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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7일, 월요일, Manali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6: 점심 70, 저녁 85, 홍차 10, 인터넷 70, 환율 US $1 = 44 rupee)
아침에는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이곳에서 매일 아침에 가는 인터넷 카페로 가서 인터넷을 했다. 한 시간만 한다는 것이 두 시간이나 했다. 이메일과 은행 계좌를 체크하고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친구들이 올린 글을 읽었다.
오랜만에 내 여행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동안 회원도 늘고 글도 여럿 올라와 있었다. 올라온 글을 다 읽을 시간이 없어서 하나만 읽었는데 내 여행기를 좋아한다는 어느 젊은이의 글이었다. 처음에는 읽기가 “썰렁”했는데 읽을수록 풍부한 내용에 “감탄”했단다. 내가 자기 아버지 나이인데 칠레의 Torres del Paine 국립공원 트래킹을 하는 내 사진을 보고 감동을 받았단다. 그러면서 “지금은 인도 대륙을 누비고 있겠군요.” 하고 끝을 냈다. 그래서 인도 소식을 간단히 써서 올리려고 했는데 계속 에러가 나고 글이 올라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곳 인터넷 카페 컴퓨터에 환경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지 읽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쓰는 것은 잘 안 된다. 나중에 다른 인터넷 카페에 가서 다시 해봐야겠다.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했다. 못된 매니저 조수 놈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여자 매니저를 부른다. 여자 매니저는 상냥하고 친절한데 배가 남산만하고 잘 안 보이고 가끔 나타날 뿐이다. 돈 계산할 때는 꼭 나타나는 모양이다.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짐을 옥상 야외 음식점으로 옮기고 나니 그 못된 놈 안 보게 되어서 속이 시원해졌다.
오후에 잠깐 한국음식점에 가서 Manali 버스표를 받아온 것 외에는 밤 8시 반에 버스를 타러 나갈 때까지 옥상 야외 음식점에서 점심과 저녁을 사먹고, 책을 읽고, 석사논문 준비를 하러 와있다는 스웨덴 남자와 (티베트에 관해서) 역시 박사논문 준비를 하러 와있다는 미국 여자와 (역시 티베트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 8시 반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버스에 올라서 버스가 떠날 때까지 그 혼잡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짐을 버스 짐칸에 싣는데 10 rupee를 내란다. 승객은 모두 외국 여행객인데 대부분 안 낸다. 나도 안냈다. 버스 안에서는 자리를 잡느라고 아우성이다. 버스 차장이 나더러 자리를 옮기란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 안 옮기겠다고 했더니 옮기라고 아우성이다. 할 수 없이 옮겼다. 결국 모두 자리에 앉아서 버스가 떠나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자리가 없어서 내린 사람은 없었다. 좌석은 다 있었는데 좌석 지정이 엉망이었던 모양이다.
버스기 떠나기 전에 내 좌석 근처 좌석에 앉았던 이스라엘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담배 하나로 돌아가면서 피우는데 보통 담배가 아닌 것 같다. 밖에 나가서 피우면 좋겠다고 정중히 얘기했더니 힐긋 한번 돌아보고는 그만이다. 다시 한 번 애기를 했더니 “Almost done." 퉁명스럽게 애기하고는 계속 피워댄다. 못된 사람들이다. 인상들도 나쁘다.
버스 안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반은 되는 것 같은데 모두 마음에 안 든다. 한국 사람도 3명 있었다. 40대 친구는 히피 차림인데 인상은 좋고 예술가 타입이다. 다른 둘은 이곳 한국 음식점에서 두어 번 봤던 오누이다. 둘 다 피부가 그렇게 하얄 수가 없다. 여동생은 고등학생처럼 어려 보이는데 아주 상냥하고 인사성이 좋다. 너무 어리게 보인다고 했더니 정말 어리단다. 미녀 타입인데 혈색이 좀 창백하다. 오빠는 체격이 좋고 잘생겼는데 좀 버릇이 없다. 인사성도 없고 한국 음식점에 만났을 때 내 앞에서 담배를 꼬아 물고 피웠다. 옷차림이 배낭여행 온 것이 아니고 고급 여행을 온 것 같다.
