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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5일, 수요일, Khovsgol 호수, Ashihai Tourist Ger Camp
(오늘의 경비 U$37: 숙식 $35, 맥주 1,000, 1,000, 환율 US $1 = 1,160 togrog)
오늘 아침 화장실에서 변을 보고 일어나는데 항상 허리에 차고 있는 전대가 없다. 드디어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잘 때도 차고 자는 전대가 어디에 갔나 하고 생각하는데 금방 생각이 난다. 어제 오후에 샤워를 할 때 컴컴한 샤워장 안에 풀러놓고는 그냥 나온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하면서 화장실 안에 있는 샤워장 안에 들어가 보니 전대가 내가 놓았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한도의 한숨이 나왔다. 거의 하루 동안 전대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제 내가 샤워를 한 후에 아무도 샤워장에 안 들어 왔단 말인가? 누가 들어왔더라면 없어졌든지 아니면 캠프 사무실에 가져갔었을 것이다. 어쨌든 운 좋게 일이 끝났다.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앞으로 아무래도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내 ger 옆에는 독일 가족이 묵고 있다. 부부와 7세 된 딸 요한나인데 6주 동안 몽골을 여행하고 있단다. 요한나는 비슷한 나이의 캠프 직원의 아들과 항상 같이 논다. 말이 안 통하는 데도 잘 노는 것이 신기하다.
이곳에는 아직 전기가 안 들어온다. 4km 정도 떨어진 Khatgal에는 전기가 들어오는데 이곳까지 끌어오는 것이 어렵지 않을 텐데 아직 안 들어온다. 소형 발전기로 발전을 하는데 우리 캠프는 밤 9시부터 12시까지만 발전기를 돌리는데 옆 캠프에서는 24시간 돌리는지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항상 난다. 캠프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 소리는 아니지만 안 들렸으면 좋겠다.
몽골에서 ger 천막을 드나들면서 천막 문턱에 머리를 너무나 많이 부닥친다. Ger 천막 모양 때문에 높을 수는 없지만 내가 조심을 안 하는 탓이 더 많다. 머리에 혹이 생겨서 없어지질 않는다. 어제도 두어 번 부닥쳤다.
요새 읽는 책 "P. Genden, To The Memory of My Father"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P. Genden은 몽골의 수상이었던 사람인데 1937년에 Stalin의 미움을 받아서 Moscow에 끌려가서 처형당했다. Stalin과 만난 자리에서 Stalin이 “Do you want to become a king of Mongolia?"하고 비난조의 질문을 하니 ”If a Georgian can become king of Russia, why couldn't a Mongolian become king of Mongolia?" (Stalin은 Georgia 사람이다) 하고 대들었단다. 이런 식의 대화가 몸싸움으로 번져서 Stalin이 Genden의 지팡이를 (Genden은 다리를 절었다) 발로 차고 Genden은 Stalin의 담배 파이프를 집어 던져서 부러트렸다. 아마 당시 함께 보드카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 같다. 양몰이 출신의 몽골 사나이 Genden은 Stalin에게 용감하게 대들었지만 그 대가로 목숨을 잃었다. 700여 년 전 칭기스칸의 몽골군이 당시의 Georgia 지역을 정벌하고 많은 Georgia 사람들을 죽였을 텐데 어쩌면 그때 Stalin의 조상들이 죽음을 당했을지 모르고 그 대가를 Genden이 치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 식사 후에 낮잠을 조금 잤는데 어제만큼은 달게 자지는 못했다. 오후 4시 반쯤 앞산을 올랐다. 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 경치를 보기 위해서였다. 소나무로 덮인 산인데 정상에는 나무가 없어서 호수 경치가 멋있게 보였다. 일단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방향을 모르겠다. 이럴 때 나침반이 큰 도움이 된다. 산 정상이 보이는 지점에서 시계에 있는 나침반으로 산 정상의 방향을 봤더니 265도였다. 소나무 숲 안에서도 나침반을 보고 265도만 따라 갔더니 약 1시간 후에 정상이 나왔다. 정상에서 보이는 호수 경치는 일품이었다. Khovsgul 호수에 와서 이 경치를 못보고 가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한국 여행객은 아마 모두 이 경치를 보고 갈 것이다.
