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보리. 이리 줘.
상두 내가 데리고 있으께.
은환 언니!.....내가 말한 우리 언니가 이 분이야, 상두야! 세상, 되게 좁지?
상두 (놀라고 당황해서 은환과 세라를 번갈아 보는)
세라 보리, 이리 달라구!!
보리 (세라의 격앙된 목소리에 흠칫 눈을 뜬다....세라를 보고) 엄마!
은환 (엄마?....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상두를 보는데)
상두 (이미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
세라 (멍해 있는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보리야! 인사해! 엄마 동생! 우리 보리 이모야, 인사해!
은환 (어이가 없다.....믿을 수가 없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세라, 두 사람을 비웃듯이 보다가 보리를 안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
상두 .......
이때, 심란, “팔란아!” 부르며 오다가 멍하게 서 있는 은환과 상두를 발견한다.
심란 은환아....(당황하며) 은환이 니가 여기 왜 있어?
은환 (그저 멍한)
세라 엄마! (상두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보리 아빠야!....상두야! 우리 엄마! 보리 외할머 니셔!
심란 (상두를 본다)
상두 (심란을 보지 못하고 굳은 듯 멍해 있고)
심란, 천천히 떨리는 발걸음 떼서 두 사람 앞으로 온다.
멍해 있는 은환을 보다가 다시 상두를 뚫어져라 본다.
심란 ......(상두를 알아본다...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상두야...너 예전에 우리랑 같이 남해 살던....우리 은환이 친구....상두 맞지?
상두 (멍하게 심란을 본다)
심란 그래, 상두...구나. 상두...맞구나.
상두 (멍한)
심란 (....은환을 다시 본다)
은환 (창백한 표정으로 멍해 있다)
심란 (두 사람을 천천히 번갈아 본다) ....니들 ...다시 만났었냐?
상두 ......
은환 ......
심란 (다시 세라를 돌아본다)
세라 (보리를 안고 먹먹한 표정으로 심란을 본다)
심란 보리 애비가 상두라구?.....상두가 우리 보리 애비란 말이지, 그러니까?
세라 ....응, 엄마.
심란 (상두앞에 다가서더니 상두의 가슴팍을 탁 때린다) 너 이눔...너 이눔....
이 천벌을 받을 놈....(상두를 잡고 흔들어대는) 이 천벌을 받을 놈!! (다시 상두를 때리며) 천벌을 받을 놈!! (울컥 울음이 터진다)
상두 .....(그대로 고스란히 맞으며 멍하니...)
은환 (말리지도 못하고 멍해서 있고)
보리 우리 아빠 때리지 마요! (쪼르르 세라의 품에서 내려오더니 심란이 못 때리게 상두 를 막고 서며 심란을 노려본다) 할머니 나빠요!
상두 ......
심란 (어이가 없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세라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린다)
심란 (푸 한숨 뱉더니 은환의 손을 잡는다) 가자...에미랑 집에 가자, 은환아.
은환 (고개 저으며 심란의 손을 뺀다)
심란 은환아!
은환 조금만 있다가...상두랑 얘기 좀 하구...
심란 얘기는 무슨 얘길 해, 이 년아! 어서 에미랑 집에 가!
은환 (결국 버럭) 우리도 얘기 좀 하구...우리도 얘기 좀 하구우!!
상두 (그대로).....
2. #병원 정원
상두와 은환, 벤치 양 끝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모든 것이 무너진 듯 기가 막 히고, 어이가 없고, 허탈하다..
주변에 있더 사람들 떠나고 다시 앉고...바뀌어 갈 동안...두 사람, 한동안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다.
은환 (침묵에서 깨어난다, 평소때처럼 명랑하게) 상두야! 우리 오늘 스케줄 엄청 빡빡하 지 않았어?
상두 (은환을 보는)
은환 모처럼 토요일이라구, 오늘 우리 약속 한 거 되게 많았던 거 같은데?
상두 (잠깐 당혹스러워하다가 같이 애써 거짓말처럼 밝아진다) 그래, 많았어.
은환 (웃으며) 그치? 뭐뭐 하기루 했더라?
상두 시장 봐 갖구 니가 나, 밥 해 준다 그랬어.
은환 (고개 끄덕이고) 그래, 그리구 커플티 입구 스티커 사진두 찍자 그랬지?
상두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은환 그리구, 또 뭐하기루 했더라....아, 대학로에 궁합 잘 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구, 거기두 가 보자 그랬지?
상두 .......
은환 또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뭐하자 그랬지?
상두 고수부지 나가서 불꽃놀이두 하기루 했지.
은환 우와! 그 엄청난 스케줄 다 소화할려면 우리가 지금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네.
상두 (은환을 향해 밝게 웃는)
3. #재래시장
시장 바구니 들고 시장을 보고 있는 상두와 은환.
세라와 보리의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의아스러울 정도로 천진하게 밝은 두 사람.....두 사람, 서로 얘기는 하지 않지만, 있는 힘을 다해 밝은 모습으로...그렇게.... 이별을 부인하고...준비하고 있다.
야채 가게 가서 야채 고르며 깍아 달라고 야무지게 흥정하는 은환....“천원어치가 왜 이렇게 적어요”하며 콩나물을 한 웅큼 집어 오며 가게 주인에게 애교떠는 은환.
시장 바구니 든 상두, 그런 은환을 애틋한 미소로 보고.
시장 리어카에 파는 떡볶기와 순대를 먹는 상두와 은환.
생선 가게에 가서 생선 이것 저것 들어보며 은환에게 장난치는 상두.
4. #상두 마당
평상에 밥상을 놓고 앉은 은환과 상두.
김치 하나와 밥 두 그릇, 세수 대야만한 냄비에 해물 찌개가 전부다.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숟가락으로 찌개를 휘휘 저으며.
상두 이게 어떻게 해물탕이냐?.....지나가던 새우랑 조개 몇 마리가 잠깐 놀러 와서 헤엄 치고 있는 거지.
은환 (숟가락 쪽쪽 빨며 머쓱한 표정)
상두 어머닌 음식 잘하신다며?....대체 그동안 뭘보구 배웠냐?
은환 니네집 냄비가 너무 커 갖구 물을 많이 부어서 그렇지.
상두 탓할 게 없어 이젠 냄비 탓까지 하냐? 누가 널 데려갈 지 그 놈 신세두 참 걱정이 다.
은환 (흘기며) 알았어. 나 혼자 먹으께.....나 혼자 다 먹으면 되잖아....(남비를 자기 앞으 로 끌어 당기는데)
상두 니가 무슨 고래냐, 이걸 다 먹게?.....(찌개 떠서 맛을 본다, 허걱).....어, 이거 맛있잖 아! 어, 이거 보기하구 다른데?
은환 그래? (떠 먹어 본다) 와! 진짜, 맛있다!
상두 죽인다, 진짜....(해물 찌개와 밥을 맛있게 먹는) 밥 한 공기 더 먹을거야, 나.
은환 (어이없는 듯 보다가 자기도 같이 열심히 먹는다) 신기하네, 우리가 대체 뭘 넣었길 래 이렇게 맛있어?
만도(E) (울음섞인) 아이구, 불쌍한 자시익...
5. # 보리 병실
세라, 서늘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보리를 재우고 있다.
