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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6. 8. 17.
일한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거대한 간판이 대문 위의 누각에 걸려 있었다.
황 홀 객 잔 恍 惚 客 棧
‘아니, 무슨 음식점 이름이 이래? 쌔고 쌘 이름 놓아두고 황홀객잔이라니? 예전에는 이런 이름이 없었던 것 같은데?’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드넓은 뜰이 나오고 여러 동의 전각이 눈에 띈다.
이 객잔은 숙박업과 요식업을 겸한 곳인데, 시설이 과거보다 가일층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옛날 일한도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으나, 그 때는 어릴 적인지라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고, 또 기억도 가물가물했는데, 지금 보니, 그 아름다움이 불타기 전의 사해제일관 못지않았다.
일행은 삼층루가 있는 한옥 건물로 갔다. 건물의 나사계단을 걸어 삼층으로 올라가자 넓이가 스무 간은 될 듯한 드넓은 마루에 음식상이 놓여 있고,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밖을 내다보니, 뒤뜰의 각양 수목들이 정오의 태양을 흠뻑 즐기고 있고, 작은 연못은 푸른 하늘을 무척이나 사모하는 듯, 그 작은 품속에 드넓은 하늘을 넉넉히 품고 있다. 싱그러운 가을바람이 누각의 방안을 맴돈다.
에머럴드가 일한에게 자리를 권한다. 일한의 착석에 뒤를 따라 매아리와 에머럴드가 방석에 몸을 앉힌다.
“많이 궁금해 하셨죠?”
에머럴드 리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일한과 매아리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일한은 그녀의 서글서글한 눈동자가 유달리 자기 쪽만을 주목하는 것에 약간의 거북스러움을 느끼며 귀를 기울였다.
“이번 국사재현 축제기간에 황가에서 벌이는 공개 부마간택을 두고 언론사들은 물론 성민들도 아주 말이 많죠?”
일한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공주님의 제안으로 급작스레 이루어진 일입니다.”
일한은 그것보다 도대체 에머럴드 리라는 이 여인이 황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녀의 말은 일한의 궁금증에서 계속 빗나간다.
“공주님은 얼굴만 천하절색일 뿐만 아니라 하시는 행동이 죄다 예측불허라. 황가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점유하고 계시답니다. 하지만 공주님이 지금까지 추진해 오신 일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 않은 게 없었죠.”
“네, 그렇군요.”
일한이 건성으로 대답한다.
“그런 일들은, 어른들이 보기에 너무나 무모하고 비상식적이고 불가능해보였는데도, 공주님이 일단 결정하시면, 이상하리만큼 극적으로 문제들이 풀리고 프로젝트가 아주 깔끔하게 성취되었습니다.”
“그 공주님은 참으로 대단한 인물인가 보군요.”
매아리도 건성으로 치하한다.
“듣기로 공주님의 방령芳齡이 금년 열여덟이라고 하던데요?”
일한이 묻는다.
“네. 꽃 같은 미모야 견줄 데가 없거니와, 지모가 유독 출중하고 지혜가 과인過人하며 사물을 다스리는 경륜이 만부萬夫 초월이라, 황가의 어르신들도 그녀에 대해서는 십이분 양보하는 입장이죠.”
에머럴드 리는 황녀에 대해 대단한 찬사를 엿가락처럼 늘어놓았다. 그녀의 말을 듣다가 은근히 심사가 뒤틀린 일한은 자기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런 훌륭한 여인과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의 남자는,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찾아내기가 태평양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발군의 대단한 총각이 그녀에게 장가간다 하더라도, 어쩌면 두 사람은 매우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에머럴드 리는 전혀 불쾌감을 보이지 않고 생글거린다.
“어머나! 공자님이 그렇게 판단하시는 근거를 여쭈어 봐도 괜찮을까요?”
일한은 땅에 쏟아놓은 물이라 모아 담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제가 공주님을 잘 모르지만, 아가씨의 말씀에 의거해 판단하건대, 공주님은 여자보다 남자로 태어나셨더라면 좋을 뻔했을 것 같습니다. 그 분은 아마 대단히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결혼하면 매사에 남편을 주도하고자 할 겁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에머럴드와 매아리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듣는다. 일한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녀 못지않은 똑똑한 남자가 그녀와 결혼하면, 그걸 도저히 참지 못하죠. 따라서 사사건건 두 사람은 부딪치게 됩니다. 다툼이 잘 날이 없죠. 결국 두 사람은 황가의 체면을 구기더라도 이혼하게 될 겁니다.”