2005년 6월 28일, 화요일, Old Manali (고도 2,150m), Anand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150, 아침 25, 점심 40, 저녁 30, 홍차 4, 택시 25, 이발 30, 인터넷 25, 환율 US $1 = 44 rupee)
아침에 Manali에 도착했다. Manali는 예상 밖으로 첫인상이 좋다. Shimla나 McLeod Ganj 같이 혼잡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버스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탔던 한국사람 넷이서 택시에 합승해서 Old Manali로 왔다. 택시 요금을 처음에는 150 rupee를 달라는 것을 100 rupee로 깎았다. 150 rupee는 좀 바가지 가격 같아서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시켜 마시면시 (인도에서는 tsai 혹은 chai라 부른다) 한 10분 시간을 끌었더니 요금이 저절로 100 rupee로 내려갔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다 떠나버리자 우리라도 잡으려고 요금을 내린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 요금을 깎으려면 차를 한 잔 시켜 마시면서 기다려라. 택시 요금을 깎는 한 가지 방법이다. 택시가 다 없어지면 좀 문제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손님을 못 잡는 택시가 있다.
Old Manali에 도착해서 (Old Manali는 원래의 Manali이고 그냥 Manali는 새로 생긴 신도시란다. 인도 여행객들은 대부분 Manali에 묵고 외국 배낭여행객들은 대부분 Old Manali에 묵는다) 숙소를 찾는데 한국 오누이는 하루 밤에 500 rupee 짜리 Dragon Guest House에 들고 40대 한국인 남자 여행객과 나는 좀 싼 Tourist Nest라는 숙소로 갔다. 방이 모두 2인용이라는데 하루 밤에 250 rupee란다. 빈방이 딱 두 개가 남았는데 손님들이 아직 체크아웃을 안했으니 좀 기다리란다. 조금 기다리는데 어제 밤 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스라엘 여행객들이 나타나더니 자기네가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 두 방은 자기네 방이란다. 주인은 한 시간 후에 다시 와보란다. 아무나 방이 비었을 때 먼저 나타나는 사람에게 주겠다는 얘기다. 40대 한국 친구는 기다리겠다고 해서 나 혼자 다른 숙소를 찾아 나섰다.
Tourist Nest에서 냇물 쪽으로 게스트 하우스들을 체크하면서 내려가는데 세 번째 Ananda Guest House에 빈 방이 있었다. 하루 밤에 150 rupee인데 250 rupee 짜리 Tourist Nest보다 더 마음에 든다. 경치도 더 좋고 더 조용하다. 주위 3면이 소나무 숲이고 그 너머로는 푸른 산 경치가 보인다. 숙소는 사과 과수원 한 가운데 있는데 나무마다 사과가 빽빽이 달려있다. 방 앞은 베란다 같은 야외 복도인데 내방은 이층 끝 방이라 프라이버시도 그만이다. 방은 널찍하고 더운물 샤워도 있다. 방문 앞 베란다에는 내 전용 탁자와 의자도 있다. 주위에 인터넷 카페, 빵집, 음식점, 식품점 등 나에게 필요한 것이 다 있고 조용한 산책로도 있고 한국식당도 한곳 있단다. 냇물이 가까운 듯,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지만 냇물 흘러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부족한 것이 없다. 며칠 푹 쉬어가야겠다.
어제 밤 버스를 타고 오는데 비가 많이 내려서 아침에 보니 짐칸에 실은 배낭이 좀 젖었다. 안에 들었던 침낭, 옷들이 눅눅해서 오늘 햇볕에 말렸다. 앞으로 배낭 안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온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 봉지를 넣고 그 안에 물건을 넣어야겠다. 다음 배낭 살 때는 방수 기능이 있는 배낭을 사야겠다.
점심때는 Old Manali 마을 구경을 나갔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적당히 복잡하다. 외국 배낭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 있다. Old Manali에서 Manali 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란다. 하루 걸어서 갔다 와야겠다. 인터넷을 30분 했는데 요금은 한 시간에 45 rupee, 30분에 25 rupee, 1분에 1 rupee다. McLeod Ganj 보다 50% 더 비싸다.
