운 멋진 식당이다.
하얀 테이블 보가 내 걸음걸이를 조심 시킨다.
식당 웨이터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모양으로 승무원이 천여명이라니 이곳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직원들은 모두 친절하다.
식사 후 칵테일 파티에 가봤다.
흰 제복을 입은 선장 및 승무원들이 한잔에 5 dollar 하는 칵테일을 일일이 만들어 승객들에게 서비스하는 모습이 정겹다.
무알콜도 있고 푸른색, 핑크색 등 색색의 칵테일 한잔에 우리 마음이 동심으로 돌아간다.
규현이 남편도 칵테일 한잔에 얼굴이 붉으레 물들었다.
'로미오와 쥴리엩' 공연을 한다고 해서 대극장으로 갔다.
아티스트 Maria와 Vladyslav 가 하는 멋진 아크로바틱 쇼를 관람 하였다.
공연하는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력이 대단했다. 일류 서커스 수준의 공연이었다.
부부라고 들었는데 호흡이 1초라도 안 맞으면 다칠수 있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아서,
관객들이 숨죽이고 열광적으로 관람하였다.
큰 박수를 보낸다.
아침 일찍 기항지 일본 가나자와 시에 도착하여 그 많은 승객이 순조롭고 신속하게 하선하였다.
자유여행을 택한 우리는 이 가나자와 시에서 겐로쿠엔 정원과 가나자와 성 그리고 수산시장 등을 돌기로 했다.
가나자와 시는 일본 이시카와 현의 현청 소재지로,
대영주의 성읍으로 발전하여 명치유신 직후까지 일본 5대 도시의 하나로 꼽혔다.
2014년 통계로 45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는 통계였고,
일년에 해를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연평균 19일에 불과하고 강수량이 1mm 이상인 날이 연 181일로 비와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라고 한다.
운 좋게도 우리가 도착한 날은 해가 쨍쨍내려서 19일 중 하루를 장식했다.
가나자와를 통치하던 영주는 연봉이 쌀 100만 섬으로 부호 였다고 하며,
현재도 시내에 일 백만석 도로가 명명되어 있댄다.
가나자와 시에서 유명한 겐로쿠엔 정원은 여섯 개 요소를 기본으로 조영되었다고 하는데,
1. 광대함 2. 심오하고 고요한 상태 3. 고색창연 4. 수원 5.조망 6. 인력 등이라고 광고해서 먼저 그 곳을 가보기로 했다.
겐로쿠엔 정문에는 석등이 다리가 둘이면서 곡선인데 이 석등이 본 정원의 상징이랜다.
요건 작은 석등
많은 큰 나무 밑에 잔디 역할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눈에 특별히 띈다.
나무 줄기, 뿌리, 지표면들이 모두 이끼 세상으로, 이곳이 오래 되었음을 말없이 알려준다.
저 위의 앙증맞은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못 봤는데 어찌 귀여운지 한웅큼 떠서 주머니에 갖고 오고 싶었다.
거북선에 소나무 잣나무가 어울려 살고 있다.
관리가 철저한 듯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넓고 얕은 물길이 이곳에서는 두드러지는데,
우리가 방문하던 날도 인부들이 빗자루를 들고 물속의 자갈을 열심히 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겐로쿠엔 정원을 지나 가나자와성으로 들어가는 안내판에서 무언가 발견했다. 앗!
겐로쿠엔 정원서 입장료를 사신 분은 무료랜다.
그런데 65세도 무료랜다. 이래저래 무료로군.
가나자와 성은
에도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우두머리 가신 마에다 도이시에 이후로,
14대 285년에 걸쳐 가가번을 지배한 1583년에 건축된 이래 재건축을 반복했고,
1881년 큰 화재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현재 이시카와 문만 겨우 남아 있고, 건물은 후에 재건축 한 것이다.
국가 중요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으며 겐로쿠엔 공원의 입구 중 하나다.
교토 성의 모습과 흡사한 가나자와 성은 흰 빛이 감도는 기와를 얹고,
회반죽에 기와를 붙인 무늬 벽을 세웠으며,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서 외벽에 빈 공간인 총안을 설치하고 성 주변으로 인공연못 해자를 구축했다.
특히 기와는 유사시 총알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기와에 납을 섞었다고 한다.
가나자와 성은 17.34m 3층 규모의 망루와 고지켄 나가야 창고 등이 있다.
우리 모두 다연이와 함께 저 뒤의 3층 망루에 신발 벗고 올라가서 가나자와 시가지를 내려다 보았다.
다음 코스로 가나자와 성 주변에 있는 오미초 어시장에 들려서 간단한 초밥을 먹었다.
초밥 몇개씩 먹고 일만엔 이상 내고 간에 기별이 가지 않아 가나자와 시내 백화점으로 달려갔다.
백화점 지하에서 하는 우동집을 발견하고 일본식 우동을 먹기로 작정!
우동 생각하니 괜히 즐거워져서 문밖에서 죽치고 호명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맛있는 자가제조면이라고 간판에 써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음식이 정갈하고 정말 맛있었다.
