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초대................봄날에 만난 제자들의 모임 ‘정회’
월성중학교, 경주고등학교 제자였던 최창원(경주고 40회. 울산 새얀치과병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평소 교류가 없던 제자였기에 무슨 일일까? 생각했는데, 전화한 이유는 경주고 40회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제자들의 작은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이번 정기회의에 특별손님으로 나를 초청했다는 것이다. 평소 제자들과의 만남은 일상적인 일이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교류가 없었지만 최창원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제자이다. 그의 부친 최용주 선생님은 향토문화인이었다. 대구사범 출신으로 월성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시면서 향토사학자 고 윤경렬 선생의 후계자였으며 박물관학교와 신라문화동인회에서 향토의 역사와 예술에 깊이 관여하시고 왕성한 활동과 함께 후배들을 길러내던 분이었다. 최용주 선생님과 나와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생 실습을 최용주 선생님 지도로 했으며 성악을 잘 하시던 최창원의 모친까지도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러고 한달 쯤 지나 약속한 날짜인 2013. 3. 23이 되어 북천 가에 있는 청원횟집으로 갔다.
미리 모여 있던 제자들의 면면들을 보니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웠고 처음부터 덕담을 해 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모임의 이름이 정회 라고 했는데 가만 보니 예사로운 모임은 아닌 것 같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뭔가 결속이 강해보이는 모임이었고 그들 서로간의 대화가 일상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그 모임의 회원들의 면면들을 보면..................
박경대 박경대 내과원장
이유상 포항세무서 세무공무원
이중현 서울내과 전문의
임남도 탑월드학원장
정중호 변호사 법무법인 태일
최창원 울산 새얀치과병원 원장
박정언 부산 이스턴치과병원 원장
손명기 건물임대업 대표
이건하 청와대 부속실 근무..........................이상 9명이었다.
이번이 2013년도 2차모임이라는데, 그들의 모임 회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지난 2013년도 1차모임>
지난 1차모임은 서울에서 성황리에 종료
지난 정기총회 결의에 의거 오늘 모임과 장소 결정 및 특별손님을 초빙 (그 손님이 나 였음)
<회원 동정>
1. 이건하 청와대 부속실 근무.....조만간에 청와대 춘추관에서 삼겹살이라도 한번 먹을 수 있는 지 타진
2. 지난 음력 설날에 번개모임 하였음.
3. 최창원 회원 동생 최한범(경주고 졸, 수의사)이 4.5일 17:00시에 서울 역삼동 성당에서 결혼.
<오늘 주요 안건>
1. 강대춘 선생님과의 대화
가. 정회 발족취지와 현황: 당초 정회 모임은 경주고등학교 졸업생의 친목도모와 지역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11년 발족하였음. 초대회장으로 이중현 회원님이 고생했음. 그 외 모든 회원님들이 노력하여 회원 확대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 현재는 2개월에 한번 정기모임을 경주, 부산, 서울 등지에서 가지고 있음.
나. 오늘 특별히 강대춘 선생님을 모시게 된 것은 2012.12월 정기모임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모시고 자리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있었음. 여러 회원들이 첫 번째 초청 선생님으로 강대춘 선생님으로 정하자고 하였고 그 이유는 고교시절 선생님이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가 있었고,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수업시간을 즐겁게 하셨기에 추억이 많기 때문이라고 함. 오늘 교감선생님으로 학기초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오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오랜만에 학창시절로 한번 돌아가서 추억에 한번 흠뻑 젖는 시간이 되었으면 함. 아울러 인생의 선배님으로부터 귀한 말씀을 듣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정중호 회장이 언급함.
2. 5월로 예정된 3차 모임 장소와 시간을 정함.
3. 기타 안건..................../
회의를 마치면서 회장인 정중호 변호사는 다음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정의 결속을 도모하고 제법 진지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회원들에게 권유했다.
‘우정은 온 세상을 누비며 행복에 눈을 뜨게 해 준다.’