만도, 병실 바닥에 주저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울고 있다.
만도 에라, 이 지지리 복도 없는 놈.....난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세라야! 그 샘이랑 니가 자매란 말이지? (자기 옆에 멍하게 서 있는 심란을 가리키며) 저 언니가 그러니까 니네 엄마면서 그 샘 엄마기도 하다 그 말이지!
심란 (한대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보리를 보고 있는)
세라 (말없이 보리만 재우고 있다)
민석, 병실로 들어서다가 세 사람의 모습에 멈칫 걸음을 멈춘다.
만도 (울컥 화가 나는 듯 벌떡 일어나서 심란에게 따지는) 언닌 대체 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인생을 왜 그렇게 헷갈리게 살아갖구 우리 불쌍한 상두만 광박, 피박 다 쓰 게 만드는거야, 엉?!!
심란 (그대로 멍하게 서 있다)
세라 삼촌! 보리 깨요. 좀 조용히 하세요.
만도 너두 치사하게 자식 인질루 그러는 거 아니다, 윤세라?....그 샘하구 우리 상둔 첫사 랑이었대. 10년을 넘게 떨어져 살아두 한 순간두 안 잊구 살았대....양적으로나 질적 로나 그 샘이랑 너랑은 비교가 안돼, 알어?
세라 삼촌!
심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민석 (다시 돌아서 병실을 나간다)
6. #병실 복도
민석, 괴로운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쓴다....결국 모든 게 다 밝혀졌구나....
이때, 병실안에서 만도의 울음 섞인 목소리 들려온다.
만도(E) 하늘도 무심하시지....가엾은 우리 상두, 드디어 지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한번 살아보나 싶었는데....하늘두 무심하시지이....
민석 (이상하게....좋은 기분이 아니다.....착잡하다)
7. #스티커 사진기앞
커플티를 입은 상두와 은환, 스티커 사진기 앞으로 와 선다....각양각색의 가발도 쓰 고 다정한, 혹은 우스꽝스런 포즈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모습을 그렇게 기억속에 담아 두려는 듯 열심히 사진을 찍는.
...그러다....마지막으로 포즈 취하며 사진 찍는 두 사람....환하게 웃고 있지만 눈물이 그렁해 있다.
8. #심란 족발 가게
심란,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 소주병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지환, 그런 심란을 걱정스럽게 보는.
9. #점보는 곳(대학로 혹은 인사동 길거리에 있는) (밤)
상두와 은환, 점쟁이로 보이는 한 노인 앞에 앉아 있다.
점쟁이 차상두, 정사년 정월 초엿새 술시생....채은환, 정사년 칠월 사일 오시생이라.....
남자의 사주에 화가 많고, 여자의 사주에 나무가 많으니 상생의 합이 들고....(펜으 로 적으며 사주 풀이를 한다)
상두 (피식 웃으며 은환을 보는)
은환 (빙긋 웃는)
점쟁이 (펜을 놓으며) 캬, 기가 막힌 인연일세! 천상 배필이구만! 천상 배필이야!
은환 (아픈 마음 숨기며) 정말이예요, 할아버지?...우리가 천상 배필이래, 상두야.
상두 (애써 미소 지으며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점쟁이 이런 궁합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그러거든....두 사람이 결혼하면 만인의 칭송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재산도 증식되고, 옥동자도 낳고....이렇게 백이면 백가지가 다 좋은 궁합은 참 드문데.. 기가 맥히구만, 아주! 기가 맥혀!!
은환 (하하 웃는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기가 막히게 좋은 인연이예요?
상두 (피식피식 웃는다...자조적인)
점쟁이 (좋아서) 백년에 한번 날까 말까한 더 없이 좋은 인연이니까, 뜸들이지 말구 어서 어서 결혼해.
은환 (큭큭큭.....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상두 (같이 큭큭큭 웃는다....)
은환과 상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고 있다...점쟁이, 뭐야? 정신 나간 놈들인가 의 아하게 보고 있다.
10. #보리 병실
민석, 보리에게 정맥 주사를 놓고 난 후. 눈물이 맺혀 있는 보리의 눈을 닦아준다.
민석 우리 보리 되게 잘 참네, 인제....주사 맞아두 쪼끔밖에 안 울구?
보리 그럼 보리가 계속 잘 참으면 보리랑 결혼할거예요?
민석 음...보리가 나중에 선생님만큼 컸을 때, 그래두 선생님이 좋아요 그럼...선생님이 생 각해 보지.
보리 (좋아서) 정말이요?
민석 (웃는) 근데, 아마 “아니 이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었나?” 그러구 보리가 도망 갈 걸?
보리 안 그래요. 도망 안가요, 선생님.
이때, 세라, 들어오더니 보리 사진 걸린 곳에 액자를 건다. 보리가 그린 가족 그림 을 아예 액자로 만들었다.
세라 보리야, 봐....보리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 엄마가 액자에다 넣었다? 이쁘지?
보리 (좋아서 웃는) 응, 이뻐.
민석 (세라의 잔머리에 피식 쓰게 웃는....은환이 걱정된다.)
11. #고수부지
은환과 상두, 신나게 뛰어다니며....불꽃놀이에만 열중해 있다.
시간경과....밤이 깊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인적이 뜸해졌다.
은환과 상두가 가지고 놀던 폭죽들도 모두 써버리고, 상두와 은환, 퍼져 누워 하늘 을 보고 있다.
은환 나두 이젠 늙나봐....그거 놀았다구 힘드네.
상두 (피식 웃으며) 사람들 다 돌아간 거 같은데...몇시쯤 됐지? (시계를 볼려는데)
은환 시계 보지 마, 상두야....시계 보지 마.
상두 (손을 내린다....이제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이별을 두려워하는 은환의 마음을 안 다)
은환 (표정이 초조해진다) 우리 그 다음엔 뭐하기루 했어? 뭐하기루 했지?
상두 ......다 했어.
은환 (보는)
상두 ....이제 다 했어, 은환아.
은환 아냐, 아직두 몇 개 더 남은 거 같은데....우리 피씨방 갈래? 찜질방 갈까?
상두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제...다 했어...가자.
은환 (일어나며) 아니야....아직두 몇 개 더 남았어....우리 헤엄쳐서 (강 저편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누가 먼저 갔다 오나 내기 하자.
상두 나, 수영 못해.
은환 그럼, 인라인 탈래? 저 강 끝까지 인라인 타구 갔다 오자.
상두 (고개 젓는) 힘들어.
은환 그럼 우동 먹으러 가자. 나 되게 맛있게 잘하는 집 알어.
상두 ....배 안 고파.
은환 (소리치는) 그럼 뭐든지 아무거나 해....우리 아직 몇 개 더 남았단 말야!!
상두 (보다가)....가자...어머니 걱정하셔.
은환 (벌떡 일어서며) 가고 싶음 너 혼자 가....안 가, 난....안 가!...(혼자서 툴툴대는) 으 이, 바보 같은 게 아직 몇 개 더 남았는데....내가 이래서 머리 나쁜 애들 하군 안 놀라 그랬는데....차상두! 바보, 똥개! 닭대가리!
상두 (일어서서 은환의 어깨를 잡는다...담담하게) 다했어, 우리...할만큼 다 했어!!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다 했어, 은환아...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모두 다 했어, 이제..
