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통문화의 힘으로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어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생각했던 겨울도 제 몫을 다 했는지 봄기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고 있다. 봄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오고 있지만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이 연일 끊이지 않아 교통안전에 대해서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신문을 펼칠 때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지난 해 도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07명이다. 그 중에 절반 이상이 보행자이고 그 보행자의 90%가 65세 이상의 어르신이다. 올해도 벌써 사망자가 20여명을 넘어서고 똑같은 패턴으로 보행자와 어르신이 주요 희생자가 되고 있다.
교통안전분야에 몸을 담고 일한지 20년을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입사한 후 제주지역의 교통사고 사망자 최고 기록은 1996년 123명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후에 2009년 63명을 가장 낮은 사망자수로 기록한 후 연평균 100명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그 때보다 자동차 대수는 두 배로 증가하였고 운전자 역시 그랬다. 그 만큼 위험요인을 제공할 수 있는 요인들의 변화가 있었고 그에 발맞춰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은 각종 교육과 홍보, 매스컴의 관심도 증가, 도로환경의 개선 등 꾸준히 전개되어왔다.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발생의 변화를 보면 제주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1996년 1만3천여 명에 이르던 사망자는 13년 후인 2009년에 반감기로 접어들었고, 2013년 현재 잠정 통계에 의할 때 5,090명으로 감소하였고 2017년 4,900명을 목표로 범정부적인 감소방안을 수립한 상태이다.
우리 제주는 전국의 1%의 대표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생했던 규모로 볼 때나 향후 정부의 계획에 따른다면 적정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9명이라야 맞는다. 그런데 100명의 세 자리 수를 면치 못하고 있어 소위 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최근에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저들은 교통법규도 안 지키고, 식당에서의 매너도 없고, 화장실 사용도 제대로 못할까?’하는 비난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던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이른바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문화적인 성숙도가 떨어져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을 것처럼 보인다. 다시 눈을 돌려 일본의 교통문화 성숙도를 바라보면 벤치마킹을 해야 하고 따라가고 싶고, 매스컴에서도 선진성을 인정하며 우리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처럼 교통문화도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위치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또한 일본인들은 우리가 중국인들의 수준을 낮추어 보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음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였던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에서 말하였듯이 ‘우리의 부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며, 오직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하였다. 우리나라는 모방하는 나라가 아니라 남의 모범이 되는 나라를 위해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하였다.
그렇다면 높고 새로운 교통문화를 이루어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음이다. 아름다운 나라,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민의 안전과 복지가 높은 수준의 교통문화에 의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줄지 않는 교통사고의 원인과 대책은...
교통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자. 변명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이 누구인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첫째, 자동차산업의 발달과 경제적 풍요에 의해 제한없이 살 수 있는 자가용보급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교통약자를 우선 배려하고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운전습성과 문화가 없다는 것이다. 운전을 배울 때부터 그렇지 못하고 오로지 목표는 면허취득이며, 그 후에 가족 구성원별로 한 대씩의 자동차를 갖는다. 그러다보니 거리에는 골목까지 아니 공간만 있으면 차로 가득가득 채워지고 있다. 더 이상 사람이 마음 놓고 걸어 다닐 곳이 없다. 따라서 보도를 넓혀 안전한 보행공간을 우선확보하고 자동차 세울 곳이 있어야 차를 살 수 있게 하며, 자동차 등록 총량제를 도입하는 한편 세대 당 1대를 넘으면 중과세하고 교통유발부담금 부과를 전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둘째, 자가용만이 편한 세상이다. 대중교통인 버스는 돈 없는 학생과 어르신들만이 이용하고 도민의 세금으로 적자나는 버스회사 수입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니 형편만 되면 자가용 먼저 산다. 세계환경수도를 꿈꾸고 있는 제주에 탄소배출원의 가장 큰 매개체가 되고 있는 자가용의 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탄소배출거래제와 함께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주행세를 유류세에 부과하여 대중교통과 녹색교통 위주로 교통체계의 재편성 되어야 한다.
셋째, 개별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3만대 이상의 렌터카들이 제주지역에서 운행 중이다. 관광 성수기가 되면 제주는 렌터카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들 렌트 운전자들은 제주지역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고위험지역에 대한 정보도 이들에게 제공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은 단거리만 안내해주니 5.16도로나 1100도로와 같이 위험한 도로에서 렌터카들이 처박히는 일들이 빈번하다. 이들은 또한 제주지역 곳곳을 누비는 동안 도내 운전자들을 자극하며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공하여 사고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제주지역에 등록된 모든 렌터카 회사는 렌트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 서약서를 받는 것과 함께 교통법규 위반 보증금제를 시행하며, 내비게이션에는 교통사고 위험지역 정보를 반드시 탑재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3. 책임을 지는 도지사가 있어야..
넷째, 교통사고가 발생한 곳에 대한 개선이 되지 않거나 너무 늦게 이뤄진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국가경찰은 사고원인 조사를 하면서 현장의 상황을 가장 빨리 확인하고 문제점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 뿐이다. 사고발생 지역에 대한 도로선형개선, 안전시설보강, 안전진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선정되어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도에서 예산확보가 되어야 도로관리사업소나 자치경찰에서 개선사업이 이뤄진다. 그 기간 동안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지역에는 국가경찰이 교통사고조사와 개선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의무적인 예산편성을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운전자들이나 교통문화 중심이 사람(교통약자)으로 변하지 않는다.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어린이, 어르신이 보여도 속도를 줄여서 우선 보호할 대상이 아닌 피해서 가거나 피하겠지 생각하고 자기 방식대로 운전한다. 보행자 역시 자동차 운전자를 너무 믿은 나머지 지켜줄 것으로 알고 길을 건너면서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조금 섬뜩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운전자는 당신을 죽이려고 달려올 뿐이다.’고 경고하는 영국의 교통사고예방 캠페인 문구를 믿어야 한다.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다. 동승자와 대화하고, 내비게이션을 보고, 전화를 하고 있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딘가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런 그들을 믿고 길을 건널 수 있을까? 그러므로 중대 법규 위반 운전자에 대한 특별관리와 교육 강화는 물론 사업용 차량 운수종사자 교육을 내실 있게 구성하고, 소방본부에서 추진 중에 있는 안전체험관에 자동차 안전체험실습관을 포함시켜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복지와 안전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지고 그 밑에 정부기구가 역할을 한다. 지방자치단체로 내려오면 도지사, 시장, 군수가 지역민의 복지와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1년에 100명이 죽어가고 있는 섬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곳에 가서 살라고 보내진다면 선뜻 가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만약에 그 사망원인이 에이즈, 암, 신종플루와 같은 질병이었으면 온 섬이 들썩거리고 대통령도 현장 방문하고 난리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원인이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왜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을까? 질병이었다면 보건복지부장관, 도지사 다 물러나야 했을 것인데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일까?
현재 전국은 물론 제주에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에 각 후보 모두가 표심을 잡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실은 알고 있을까? 진정한 도민의 복지와 안전을 생각한다면 ‘내가 책임지겠소’하고 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제주가 도민의 진정한 안전과 복지가 보장된 섬이라는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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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교통공단 제주지부
교육홍보부장 현병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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