일한은 드디어 폭탄발언을 하고야 말았다.
매아리와 에머럴드가 상당히 놀라는 눈치다. 일한은 두 여인의 낯을 잠시 살펴보다가 덧붙였다.
“물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
“남편이 공주의 권위에 굴복해, 아내의 종이 된 셈 치고, 쥐죽은 듯 지내면 됩니다. 공주님의 성격이 바뀔 것 같지는 않고요.”
두 여인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일한의 입을 주목했다.
“아씨께서 공주님의 남편감에 대해 혹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면, 그리 똑똑하지 못한 어리숙한 사람이나 아니면, 아내만을 죽도록 사랑하고 아내의 모든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초탈의 세외성자世外聖者를 물색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일한의 말은 빈정거림에 가까웠다.
“후자는 찾기가 어려울 것 같군요.”
에머럴드가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하!”
일한이 자신의 실언을 만회하려는 듯, 두 숙녀를 앞에 두고 거침없이 호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결국 전자前者를 찾아야 하겠죠. 그렇다면 뭐 하러 이런 성대한 간택 절차를 밟는지 모르겠소. 종처럼 낮아져서 아내를 여주인처럼 섬길 어리숙한 남자 찾기가 그리도 어려운가요?”
매아리가 일한의 냉기어린 말에 어느 정도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이, 에머럴드 리의 꽃 같은 낯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분의 지모가 워낙 탁월하고 추진하는 일들이 하도 기이한지라,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아마도 공주님은 하나에서부터 일천까지 만사를 헤아리고 계실 겁니다.”
일한은 그녀의 말에 점차 밸이 뒤틀려 또 다시 내뱉었다.
“지자천려智者千慮라도 필유일실必有一失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공주님은 그런 경우가 없었습니다. 하나에서 일만萬까지 빈틈이 전혀 없었죠.”
에머럴드가 지지 않고 대꾸하자 일한도 열을 높인다.
“아, 숨 막혀. 빈틈 하나 없는 공주님은 어느 천사를 부군으로 맞이하실까?”
“제가 오늘 공주님의 부군 되실 분을 찾아냈습니다.”
“오, 그래요?!”
일한과 매아리가 깜짝 놀란다. 일한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연이어 물었다.
“그 총각도 공주님을 좋아해 기꺼이 공주님의 남편이 되고자 할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음, 아무튼 공주님의 신랑감을 찾아내셨다니 축하합니다. 저는 보름 동안의 축제기간에 부마 감을 결단코 찾아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제가 어리석었나 봅니다.”
“그 분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궁금할 게 뭐가 있겠어요? 저희들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남의 일인데요.”
매아리가 입을 열어 대꾸했다.
그 때 음식이 나왔다. 세 사람은 넓은 홀에서 누각 밖의 가을 정취를 벗 삼아 멋진 오찬을 나누었으나, 일한의 가슴은 자기 현실이 주는 압박감을 떠올리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일한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방금 전에 자신이 연달아 발설한 실례의 말도 상쇄할 겸, 가급적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고자 했다.
“저는 에머럴드 아가씨가 황실과 어떤 관계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제게 관심이 있으세요?”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분이 어떤 분인지를 모른다면 실례가 되겠죠.”
“전 황실의 일개 하녀일 뿐입니다.”
“아니, 하녀라뇨? 요즘 세상에도 주종관계가 있나요?”
“호호호!”
매아리의 질문에 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낭랑하게 웃었다.
“황실 공무원법에 의해, 관제상官制上 그렇다는 뜻이에요. 황궁의 궁녀로 들어온 건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감히 연세를 여쭈어 봐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금년 스물세 살인 저보다 더 젊으실 것 같은데요?”
“호호호!”
그녀가 연이어 웃으며 밝혔다.
“스물하나예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했답니다.”
“아, 만으로 스물 하나이시군요.”
“아뇨, 어머니 태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스물한 번째 해를 맞고 있습니다.”
“오, 아가씨는 천재시군요. 대학을 이토록 일찍 졸업하셨다니.”
“천재랄 것은 없지만, 유관순은 열여섯에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열아홉에 순교, 순국하기까지 비범한 애국정신과 리더십의 자질을 보여주었잖아요?”