은환 .......
상두 가자....가자.
은환 ......
12. #버스 정류장앞 (편도1차선)
은환,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원망스럽게 맞은 편을 본다.
은환 맞은 편 버스 정류장에 상두가 서 있다. 상두, 은환을 향해 계속 미소 짓고 있 다.
은환 (계속 원망스럽게 상두를 노려보는)
상두 (계속 미소 짓고 있는)
은환 (퉁퉁거리는) 안 바래다 줄거야?
상두 (고개 끄덕이는)
은환 어떻게 밤늦게 여자 혼자 집에 보내냐?
상두 버스 정류장까지 지환이 나오라 그래.
은환 ....기사도도 모르냐, 넌?!!
상두 (피식)
이때, 저 편에서 은환 방향으로 버스 한 대가 오고 있다.
은환 (다급해진다. 원망스럽게 보며) 여기서 이렇게 그냥 헤어질거야? 좀만 더 같이 가 자....좀만 더 같이 가, 응?
상두 지환이 꼭 나오라구 그래.
은환 그래, 니 팔뚝 굵다! 잘났다, 차상두!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이때, 은환앞으로 버스 와서 멎는다.
상두, 은환을 가리고 선 버스를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은환, 버스에 올라 원망스럽게 상두를 본다.
상두,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은환, 상두를 안 보고 외면해 버린다.
은환을 실은 버스 서서히 출발해 간다.
은환이 탄 버스 떠나고 나자 상두의 웃던 표정이 허탈해진다.
상두,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때, 은환이 탔던 버스, 갑자기 끼익 멈추며, 은환,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는 출발 해 버리고.
은환 상두야!!
상두 (은환의 목소리에 고개 돌리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서 맞은 편에 서서 소리치는) 우리 어떡해? 우리 이제 어떡해, 상두야!!
상두 .......
은환 상두랑 은환이 불쌍해서 어떡해?
상두 .......
은환 우리...불쌍해서 어떡해?
상두 (애써 담담하게 웃으며) 술 많이 마시지 마!
은환 ......
상두 밥 꼭꼭 잘 챙겨 먹어!
은환 .......
상두 감기드니까, 잘 때 이불 꼭 덮구 자!
은환 ....
상두 아프지 마라, 몸두 마음두.
이때, 저편에서 다른 버스가 (은환방향) 한 대 오고 있다.
은환 ......(애절하게 상두를 보고)
상두 (끝까지 미소 잃지 않고 손을 흔들어 준다)
13. #심란 족발집 앞
은환, 털레털레 족발집 앞으로 걸어온다.
손님 한 사람 없는 심란의 족발 가게, 아직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심란, 은환을 기다리는 듯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빈 소주병 네 병 정도 놓여있다.
가게 밖에서 그런 심란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은환.
14. #족발집안
은환 (들어서며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엄마!
심란 은환아!
은환 (안으로 들어서며) 시간이 몇신데 아직 문을 안 닫았어? 손님두 없는데....
심란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은환을 보는) ....너 기다렸지, 이 년아.
은환 미안해요, 말만한 기집애가 연락두 안하구 늦어서.....내가 문단속 하께, 퇴근하자, 엄 마! (돌아서 나가려는데)
심란 (은환을 팔을 잡는다) 에미가...에미가 죄가 많다.
은환 (보는)
심란 미안해, 은환아.....정말 미안해, 은환아.
은환 (피식) 엄마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심란 ......(눈물이 그렁한)
은환 (심란을 꼭 끌어 안는다) ....우리 중에 누구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잖아. 잘못한 사람 없어, 엄마.....잘못한 사람 없어. (담담한 표정)
15. #보리 병실
조명등만 켜져 있고, 모두 잠들어 있다. 보리와 만도도 잠들었다.
상두, 보리곁으로 다가가 보리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잠들어 있던 보리의 얼굴 위로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보리, 차가운 느낌에 눈을 뜬다.
보리 아빠....
상두 (참아 왔던 눈물이 흐르고 있다....보리를 향해 웃으며) 어, 우리 딸 깼어?
보리 ....어?....아빠, 울어?
상두 (눈물 훔치며) 안 울어....눈에 뭐가 들어가 갖구 자꾸 눈에서 이상한 물이 나오네?
보리 내가 호 해주까?....(일어나 앉으며 상두의 눈을 호 불어 준다)
상두 (이를 앙물고 눈물을 참는다)
보리 인제 괜찮아?
상두 응, 괜찮아...야, 역시 우리 딸이 효녀네?
보리 (씨익 웃는)
상두 차 보리!
보리 응?
상두 오늘은 니가 아빠 좀 안아줄래?
보리 왜?
상두 아빠가 지금 너무 추워서 그래.....우리 보리가 아빠 좀 안아줄래?
보리 (고개 끄덕이며) 응...(상두를 꼭 안아준다) 인제 따뜻해, 아빠?
상두 (보리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그래, 따뜻해......고마워, 차 보리! 정말 고마워.....
(참고 있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는)
16. #은환방
조명등 켜져 있고, 침대에 세라, 잠들어 있다. 어디선가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난 다. 은환의 울음 소리다.
세라,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며 방바닥쪽을 본다.
은환,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다. 이불이 흔들리고 있다.
세라, 마음이 착잡하다....미안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라, 은환의 울음 소리 듣지 않으려고 베개로 귀를 막고 눕는다.
은환의 이불,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F.O.
상두와 민석,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상두, 멍해서 밥을 깨작거리며 먹는다.
민석, 상두의 눈치를 보며 자기 국그릇에 있는 갈비를 “어우, 왕건이네.” 하며 상두 의 국그릇에 놓는다.
상두 (민석의 행동을 어이없다는 듯 보며) 창의력 없는 자식....어떻게 내 수법을 고대루 카피하구 앉았냐?
민석 (씨익 웃으며) 알았구나...내가 원래 따라하기 대장이야.
상두 (숟가락으로 밥을 뜨는데)
민석 (반찬을 놓아준다)
상두 ...(밥 먹으며) 들었냐?
민석 (고개 끄덕이며) 내가 제일 먼저 알구 있었지.
상두 얍샵한 자식....내가 너한테 이길 수 없다구 했던 거....그 뜻이었냐?
민석 (피식) 얼굴이 많이 안 좋다? 괜찮냐?
상두 그걸 질문이라구 하냐?....당근 안 괜찮지! (밥을 뜨는데)
민석 (다시 반찬을 놓아준다)
상두 (밥을 먹으며) 넌 이제 땡 잡았네...나의 불행이 곧 너의 행복인데.
민석 (피식 웃으며 물컵을 상두앞으로 밀어주며) 물 먹어.
상두 (순순히 물을 먹는다) 내가 너보다 성격이 훨씬 좋지?.....이런 상황에서두 니 말두 잘 듣구, 너처럼 성깔두 안 부리구?
민석 (피식) 그래.
상두 잘 털어보면 너보다 괜찮은 거 나두 꽤 있어. (밥을 뜨면)
민석 (반찬 놓아주고) 그래.
상두 ....(밥을 먹다가...어렵게) 은환이하군 아무 일도 없었다?
민석 ......
상두 (민석 안 보고) 딱 입 한번 밖에 안 맞췄어.
민석 (피식)
상두 이해...할 수 있지?
