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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18/09/29(토). 새벽 4시 35분 산행 출발
** 누구랑 : 나홀로!!!
** 왜? 대한토 10월 둘째주 토요일 A코스 무박 단풍 산행 리딩 사전 답사
** 이동 수단 : 대전청솔산악회 원추리님께 문의 후 설악동소공원까지만 탑승 허가 받음.
(산행 시간이 어찌 될지 알 수 없고하여 돌아올 때는 대중교통 이용할 예정으로 합류)
그렇게 산행을 결행한다.
매번 리딩할 때마다 사전답사는 내겐 필수코스.
산을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리딩의 부담을 덜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는 수많의 걱정거리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지만
막상 결행을 하고보면
늘 별거 아닌 일들로 공기중에 흩어져버리곤 한다.
아주 쬐끔의 위험 요소들이 있지나 않을까 무섭긴해도...
그건 무용하다.
홀산하는 내겐...
늘...
청솔산악회 버스에 대전IC에서 한밤중인 0시(24시) 탑승이다.
금요일 밤. 버스에 올라타니...
낯익은 얼굴들... 송학님, 에이스님, 소피님, 얌얌님...
내 자린 맨 뒷자리.
설악에 도착하고 한계령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내려놓고...
송학님 에이스님과 바이바이 인사를 나눈다.
중간 어디쯤에서 마주칠 것을 서로 짐작하며.
버스는 다시 오색...
몇 명의 사람들을 더 내려놓는다.
버스에는 이제 나와 딱 한 분.
설악동 소공원에 도착 시간
새벽 4시 30분을 넘기고 있다.
내 예상 시간 4시, 30분을 넘기고...
서둘러 표 3,500원 예매하고
트랭글 작동 시작 4시 35분. 산행 시작.
설악산신흥사 일주문을 통과.
같이 내린 남자분 렌턴을 챙겨오지 못하셔서..
내 여분의 렌턴을 넘겨드린다.
배낭의 무게보다는 혼산에 대비해야겠기에^^
홀로 가야 하는 길은 그래서 챙길 짐들이 더 많다.
산행 먹을거리는 줄고
대신 그 외 준비물은 늘고
렌턴 불이 약하긴 하지만
(여분 건전지 드린다고 하니 되었다고)
동틀 때까지 두어 시간은 그런대로 쓸모 있을테니..
그리고 비선담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로 동행이다.
닉네임도 모르고...
어둠 속... 그렇게 걷기 시작...
그 분은 비선담에서 마등령삼거리, 공룡능선을 홀로 탈 예정이라고 하셨다.
비선대에서 그 분은 오른쪽 등로로,
나는 왼쪽 등로로 갈라선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어둠속 진짜 홀로 산행이다.
오롯이 즐기는 나만의 설악산 산행.
등로는 걷기 편하고..
서서히 마음도 산과 하나가 된다.
간혹 보이던 등산객들도 거의 만날 수 없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천불동계곡 탐방로 정비로
공사 구간이 서너 곳 된다.
대부분 계단 공사.
걸어 다닐 수 있게는 임시로 계단을 만들어두었는데
혹시 몰라 밤길 조심조심 발길을 옮긴다.
어둠 속 단풍나무.. 아직 초록의 기운만 가득...
2주 후 산행 올 때는 아마도 붉게 빛을 뿜어내고 있겠지.
그 상상만으로도 아~ 이곳 너무 좋다.
하늘의 별빛이 내려앉은
별빛단풍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걷고
하늘의 달은
보름을 5일 넘기며 점점 사그라들고..
그 또한 꽉 차지 않고 스스로 비워가고 있음이
나는 흐뭇하다.
높은 곳의 저 달이, 그 빛이...
길동무해주고 있어 더욱 고마운 밤의 산책이다.
어둠속에서 귀면암을 만나고...
(무시무시한 귀신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금강산의 귀면암에서 따왔단다.
그러나 원래 명칭은 천불동계곡 입구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는
‘겉문다지’ ‘겉문당’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달이 산 위에서 잠시 숨었다 나오기도 하며
나를 내내 비춰주고 있다.
날이 서서히 밝아 어둠이 푸른빛으로..
계곡의 쪽빛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렌턴은 이제 배낭에 넣고...
거대한 바위 병풍을 보며 가며,
뒤돌아 다시 보며 걷고 있는 천불동 계곡이다.
