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하고개-살포쟁이고개-백월산-구름다리-투석봉-산혜암-용화사입구-백월산팔각정-까치고개)
1.일시: 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2.날씨: 촉촉한 물안개로 등산하기는 좋았으나, 짙은 안개에 갇혀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어 필연적 알바를 함.
3.참가인원: 바람, 그윽한미소, 딱선생 그리고 나
4.소요시간과 산행거리: 정맥 산행한 이후로 가장 짦은 거리를 주파한 거 같음. 알바 빼고 딱 4km 알바 포함 6km. 총 다섯시간 걸림.
출발
늘상하는 정상적인 산행 일정으로는 12월 1일 산행이 되겠으나 살다보니 개인 사정들이 겹치고 피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여 부득이 16구간을 한지 한달이 훌쩍 지난 12월 15일에 17구간의 산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듯이 정상적으로 해 오던 짓거리들을 안하고 놔두면 리듬을 잃고 어디서건 사단이 나기 마련이다.
17구간 출발부터가 그랬다. 평소에는 아무리 늦어도 적어도 차시간은 철통같이 지키던 인간들이 오늘 따라 6시 30분 터미널 도착 불가라며 카톡질을 해대지 않던가? 그것도 한명도 아니고 두명씩이나...
해서 홍성발 6시 40분차를 분루를 삼키며 보내야 했고, 다음 차는 8시 40분에 있으나 이 또한 불가 하질 않은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불현듯 생각해 낸 것이, 일을 그릇친 원인 제공자 두명의 주머니를 털어 택시로 홍성까지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계획은 너무 가혹한 계획이라며 '그윽한 미소'가 만류하는 바람에 계획으로만 끝이 났으니 다른 대안을 찾을 수 밖에...
다행히 예산가는 버스가 7시 10분에 있어 일단 이것을 타고 예산까지 가기로 했다.
예산 도착이 시간 반 소요되니 차선책으로는 최선의 선택이였다. 예산에서 홍성가는 것을 원인 제공자 두명에게 물리기로 하고 내려 가는데, 막상 예산에 도착하니 홍성행 버스가 바로 터미널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일벌백계로 처벌을 해야 하지만 이것도 눈물을 머금고 양보했으니, 여리고 가냘픈 마음은 병인양 하여라!
이렇게 곡절을 격고 홍성에 도착하여 '바람'의 패널티로 산 모찌떡을 한개씩 내장에 우그려 넣고 산행 시작점인 하고개를 택시로 이동하였다.
택시에서 내리니 짙은 운무가 마치 엿먹으라는 듯이 사방으로 우릴 포위하며 달려든다.
출발부터 시작해서 도착해서도 역시 날씨가 심상치가 않으니, 오늘은 특히나 동물적 감각을 최대한 이용하여 길을 찾아 갈 밖에!
이런 모든 조짐들이 결국 우리의 갈길을 막고 대형 알바라는 크나큰 선물을 우리에게 안겼다.
하고개 버스 정거장 도착 10시 30분. 다들 몸단장에 여념이 없다. 산으로 예쁜 시악시 만나러 가니?
이방향으로 가다보면 골프 연습장 옆으로 정맥길이 열려있다.
홍주병 오의병 주둔 유지비가 있는 오늘 17구간의 시작점이다. 서울 시청 산악회 버스가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다.
전날 내린 비로 등로에는 잔설들이 희끗 희끗 보이고 이것들이 바쁜 발길을 잡챈다.
홍주병 오의병 주둔 유지비.
등로에는 아무도 없고 덩그러니 금북정맥을 알리는 푯말만이 말없이 136봉을 지키고 있다.
살포쟁이 고개 도착 11시 15분. 백월산 마을 사람들이 지나 다니기 꺼려하는 고개라고 하는데, 한국 전쟁때 수많은 사람들을 이골짜기에 몰고 와서 대창으로 마구 찔러 죽였다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살풀이 하느라고 짚불놓은 흔적과 울긋 불긋한 천들을 걸어 놓아 금방이라도 원혼이 튀어 나올 것만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을 지날 때 짙은 운무에 을씨년스러운 것이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는데 다 그런 연유 때문인가 보다.
백월산 정상 도착 12시 20분. 잠시 이빨을 까면서 '딱선생'이 가져 온 용인산 땅콩을 먹었다.
땅콩 껍길을 버리지 말라 했더니 '딱선생' 왈 겨울에는 산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이거라도 먹으라고 뿌리는 거란다.
그럼 왜 알맹이는 안뿌리냐?
코끼리 바위.
이몽학의 난을 평정한 홍주목사 홍가신과 다섯 충신의 위패를 모신 단간 청난사가 중수비 바로 옆에 세워져 있다.
이렇게 산머리에 충신의 사당이 있는 곳은 전국에 이곳 백월산 뿐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곳 무당들은 홍가신을 신처럼 떠받들고 백월산 이곳 저곳이 무당의 기도터가 많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상한 기운들이 감도는 것도 같다.