민석 (웃는)
상두 내가 제비 생활하면서 느낀건데 우리 나라 남자들 이중 인격자에다 위선자들 디게 많다? 저는 온갖 드러운 짓 다하구 다니면서 자기 여자한텐 무조건 순결하라구 강 요하거든...그런 불평등이 어딨냐? 웃기지 않냐?
민석 웃기지...웃기지!
상두 (민석을 가만히 보다가 미소 지으며) 너여서 다행이다.
민석 .....
상두 너 같은 놈이 은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두....(식판 들고 일어나며) 잘 먹었 다. 너한테 얻어 먹는 밥이 난 세상에서 젤 맛있어....(걸어가는데)
민석 차상두!
상두 (돌아보는)
민석 너 이제 어떻게 살래?
상두 내 걱정 말구 니 걱정이나 해....너두 사는 게 만만치 않을걸?
민석 어떻게 살래?
상두 (피식 웃는) 살겠지 뭐, 어떻게든.....죽기야 하겠냐? (돌아서서 가려다가 다시 민 석을 보며) 그래두 우리 보리 차가 있잖냐, 나한텐! (미소 지으며 돌아서서 간다)
민석 (씁쓸한 미소로 보는)
20. #병실 복도
상두, 걸어와서 유리문을 통해 보리를 본다. 보리, 희진과 함께 인형 놀이 하고 있 다. 만도는 간이 침대에서 화투패 떼고 있다.
보리를 보는 상두의 표정에 연한 미소가 어리며 병실안으로 들어간다.
21. #보리 병실
보리, 희진과 함께 부부 인형놀이 하고 있다.
보리 (상두가 세라를 대하듯 퉁명하게) 꺼져! 너 좋은 말 할 때 꺼지라 그랬다!!
희진 (인상 굳어지며) 차보리! 너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보리 왜?
희진 엄마가 “나두 데려가 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다정하게) “그래, 알았어, 여보! 내가 당신도 데려 가 줄게” 그렇게 말을 해야지.
보리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꺼져! 너 좋은 말 할 때 꺼지라 그랬다! ”그렇게 말해.
상두 (지켜보면서 어이가 없는)
희진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그렇게 말 안해!
보리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문득 고개 들다가 상두를 보고) 그치? 아빠? 아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그치?
상두 엉? (당혹스럽다)
보리와 희진은 계속 “아냐” “맞어” 우기고 있고.
만도 (화투 패를 뜨면서) 맹모 삼천지교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냐, 그러니까!
상두 (만도의 화투판을 홱 채서 말아들며) 삼촌두 애 보는데 이런 거 좀 하지 마!!
만도 이 자식은 맨날 나만 갖구 그래!....너나 자식 교육 잘 시켜 임마! 쟤 저거 계속 이 런 식으루 크다간 딱 너 같은 놈 돼, 임마.
상두 (버럭) 삼촌!!....아니, 무슨 그런 심한 욕을 해! 나하구 지금 해보자는 거야!!
보리와 희진, 눈이 동그래서 상두를 보고.
만도 그래! 해보자, 임마! (입고 있던 겉옷 홱 벗어제끼며) 만만하게 있으니까 내가 만 두로 보이냐?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가마니루 보여?!
상두 삼촌!!
만도 보리야! 너 잘 봐라....니네 아빠가 할아버지 한테 지금 맞짱 뜨자구 엉기구 있거든.
잘 보구 있다가 너도 나중에 고대루 아빠한테 맞짱 뜨자구 엉겨 붙어버려!
상두 (만도를 노려보다가 보리에게 와서) 차 보리! 희진이 말이 맞어! 엄마가 “나두 데려가 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그래, 여보! 당신도 데려다 줄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희진 것봐.
보리 (삐죽하며) 아빤 엄마한테 그렇게 말 안하잖아.
상두 아빠두 이젠 엄마한테 그렇게 말 할거야....그땐 아빠가 엄마한테 그런 게 아니구, 다른 나쁜 놈한테 말한거야...알았지?
보리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만도 (놀라며) 너, 세라랑 잘해 볼려구?...마음을 바꿨냐, 드디어?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고 희진과 보리를 보며) 우리 삼육구 놀이 할래?
22. #은환방
세라,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고 있다가 푸후 한숨 쉬고, 뒤를 돌아본다.
초췌한 은환, 힘없이 벽에 등을 기댄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세라 너 지금 나한테 시위하니?
은환 (그대로 멍하게)
세라 학교 안 가? 선생이라는 기집애가 학교두 안 가!!
은환 ......
이때, 지환, 게다리 소반에 밥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소주도 한병 놓여 있다)
지환 일요일에 무슨 학교를 가냐, 아줌마!...아줌만 일요일에 학교 가는 학교 나왔냐?
세라 (이 자식이...못마땅하게 지환 보는)
은환 (그대로 멍하게 앉아 있다)
지환 누나! 밥 좀 먹어....엄마가 누나 걱정 억수로 하면서 시장 가셨어.
은환 (그대로 멍하게)
세라 (가소롭다는 듯 두 사람을 보는)
지환 (이빨로 소주병 뚜껑을 따서 소주잔에 따라주며)....괴로울 땐 이 쏘주가 또 캡빵이 지!...자, 쭉 한잔해!...나두 한잔 주구!
은환 ......
지환 엄마한테 얘기 다 들었어!....차라리 잘된 일 아냐?
은환 ......
지환 상두형 보다야 우리 닥터 매형이 천배 만배는 낫지!
은환 ......
지환 차상둔 저 아줌마한테 줘버리구, 누난 매형한테 다시 가! (하는데)
세라 (지환의 뒤통수를 탁 때리며) 이 자식은 무슨 말을 이렇게 싸가지 없이 해? 우리 상두가 뭐가 어때서? 우리 상두가 어디가 어때서?!!
지환 (벌떡 일어나더니 세라와 거의 얼굴 맞붙이고 싸우는) 그러니까! 아줌마가 가지라 구!....차상두랑 아줌마랑 아줌마 딸이랑 셋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러니까!!
은환 (갑자기 아악! 비명을 지른다)
세라와 지환, 놀라서 돌아본다.
은환 (세라보고 따지듯) 상두랑 내가 왜 안돼! 우리가 왜 안돼!
세라 ......(은환의 갑작스런 항변에 당황하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얼마전까지만 해두 우리 전혀 모르는 남남이었잖아! 당신이랑 나, 아버지두 다르구 엄마두 다르구,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세라 그래, 우린 남이야....엄마두 다르구, 아버지도 다르구,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이지, 우 린!
은환 .....
세라 (은환에게 보여주듯 지환의 어깨를 밀며) 얜 어떡할건데, 그럼? 우리 엄마랑 니네 아버지가 재혼해서 낳은 지환인 어떡할건데? 너하구 내 동생 지환인 어떡할거야?
지환 아, 또 왜 날 갖구 그래, 아줌마!
은환 (그 말에 힘이 쭉 빠진다. 다시 암담한 절망감을 느낀다...상 위에 올려진 소주를 병 째 마시는)
23. #은환집 마당
세라, 털레털레 걸어나온다.....마음이 아프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세라 (은환방쪽을 보고 돌아서서 중얼거리는) 다른 건 다 필요없어....좋은 음식, 좋은 옷 다 필요 없어.....상두만 내가 가질게...우리 엄마두 내 동생두 좋은 건 니가 다 가 져. 상두만 내가 가질게.
