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필 ]
엄마가 된 나의 딸
홍문희
그리고 시간은 또 한 번 흘렀다.
어느새 내 딸도 엄마가 되었다.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조심스레 달래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오래전 젊은 날의 내가 그 아이 곁에 서 있는 듯하다.
나의 딸은 밤잠을 설쳐가며 아이를 재우고, 열이 오르면 자신이 아픈 것보다 더 마음 졸이며 병원으로 달려가고,
아이의 작은 웃음 하나에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많이도 예전의 나를 닮았다.
세월은 사람을 바꾸지만, 사랑하는 방식만큼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의 엄마는 나를 키웠고, 나는 내 딸을 품어 키웠다.
그리고 이제 내 딸은 또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고 새로운 엄마의 시간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어느새 엄마라는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할머니라는 자리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조금은 멀어졌지만,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자리에서 외손녀들의 눈에는 자기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아침이면 밥을 챙겨 주고, 잠든 얼굴에 이불을 살며시 덮어 주며 입맞춤하고, 아픈 밤이면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곁을 지켜 주는 사람,
그 따뜻한 손길에는 외할머니의 손길이 스며 있고, 그보다 더 오래전 외할머니의 엄마 그들의 사랑이 켜켜이 쌓여서
지금의 나의 딸이 된 것이다.
외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로
엄마에게서 딸에게로 이어진 사랑의 역사가 숨어 있다.
엄마가 딸을 사랑한 만큼,
딸은 또 자신의 아이를 사랑할 것이다.
한 사람의 엄마가 또 다른 엄마를 만들고, 그 사랑은 말없이 이어져 세월을 건너 다음 세대로 흘러간다는 것을
어쩌면 사랑은 유전되는 것 같다.
나는 이제 안다.
내가 딸에게 남겨 준 것은 집도, 물건도, 돈도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하나,
아픈 밤을 견디는 마음 하나,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놓지 않는 사랑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딸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다. 나는 그런 딸을 바라본다.
비로소 나는 내 엄마가 오래전 나를 바라보았던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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