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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심판부위원장, “잉글랜드 연수 통해 강사 양상 필요성 느껴” |
[ 2007-12-22 ] |
심판계로서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07년이 아닐 수 없다.
심판 판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이 터지면서 심판계는 씁쓸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비난을 받은 만큼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심판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심판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숙제인 심판 관리에 대한 시스템적 완비와 선수-지도자의 심판 불신에 대한 대책 등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잉글랜드 심판 연수를 통해서 그들의 장점을 한국적인 현실에 도입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으며, AFC와 FIFA에서 인정받고 있는 나지리 심판 강사를 수시로 초빙해 심판 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 KFA 우수 심판들을 이끌고 잉글랜드 심판 연수를 다녀왔고, 현재 KFA 심판분과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심판실에 상주하며 일선에서 뛰고 있는 김영준 부위원장을 만나 심판 문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 2회째를 맞이하는 잉글랜드 심판 연수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대규모 인원을 데리고 다녀오셨는데, 어떠셨나요? 일단 우리 심판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부터 전하겠습니다. 40명의 심판들이 큰 문제없이 값진 경험을 하고 무사히 돌아오게 된 것도 만족스럽네요.(웃음) 잉글랜드 심판 연수는 올해로 두번째를 맞이하는데, 근래 들어 워낙 판정 시비가 많이 일어나다보니 과연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에서는 심판과 관련해서 어떻게 운영을 하고 교육을 하는 지가 궁금했습니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추진되었던 것인데, 작년에 연수를 갔던 성과가 좋아서 이번에는 숫자를 늘려서 가게 된 것이죠. 모두들 기대했던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심판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사실 잉글랜드축구협회(The FA)는 ‘축구 종가’로서의 자존심이 강해서 쉽게 교류를 하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렇습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이렇게 호의적으로 교육까지 맡아준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까지 오는데 중간에서 노력했던 협회 심판실의 이수민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참 어려운 루트를 개척했어요. 물론 잉글랜드 축구계가 2002월드컵 이후 한국축구의 성장세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우리 심판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죠. 실제로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는 우리들을 위해 그들의 전임 심판강사를 교육 기간 내내 함께 머물게 했고, 7개 지역 심판 책임자 중에서 5개 지역 심판 책임자가 강의에 참가할 정도로 배려를 해줬습니다. |
- 실제로 교육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심판 교육과는 어떤 점에서 차이를 느끼셨습니까?
일단 모든 강사들이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습니다. 이론 교육은 물론 실기 교육에서도 우리 심판들과 함께 뛰고 웃으면서 교육을 풀어나갔어요. 솔직히 우리는 아직도 군대식의, 경직된 교육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한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심판들이 힘들어하지 않고 즐겁게 교육 과정을 마칠 수 있게 이끌더군요. 그런 면이 교육의 능률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강사로 나선 레이 올리버 강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친구는 강의를 듣는 심판들이 집중할 수 있게 분위기를 장악하면서 이끄는 힘이 돋보였습니다. 중요하다 싶은 대목에서는 악센트를 높이면서 힘차게 맥을 짚으면서 교육생들의 집중력을 유도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은 우리 강사들도 본받아야 합니다. - 교육 과정에서 피지컬 훈련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 띄었는데요. 피지컬 훈련은 우리 역시 최근에 김대영 위원이 담당자로 선임되면서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고참급 심판들 중에는 피지컬 훈련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에요. 일단 피지컬 훈련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워밍업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면 할수록 좋은 거죠. 더 근본적으로는 심판에게 있어 체력은 기본이라는 것이죠. 공이 있는 곳에 항상 가까이 접근해야만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적 아니겠습니까. 이것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
- 현지에서 교육을 받은 심판들이나 얼마 전 기자회견을 가졌던 홍은아 심판 등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개인적인 자질 면에서는 잉글랜드 심판들과 한국 심판들의 차이는 없다고들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들에게 떨어질 것이 없어요. 다만 우리는 심판에게 선수들과 경기 중에 대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번에 잉글랜드에서 3경기를 지켜본 결과, 심판들이 선수와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더군요. 그러면서 선수와 이야기를 통해 흥분한 선수들을 가라앉히는 역할까지 해주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런 부분은 우리도 잘 받아들여야 할 것 같네요. 또한 경기 전에 심판 간에 협의하는 과정이나 경기 후 곧바로 경기 판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부분 등이 우리에 비해 앞서있어요. 잉글랜드는 경기 전후의 이런 과정들이 체계화되어 있지만, 우리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경기 끝나자마자 샤워하고 짐 싸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도 경기 전후에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세밀하게 체크하면서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해요.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는 오늘 잘못한 부분들을 되풀이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거죠. - 아무래도 심판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심판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 지도자 생활할 때에는 우리가 불이익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판정에 의심을 품곤 했어요. 사실 심판계로 입문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죠. 한국은 어렸을 때부터 이기는 것에만 집착합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판정에 대해 예민하게 집착하죠. 잉글랜드를 보니까 그들은 유소년 시기부터 심판을 자신들의 몸을 보호해주는 보디가드 같은 존재로 인식해요. 자연히 신뢰감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판과 선수, 관중들이 모두 한 가족처럼 하모니를 이뤄요. 처벌 규정이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도 심하지 않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퇴장 장면은 심심찮게 나오고, 우리가 갔던 현장에서도 퇴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나가죠. 