“그렇군요. 제가 조국의 잔 다르크를 잊었네요. 에머럴드 아가씨도 그녀들보다 훨씬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계신 것 같습니다.”
“과찬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세 사람은 음식 먹기에 여념이 없다. 먼저 침묵을 깬 이는 어머럴드다.
“소관주님, 혹시 제가 무례한 방법으로 드렸던 그 섭선을 가지고 계신가요?”
“오,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되돌려 드리려 했었는데 깜빡 잊었군요. 그리고 소관주는 아닙니다.”
일한은 즉시 품에서 섭선을 꺼내 에머럴드에게 건네주려 했다.
에머럴드가 황급히 만류한다.
“아니에요! 그건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랍니다. 저희 공주님이 드린 거예요. 정 받기 싫으시다면, 버리셔도 되고 혹은 직접 공주님을 뵙고 그분께 되돌려 드려도 됩니다.”
“아가씨가 대신 전해주실 수는 없나요?”
“네, 그건 우리 공주님의 뜻이 아니에요. 제가 혼납니다. 정 받기 싫으시다면 그냥 버리십시오.”
일한은 엉거주춤 손을 내밀었다가 어쩔 수 없이 섭선을 다시 품에 넣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에머럴드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오전에 대시전 앞뜰 무대에서 해금과 대금을 합주했던 아가씨들을 혹시 기억하고 계시나요?”
“아니오. 잊었습니다.”
일한이 무슨 심보였는지, 엉뚱한 답변을 한다. 매아리는 아름다운 얼굴에 다소 놀란 표정을 짓고 에머럴드는 보조개가 살짝 파인 매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제가 그녀들을 공자님과 매아리 아가씨에게 소개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일한과 매아리가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한다. 거절하기도 그렇고 소개해달라고 말하기도 딱하다.
일한과 매아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누각아래에서부터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일한과 매아리가 출입구 쪽을 바라보니, 오전에 무대에서 보았던 루비 빛 의상의 여인과 사파이어 빛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에머럴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미모와 지성미, 품격미를 갖춘 여인들이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청옥靑玉(사파이어)과 홍옥紅玉(루비)이 가볍게 인사한다. 일한과 매아리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을 맞았다.
“아, 이제야 생각났군요. 네, 안녕하세요? 아까 대시전 뜰에서는 제가 황홀경에 빠져 입신入神하는 줄 알았습니다.”
일한이 능청스레 대꾸했다. 그녀들의 해금과 대금 연주를 두고 늘어놓는 찬사다.
“이쪽은 사파이어 림林, 좌측은 루비 운雲이에요.”
에머럴드 리, 이녹옥이 두 사람을 일한과 매아리에게 소개했다.
“어머나! 이름도 얼굴도 모두 어여쁘기도 해라. 저는 매아리라고 해요.”
갓 들어온 두 여인도 매아리의 미모에 대단히 놀라는 눈치다. 사파이어 림이라는 여인이 자신과 루비를 다시 소개한다.
“우리말로 저는 임청옥, 이 아가씨는 운홍옥이에요. 모두 막내 공주마마를 모시고 있습니다.”
에머럴드, 사파이어, 루비 세 여인이 옷 빛깔만 녹옥, 청옥, 홍옥을 닮은 줄 알았더니, 이름도 그와 동일했다. 일한이 판단하기에 세 여인은 모두 궁내 직책이 막내 공주의 시녀들인 것 같았다.
일제히 자리에 착석한 후, 음식이 치워지고 풍성한 다과가 나왔다.
“근데, 공주마마는 홀로 두고 세 분이 어떻게 이곳에 나오셨습니까?”
일한의 물음에 루비 운이 생긋이 웃다가 대답했다.
“막내 공주마마의 시녀들은 모두 열둘이에요. 저희들은 그 중 선임들이랍니다. 4개조로 나뉘어 한꺼번에 세 사람, 하루 여덟 시간씩 공주님을 모시죠. 하지만 저희는 4개조 모두의 선임이라서 비교적 활동이 자유롭습니다.”
루비가 묻지 않는 것까지 털어놓았다.
일한은 에머럴드 리가 어쩌자고 이곳에 자신을 데려오고 공주의 시녀들을 부르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설마 내가 공주의 신랑감으로 점 찍힌 것은 아니겠지?’
