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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같은 가을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네 | ||||||||||||||||||||||||||||||||||||
[물따라 길따라 2000리](23) 추풍령과 삼도봉(三道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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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추석연휴 끝에 찾은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추풍령 휴게소에서 바라본 추풍령은 고개라고 하기보다 평지에 가까운 듯 보였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교통정체가 예상됐지만 차량들은 그런 예상을 비웃듯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장지현이 의병 2000명을 이끌고 왜군 2만 명과 격전 끝에 1차 전투에서는 승리를 거뒀으나 다시 밀려오는 4만 명의 왜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추풍령은 서울과 부산의 중간 지점, 즉 반도 이남의 동서가 만나는 고개다. 해발 221m에 불과한 이 고개는 국토의 대동맥의 역사가 이루어진 기념탑이 우뚝 서 있고 현재에도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로 넘쳐나고 있다.
추풍령 고갯길 남쪽은 경북 김천시 봉산면이다, 봉산면에서 다시 대항면의 천년 사찰 직지사를 찾아 나섰다. 황악산 기슭의 직지사로 통하는 길목은 이곳이 천년사찰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속에 물들어 있었다. 각종 식당, 유흥음식점, 모텔 등이 들어서 마치 시장터를 방불케 했다. 직지사가 나온다. 고구려 아도(阿道)가 지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사적비가 허물어져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직지사(直指寺)라는 절 이름은 절터를 잴 때 자를 쓰지 않고 손으로 측량한데서 붙여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비로전 앞 삼존불 탱화 3폭, 보물 1186호 청풍료(淸風寮)가 소장돼 있다. 나붙어 있고 그 때문인지 사찰 경내는 물론 주변지역에는 인파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못한 채 다시 충북지역으로 향했다. 충북과 경북의 도계인 황악산과 함께 민주지산 삼도봉을 오르기 위해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으로 접어들었다. 물이 차다는 한천마을 상류에서 부터 20여㎞를 굽이쳐 흐르는 물한계곡은 삼도봉, 석기봉, 각호산, 민주지산에 둘러싸여 있다.
물한계곡 상류지점의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맑은 계곡수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을 가뭄 속에서도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산행 중간지점에는 폭포수가 멋드러진 풍경을 자아내 산행을 멈추게 했다.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기 위해 폭포수 아래 바위에 앉아 있노라니 주변 나뭇 가지의 잎사귀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계곡을 흔들어놓는 듯 했다. 있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결에 못이긴 낙엽이 머리위로 떨어지며 가을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제법 긴 구간에는 사람들이 계곡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망을 설치해 놓았다. 주변의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철망이 볼썽사납다. 낙엽이 날리는 물한계곡의 풍치에 푹 빠져 있었다. 사람의 접근을 막고 맑은 청정수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 하류 쪽의 상황과는 너무도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삼도봉 등산길을 택해 길을 재촉했다. 원시림이 잘 보존돼 야생동식물이 살고 있는 손꼽히는 생태관광지인 물한계곡과 삼도봉, 민주지산에는 여러 명소가 자리잡고 있다. 명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명소에 대한 안내표지판 하나없어 등산객들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명소라면 영락없이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놓은 경북의 관광마인드에 비해 충북은 너무도 뒤쳐져 있는 현실이 이곳 물한계곡에서도 나타나 있었다.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1시간 40여분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자 삼도봉 정상이 나왔다. 충북과 전북, 경북의 삼도(三道)가 접한 삼도봉(1176m)은 행정구역상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전북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경북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삼도봉이 있는 민주지산은 충청, 경상, 전라의 전략적 요충지로 1000년 전 백제와 신라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렀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사투리와 풍속, 습관을 갖고 있는 삼도민들은 지난 1989년부터 매년 10월 10일 삼도봉에 모여 행사를 치르며 지역감정을 없애고 있다. 그런 상징적 조형물인 대화합 기념탑이 정상에 우뚝 서 있다. 뜻으로 이 탑을 세운다'고 적혀 있었다. 세 마리의 귀부 위에 용 세 마리가 올라앉아 있으며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등을 돌리고 있어 화합이라기보다는 반목의 형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이 유명한 영동군 답게 길목과 농가주변에는 어김없이 노란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상촌면 소재지를 지나면서 한 농가에서는 잘 익은 감을 따는 손길이 분주했다. 야생화가 누렇게 변해가는 풀잎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민주지산 삼도봉 부근, 물한계곡의 골짜기 곳곳에서 눈에 띄는 용담, 물매화가 붉은 단풍잎에 못지 않은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다. 풀매화, 물매화풀, 매화초라고도 하는 물매화는 산지의 볕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란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 전체를 매화초라는 약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종기, 급성간염, 맥관염에 효과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