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1
때는 여름. 여름 하면 역시 호러 영화나 호러 게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이오하자드’시리즈는 호러 게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하자드’시리즈의 처녀작이자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바이오하자드1’의 무대로 뛰어들어 보자!
실제로 이 게임은 개발 단계나 발매 직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호러 어드벤처의 시초, ‘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 와 유사해 보이는 게임인데다(두 게임은 오마쥬라고 해도 될 만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압도적인 게임 그래픽이나 혁신적인 요소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 정도로 평가 되었으나 의외로 발매 이후에 대박을 터뜨렸다. 그 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이제는 명작의 반열에 올라 선 시리즈다.

게임 분위기와 가장 유사한 설정과 느낌의 영화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정도랄까?
오프닝 무비는 무려 실사! 70~80년대의 B급 호러 영화를 보는 듯한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대사, 그리고 저렴한 연출은 공포감을 주기보다는 그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게임 캐릭터와 실사 캐릭터를 대조하자면 여자 배우보다는 남자 배우들이 더 잘 어울리고 특히 웨스커역을 맡은 배우는 게임 캐릭터와 매우 흡사하다. 게임 전체의 분위기에 녹아 드는 적절한 오프닝 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 특유의 오프닝은 1편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쉽다. 2편 이후로는 평범하게 폴리곤 무비로 바뀌게 되는데, 실사 버전도 같이 제작해 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호러 게임 다운 타이틀 화면. 스샷은 북미판의 제목인 레지던트 이블이다.
“1998년 여름, 아메리카 중서부의 산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 라쿤시티. 교외에 위치한 아크레이 산지에서, 누군가가 주민들을 습격, 먹어 치우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라쿤시는 특수작전부대 S.T.A.R.S의 출동을 요청. 7월 23일 밤 동부대의 브라보팀이 현지로 향했으나 그 후 통신이 두절. 다음날 밤 알파팀이 브라보팀의 탐색을 하러 현장으로 향했으나 탐색 중 한 명의 대원이 정체불명의 동물에 의해 사망. 나머지 대원들은 근처의 커다란 저택으로 피신하게 되는데…..”
게임의 무대가 되는 저택의 입구. 영화 ‘레지던트이블’에 나오는 저택과 동일한 장소다.
사실 위의 줄거리보다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알게 되는 자잘한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플레이어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서서히 이성을 잃게 되는 사육사의 일기나 연구원들의 생체병기 실험 보고서 등을 발견하게 되는데 호러 게임다운 연출과 감정 이입을 돋구어주는 요소라고 하겠다. 저택을 탐색하여 각종 문서들을 수집하면서 숨겨진 음모과 좀비들의 출현 원인을 알게 되고 천천히 사건의 매듭을 풀어 나가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을 보여 준다. 물론 후속작 제작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명확히 결론이 나지 않는 떡밥들도 곳곳에 나온다.

플레이어의 분신인 ‘질 발렌타인’과 ‘크리스 레드필드’. 두 캐릭터는 체력을 제외한 공격력이나 이동속도의 차이는 없다. 다만 질이 기본적으로 소지 가능한 아이템 수가 많은데 잠긴 문이나 서랍 등을 열 수 있는 ‘키픽’ 이라는 아이템을 비롯해 사용 가능한 무기 종류도 많다. 따라서 크리스보다는 탄약의 여유가 있어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반면 크리스의 장점은 월등한 체력. 좀비에게 한 두 번 공격 당하는 정도로는 체력 게이지가 미동도 안 할 정도로 강한 맷집을 가졌다.
조작은 매우 불편하다. 총기류의 무기는 지정된 재장전 버튼이 없어 장비 창에서 직접 조합해서 장전해야 한다. 또한 플레이어의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조작되며 3편부터 추가된 ‘퀵 턴’도 없기에 방향 전환도 매우 느리다. 더불어 자유롭게 시점을 전환할 수 없어서 위치를 잘못 잡고 빠른 적과 만나게 되면 전투에 애로사항이 만발한다. 그러나 이후, 플레이어를 ‘갑갑함’ 에 빠뜨리는 이런 의도적인 조작법이나 시점 구성이 호러 게임의 필수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사일런트 힐’ 시리즈.
한편 배경 음악은 특별히 좋다고 할만한 곡은 없으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상황에 어울리는 효과음이 잘 조합되어 있어 호러 게임에는 적절한 편. 다만 가끔 뜬금 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음악이 흐르고 나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등 플레이어의 맥을 빠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실생활에서 삐걱거리는 문은 고장의 징후. 기름칠 하자.