그런데 우리는 퇴장을 주면 꼭 한 두 마디씩 욕설을 하곤 합니다. 이런 풍토는 빨리 없어져야 해요. 심판 역시 한 가족과 같은 축구인이라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무래도 심판 관리에 대한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보완점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KFA 심판실과 시도협회 간에 매우 세밀하게 정보교환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는 그렇지 않아요. 만약 제주에서 경기가 끝났다고 하면 그 경기에 대한 보고가 KFA 심판실로 오지를 않죠. 아무런 답변이 없는 거예요. 심판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로 정보교환을 끊임없이 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KFA 심판실을 모체로 16개 시도협회의 심판들이 뭉쳐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또 이런 것도 있어요. 언젠가 김재한 부회장님인지, 김호곤 전무님인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선수보다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급하다고... 심판계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도 The FA의 레이 올리버 강사와 같은 뛰어난 심판 강사를 육성해야만 합니다. 1명의 강사는 수십, 수백명의 좋은 심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심판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심판 강사나 심판 위원들도 바뀌죠. 운영진이 바뀌더라도 강사는 그대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교육을 해야만 하는 거죠. 우리도 늦지 않았어요. 심판들의 자질은 다른 여러 나라에서 칭찬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강사가 나오고, 좀 더 노력한다면 세계적인 심판들이 여럿 나올 거라고 자부해요. |
- 26일부터는 AFC와 FIFA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지리 심판 강사가 심판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맞습니다. 이번 교육은 2007년 한 해를 총결산하면서 애매했던 부분들을 질의응답하고, 서로 정보교환도 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좋았던 부분들은 서로 공유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입니다. 모든 대회가 다 끝났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여 훌륭한 강사를 모시고 토의하고 논의하는 것이죠.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지리 강사는 제가 국제심판 했을 무렵부터 주목했던 사람이에요. 국제대회에서 활약한 현역 심판 출신이죠. 일단 영어를 잘하고, 오랜 기간 심판 강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교육생들을 잘 이끕니다. - 최근에는 심판감독관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현역 심판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심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내려져야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알 수 있죠. 현역에서 은퇴한 심판 분들이 많이 이력서를 내셨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K리그부터 K3리그까지 모두 심판 감독관이 없는 상황입니다. 경기 감독관만 있을 뿐이죠.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선진리그는 경기 감독관과 심판 감독관이 따로 존재합니다. 우리처럼 경기 감독관이 경기에 대한 평가와 심판에 대한 평가를 모두 처리하다보면 두 가지 모두 100% 완벽하게 하기가 힘들어요. 심판 문제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이런 문제에서부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반복될 뿐이죠. 심판 발전을 위해서는 심판 감독관도 경기마다 배치되어야 합니다. - 현재 K리그는 독자적으로 전임 심판을 뽑아 관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KFA 심판실과의 통일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K리그의 영향권 아래 있다보니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K리그 이사회는 모두 구단 단장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심판 입장에서는 독립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고요. 사실 시작점부터 잘못된 것이었죠. 지금 K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심판들도 모두 KFA 심판실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K리그 전임심판을 선정할 때도 K리그의 김용대 심판위원장과 같이 상의하면서 선임해서 보내줍니다. 그런데 리그에서의 심판 배정이나 관리는 프로연맹에서 하는 것은 모순이에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재 엘리트 축구와 생활체육축구 심판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의 통합이 급합니다. 생활체육축구의 심판들은 KFA 심판실과는 완전히 별도로 움직이고 있어요. 거기는 심판교육도 자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현재 생활체육축구 심판들이 불신을 받는 것이 그들은 책임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K리그나 생활체육 등을 비롯해 모든 심판의 관리는 KFA 심판실에서 체계적이고 통일성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질서가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봐요. - 올 한해 심판계에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올 한해 여러 일들이 있었는데, 사실 내적으로는 힘든 것이 없었습니다. 외적으로 시달림을 많이 받았는데, 심판 판정에 대한 것은 그것으로만 끝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외국은 중대한 오심을 범한 심판은 그 아래 하부리그로 내려 보내 활동하게 하면서 자기 수련을 쌓게 하지, 아예 심판을 못 보게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 레벨의 경기를 담당하려면 10년 이상 심판을 했던 베테랑이거든요. 10년 이상 투자했던 심판을 그냥 갈아 치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일이 생겨요. 상위리그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밑으로 내려 보내서 와신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외국처럼 하부리그에서 심판을 보다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상부리그로 올라오고, 그 반대로 상부리그에서 좋지 않으면 내려 보내기도 하면서 심판들의 경쟁력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앞으로 심판실은 오심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경기규칙의 통일성, 심판들의 집중력 향상, 체력 증대,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마련해서 심판들을 교육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판정의 정확성과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동계훈련도 열심히 할 겁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내년에는 판정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밝은 운동장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도자나 선수들, 팬들도 심판들에 대해 신뢰를 보내주길 바랍니다. -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심판 판정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인터뷰=이상헌 |
첫댓글 우아~~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선배님이 있네요~~ㅋㅋ 혼자만 생각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