이 계곡에 단풍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의 산하 단풍 산행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천불동 계곡과 백담사로 이어지는 계곡길.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던 길이다.
그 길 위에 지금, 여기, 바로 내가 홀로 서 있다.
기암바위를 타고 미끄러지는 폭포 계곡 물 소리에
귀가 즐겁고, 눈이 즐겁고,
걷는 발길이 비록 정신없지만 힘든 줄은 모른다.
내 마음은 그 모든 것을 담을 그릇이 못 되어
그저 보며 담고, 흘리고 또 보며 담고...
설악에 빠지고 있음이다.
이름값이라는 게 바로 이런거구나...
설악에 공룡능선과는 또다른 한 세계가 펼쳐진다.
이곳.
사실 A코스 잡을 때
공룡을 넣을지 말지가
가장 큰 숙제였는데...
가을 산행의 이곳 천불동계곡은 와서 보니 절대 진리다.
역시^^
(후에 들으니 이날 공룡에는 등산하는 사람들이 넘쳐나
정체 구간이 많았다고 하는데..
나는 이 천불동계곡의 웅장한 바위병풍들과 계곡을
온전히 혼자 즐김이다.)
조용한 양폭대피소...
뒤를 받치고 있는 바위산과 앞으로 흐르는 계곡..
자리를 볼 줄 모르는 내가 봐도 명당.
하늘에선 까마귀 한 마리 날아와 내려앉아 쉬고
땅에선 JIRI-깽이 걸어와 잠시 머물다
그렇게 흔적 없이 간다.
양폭포, 천당폭포...에도 또 사로잡혔다가...
무너미고개를 지나고부터 많은 사람들
희운각대피소까지..
여기서 쉬고 있는 소피 언니를 만난다.
한계령에서 진행해 대청봉을 거쳐 여기까지 왔음이다.
송학님 에이스님은 아직 중청대피소에서 아침 식사 중이라고 통화^^
여기서 만났으면 같이 식사했을텐데.. 그냥 진행이다.
계속 오름길...대청봉까지...
사실 이날 대한토 청대장님 리딩산행 인제 자작나무숲길...
가고 싶은 코스였는데..
설악에서 짧게라도 자작나무 숲길을 선물받듯 그리 만난다.
아.. 감사합니다.
아.. 이걸로도 저는 충분합니다.
마주 오던 얌얌님과 인사 나누고...
송학님 에이스님 드디어 만납니다.
ㅎㅎ 나 홀로 보내기 아쉬우셨던지...
먹을 거 챙겨 먹여주시네요.
가는 제 손에 과자도 한 봉지 안겨주시고...
빨리 진행하면 같이 타고온 버스 타고 갈 수도 있을 듯..
작은 희망을 가지고 좀 서둘러 진행해 보기로 하며
인사 나누고 다시 서둘러 출발합니다.
소청봉 삼거리를 지나고...
중청대피소 도착, 캔커피 하나 사들고
배낭 내려놓고는
가볍게 대청봉으로 오릅니다.
근데..
저 앞에 어쩐지 낯 익은 얼굴 몇 분
헉. 'J3 사람들'이다.
그분들 대청봉 찍고 내려오시다가 나랑 딱~
중간에서 만납니다.
나와 서로 눈이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사실 그 분들 닉을 제가 다 모르니까...)
“안녕하세요. ‘Jiri-깽이’입니다.‘
인사를 해버립니다.
그러자 그 분들...
“여우굴님이랑 설태하셨던?”
“Jiri-깽이님?!^^”
ㅎㅎ 저를 알아봐주십니다.
물론 처음 뵙는 분도 계시고,
실크로드 길에서 잠깐 스치며 뵈었던 분도 계시고
그렇게 같이 인증하며 인사하며...
(이분들은 내일까지 백두대간10구간 산행
마지막 구간 진행 중이시라고^^)
대청봉에 올라 빠르게 인증 후
(대기 없이)
중청대피소에 와 혼자지만 밥에 김 싸서 잘도 먹습니다.
중청대피소 국공분들은 이번에도 여전히 친절.
인물들도 출중하시고... 그저 이쁨이십니다.
우리나라 대피소 중에서 제일 좋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좋으니까^^
가장 높은 대청에 다녀왔으니..
이제부터는 하산만 남았습니다.
올라오는 것 5시간.
내려가는 것도 5시간이면 되려나? 짐작해보며...
