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택리지] 대전의 뿌리·대전의 젖줄, 대덕구
경향신문/윤희일기자 yhi@ kyumghyang.com
대덕구는 대전의 뿌리이자 젖줄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대전의 거의 모든 지역이 바라보이는 계족산은 대전의 뿌리 역할을 해왔다. 대청호는 오랜 세월 대전시민의 젖줄로 자리해 왔다.
옛 회덕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대덕구는 기름진 땅과 빼어난 풍광을 갖췄다. 그래서 풍요롭고 인정이 넘지는 고장으로 이름이 높다. 예로부터 충절과 도덕을 숭상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선비와 충신, 열사, 효녀, 효부를 길러낸 ‘한밭정신’의 발상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대덕은 또한 대전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제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대덕구는 대전광역시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다. 북쪽과 동쪽은 충청북도와 남쪽은 대전 동구·중구, 서쪽은 대전 서구·유성구와 각각 경계를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만나는 회덕인터체인지가 여기에 있고, 경부·호남선 철도가 통과한다. 교통의 중심지인 셈이다. 26개 법정동에 7만4000여 가구, 20만8000여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모여 살고 있다.
대전의 뿌리 계족산, 대전을 지켜낸다
대덕구에는 지역을 지켜내는 큰 산인 계족산이 우뚝 솟아 있다. 옛 회덕현의 주산으로 칭해지던 이 산은 산세가 거칠지 않고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오르내릴 수 있다. 대덕을 에워싼 금강 및 갑천과 어울려 빼어난 자연미를 자랑한다.
왜 하필 계족(鷄足), 즉 ‘닭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풍수지리에서 산의 형세가 닭의 다리를 닮은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회덕현조와 <고려사>에도 계족산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계족산이라는 지명이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계족산의 정상은 천하의 명당으로 전해진다. 이곳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들은 대대로 복을 받지만 회덕지역은 가뭄이 든다는 속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회덕현조에는 “하늘이 가물 때 이 산이 울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있다. 예로부터 계족산이 이 일대 백성들로부터 신성한 공간으로 숭배를 받아왔음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계족산의 짐승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지켜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곳에는 노루나 토끼 등 짐승이 많았으나 수렵꾼들 조차 계족산의 짐승을 잡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계족산은 지리적 요충지로써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산맥은 신라와의 접경지로 신라와 백제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곳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이 지역이 통일을 이룬 뒤 신라에서 백제 쪽으로 머물던 군인들에게 식량을 공급하던 보급로로 자주 등장한다.
대전의 해는 계족산에서 맞는다
계족산은 대전 시민들이 해를 맞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매년 새해 첫날은 계족산성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새벽의 여명을 해오름의 진한 감동과 함께 만끽한다. 새해의 힘찬 출발과 도약을 다짐하고 서로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한다. 계족산의 장엄하고 화려한 일출 광경은 전국 해맞이의 명소로 각광을 받아왔다. 해맞이 축제는 계족산 정상 계족산성 남문지 광장에서 매년 1일 새벽 열린다. 참가들은 계족산성까지 일출등반을 한 뒤 봉화대 점화에 맞춰 소망을 담은 촛불을 밝히고 여명을 맞이하는 축제를 벌인다.
백제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계족산성
계족산에 오르면 계족산성(鷄足山城·사적 제355호)을 볼 수 있다. 백제시대 축조된 계족산성은 산의 정상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지점에 만들어져 있다. 이 성둘레길이는 1038m이다.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북녘의 성 높이는 10.5m에 이른다.
산성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대청호 건너편의 충북 옥천군이, 북동쪽으로는 충북 보은군 지역이 보인다. 대전지역에 소재한 30여 개의 산성 중에 가장 규모가 큰 테뫼식 석축산성이다. 성내의 지형은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서고동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계족산성은 백제의 중요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은 백제가 멸망한 직후에도 백제부흥군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되었다.
대전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동춘당
대덕구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동춘당(보물 제209호)을 들 수 있다. 대덕구 송촌동 192에 위치한 동춘당은 인조 21년(1643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이다. 이 건물은 조선 효종 때 대사헌, 병조판서, 이조판서 등을 지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1606∼1672) 선생이 낙향해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별당이다.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이 쓴 현판이 걸려 있다. 조선시대 별당 건축의 한 표본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의 구조는 비교적 간소하면서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른쪽 4칸이 대청이 되고 왼쪽 2칸이 온돌방인데, 전면에는 쪽마루를 깔았다. 주춧돌은 사각형의 귀가 높은 초석을 사용하였는데 조선 후기의 주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양식이다.