타자기로 현재까지의 일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세이브. 리얼(?)하다.
처녀작인지라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주는 특유의 시스템도 확립됐다. 삐걱거리는 낡은 문과 함께 나오는 로딩화면, 4차원 수납 상자, 낡은 타자기를 통한 세이브 시스템 등이 그것. 세이브 횟수 제한을 주는 잉크 리본 아이템의 도입이나, 문을 열 때 느껴지는 긴장감은 ‘바이오하자드’의 전통이 됐다. 그러나 상자가 있는 곳이라면 보관해 놓은 아이템이 어디서든 연동되는 일명 ‘4차원 상자’나 다른 맵으로 이동을 하면 모든 적 시체가 사라지는 부분은 현실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뭘 해야 할지 파악해야 하는 퍼즐의 방.
어드벤처 게임답게 곳곳에 퍼즐도 배치되어 있는데, 그 난이도는 1편이 가장 높다는 평이다.
그러나 대부분 주변에 힌트가 주어지며, 진지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같은 것은 없기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후속 시리즈가 발매되면서는 퍼즐이 점점 줄어들었고 4편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라졌다. 최신작인 5편은 액션 게임으로 변해서 이 게임이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인지 ‘둠’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한다. 팬으로서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 게임의 매력은 특유의 호러 영화 방식의 연출과 구성에 있다. 폐쇄된 공간이 주는 공포, 고정되고 불편한 시점, 청각적인 긴장감, 예상을 깨는 적의 등장 등이 그것이다.
분명히 이 막다른 골목 앞에 뭔가 있는데 시점이 고정이라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유발하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뒀다. 어둡고 깔끔하게 표현되지 못한 그래픽은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다. 심리적인 압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원초적인 두려움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진행은 해야 할 텐데 철책 너머 좀비견이 나를 노린다. 그리고 당연히 시점 바뀔 때 쯤 급습하겠지?
‘바이오하자드1’ 고수 플레이어의 클리어 타임은 약 90분. 그것을 동영상으로 만든다면 약간의 액션이 가미된 B급 호러 영화가 될 듯한 이 느낌이 바로 ‘바이오하자드’의 백미라 하겠다.

엔딩도 실사인데 역시 1편으로 끝이다. 실사 버전도 추가해달라, 캡콤!
B급 호러 영화의 철칙(?)인 뜬금없는 결말.
암만 쏴도 안 죽던 녀석이 헬기에서 던져 준 로켓런처 한방에 마무리.
무더운 여름 밤, 등골 오싹한 호러 게임에 목마른 게이머라면, 이빨 딱딱 부딪혀가며 ‘바이오 하자드1’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떤가?

엔소다 한영규 객원기자
<ⓒ모바일 웹진 엔소다(www.ensod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상업적 목적이 없는 개인에 한하여 재배포 가능합니다.
단, 재배포시 기사의 출처와 URL을 함께 기록해 주셔야 하며
위 조건에 어긋나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는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첫댓글 안해봐서 몰겠지만 옛날 그래픽이 더무셔
오 멋지네요 ㅋ
바하1... 게임기 있었는데... 하는법을 몰라서. 안해버린....
음. 왠지 쫌딸려보이는듯
지금보면 웃겨도 저때는 정말 멋있었지요. 오프닝 곡도 좋았고.. 그래픽도 최고 였는데. 2시간도 안되는 플레이 타임이였지만.. 그래서 수백번도 더 클리어 했던... ㅋ
ㅋㅋ 완전쩌내 ;;
역시 그래픽 쩌네여 ㅎㅎ
지금이랑 완전히 다르네.. 게임이 많이 발전했죠 참..
아오 다시 하고 싶다..
2도 전설의 명작인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