‘평생 행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할 수단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정이다’........에피쿠로스
제자들과 만나면 그저 만나서 가벼운 덕담과 안부 묻는 것, 또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분위기가 일반적인데 비해, 정회는 사전에 미리 준비가 되어 있고 적은 숫자지만 나름 서로간의 우정과 결속을 진지하게 되물어가며 의미를 새겨가는 분위기에서 모든 언행들은 쉽지 않았다. 나도 취중에라도 무엇인가 의미 있는 말이나 제법 가치있는 어드바이스 내지는 경험에서 우러러 나오는 필요한 권유를 해야 할 것 같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주량이 센 상태에서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떠들고 웃는 분위기에서도 그 분위기는 질서정연했다.
모임 회원 중 2사람은 제자가 아니었는데 미리 이 분위기를 알았는지 그대로 그 문화에 동화되어있었으며 예의바르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제 40대가 된 제자들은 나름대로는 넓은 세상의 자기 영역에서 경험을 쌓고 세상을 바라다보는 시야를 넓혔는지 이야기도 거리낌 없고 솔직담백하였다. 나의 과거의 악성 루머들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묻기도 하고 자기들의 현재 어려운 처지들도 솔직히 얘기하면서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충고를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들은 으슥한 밤이 되어 중앙무대(시내)로 진출했다. 시내 어느 주점에는 필리핀 여성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들어가니 순식간에 분위기는 필리핀 판이 되었다. 모두 영어로 하고 모두 팝송을 부르니 나도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2차에 오기 전에 “우리는 필리핀으로 간다!” 라고 했던가? 중학교 때부터 늘 친하게 지냈던 이중현이가 없어서 다소 아쉬웠지만 최창원 치과원장은 중학교 때 모의고사 시 영어과목에서 1개 틀리면 몽둥이로 5대씩 맞았다는데 마침 어느 시험에서 듣기를 잘못하여 5개를 왕창 틀려 몽둥이 25대를 그대로 맞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했다. 사실 나도 그 사실은 기억이 난다. 다른 애들 보는 데 약속한 대로 때려야 하고 평상시 공부 잘하는 선배교사 아들이라 그러기도 어렵고 하는 분위기에서 모질게 때리고는 뒤에 계속 캥겨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최창원 어머니는 최창원 원장이 오늘 모임에 강대춘 선생님이 나온다고 하니 “그분은 우리와 오래된 인연이니 잘 모셔라” 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정중호 변호사는 경주고 2학년 때 4반 반장이었고 나는 2-7반 담임이었다. 범생이에 침착하고 조용한 성품이라 대화가 크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3학년 때 성적이 많이 오르자 내가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성적 향상이 예사롭지가 않은데 기대할 만하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말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그의 그 말이 평생을 교직으로 살아온 내게 많은 용기를 주는 것 같았다.
7급 세무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유상은 월성중 3학년 때 내가 담임을 한 사이다. 그는 말없는 범생이였는데 반에서 2등을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지 싶다. 또 서울내과 전문의인 이중현은 꾸준히 나와는 교류하는 사이이고, 임남도 원장은 따까리 선생(대구 남산중 윤상도 교감)의 열렬한 팬으로 알고 있는데 소위 matchmaker이다. 박경대 원장은 고등학교 때 백상길 선생의 영어수업은 활발했는데 나의 수업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고 했는데 나를 속속들이 잘 몰랐던 것 같다. ㅎㅎ 또 한 회원은 재산이 많아 백억대라고 했고 부산에서 치과병원하는 후배는 창원의 모 고교 수석졸업생이라고 했는데 최창원 원장의 절친 후배라고 했다. 제자 이건하는 요즘 바빠 모임에 불참했다는데 그는 박근혜 대통령 측근이라고 했다. 이 얘기는 보안에 관계되는 얘기일 수 있는데, 변명하자면, 취중에 들어 사실 진위는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겠다. 항상 수정 가능하다고.............ㅎㅎ
밤 늦게 그들이 잡아주고 택시 문까지 닫아주는 배웅을 받고 귀가하고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그날 정회에서의 제자들과의 만남의 여운이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다. 어느 봄날의 특별한 초대로........................“고맙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