매년 4월말 동춘당 일원에서는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학풍과 인격을 현대 감각에 맞도록 재조명하는 전통축제인 동춘당문화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숭모제례, 경전강독대회, 동춘당 서사극, 대덕을 알자 퀴즈대회, 동춘당 문장 천글씨전, 전국 휘호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솟대·장승만들기, 가훈써주기, 짚풀공예, 떡메치기, 도자타일에 그림그리기, 전통차 마시기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지친 도시민들의 휴식처, 장동산림욕장·산디민속마을
대덕구의 명소 중 장동산림욕장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단위 휴식공간으로 제격이다. 도시 생활 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 보내는데 안성맞춤이다. 1995년 6월에 개장한 장동 삼림욕장은 148㏊의 자연삼림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각종 놀이시설과 쉼터 등 편익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다. 계족산성을 연결하는 등산코스가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계족산 일원의 임도 18㎞와 이어져 있어 맨발걷기, 산악자전거타기, 가벼운 등산 등을 즐기는데 최적이다.
요즘은 장동산림욕장 옆의 산디민속마을도 인기다. 이 마을은 도시 생활 속에 잊혀져가는 고향 뒷동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산디마을 어귀에 있는 다래골에는 머루와 다래 밭이 조성돼 있다. 작고 아담한 계곡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무그늘 아래 너럭바위에 걸터앉으면 도원명이 노래한 무릉도원이 떠오를 정도다. 산디마을은 계족산의 등산길이 조성되어 있어 와동 등에서 걸어서 올수도 있다. 계족산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산디마을은 산의 뒤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서 ‘산디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일대는 탑제, 산신제, 성주굿, 일노래 등 독특한 민속문화가 남아있어 ‘민속문화의 보고’로도 일컬어진다. 특히 이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 14일 저녁에 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탑제를 올리는데 전국의 탑신앙 가운데 가장 원형적인 모습을 간직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충청권의 젖줄 대청댐
대덕구를 이야기할 때 대청댐을 빼놓을 수 없다. 대청댐 조성공사는 1975년 3월 시작돼 1980년 12월 끝났다. 댐은 하류 지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고 농경지 등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급격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를 보이고 있는 대전, 청주 등 충청권의 용수도 여기서 공급된다. 한 마디로 충청권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연간 2억4000만㎾의 전기도 생산하고 있다.
대청댐에 가면 ‘물홍보관’에 가서 ‘물 공부’를 할 것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간 200만명이 넘는 내방객들이 여기서 물을 배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고, 물은 유한자원이며 곧 돈이라는 사실을 갖가지 체험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대덕구의 새로운 명소, ‘로하스 금강 산·호·빛 공원’
대덕구에는 2010년 5월 새로운 명소가 하나 생겼다. ‘로하스 금강 산·호·빛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대덕구 석봉동 522-3 일원 3만4670㎡에 조성된 이 공원은 3400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금강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시민공원이다. 워터파크 야외수영장과 음악분수, 바닥분수, 체력단련장, 롤러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시설이 관심을 끈다. 주변에서는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던 이 지역의 상권이 부활하는 계기를 맞게 됐다고 기뻐하고 있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50층짜리 아파트와 공원이 절묘하게 결합돼 주거와 문화, 자연이 호흡하는 시민공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2009년 11월 완공된 수변산책로인 ‘금강 로하스 해피 로드’도 이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도심 속의 5일장, 신탄진장
대덕구에 가면 장터에 꼭 들러볼 것을 권유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대덕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탄진 5일장이 추천할 만하다. 전국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신탄진 5일장은 광역시 속의 5일장으로 이름이 높다. 장은 3일과 8일에 선다.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들이 있어 대청호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추억의 여행’을 즐기는데 제격이다.
대전 최대의 농수산물시장인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도 물건 고르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대전지역 농수산물의 70%가 유통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을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음식점에서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맛볼 수도 있다.
재선의 정용기 구청장은 “계족산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우리구는 장동산림욕장, 대청호반 등 녹지공간과 쾌적한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룬 살기좋은 지역”이라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해서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