원래 12시간 예정하고 시작한 산행이었는데...
10시간 정도 산행하면 청솔버스 있는 설악동소공원까지
비싸더라도 30여분 택시 가서
대전에 같이 되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희망이 현실로...서서히 ㅎㅎ
많이 쉬지도 해찰도 하지 말고...
좀 서둘러 발길 옮깁니다.
발걸음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올라오며 아는 분들 만나
또 그 기운에 기분도 더 좋아지고..
신나서 폴짝폴짝 소청삼거리를 지나 봉정암 방향으로~
이쪽에 단풍이 더 많이 들어있네요.
빨갛고 노랗고 주황에...
봉정암에 들러 목좀 축이고...
기이한 바위 보느라 목도 좀 아프려고 할 때 또 길 떠납니다.
내 앞길을 막을 자도 없거니와...
이곳 등로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
산행 초입부터 절까지 이어진 길은
어쩐지 마음이 편합니다.
시에도 많이 등장하고, 문학소설에도 많이 등장하는
절 이름의
‘**사 가는 길’
단어 세글자로도 설명 가능합니다.
‘오/솔/길’
폭이 좁은 호젓한 길^^
절에 가는 길은 늘 그렇습니다.
꼭 수행하는 스님이 아니더라도...
나도 이미 세속의 마음은 벗어 던지고..
수행하듯, 아니 이미 수행한 듯
마음은 한결같이 편안하고
내 몸의 수많은 눈은 깨어있고
이곳 숲의 모든 기운이 온전히 들고 나기를
허락하고 있음입니다.
앞에서 한 여성분이 걸어오시는데...
지나며 제게 인사를 하십니다.
저도 웃으며..그분께
“너무 예쁜 길에서 걸어오고 계시네요.”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지...
저 앞에 빛이 비추고 있고...ㅎㅎ
그렇게 사자바위를 지나고
해탈고개(깔딱고개)를 내려서는데...
다람쥐가 쉬어가라 붙잡네요.
지천에 떨어진 도토리에 정신팔려
제가 보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며(사실 알았겠지요)
요녀석 재롱 보며 기쁨 담고
지혜샘에도 잠시...
하산 계곡길 따라 이어지는 첫단풍을 만끽하며...
쌍룡폭포.. 연화담...
햇살에 반짝이는 보석 머금은 계곡수에 혼마저 빼앗깁니다.
백담사 가는 길 2km.. 쯤..
전화벨이 울리고...
J3배방장님 이시네요.
방장님도 오늘 설악쪽에 오신다고 하셨었는데...
통화 잠시 연결되었다가 인사나누고..는
전화불통지역이라 전화가 꺼집니다.
백담사 내려가면 전화드려야지 생각하며
하산길 서두릅니다.
이제는 대전으로. 또 집 연무대로 가야하는
최고 난코스 문제 해결해야 하니까^^
일단 백담사에서 마을버스로 용대리 나가서
택시 타고 설악동소공원으로.
서두르면 그게 가능한 시간으로 하산입니다.
제 예상 12시간보다... 3시간 단축.
9시간 산행. A코스에는 13시간을 줄 작정입니다.
백담사 입구 수많은 돌탑들 바라보다가는...
버스타는 곳으로.
버스가 벌써 서 있습니다.
일단은 버스타는 문제가 시급하니까..
표를 끊고 부랴부랴 버스에 오르긴하는데...
(너무 마음이 급한 나머지 이 때
휴대폰 케이스에 찔러둔 신용카드도 분실하고ㅠㅠ)
버스는 사람들 태우자마자 출발...
트랭글 끄는 것도 정신없어 잊어버렸다가..
버스 출발해서 가고 있는 중 '아차~' 다행히 꺼집니다.
그리고는 J3 배방장님께 숨고르며 전화하려는데
마침 전화가 걸려옵니다.
저 있는 용대리 이쪽으로 오시겠다고...
저는 마을버스 타고 나가서
또 바로 청솔버스타러 택시타고 가야하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한데..
잠깐 얼굴만 뵈어야 할꺼라 많이 죄송하여
그러셔도 괜찮으시겠냐고 하니...
용대리 마을버스 내리는 곳에서 만나자고.
ㅎ 그렇게 그 엄청난 분을
제가 이날 처음 만나게 됩니다.
버스길로도 한참을 가네요.