점심은 thali를 사먹었는데 먹다가 dal을 좀 더 달라고 하니 안 준다. 좀 야박하다. 오늘 이발도 했는데 머리를 아주 짧게 깎았다. 빵집도 여러 곳 있는데 Pumpernickel이라는 빵집에서 내일 아침에 커피와 같이 먹을 빵을 샀다. Pumpernickel 빵집은 네팔 수도 Kathmandu에도 있고 또 다른 곳에서도 본 것 같은데 Pumpernickel은 독일의 대표적인 빵인데 보리로 만들었고 거의 흑색이란다. Pumpernickel은 “German Bakery - 독일 빵집"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Old Manali의 인도 사람들은 친절한 편이고 인상도 좋다. 숙소 매니저, 빵집 주인, 이발사. 인터넷 카페 등 오늘 만난 사람들이 모두 친절한 사람들이다. 내가 묵는 숙소에도 이스라엘 여행객들이 많은 것 같다. 옆방에 묵는 여행객 두 명은 아주 싹싹한 사람들인데 이곳에 일주일 머물고 내일 떠난단다. 이들로부터 이곳 정보를 많이 얻었다.
오후에는 낮잠을 3시간 정도 푹 잤다. 어제 밤 버스에서 못 잔 잠을 보충한 것이다. 이곳은 날씨도 경치도 McLeod Ganj보다 훨씬 좋다. 오늘 그동안 며칠 못 보았던 푸른 하늘도 보였다.
2005년 6월 29일, 수요일, Old Manali, Ananda Guest House
(오늘의 경비 US $19: 숙박료 150, 점심 120, 저녁 35, 위스키 180ml 120, 맥주 70, 코브라 쇼 20, 관광 250, 환율 US $1 = 44 rupee)
오후 4시, 비가 시원스럽게 내린다. 몬순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인도의 몬순은 인도 남쪽 끝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북상한다. Manali에도 곧 올 것이다. 내가 다음에 가는 Ladakh는 Himalaya 산맥 너머 북쪽에 있기 때문에 몬순이 미치지 못한다. Himalaya 산맥 남쪽은 한 동안 몬순 계절이지만 북쪽은 건조하고 화창한 날씨다.
어제 낮잠을 너무 달게 자서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8시였다. 피곤이 확 풀린 기분이다. 어제 산 빵과 따끈한 커피로 아침을 맛있게 들고 숙소를 나섰다. 우선 옷 수선 가게에 들러서 조금 찢어진 여행용 상의를 수선하는 가격을 물어보니 100 rupee를 달란다. 좀 비싼 것 같아서 (인도 근로자 하루 임금이 70 rupee 정도) 나중에 오겠다고 하고 또 한 군데 가서 물어보니 “What you like?" 한다. 알아서 달라는 얘기다. 결국 30 rupee에 흥정을 하고 옷을 맡겨두고 Manali 시내로 향해서 걸었다.
Manali 시내는 별로 멀지 않았다. Old Manali를 떠나서 조금 걸으니 내가 나오고 내를 건너서 조금 더 가니 Manali 시내가 나왔다. Old Manali에서 약 20분 걸렸는데 2km 정도 되는 것 같다. 좁은 길에 차가 많이 다녀서 좀 신경이 쓰였지만 소나무숲길이라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가는 길에 어제 봤던 뱀 쇼를 하는 사람들을 다시 봤다. 외국 여행객들을 상대로 뱀 쇼를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뱀이 든 바구니 안에는 코브라와 다른 작은 뱀들이 우글거린다. 가까이 오라고해서 다가가긴 했지만 좀 겁이 나서 약간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고는 돈을 조금 주었다. 피리를 부니 코브라가 바구니 안에서 나와서 춤을 추는지 빙빙 돈다. 인도에 와서 코브라 춤추는 구경을 왜 이제야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인도에 와서 꼭 해야 한다는 경험을 오늘 했다.