단무지가 먹고 싶다고 옥화가 하두 졸라서 되지도 않는 짧은 일본어로 급한 김에
다꾸앙가 아리마생까? 했더니 얼른 알아듣고 미안해 하는 얼굴로 조아리며
고 항니 어쩌구 저쩌구 대답한다.
사실은 돈을 줄테니 다꾸앙 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워낙 짧은 일본어 실력이라 잠시 작문하려고 머리를 굴리다가
그건 밥에만 준대 그냥 먹어!
야 야 아이고 평소에 공부 좀 하지.
다음은 일본 주고쿠 도토리현 북서부의 동해에 면한 항구도시인 사카이미나토에 정박하고 하선하여 하루를 보내기로 하였다.
이 마을은 넓이가 28.7평방km, 인구 3만 7천명의 아주 작은 마을로 한국의 동해안 도시 양양같은 마을인 듯하다.
항구에서 이곳 사카이미나토 역까지 셔틀버스로 데려다 주었다.
이곳에 하선할 때 항구에서 관광 안내하는 일본인에게 이곳의 명물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다른 것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요괴마을만 알려 주었다.
귀국하여 알고보니 기가막힌 좋은 장소가 있었는데~
이곳은 요괴 마을로 유명하지만 요나고 여행 온천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인터넷 상으로 이미 알려져있다고 한다.
사카이미나토 역을 등지고 왼편에 솟아 있는 건물이 사카이미나토 온야도 노노 이다.
12층에 노천탕을 포함한 대욕장과 휴게공간이 있다.
그당시 여행하는 동안은 이걸 몰라서 지금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있다.
노천탕이 보이는 이 온천장에서는 숙박객이 아니라도 90분동안 이용 가능하며,
숙박시설도 아늑하고 분위기가 좋아 가족들이 여행온다고 한다.
휴게 공간에는 생맥주와 안마 의자까지 있다는데 미리 정보를 알아보지 못해 내가 좋아하는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후회 막급이며 아직도 속이 깊이 쓰리다.
이 마을에 조그만 수로가 있는데 그 다리 위에 물고기 같은 동상과 요괴같은 동상이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 작은 도시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만화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띄게 된 케이스라고 설명한다.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만화인 '게게게의 기타로' 동상을 곳곳에 설치하여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랜다.
불행히도 나는 일본 만화는 커녕 한국 만화도 잘 몰라서 하루종일 어리둥절하고, 밋밋한 추억을 만든 하루였다.
우리는 스적 스적 직선으로 뻗은 한적하고 심심한 요괴 거리를 걸었는데 요괴 관련 상점이 153개나 된다고 한다.
가끔 일본 여학생 처럼보이는 애들이 두어명 지나갔다.
여행 다니면서 이렇게 조용하고 사람이 드물게 다닌 마을은 처음이다.
메인 도로 뒷길로 가보니 더욱 조용해서 괴괴할 정도이다.
할 수 없이 아까 요괴거리로 돌아가서 옥화와 단무지 없이 라면을 한그릇 달랑 시켜 먹고 배로 돌아갔다
배로 돌아와서 부실하게 라면으로 때운 점심이 부족해서 다시 식당에서 해결.
렉스 대극장에서 킹스 앤 퀸즈 코스타 포츄나의 가수가 공연한다.
이어서 트로피칼 파티가 음악밴드와 함께 하면서 흥미를 돋군다.
25일 저녁에 5시반에는 뮤지컬 콘서트가 있었고, 9시반에 이날의 하일라이트 코요테가 공연했다.
실토하자면 나는 코요테인지 귀요테인지 잘 몰랐는데 사람들이 환호하는걸 보고 그들이 유명한 연예인인지 알았다.
마침 그날은 배의 흔들림이 강해 멀미가 나서 공연 시작 순간만 보고 객실로 돌아와서 공연을 다 보지는 못했다.
24일은 1부 식사 승객이 코요테 선상 콘서트를 보고, 25일은 2부 식사 승객이 관람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인천항에 들어오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와 같이
우리나라 국기를 단 작은 순시선 두대가 따라와서 코스타 포츄나호를 신고 시키는 것 같았다.
고목나무에 매미가 따라 오듯 귀엽기까지 했다.
드디어 27일 아침
인천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셔틀버스로 인천역에서 내린 후 옥화와 나는 곧바로 일본서 못먹은 단무지를 먹으러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갔다.
언덕 중턱 쯤 유명한 중국집 원조 공화춘에 들어가 맛있는 짜장면을 단무지랑 먹으면서,
으음 왜 일본은 단무지를 주지 않는거야 하면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공화춘 짜장면은 정말 기똥차게 맛있었다.
자유공원 입구 부근에 삼국지소설을 그림과 함께 그린 벽화를 보며 우리는 또한번 째졌다.
단무지도 실컨 먹었고, 우리 글로 벽화도 읽고, 무엇보다 우리 땅에 왔으니까~
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에게 V 자로 문안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여기 내 나라에 왔노라.
저 푸른 하늘이 내 나라라고 ~ 아느냐?
느이들 내 나라가 최고인 것을~ ~ ~
외치는데 갑자기 목이 메인다.
2018, 10, 29 ................金 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