버스 내리는 곳 바로 옆에 차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다시 연락이 왔고.
산행 후 씻지도 못하고 많이 냄새나고 더러워진 몸으로...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며
손과 얼굴이라도 씻어야 하는거 아닌가ㅠㅠ)
그렇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나 인사드리게 되었고..
근처 카페 찾아 차 한 잔씩 합니다.
J3배방장님과 추산대장님
(저는 추사대장님이시라고 잘못 알아듣고는..^^)
달달하고 시원한 차 데이트에 이어...
(카페 들어가서 화장실로 먼저^^
카드는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고 분실신고 전화 후
윗옷만 대충 갈아 입고 나옵니다.)
ㅎㅎ 화장실에서 나오니 이분들 차를 이미 다 드셨네요.
설악동소공원까지 울산바위 달마봉을 둘러보는
굿 드라이브 데이트까지...
저기가 울산바위, 저기가 달마봉
저기 움푹한 곳이 목우재...
차로 지나며 친절한 설명까지 해주십니다.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여 약소하게
두 분 아이스크림 사드시라고 드리는 기름값도 안받으시고
(제 손에 기어코 드리는 돈 쥐어주고)
저 청솔버스 바로 옆에
잘 내려주시고 그리 가십니다.
배님과 추님... 그래서 ^^
제가 속으로 “이 넉넉한 가을 잘 익은 배+추님”
배추님이라고 하면 건방져 보일까 봐서.. 말로는 못하고..
혼자 속으로 키득대보며...
배님이 추님은 총각이라시며.. 또.. ㅎ
두 분은
백두대간 마지막구간 산행 중이신 분들 맞아주시려고
예까지 와서 룰루랄라~ 즐기고 계셨던 듯..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내려오신 분들 10분도 안되고...
어떤 분이 차에서 내린 제게
"저 분 J3방장님 아닌지?" 묻습니다.
산꾼들 사이에서 꽤 유명인사인 이 분께 이리 신세를...
첫만남을..ㅎㅎ
이날 설악산 단풍 피크 시작 기간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산행 등로 사람들 서서 산행할 정도였다고.
그리고 도로위와 주차장도 차로 가득.
이번주도 이러면
다음주와 그 다음주 단풍 절정일 때는 헉!
다다음주 산행 리딩 때 딱 2가지만 잘 하면 되겠네요.
치고 빠지기...시간 틈새 공략...
사람들 많은 곳 싫으시다면
늦은 귀가 걱정되신다면
두 주간 설악산 방문은 피하시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악을 만나고 싶다면
마음 내려놓고
다다음주 둘째주 설악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1년에 한 번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이 설악의 숨어 있는 진리를 꼭 만나십시요.
다녀오니 또 만나고 싶어
저는 두근두근합니다.
단풍없을 때도 이정도면...
단풍이 꽃피울 그 만개 시기에는 어떤 그림일까?
과연...
다다음주 13일에 만나러 갑니다.
그때도 오늘처럼 선물 퍼주시듯...
잘 살펴주시기를^^
어둠속에서는 별빛과 함께, 달빛과 함께... 동무삼아
산행하는 길이 너무 예쁘고 좋아요.
이 물 빛 보십시요. 이 모습이 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자작나무 숲길도 만나고...
송학님과 에이스님^^
중청대피소에 배낭 놔두고... 대청봉 오름길에서 만난 J3 짐승남들.. ㅎㅎ 보기좋은 산꾼들이십니다.
울긋불긋.. 수놓고 있습니다. 점점 붉은 기운 노란 기운이 커져가겠지요. 중청대피소가 있고.
아쉬움에 대청봉 한번더 바라보며....
여기 너무 예뻤던 길...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날씨마저도...
빛나는 보석...이 물 속에... 풍덩풍덩...
요녀석.. 이뻤습니다. 사람을 사람처럼 안보던 요녀석...
백담사...^^ 배방장님 추산대장님 백담사에 다녀가셨었다고.. 이날.. 바로 직전에...
ㅎㅎ 그냥 어디서라도 딱 보면 알겠지요. '배방장님'(좌).. 이 포스
ㅋ 그리고 매너좋은데 총각이라고 '추산 대장님'(우)
이렇게 하루 재미나게 신나게 행복하고 감사하게
잘 놀다 왔습니다.
또 가고 싶어 죽겠습니다.
또 만나고 싶어 죽겠습니다.
기대하고 설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