시내에 있는 HPTDC (Himachal Pradesh Tourist Development Corporation) 사무실에 가서 Ladakh의 수도 Leh에 버스로 가는 정보를 얻었다. Manali에서 Leh로 가는 버스는 도로가 높고 험해서 여름 석 달 동안만 운행하는데 올해는 7월 4일부터 운행한단다. 여름 석 달 외에는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Kashmir 쪽으로 해서 가야한다.
내일 당일 관광 버스표를 사고 Old Manali로 돌아오는 길에 Dhungri Temple에 들렸다. Hadimba Temple이라고도 하는데 Mahabharata 책에 나오는 Pandava 형제 중에 한 사람인 Bhima의 부인이 된 Hadimba를 모신 힌두교 사원이란다. 힌두교 의식인 puja를 드리러 온 인도 사람들로 붐비었다.
어제 같이 버스를 타고 온 40대 한국 남자를 다시 만나서 Old Manali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점심을 같이 했다. 흥선대원군이란 간판을 내걸고 20대 말이나 30대 초로 보이는 한국인 부부가 하는 음식점인데 한국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20여명은 되는 것 같은데 어제 같이 온 오누이도 있었고 Delhi에서 왔다는 5, 6명 가족도 있었다. 나는 안 그런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여행할 때도 한국 음식을 먹어야하는 모양이다.
오늘 점심을 같이한 40대의 한국인 남자는 파리에서 7년 동안 유학한 화가인데 인도를 8개월 간 여행한단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여행을 좋아서 하는 것인지 그림 아이디어를 얻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남미와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고 해서 참고하라고 내 여행기 카페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 화가는 한국 젊은이들의 배낭여행에 관해서 잘 안다. 한국 배낭 여행객은 지금 인도에 제일 많이 오는데 그렇게 된 것이 한 2년 되었단다. 그전에는 일본 배낭 여행객이 제일 많았는데 이제 그들은 이집트로 옮겨갔고 현재 인도는 한국 여행객 판이란다. 조금 있으면 한국도 이집트로 옮겨 갈 것이란다. 항상 일본 사람들 뒤를 따른단다. 남미도 멀지 않아서 시작될 것 같다고 한다. 빨리 내 남미 여행기 올리는 작업을 끝내야겠다. 이 화가는 내일 근처에 있는 Vashisht로 숙소를 옮긴다는데 Leh에도 갈 예정이라니 Leh에서 다시 만날 것 같다. 인도에 두 번째 오는 것이라고 해서 내 남은 여정을 얘기했더니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8월 달에 남인도 Tamil Nadu 주를 여행하고 9월 달에 동인도 여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란다.
내 나이를 물어서 64세라 했더니 “매우 건강하시군요.” 한다. 좋은 뜻으로 한 얘기겠지만 좀 씁쓸하게 들린다.
오늘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120 rupee나 받고 너무 엉망이다. 된장이 너무 적게 들어가서 찌개가 아니고 멀건 국이다. 맛없고 비싼 한국 음식이다. 화가 얘기가 Delhi에서는 제대로 하는데 가격이 350 rupee란다. 이제 인도에서 한국 음식점은 더 이상 안 간다. 20 rupee 짜리 인도 음식이 훨씬 더 낫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을 내다보니 짙은 안개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어제 봤던 길가에서 뱀 쇼를 하는 사람들을 오늘 다시 만났다
나를 보고 불러서 사진을 몇 장 찍은 다음에 돈을 주었다
아, 징그러워라
세차게 흘러내려가는 냇물 소리는 내 방에서도 들린다
숙소가 있는 Old Manali에서 Manali 시내로 가는 길은 소나무 숲길이다
Manali 거리 풍경
Manali 거리 풍경 - 터번을 쓴 남자는 Shikh 족 사람이다
Manali 거리 풍경 -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 같다
카시미르 숄을 파는 가게
Dhungri Temple에 들렸다
Dhungri Temple에 꽃을 가지고 오는 여자는 맨발이다
Dhungri Temple은 Mahabharata 책에 나오는 Bhima의 부인 Hadimba를 모신 힌두교 사원이다
Old Manali 마을
Old Manali 배낭 여행객 거리 풍경 - Manali는 히피족들이 "발견"한 곳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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