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엇국 한 그릇
정지일
북어는 패야 맛있다
딱딱한 껍질 속, 숨겨진 부드러움을
홍두깨로 두드려 깨워낸다.
섬유질을 풀어내고
깊은 맛을 끌어올린다.
인내와 노력으로 빚어진
진정한 맛의 정수,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장마가 끝난 후, 맑은 북엇국
북어 채 한 움 쿰 깨끗한 물에 불리며
하얀 속살이 살포시
부드럽게 살아나네.
파와 마늘, 칼끝의 노래
천천히 다듬어 향을 더하고
깨끗한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북어를 부드럽게 볶는다.
맑은 물을 붓고 끓이면서
소금과 간장으로 맛을 조화시키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에
마음이 달래지고, 진한 국물이
따스함을 전해준다.
파 한 줌, 초록빛 물결
달걀 하나 풀어 노란빛 물결
마지막 한소끔, 정성의 순간,
북엇국 완성, 사랑의 맛.
한 그릇 푸짐이 담아 마지막 손길
후추 솔솔, 참기름 톡톡,
따스한 국물 한 모금, 장마 끝 해장
북엇국 한 그릇에 애써 무겁던
가슴 속 응어리 깊이 깊이 잠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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