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터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터키어는 알타이어족 중 한 언어입니다. 이 어족에는 터키어를 포함한 튜르크어파와 몽골어, 그리고 만중어 등이 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도 이 어족과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어족에 넣어도 되는지는 의심스럽다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왜 터키어 공부를 시작했는가 하면, 실은 다른 언어 때문입니다.
작년에 카자흐스탄 유학생을 만나, 카자흐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기 시작한 교재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 과에 100개쯤 되는 단어들이 나오는가 하면, 대화문도 현실성이 떨어져서 기억에 남기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A: 이것은 의자입니까?
B: 예, 이것은 의자입니다.
A: 이것도 의자입니까?
B: 아니오, 이것은 의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칠판입니다.
앞의 부분은 좋지만, 마지막 한 마디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 교재는 이런 식인 예문들이 곳곳에서 장애물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 더 예를 들면, 어떤 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봤을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이것은 통풍구입니까 아니면 침대입니까?"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미지를 그려내야 하는데, 이 문장은 그것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이 예문에 얼굴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아, 그날 공부는 더 이상 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법을 제시하는 순서에도 문제가 있어서, 해석을 봐도 어느 부분이 어떻게 돼 있는지 영 알 수 없는 예문들도 가끔씩 나옵니다.
이런 상태여서 계속 공부해 나가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이때 생각난 것이, 상해어를 배웠을 때 경험이었습니다.
상해어 교재는 입문 교재 치고는 내용이 어려운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부분도 이미 아는 중국어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카자흐어 공부를 좀 더 쉽게 만들기 위해, 형제 언어인 터키어를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키어는 튜르크어파들 중 가장 큰 언어이자 영향력도 가증 큽니다. 교재도 카자흐어보다는 많아, 좋은 교재를 구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카자흐어를 배우기 위한 터키어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교재는 <ニューエクスプレス トルコ語>를 선택했습니다.
터키어도 카자흐어만큼 어려웠지만, 교재가 꽤 잘 돼 있어서 반복 학습을 하니까 점점 어려운 문법도 익숙해졌습니다.
배워 보니 터키어는 카자흐어와 단어가 꽤 많이 달랐고, 문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카자흐어와 터키어는 단어나 표현에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카자흐 학생도 터키 사람하고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이 정도 다르면 대화가 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역시 같은 어파인 만큼 기본적인 구조는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터키어에서 배운 문법적인 틀은 고스란히 카자흐어에서도 적용이 됐습니다. 가끔씩 차이가 나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것은 표현적인 일이지, 본질적인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터키어 교재의 본문과 예문을 그 학생과 함께 카자흐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공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저는 카자흐어의 실용적인 표현을 배울 수 있고, 그 학생은 터키어를 배울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터키어 교재의 대화문을 읽으니까 그는 터키 영화에서 나오는 터키어처럼 들린다며, 제가 읽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계통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하나의 짜릿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법과 기본 단어에 명백하게 같은 기원이라고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놀라운 기분과 함께 그 단어들을 단번에 외울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은 완전히 똑같고, 어떤 것은 발음만 바꾸면 되며, 어떤 것은 쓰임에 차이가 있기도 하는데 "아, 이거구나!" 하고 알기만 하면 기억이 됩니다.
둘째, 서로 다른 것은 다른 대로 자극을 줍니다. 다르다는 것 자체가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예 뿌리부터 다른 언어를 배울 때는 느낄 수 없는 감각입니다.
셋째, 두 가지 형제 언어를 동시에 배우면 가끔씩 헷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뜻하는 터키어의 'ne(네)'와 카자흐어의 'не(녜)'가 가끔 헷갈리고, '아니다'를 뜻하는 터키어의 'değil(딜)'과 카자흐어의 'емес(예몌스)'가 왔다 갔다 한 적도 있습니다. 글자도 터키어는 라틴문자를 사용하고 카자흐어는 키릴문자를 사용하는데, 이 두 글자는 모양이 비슷해서 받아쓸 때 가끔씩 헷갈립니다. 슬라브언 연구자인 쿠로다 류노스케 씨가 같은 계통의 언어를 배울 때는 시간을 두고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했는데, 정말 맞는 말입니다.
원래 먼저 시작한 것은 카자흐어인데, 터키어 교재가 잘 돼 있어서 그런지 어느 새 제 머릿 속에서 터키어가 카자흐어보다 좀 더 익숙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초급 단계지만 나중에 터키어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