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일은 한글문화연대가 앞장서서 11월 23일 12시에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발표한 선언문 초안입니다.
[세종대왕님께 바치는 글]
세종대왕님,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
대왕님을 대한민국의 중심지인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 모신 것은 마땅한 일이고 기쁜 일입니다. 우리는 대왕님의 동상이 이 자리에 서는 한글날에 임을 반기는 꽃다발을 드리며 한글사랑 마당 굿을 하고 싶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이제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대왕님은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위대한 지도자요 학자요 인물이셨습니다. 우리 배달겨레 어린 백성들을 위해서 참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임이 이룬 업적과 정신은 우리의 본보기이며 임이 만든 한글은 인류의 보물입니다.
비록 어리석은 한 무리의 후손이 대왕님을 가끔 실망시켜 드리긴 해도, 더 많은 후손은 대왕님의 뜻을 잘 받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임이 우리 조상이기에 우리는 밝은 꿈을 가질 수 있고 힘이 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희는 대왕님께서 이루신 수많은 업적을 기억하며, 대왕님의 은덕이 온 누리에 고루 퍼지게끔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먼저 대왕님이 태어나신 곳을 민족의 문화 성지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 다음엔 이 나라의 중심에 한글역사문화관을 짓고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글문화가 꽃피는 중심지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류 문화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하려고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 그럴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대왕님이시여, 부디 우리가 임의 위대한 정신과 업적을 이어받아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우리가 바라고 이루려는 일들을 잘 되도록 보살펴 주소서.
4342(2009)년 11월 23일
한글을 사랑하는 배달겨레들
[밝힘글]
세종대왕 동상 앞을 ‘한글 우선 사용 지역’으로 선포한다!
563돌 한글날인 2009년 10월 9일, 마침내 우리 민족이 가장 자랑스레 여기고 세계인이 우러르는 세종대왕님의 동상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광장에 모셨다. 이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평생을 애쓰신 세종대왕의 업적과 철학을 기리는 일이기에, 모든 국민이 반겼다.
세종대왕의 수많은 업적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독창적이며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배어 있지만, 그 가운데 으뜸은 역시 ‘한글’이라는 글자의 창제이리라. 특히 한글은 세계 문자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과학성과 현대성 그리고 익히고 쓰기 쉬움을 인정받는 세계 최고의 글자이다. 덕분에 우리 후손들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보다도 쉽게 소통하고 문화와 산업과 정치를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상징적 공간인 서울의 해치마당과 광화문광장 주위의 언어 환경은 한국의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이 맑지가 않다. 외국어가 가득하여 세종대왕의 동상을 모신 뜻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동상이 들어서기 전에 설치된 간판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상 뒤편에 새로 만든 꽃길을 ‘플라워 카펫’이라고 이름붙인 게 그러하며, 세종대왕의 대표적 발명품인 측우기도 한자로 명칭을 적어 동상 앞에 세워 놓았다. 더구나 세종대왕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해치마당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사는 ‘세계화, 국제화’라는 구실로써 영어로 로마자로 글자 장식하기에 여념이 없고 또 이런 일에 부끄러움을 모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글, 그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동상 앞에서, 한글과 우리말을 욕보이는 짓이 이대로 계속돼도 좋은가?
이에 우리는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고 세종대왕을 우러르는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해치마당과 광화문광장 주위를 ‘우리말글 우선 사용 지역’으로 선포하고자 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사에서 사용하는 간판이나 조형물은 물론, 주변 건물에 내거는 펼침막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우리말과 한글을 앞세워 전시함으로써, 이곳을 찾는 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외국인들에게는 한글이라는 과학적 문자의 멋을 맛보게 하자.
이런 뜻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우리는 서울시와 광장 주변 거주자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에게 다음과 같이 행동할 것을 당부한다.
1. 서울시는 세종대왕 동상 건립의 뜻을 살려, 해치마당과 광화문광장 주변을 ‘한글 우선 사용 지역’으로 삼는 행정 지침을 만들고, 이를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2. 광화문광장에서 행사를 기획하는 단체나 업체는 행사의 이름이나 표기, 조형물 들에서 우리말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3. 광화문광장 주변 건물의 옥외광고물도 우리말글을 앞세워 제작하고 설치한다.
2009년 11월 23일
(한글단체 모두 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