오후 6시경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더니 금방 천둥번개와 거센 바람과 함께 비가 악수처럼 내린다. 천둥소리가 하도 커서 ger 밑바닥 땅이 흔들리는 것 같다. 이럴 때 텐트 안에 있다가는 텐트와 함께 날아갈 것 같다. 캠핑을 안 하기가 천만 다행이다. 텐트를 가져온 것이 또 후회가 된다. 가져올까 말까 한 동안 망설였다가 가져왔는데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몽골을 떠나기 전에 한국으로 보내야하는 일거리만 만든 것이다.
비가 멎어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ger에 돌아와서 난로에 불을 피웠다. 어제 밤에는 난로가 너무 뜨거워져서 물로 불을 끄는 소동을 벌려서 오늘은 불을 조금만 때다가 저절로 꺼지도록 만들었다. 잘 때는 난로 불 없이 침낭을 덮고 그 위에 ger에서 주는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제일 좋다.
어제는 이곳 웨이트리스 여자에게 훈련을 좀 시켰다. 다행히 배우려고 한다. 손님이 처음에 자리에 앉으면 “Would you like to have something to drink?"라고 물어보고 음식을 다 가져온 후에는 ”Do you need anything else?"라고 물어보라고 했더니 다음부터는 꼭 그렇게 한다. 그러나 손님에게 “Ya" 하지 말고 ”Yes"라고 하라고 가르친 것은 계속 잊어버린다. 처음에는 지적을 했다가 나중에는 포기해버렸다. “Ya"해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
내일 가는 것을 알고 매니저 친구가 서비스가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서를 가져와서 적어달란다. 제대로 사업을 하려는 곳이다. OTAM 같은 엉터리가 아니다. 좋은 점수를 주고 몇 가지 시정할 것을 지적해 주었다. 만일 내가 이곳에 다시 오면 이곳에 다시 머물겠다.
아침에 일어나니 호수에 안개가 자욱했다
산도 안개로 덮였다, 오전 한때 비가 왔다
매일 보는 몽골 소년, ger 캠프 종업원의 아들이란다
호수 건너로 보이는 ger 캠프, 내가 찾으려다 못 찾은 Nature's Door 같다
오정 때는 청명한 날씨로 변했다
널찍한 식당 내부
오늘은 김치 외에 김밥이 나왔다
고급 음식점 테이블 같다
근처 산에 올라갔다
산 위에서 보이는 호수 경치가 일품이다, 중앙에 삐죽 나온 곳이 우리 캠프다
북쪽으로 호수가 더 넓어진다
혼자 보기 아까운 경치다
숙소 ger 텐트
몽골 소년과 옆 ger의 독일 가족 7세 된 딸 요한나는 항상 붙어 다닌다
저녁 6시경 폭우가 내린 후의 호수 풍경, 날씨가 변덕이 심한 곳이다
2007년 7월 26일, 목요일, Khatgal, Garage 24
(오늘의 경비 US $9: 숙박료 5,000, 저녁 5,500, 환율 US $1 = 1,160 togrog)
아침 11시 반쯤 ger 캠프를 떠났다. 그 동안 친해졌던 매니저 밧스르크와 웨이트리스와 기념사진을 찍고 떠났는데 큰길까지 마중을 나온다. 너무나 경치가 좋고 너무나 사람들이 친절하다. 기회가 되면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Ger 캠프에 올 때는 해가 나와서 걷기에 좀 더웠는데 돌아가는 길은 구름 좀 낀 날씨라 비교적 시원했다. 올 때는 땡볕인 없는 초원길로 왔는데 갈 때는 그늘진 산길로 갔다. 산길은 시원해서 좋기도 했지만 들꽃이 많아서 더 아름다웠고 지름길이었다.