세라, 대문을 나간다.
24. #은환방
은환, 초췌하고 멍한 표정으로 새우처럼 몸을 오무리고 방바닥에 누워 있다.
지환, 그런 은환을 안타깝게 본다.
25. #상두 옥탑방 마당
상두, 평상으로 와서 눕는다....높은 가을 하늘. 구름이 떠가고 있다.
상두, 멍하게 하늘을 보는.
26. # 보리 병실
세라, 표정이 환하게 밝아져 눈물까지 그렁해 보리를 보고 있다.
세라 정말이야? 아빠가 정말루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앞으로 엄마랑 사이좋게 지낼거라구....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엄마한테 말두 친절하게 하구, 같이 데리구 놀러두 가준다구 하구....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보리를 끌어안으며) 고맙다, 고맙다. 보리야....정말 고마워, 보리야.
보리 (씨익 웃는)
27. #은환방 (해질녘)
마지막 볕을 털고 있는 햇살이 커튼 틈으로 비춰들고 있다. 방안이 많이 어두워졌 다.
은환, 여전히 몸을 오무린 자세로 꿈쩍도 않고 누워 있다. 은환의 멍한 동공으로 지 는 해의 햇살이 비춰든다.
이때, 문을 열고 심란, 들어온다.
심란 (마음 아프게 보다가 은환에게 다가간다) 일어나, 은환아....그만 일어나 밥 먹자.
은환 .......
심란 이렇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구 어쩔려구 그래? 죽을려구 그래, 이 년아!
은환 (그저 멍하니)
심란 은환아....은환아....제발 좀 일어나....일어나 봐, 좀!
은환 .....엄마.
심란 그래. 그래 에미 여깃어.
은환 ....그래두 포기가 안돼.
심란 은환아.
은환 천번을....만번을....수십, 수천억번을 생각했는데.....그래두 포기가 안돼.
심란 (눈물이 그렁해지는)
은환 나.....사람두 아니지, 엄마?
심란 너한테 상두가 어떤 놈이었는지 에미 알어....도망 가 숨어 살면서도 꼬박꼬박 상 두한테 편지 부치구, 짱가를 니 목숨처럼 키우구....에미 니 맘 다 알어.
은환 ......
심란 자식만 없었어두 보리만 없었어두....내가 우리 팔란이년 두손 두발 꽁꽁 묶어놓고 무슨 수를 써서든 말렸을거야.
은환 .......
심란 어떡하냐, 근데? 보리가 있는데....새끼가 있는데....
은환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옷장에서 옷을 꺼낸다.)
심란 어딜 갈려구?
은환 한번만 보구 오께.
심란 어딜 가서 누굴 보구 와?
은환 한번만 보구 와서 다신 안 가께.....약속해....딱 한번만 보구 오께.
심란 은환아.
은환 (옷을 들고 그대로 나가버린다)
28. #민석 병원 현관
택시에서 내린 초췌한 은환, 병원으로 뛰어 들어온다.
29. #보리 병실 복도
복도에 다다른 은환, 막상 보리 병실까지 가기가 두렵다...천천히 걸음을 옮겨 유리 문 앞까지 간다.
병실안엔 만도, 물수건으로 잠든 보리의 손을 닦아주고 있다.
은환, 멍하니 보리를 보는....
30. # 상두 옥탑방 마당(노을녘)
상두, 평상에 누워 잠들어 있다. 이때, 상두옆으로 와서 서는 발....세라다.
세라, 들고 온 작은 이불을 상두에게 덮어주고, 자기도 상두옆에 상두의 팔을 베고 같이 눕는다.....상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31. #상두집 일층
힘겨워 보이는 은환, 와서 선다. 상두의 옥탑방을 올려다 보는.
32.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 걸어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평상에 상두와 세라가 다정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멍해지는 은환, 서둘러 돌아서다가 마당에 있던 보리의 장난감차를 건드린다.
당황하는 은환, 상두쪽을 다시 돌아보다가 걸음 옮겨간다.
평상에 누워 있던 상두, 눈을 뜬다. 세라는 잠들어 있다....상두, 세라를 보고도 그다 지 놀라거나 화난 얼굴도 아니고, 담담한 표정이다.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은환의 발걸음 소리 들린다.
33. #상두 옥탑방 계단
계단을 내려가던 은환, 휘청하며 주저앉을 뻔하다가....다시 힘을 내서 계단을 내려 간다.
이때, 은환의 뒤로 와 서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상두, 안타깝게 은환을 바라보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한다.
은환,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34. #상두집 일각 길(밤)
은환, 넋나간 표정으로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다. 그 뒤를 조심스레 뒤따라 오는 상 두.
35. #거리
은환,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 탓에 몸이 몹시 힘겨워 보인다.
상두, 거리를 두고 은환을 뒤따르고 있다.
이때, 저 앞으로 취객들 두어명 걸어오다가 은환과 어깨를 턱 부딪힌다.
은환, 휘청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상두, 부축하려고 뛰어갈 듯 하다가...걸음을 멈춘다....니 힘으로 일어서야지....힘들더 라두 이젠 니 힘으로 일어서야지.
은환, 이를 앙물고 다시 일어서 걸어간다.
36. #고수부지
은환, 고수부지로 걸어온다. 상두와 불꽃놀이를 했던 곳이다.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 다정한 모습으로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상두, 은환의 뒤쪽 어둠속에 몸을 감추고 서 있다.
은환의 시선에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 상두와 자신의 모습으로 한순간 O.L.되어 보인다.
현기증을 느끼는 은환, 벤치로 가 앉더니....힘겨운 듯 드러누워 버리더니 잠이라도 잘 듯 눈을 감는다.
어둠속에서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두.
민석,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벤치에 누워 잠든 은환을 본다.
민석, 겉옷을 벗어 우선 은환에게 덮어주고, 은환을 깨운다.
민석 은환아...은환아....
은환 (힘겹게 눈을 뜬다) ...민석씨
민석 여기서 자구 있음 어떡해? 날씨가 얼마나 추운데.
은환 (힘없이 웃고) 민석씨 나한테 미행 붙였어?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어?
민석 ....그래, 미행 붙였어...(은환을 부축하려 하며) 가자.
은환 (민석의 손을 쳐낸다)
민석 (당황하는)
은환 나 민석씨한테 안 가.
민석 .....
은환 민석씨 말구 다른 남자한텐 다 갈수 있는데, 민석씨한텐 안 가.
민석 .....(피식 웃으며) 그래, 알어.
은환 알면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자꾸 이렇게 날 나쁜 년 만들면 안되지.
민석 나 너랑 결혼 안해.
은환 .....
민석 그리구 지금부턴 너 사랑 안할거야.
은환 ......
민석 좋아두 안할거야....니가 부담스러워 하는 거 아무것도 안하께.
은환 ......
민석 니 옆에 그냥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는 나무 하나가 있다구 생각해주면 안되나?
은환 .....
민석 더울 때, 비올 때, 힘들 때 그냥 기대서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나무.
은환 (눈빛이 흔들린다)
민석 난 지금부터 강민석이 아니구 나무야...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는 나무.
은환 ......