일한은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다. 그런 대단한 여인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단 말인가? 또, 집도 절도 없는 자기 같은 비렁뱅이를 공주가 어찌 안다고 이런 배려를 했겠는가?
일한은 터무니없는 착각에 마음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잠시 후 작별을 고했다.
“오늘의 대접은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왜 아가씨께서 저 같은 사람에게 이런 크나큰 호의를 베푸시는지 알 길이 없지만, 차후 언젠가는 갚을 날이 있을 겁니다. 자, 그럼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일한은 한시 바삐 그녀들과의 이 어색한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매아리도 마찬가지다.
에머럴드 리가 황급히 일한을 만류한다.
“저, 잠깐만요! 공자님. 제가 한 가지 여쭈어볼 게 있습니다.”
일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 앉았다.
“공자님, 혹시 섭선에 적힌 문자들을 살펴보신 적이 있나요?”
일한이 다소 싱겁다는 듯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네.”
“그게 누구의 필체인지 혹시 아십니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간략하고 모호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勿 惑 日 月 桃 물혹일월도
不 迷 日 月 圖 불미일월도
何 處 日 月 在 하처일월재
明 白 日 月 哉 명백일월재
일월도에 혹하지 말고
일월도에 속지 말라
해와 달이 어디에 있는지는
해와 달이 명백히 밝혀주리
“아뇨, 전혀 모르겠습니다.”
“필체가 어떠하다고 판단하시는지요? 공자님은 서예대전에서도 입상한 적이 있는 명필이시라고 들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천만에요, 천만에요. 명필이라뇨? 그건 과찬입니다. 그리고 저는 누군가의 필체를 평가할 만한 자질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만.”
일한이 다시 일어나려 하자, 에머럴드 리가 재차 만류한다.
“잠깐만요, 공자님. 급한 일이 없다면 잠시만 제 얘기 좀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사실 일한에게 무슨 급한 일이 있겠는가? 물론 사해제일관이 하룻밤에 전소되어버린 믿을 수 없는 사건의 내막을 한시 바삐 알아보고, 땅으로 꺼진 듯, 하늘로 솟은 듯 돌연 사라져버린 가족의 생사를 탐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그런 찰나 매아리가 금년 국사재현 축제의 별미라 할 수 있는 공개 부마간택대회에 가보자고 졸랐으므로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 채 별 생각 없이 대회구경을 갔다가 엉뚱한 식사초대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급한 일은 없습니다만, 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제 마음을 짓눌러 여기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게 합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왜 그렇지 않겠어요? 공자님의 신상에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미력하나마 할 수만 있다면, 황홀공주 마마께 진언 드려 황실 차원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황홀공주님은 아마도 막내공주님의 별칭인가 봅니다.”
일한은 속으로 “황홀객잔”이라는 이 음식점 이름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황홀공주”라는 이름을 듣고 뭔가 짚이는 게 있어 물었다. 물론, 이런 희한한 명칭을 가진 공주는 정말 성격이 특이하고 괴팍한 여인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말이다.
“네, 그래요. 좀 별스럽죠? 처음 들으셨나요?”
“아, 아닙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일한은 맘에도 없는 말을 형식적으로 내뱉고 있었다.
“폐하께서 황홀공주라는 이름을 새롭게 지어주신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아마 처음 들으신 것도 무리가 아닐 거예요. 그런데, 뭐가 아름답죠?”
일한이 느끼기에, 에머럴드 리는 어찌해서든지 간에 시간을 질질 끌며 자신을 여기에 잡아두려는 것 같았다.
“이름 자체가 아름답고, 이름처럼 공주님도 황홀하게 아름다운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삼년 전 미스 백악산아사달 진으로 선정되셨으니, 저는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그 아름다움이야 얼마나 대단하겠습니까? 더구나 막내공주님의 지성미와 영성미靈性美는 전 세계를 통틀어 견줄 만한 상대가 없고, 역대 미스유니버스들을 모두 한데 모아놓아도 마치 반딧불들을 한 되 모아서 찬란한 달빛과 비교하는 것 같다는 풍문이, 꽉 막힌 제 귀에 천둥소리처럼 들려오고 있습니다.”
“호호호호호!”
에머럴드 리는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허리를 출렁거리며 간드러지게 웃었다. 루비 운과 사파이어 림도 덩달아 환하게 웃는다.
(다음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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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6. 3. 13. 이른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