사당앞 전망대에서. 짙은 운무로 한치 앞도 안보인다.
여기서 직진하여 팔각정으로 넘어가야 원정맥길인데 이걸 우리는 그냥 지나쳐서는 구름다리 거쳐 투석봉과 산혜암을 지나 용화사입구까지 근 1.5km 이상을 급경사 내리막 길을 내려가 버린 것이다.
다행이 용화사 입구 간판이 있는 곳에서 귀인을 만나 원정맥길로 복귀 할 수 있었다. 왕복 한시간은 족히 까먹었다 그것도 급경사비탈길을...
내가 이렇게 돌아와 산행기를 끄적대는 것도 기적에 가깝다. 안빈낙도 산악 회원들의 하해와 같은 은덕으로 지금 이 산행기를 눈물이 앞을 가리매 부득이 쓰고 있다.
투석봉에서.
이갈림길 까지 내려왔다. 내가 감을 못잡을 동안 이제는 어느 정도 내공들이 쌓였는지 "정맥길이 아닌게비여" 하는 감이 다들 마음 속에서 울림으로 나오나 보다. 의심이 명중되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길위의 현자를 만나 의심이 명중되고 말았다.
으~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온 만큼 1.5km를! 정맥길 위에서 한 알바중 가장 치명적인 대형 알바의 순간이다.
팔각정 뒤로 난 길을 따라 이바위 뒤로 정맥길이 열려있다. 팔각정 복귀 시간이 1시 50분.
알바의 추억은 다 언제였냐고 맛나게들 점심을 먹었다. 이 맛난 점심도 다 왕 알바 덕분이라는 것을!
결성 막걸리가 짱이여!
이것이 무슨 버섯인고?
까치고개 도착 3시 42분.
수덕사고개까지는 적어도 2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관계로, 그리고 우리의 올해 마무리 회식을 위하여 오늘은 여기서 마치기로 했다.
택시기사를 부르니 까치고개가 어딘지 모르겠단다. 개고기집이 있다고 하니 금방 알아듣고, '고개쉼터 개고기집'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단다. 이집이 근동에서 개고기로 유명한 집인가 보다. 나무관세음보살!
홍성터미널에 도착하니 바로 강남터미널 행 버스가 4시에 있기에 일단 그걸 타기로 했다.
얘들은 어딜가고 덩그러니 베낭만 있을까? 아는사람?
내장을 채우기 위해서 비우기 작전에 돌입하러 해우소 행. 얼마를 먹으려고 사전 정지 작업들이야 시방!
마무리 회식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하기로 하고 강남터미널 거쳐 노량진으로 출발함.
시간이 널널하여 노량진 학원가를 이잡듯 뒤져 당구장을 찾아 내서 한판을 때렸다. 누가 이겼을까?
선수용 대다이에서는 '딱선생'도 용빼는 제주가 없어 결국 '그윽한 미소'가 일등을 했다. 장장 시간반의 혈투 끝에!
나의 천하는 두번의 일등으로 끝이 났다. 간발의 차로 이등을 한 '바람'은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일등을 추격하는 의지를 보였지만결국은 거기까지다.
당구치느라고 시간을 너무 허비하여 식당에 9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손님을 받질 않는단다. 이곳 저곳을 헤매다가 24시간 양념집을 발견하고 그리로 직행함.
노량진 수산시장은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난다. 제철 회인 방어에다 우럭 숭어 이렇게 푸짐하게 마무리 회식들을 했다.
동영상을 찍었는데 다 어디로 도망갔다!
아무튼 올 한해도 다들 고생했다. 내년에는 좀더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보기로 하자!
1월 설산 산행은 공지하마!
첫댓글 산행내내 안개가 끼었나 봅니다.
알바로 고생도하시고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하셔서 다행입니다.
고생들하셨는데 산행기 읽는 전 재미있으니 무슨 심보인지.....
산행기 언제 올라오나 목 빼고 기다렸습니다.
그림을 보니 용인표 땅콩도 생각나고 포항 과매기도 보입니다.
ㅎㅎ 해 바뀌면 슬슬 따라 나서야겠나 봅니다.
청학님 맛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마법에 걸린 것 같습니다. 청양 구간부터는 진도가 안나네요! 청양이 우릴 놔주기 싫은 모양입니다 정들어서!
아무튼 새해에는 합류하신다니 환영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구름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알바도 다 뜻이 있어서 하게 되니 모든게 헛됨이 없고 의미 있도다!! 헉!!제법 도사같은 야그!!!
청학! 일년동안 너무 고생 많았다...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고생좀 해줘...
하늘님 癸巳년엔 같이 한다니 반갑습니다...
한해 이것 저것 신경쓰느라 고생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신경써 줄거지? 한해 마무리 잘하고 메리크리스마스!
올해 마지막 산행에서 알바를 톡톡히 하셨네요
새해에는 알바 안하는 산행이 되시길....
MERRY CHRISTMAS
얼마 안남은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산에서 뵙죠!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