민석 걱정마. 나 너랑 결혼 안해. 니가 무릎꿇구 엎드려 빌어두 너하구 결혼 안해.
은환 .....
40. #고수부지 일각 도로/민석 차안
늦은밤 한적한 도로.
민석, 은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고 있다. 은환,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민석, 은환을 미소로 보며 한손으로 자신의 웃옷을 덮어주고 다시 앞을 본다.
이때, 저 앞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민석, 피식 웃으며 라이트로 신호를 보낸다.
41. #일각 도로
걸어가던 상두, 라이트 신호를 보며 돌아본다.
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신 듯 인상 찌푸리다가 민석임을 알고 피식 웃는다.
42. #민석 차안
민석, 저 앞에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상두를 본다. 민석도 상두를 향해 웃어준 다. 은환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43. #일각도로
민석의 차, 상두를 스쳐 지나간다....상두, 민석의 차가 멀어질때까지 굳은 듯 서서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F.O.
44. #민석 병원 외경 (낮)
45. #보리 병실 복도
민석, 피곤한 듯 뒷목 주무르며 오다가 유리창을 통해 보리 병실을 본다.
상두, 만도, 세라, 보리, 공공칠 놀이 하고 있다.
46. #보리 병실
상두, 밝은 표정으로 만도, 세라, 보리와 놀고 있다. 만도가 걸린다.
만도, 침대 위에 엎드리고, 상두, 세라, 보리, 만도의 등을 신나게 때린다.
세라, 문득 상두를 본다....갑자기 돌변해서 자신을 더 이상 구박하지 않는 상두의 태도가 낯설고, 고맙다.
상두, 초월한 사람처럼 세라의 시선을 거부감없이 편하게 받아 넘긴다.
47. #보리 병실 복도
지켜보던 민석, 돌아서서 간다.
48. #레지던트실
민석, 눈을 좀 붙이려고 가운을 벗고 침대에 눕는데, 여자 후배, 검사자료 들고 문 열고 들어온다.
후배 형! 뭐가 좀 이상해요!
민석 (눈 감은 채) 뭐가?
후배 차보리 어린이 보호자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좀 이상해요.
민석 (여전히 눈 감은 채) 뭐가 이상한데?
후배 ....(당황스럽다는 듯) 차상두씨가 .....보리 아빠가 아닌데요?
민석 뭔 소리야? (일어나 앉으며 검사 자료를 받아서 본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료를 넘겨보던 민석의 눈빛이 당혹스러워진다....내가 뭘 잘 못 봤나....다시 자료를 넘겨보다가 기가 막힌 표정 짓는.
49. #보리 병실
상두, 만도, 세라, 보리, 아직도 공공칠 게임하고 있다.
이번엔 세라가 걸린다. 상두와 보리, 하이파이브하고.
세라, 엎드리고, 만도와 보리, 세라의 등을 때린다. 상두, 벌떡 일어나더니 짖꿎게 몸무게를 실어 팔꿈치로 힘껏 세라의 등을 찍는다.
세라, 비명 지르고....만도와 보리, 저렇게 심하게 때릴 필요가 있냐는 표정으로 상두 를 본다. 상두, 태연한 표정 짓는다.
세라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는) 패 죽여라, 패 죽여.
상두 ...아팠냐?
세라 감정을 실어갖구 때리구 그러냐?
상두 감정은 내가 무슨 감정을 실어? 니가 엄살 떠는 거지!
만도 어허! 맹모 삼천지교!
세라 (삐죽거리다가) 화장실 갔다와서 정식으로 다시 해!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간다)
만도 나두 같이 가자, 세라야. (세라를 뒤따라 나간다)
상두 (씨익 웃고) 막간을 이용해서 쎄쎄쎄나 할까, 우리 심청이?
보리 (씨익 웃는)
50. #여자 화장실
변기 물내리는 소리 들리고, 세라, 문 열고 나오며 상두에게 맞은 곳을 아픈 듯이 주무른다.
51. #화장실 앞
세라, 손에 묻은 물기 닦으며 나오는데, 저 앞으로 민석(검사자료를 말아쥐고 있다) 이 서 있다.
세라 선생님.
민석 (서늘하게 보는)
52. #병원 정원
검사자료를 보고 있는 세라의 눈빛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민석, 그런 세라를 서늘하게 보고.
민석 설명을 좀 해 줄수 있어요?....우리가 검사한 걸로는 차 상두씨와 보리가 친자 관계 가 아닌걸로 나오는데...도저히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될 수 없는 걸루 나오는데.
세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민석 설명, 안 해 줄래요? 차상두씨한테 가서 들어볼까요? (발걸음을 돌리는데)
세라 (와락 무릎을 꿇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선생님.
민석 (서늘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 절 죽일거예요....저만 죽는 게 아녜요. 보리두 상두두 우리 식구 다 죽어요, 선생님!
민석 (기가 막힌다) 어떻게 그런...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요? (약간 격앙돼서) 세라 씨가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구 있어요?!!
세라 몰라요...몰라요...그런 거 몰라요, 난!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돌아서는데)
세라 (뛰어와서 민석을 막아선다) 상두두 보리두 저두 우리 식구 다 죽는다구요!!
민석 당신 제 정신이야? 차 상두가 보리땜에 어떻게 살았는데...무슨 짓을 하구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어!!
세라 보리가 아니었음 상둔 벌써 죽었을 거예요!!
민석 (기가 막히다)
세라 정말이예요! 상두, 보리 키우기전엔 얼마나 막 살았는데요, 나쁜 놈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저 죽을 짓은 다하구 다녔다구요, 그 자식!
민석 이봐요, 윤세라씨!!
세라 보리땜에 상두가 변했어요! 보리 땜에 상두가 맘 잡구 달라졌다구요! 정말이예요! 정말이예요!
민석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는 표정)
세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선생님......보리한테서 상두 뺏어가지 마세요! 상두도 보리 없음 죽어요! 정말이예요, 보리가 없음 상두도 죽어요!! (울음을 터뜨린다)
민석 (할 말을 잃는.......)
53. #보리 병실 복도
민석, 보리 병실앞으로 와서 선다. 유리창 너머로 쎄쎄쎄하며 다정하게 놀고 있는
상두와 보리의 모습이 보인다.
민석, 문득 예전에 상두가 자신에게 했었던 말을 떠올리는.
상두(E) 쥐약이라도 먹구 죽어버리자!
54. #플래시백(10회 #44)
상두 그 생각을 사백 번쯤 했어.
민석 ......
상두 뛰어내려 죽을라구 한강 다리를 오백번두 넘게 갔어.
민석 ......
상두 근데, 그때마다 누가 내 팔을 잡구 발목을 잡더라?
민석 .....
상두 은환이랑 보리였어.
민석 ......(돌아서서 상두를 보는)
상두 나한텐 그게 사랑이야.
민석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두 (웃음 머금고) 날 구백 번도 넘게 살려줬는데....뭐 지금 와서 날 죽인다 그래두....기 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난.
55. #보리 병실 복도
민석, 허허로운 표정으로 보리와 놀고 있는 상두를 본다....상두에 대한 연민으로 가 슴이 미어진다.
상두(E) 살겠지 뭐, 어떻게든....죽기야 하겠냐?...그래두 우리 보리 차가 있잖냐, 나한텐!
