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 엄마-
제주 꿈 목장 이준엽 집사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웃음 짓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지나간 세월 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옵니다. 어릴 적 빨간 다라이에서 꼬추 내놓고 울고있는 아기가, 동생 유모차에 태우고 의젓하게 서 있는 개구쟁이 모습으로, 꽃다발과 함께 6년 개근상이라는 상장이 무슨 자랑인 듯, 가슴에 꼭 안고 미소를 짓던 학생이, 검은 가운을 입고 사각모를 쓴 어머니 옆에서 웃고 있습니다.
최근에 포토샵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동생 놈의 영향으로 옆에서 기웃기웃 거리며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역시나 배움은 좋은 것이라. 풍월을 읊는 서당 개처럼 흐릿한 사진이 또렷해지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부어있던 얼굴이 갸름해지고 나왔던 배가 들어가고 사라졌던 근육이 탱탱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완벽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홈피에 올려진 어머니 사진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동생과 함께 예술의전당에 가신...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볼 량으로 내 컴으로 옮겨와 시술을 시작해 봅니다. 우선 흐릿한 배경을 또렷하게 살리고 찌푸린 하늘도 파릇하게 고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얼굴을 확대, 확대, 그리고 또 확대...
모니터 전체에 가득 찬 어머니 얼굴, 동생과의 오랜만의 나들이가 신이 나셨는지 환한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왜일까요? 환한 어머니의 미소가 이상하게 내 코끝을 찡하게 만듭니다.
클릭, 클릭, 클릭...
수십 번의 클릭으로 어머니의 주름살을 하나하나 지워 갑니다.
왜, 보지 못하었을까요? 초등학교 입학식 때 어머니의 얼굴과 대학교 졸업식 때의 얼굴을. 한 장 한 장 채워진 그날의 행복은 하나둘 늘어간 그녀의 주름 덕분임을 왜 느낄수 없었을까요?
클릭, 클릭, 클릭...
어느새 눈가에 주름이 사라지고 20년은 족히 젊어 보이는 아리따운 여인이 화면을 가득 메웁니다. 이렇게 고우신 얼굴 이셨는데...
사랑합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할 터인데, 효도라는 것 제대로 하지 못하고 클릭 몇 번으로 때우려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한번 제대로 주름을 펴 드릴 수 있을런지...
파일을 누르고 다른 이름으로 그림을 저장합니다.
'이뿐 엄마’
처음 구미 남교회에 등록하고 홈페이지에 이 글을 실은 것이 벌써 18년이 흘렀고, 그때 환갑을 넘기셨던 어머니는 이번 주 팔순을 맞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현수막을 제작하고, 사진첩의 사진들을 엮어서 한편의 영상을 만들고, 영상 말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동영상을 찍는데, ‘어머니 아들입니다~’ 한마디 하고는 먹먹해지는 가슴. 주신 사랑이 너무 커 그 짧은 영상엔 다 담을 수 없나 봅니다.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울컥 해지는걸 보니, 여전히 어머니가 필요한 나인가 봅니다. 우리를 꽃 피우기 위하여 거름이 되셨던 이뿐 엄마! 사랑합니다!
첫댓글 어머님을 사랑하는 집사님 마음 덕분인지,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님 모습이 너무나 곱고 아름다우십니다. 벌써 팔순이시라니....오래오래 더욱 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