두 시간 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서 1시 반쯤에 Khatgal Garage 25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가지고 있던 인스턴트 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오늘은 묵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에 올 때 같이 온 영국 여행객들 Scott, Claire, Jamie도 있고 하와이에서 왔다는 미국 친구, 긴 가죽장화를 신은 프랑스 젊은이 커플 Ivan과 Sarah, 유타 주 스키장에서 스키 패트럴로 일했다는 Mike, 역시 유타 주 사막지역에서 문제아동 카운슬러로 일했다는 Grace, 이름을 물어보지 않은 스웨덴 젊은이, 유타 주 바로 북쪽에 있는 아이다호 주 Boise에서 온 여대생 등이었다. Boise에서 온 여대생에게 Boise를 여러 번 가봤는데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더니 (정말이다) Boise를 아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며 좋아한다. 분위기가 참 좋다. 젊은 사람들에 끼니 나도 젊어지는 것 같다. 배낭여행을 하면 젊어진다. 아니 젊게 느껴진다. 젊게 느껴지는 것은 젊어지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지만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저녁 6시가 되니 내가 내일 타고 갈 OTAM 미니밴이 도착한다. 혹시나 안 나타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다. 가이드는 프랑스인 David이다. 영어가 좀 서툴지만 몽골인 가이드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럽다. 오후 6시 도착이면 제대로 온 것이다. 우리만 재수가 없어서 밤 11시 반에 도착한 것인가? 아니다. 프랑스 젊은이 Ivan과 Sarah가 탔던 OTAM 차는 24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단다. 역시 OTAM은 엉터리 여행사다. 싸구려 차와 싸구려 가이드를 이용하는 때문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싸구려 차와 싸구려 가이드를 쓰는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나? 아니다. 아무리 싸도 최소의 품질은 보장되어야 한다. 아니면 사기가 된다. 따라서 OTAM은 사기성을 의심하게 된다.
스웨덴 친구는 Ulan Bator에서 버스로 떠나서 버스, 지프 등을 타면서 이곳까지 왔단다. 버스가 어땠느냐고 물어보니 탈만했다고 한다. 아마 내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탔던 버스 정도였던 것 같다. 힘은 들지만 몽골도 단체에 끼지 않고 혼자 공중 교통편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공중 교통편으로 갈 수 없는 곳이 많은데 그런 곳에 꼭 가야한다면 문제다.
저녁으로 피자를 시켰는데 나올 때 보니 너무 커 보인다. 누구 조금 먹을 사람 없느냐고 광고를 해서 4분의 1은 프랑스 청년 Ivan에게 주고 4분의 1은 영국 젊은이 Jamie에게 주었다. 그러나 먹다보니까 부족하다. 나중에 며칠 묵은 빵으로 배를 채웠다. 피자가 처음에 왜 그렇게 커 보였는지 알 수 없다. 눈은 크다고 하고 위는 작다고 하고, 시쳇말로 좀 웃기는 얘기다.
이곳 Garage 24 분위기는 만점이다. 배낭여행자들이 좋아할 분위기다. 비싸지는 않으나 품격이 있다. 내가 저녁으로 먹은 피자가 5,000 togrog이면 $4가 넘는데 미국 가격 수준이다. 몽골 수준으로는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배낭여행자들이 못 먹을 가격은 아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전기 불을 끄고 촛불과 벽난로 불 앞에서 얘기꽃이 핀다. 나는 주로 듣기만 하면서 분위기를 즐긴다. 내가 삼각대와 타이머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좋아한다.
내가 이틀 동안 묵었던 Ashihai Ger Camp의 캠프의 연락처는:
Davaatseren G. Director (책임자 이름인 모양인데 나는 만나지 못했다) dava_s@yahoo.com 9911-2579 (mobile phone)
최고 위치이고 깨끗하고 직원들이 너무나 친절하다. Ashihai는 이 지역을 다스렸던 왕의 이름이란다.
내가 웨이트리스 교육을 조금 시켜준 웨이트리스
떠나기 전에 매니저 밧스르크와 웨이트리스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몽골에도 야크가 (yak) 있는데 고도 4,000m 이상에서만 산다는 티베트 야크와 비슷하게 보인다
호숫가 말 타기를 하는 여행객들
멀리 숙소 ger 캠프가 보이는데 좀 어색한 포즈다
따듯한 햇살을 즐기는 듯한 송아지 세 마리
초원 말 타기를 하는 여행객들
혼자 걷는 산길
아름다운 들꽃 화원
Khatgal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Garage 24 게스트하우스의 기숙사식 방
게스트하우스 거실 벽난로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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