민석, 더 이상 상두를 보기 힘들어 몸을 돌려 벽에 털석 기댄다.
민석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리는) 그럼 은환이랑 상두는 어떡하죠?....두 사람은 어떡하죠, 세라씨?
민석의 뒤로 여전히 장난치며 즐겁게 놀고 있는 상두와 보리.
56. #은환 교실앞 복도
초췌한 은환, 수업하기 위해 들어오다가 멈춰서 교실을 본다.
이때, 교실 안에서 희서와 장난치며 놀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다.
은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간다.
57. #은환 교실안
은환, 환하게 웃으며 상두의 자리를 본다.
상두의 모습, 온데 간데 없고, 희서만 힘없이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은환 상둔...상둔 어디갔어?
희서와 학생들, 의아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은환 좀전에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 같은데, 상두 어디갔어?
희서 상두 오빠 오늘 학교 안 왔는데요, 선생님.
은환 응?
학생들, 은환을 점점 더 의아하게 본다.
은환, 이젠 헛게 보이는구나...얼굴을 쓴다.
수창 상두형 왜 학교 안 데꾸 오세요, 선생님!
성길 운반은 저희가 한다니까요! 내가 머리를 들테니까...(택구보며) 넌 다리를 들어!
택구 이러다 상두형 퇴학 당하면 선생님이 책임지실거예요?
은환 (정신을 수습하려 애쓰며 교탁으로 올라가 교탁 두드리며) 어제 몇페이지까지 진도 나갔지?
58. #복도 (수돗가 있는)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나온다....학생들, 은환에게 인사하고 지나가고.
은환, 수돗가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걸음을 멈춘다.
상두, 예전 그 느물거리는 모습으로 양치질하며 은환을 향해 코믹한 표정 지어보인 다.
은환, 다시 자신도 모르게 “상두야!” 부른다.
수돗가에서 양치질하고 있는 학생, 그 소리에 돌아본다....상두가 아니다.
은환, 내가 왜 이러지?...고개 저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저편에서 그런 은환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지환.
59. #학교 벤치
희서와 지환, 아이스크림 먹으며 앉아 있다.
지환 넌 사랑이 뭐라구 생각하냐?
희서 눈물의 씨앗.
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파워 오브 러브가 대체 뭐냐?
희서 팝송 제목.
지환 너하군 말이 안 통한다....하긴 니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냐?
희서 나, 사랑 알어.
지환 너 만약에 날 10년후에 다시 만났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비가 되어 있음 어떡 하겠냐?
희서 경찰에 고발해 버릴거야.
지환 뭐?
희서 우리 엄마 또 다른 제비랑 눈 맞아서 가출했다? 난 강도보다두 도둑보다두 제비가 제일 싫어.
지환 만약에 그럼 나한테 백혈병 걸린 딸아이가 하나 있어....그 애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서 어쩔 수 없이 제비가 됐다면 어떡할래?
희서 소설쓰냐? 너 그렇게 착한 놈 아니잖아.
지환 아니 그러니까...만약에....
희서 내 손에 장을 지지지.
지환 하, 정말...너하군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정말.
희서 (문득 생각하다가) 그거 누구 얘기야?
지환 엉?
희서 혹시...상두 오빠 얘기야?
지환 아니 뭐.
희서 상두 오빠 얘기지?
지환 ......(잠깐 망설이다....고개 끄덕이는)
희서 (충격이다)
이때, 저 편에서 스티로풀 아이스 박스 (생선이 든) 든 숙자, 낑낑대며 걸어오고 있 다.
숙자 (지환쪽으로 걸어오며) 바라, 학생들! 말 쫌 물어보자!!
지환과 희서, 고개 돌려 보는데.
숙자 채 언한 샘 만날라카모 오데로 가야 되...(노...하려다가) 니 지한이 아이가?
지환 (벌떡 일어나며, 반갑게) 숙자 누나!
숙자 지한아....(반가운 표정으로 아이스박스 내려놓고 지환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지환의 뺨을 잡아 당겨 버린다) 요새는 상두 행님 안 개롭히나? 머시마야!!
지환 (아퍼어...비명 지르고)
희서 ......
60. #학교 정원
은환, 눈물이 그렁해 숙자를 꼭 껴안고 있다.
숙자 수산시장에 생선 대주로 왔다가.....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고마 와 봤다.
은환 잘 왔어...보구 싶었어, 숙자야....너무너무 보구 싶었어.
숙자 (은환에게서 떨어지며 은환의 얼굴을 만지며) 얼굴이 와 이래 마이 상했노, 가시 나....상두랑은 잘 대가제?
은환 나 종례만 마치면 끝나거든....조금만 기다려, 응?
숙자 상두랑 잘 대가냐꼬?
은환 .....(보다가 고개 젓는)
숙자 와?....의사 샘이 니 몬 나준다 카더나?
은환 상두 얘긴....하지 말자, 숙자야....여기서 삼십분만 기다려. (가려는데)
숙자 (얼핏 표정 굳어져) 상두 좀 불러다 도!
은환 상두....여기 없어. 학교 안 나와.
숙자 와?...상두한테 먼 일 있나?
은환 (울컥) 상두 얘긴 하지 말쟀잖아! 너 나 보러 온거야? 상두 보러 온 거야?
숙자 (고집스럽게) 상두 오데 있노?
은환 (어이없이 보다가) 몰라, 나두....몰라아!!
숙자 (다시 고집스레) 상두 오데 있노?
은환 (버럭) 너 왜 이래, 정말!!....나 이제 상두 안 만나. 죽을때까지 안 만날거야...됐어?!!
숙자 나쁜 가시나...(원망스럽게 보다가 생선 박스 집어들고) 간다...(돌아서서 간다)
은환 숙자야!!
61. #내리막길
숙자, 굳은 표정으로 걸어내려 가는데, 은환, 뛰어와서 숙자를 잡는다.
은환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화내서 미안해, 숙자야!
숙자 ......(야숙하게 보다가) ...니...상두한테 도저히 몬 가나?
은환 ....그래, 나 못 가.
숙자 와?...느그들 서로 지 목숨보다 더 사랑한 사이 아이였나? 그거몬 댔지. 머가 문젠 데?
은환 (자조) 지 목숨보다 더 사랑하면 어쩔건데? 사랑이...밥 먹여주나?
숙자 (기가 막힌 듯 보는) 그래서,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더 좋다 이기가, 지금?
은환 (숙자의 손을 잡으며) 우리 오늘 방 하나 잡아서 같이 자자, 숙자야....술두 마시구, 노래방에두 가구, 오랜만에 친구끼리 회포 좀 풀어보자.
숙자 (은환의 손을 차갑게 쳐내 버린다)
은환 (당황하는)
숙자 사람 잘못 밨심니다, 샘....내는 선생님겉이 싸가지 엄는 가시나는 친구로 둔 적 엄 는데예.
은환 숙자야.
숙자 다이아로 밥도 해묵고, 반찬도 해묵고, 국도 끼리고....잘 묵고 잘 사이소, 샘... (가는 데)
은환 숙자야!!
숙자 (휙 돌아서며 못 참겠다는 듯 내뱉는) 니는 상두한테 그라몬 안대는 거 아이가?
은환 (당황하는)
숙자 상두가 아무리 동냥질하는 거지가 대도...적어도 언한이 니는 상두한테 그라몬 안대 는 거 아이가?
은환 숙자야!
숙자 상두가 누때매 그래 댔는데....상두가 누 때매 소년원에 들가고, 학교서 짤리고, 즈그 양부모님들한테도 버림 받았는데!
은환 (충격으로 멍한)....무슨...무슨 소리야?....그게 무슨 소리야, 숙자야!
숙자 아, 무덤까지 갖고 가기로 상두 머시마랑 철석거치 약속했는데....몰라, 까짓거 베락 맞아 디지지뭐. (돌아서서 가는데)
은환 (뛰어와서 숙자를 막고 선다. 눈물이 그렁해서) 무슨 소리냐구! 상두가 왜 소년원엘 가? 왜 학교에서 짤려? 왜 지네 부모한테 버림을 받어!!....(격앙된) 그게 무슨 소리 야, 대체!!
62. #병원 정원
상두, 자장가 불러주며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보리, 기운없이 상두의 등에 머리 를 대고 눈감고 있다.
세라, 한쪽에 서서 상두 눈치를 보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가오지도 못하고 서성이 고 있다.
상두 (세라쪽으로 다가가며) 똥 마렵냐?
세라 ....(당황하며) 엉?
상두 왜 그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러구 있어?
세라 ....으응....아, 아냐.
상두 ...언제 합칠래?
세라 (당황) 응?
상두 내년이면 보리두 초등학교 입학할 나인데...남들처럼 제대로 된 가정모습 보여줘야 될 거 아냐?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으응...
상두 .....결혼식...해야 되냐?
세라 .....(차마 말을 못하고, 눈물을 닦는)
상두 알았어...하자. 그래, 하자구.
세라 .....(울음을 참고 있다)
상두 거창하겐 못해....그냥 웨딩드레스나 입구....보리 데리구 우리 셋이 사진만 찍자.
세라 (눈물이 자꾸만 터져 나온다)
상두 왜 울어, 또?...알았어.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정식으루 다시 한번 결혼식 올리 주께...됐지?...울지 마, 그러니까....울지 마! 뚝!
세라 내가 잘할께...정말 잘 할께.....죽을 힘을 다하께, 상두야...
상두 (보다가 휙 돌아서서 처음 있던 자리로 걸음 옮긴다.)
이때, 보리, 눈을 뜨더니 상두의 등에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며) 보리야! 보리야!!!
63. #보리 병실
보리, 기진 맥진해 기절한 듯 누워 있고, 상두, 보리의 옷을 갈아 입혀 주고, 물수건 으로 보리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세라, 상두의 셔츠 꺼내서 준다.
세라 갈아 입어, 너두...축축할텐데....
상두 (웃옷을 벗고 갈아 입는다)
세라 (보리를 가슴 아프게 보며) 얘 왜 이래? 왜 자꾸만 더 심해져?......(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러다 우리 보리 잘못 되면 어떡해?
상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보리 병은 내가 고쳐!....(다시 보리에게 와 물수건으로 얼 굴을 닦아준다) 두구 봐!
세라 (그런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죄책감으로 가슴이 아프다)
상두 (손수건을 꺼내 세라에게 내민다)
세라 ......
상두 눈물 닦어....보리 보는 데서 약하게 자꾸 눈물 보이지 마.
세라 (상두가 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상두 (보리에 시선 준 채) 엄마가 강해져야 애두 기운을 안 잃어....다른 엄마들 안 봤냐?
세라 (눈물 참으려 애쓰며) 알았어....이제 안 울께....안 울께...
상두 .......
세라 참, 엄마가...우리 보리 병원비 보태주신다구....
상두 (그 말에 싸늘하게 굳어져서 세라를 보는)
세라 앞으루 수술도 받아야 되구....병원비도 장난이 아닐텐데...엄마가...
상두 (O.L.) 십원 한 장이라두 받아오면 너 나한테 죽을 줄 알어.
세라 상두야!
상두 내가 해! 내가 다 해!
세라 니가 돈이 어딨어?
상두 있어!
세라 .....상두야아.
상두 그리구, 너....나랑 살구 싶음 니네 엄마랑 인연 끊어!
세라 (당황하는) 상두야.
상두 그 집이랑 인연 끊어, 나랑 살고 싶음.
세라 ......(은환이 때문이구나....안다.)
상두 .......(보리의 이불을 다독여 준다)
64. #상두집 앞길
초췌한 은환,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다....힘겹지만, 죽을 힘을 다해 계단을 뛰어올라 간다.
65. #상두 옥탑방 계단
열심히 뛰며 넘어지기도 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는 은환.
66.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온 얼굴에 땀이 가득해 마당으로 와 서더니 출입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은환 상두야! 상두야아!!.....상두야!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은환, 다시 거칠게 문을 두드린다.
은환 문 좀 열어줘요!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줘요오!!
이때, 출입문 열리며 얼굴에 오이를 붙인 만도, “누구야?” 하며 짜증스럽게 문을 연 다.
만도 (놀라며) 어, 샘!!
은환 (그대로 만도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67. #상두 옥탑방 거실
은환,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나팔 모양의 전축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전축을 보며 눈물이 그렁해지는 은환.
만도 (뒤따라 오며) 샘! 남자 혼자 있는 집에 갑자기 이렇게 들이닥치시면.....
은환 (전축을 들어서 꼭 껴안더니 그대로 털석 주저 앉으며 울기 시작한다)
만도 (황당한 표정으로 보는)
은환의 흐느낌이 점점 커지며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숙자(E) 상두 바보겉은 머시마가.....느그 아부지 유품 찾아줄라카다가....사람 하나를 뇌사 상 태에 빠뜨리뿟다카더라....느그 아부지 유품 찾아줄라카다가.
68. #남자 화장실
상두, 와이셔츠위에 넥타이를 매고, 소매를 잠근다. 무스로 머리도 손질하고....작업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칼라 안경을 호주머니에 꽂는다.
69. #병원 앞길 (노을녘)
근사하게 빼 입은 상두, 걸어가고 있다.
이때, 크락션 소리 들린다.
상두, 돌아보면, 수희, 차를 몰아와 상두의 바로 옆에 멈춘다.
수희 (반갑게) 자기 맞구나.
상두 (잠깐 당황하며) 여긴...어쩐 일이야?
수희 여기 병원에 병문안 왔다 가는 길이야....자기는 여기 어쩐 일이야?
상두 으응...나두 병문안.
수희 보구 싶었어, 자기야.
상두 (피식...내심 당혹스럽다)
수희 나 자기한테 할 말 있는데....
상두 ...무슨...말?
수희 안 탈래?
상두, 잠깐 당혹하는데, 이때, 저 앞으로 넋나간 사람처럼 휘적휘적 걸어오는 은환 이 보인다.
상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수희 자기야!!
은환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한다....눈물이 그렁해진다.)
수희 안 탈래?
상두 (은환을 보다가 표정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 꺼내 쓰며 수희의 차에 오른다)
은환 (상두를 부르려 하지만, 차마 목이 메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상두 (선글라스 속의 눈빛....무섭게 일렁이고 있다)
상두를 태운 수희의 차, 출발하며 은환을 스쳐 지나가는데....눈물을 가득 머금은 은 환의 애절한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