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일본에서 신용장(信用狀)이라 하고, 영어로 L/C (Letter of Credit) 혹은 Credit, 스페인어로 Carta de Credito, 중국어로 信用證이라고 하는 하는 이것은 종이에 영어 대문자로 양식에 맞춰 어떤 조건에서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신용을 약속한 편지라는 뜻이다.
약속의 주체와 대상은 무엇일까?
돈과 물품이 오고 가는 거래에서 처음부터 돈을 주지 않겠다거나 물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는 없다. 있다면 거래 자체가 시작부터 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약속을 하는 주체는 거래 당사자가 아닐 것이다. 거래 당사자는 약속 자체를 하면서 거래 관계를 시작하기 때문이며, 이 약속이 상대 입장에서 완전히 믿을 수 없고 불안하기에 제3자의 신용을 필요로 한다.
돈을 주겠다는 지급에서 제3자가 개입하기 적절할까? 아니면 물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에서?
앞이 더 적절하다. 물품이야 종류가 너무나 많고 품질/수량/납기 등을 3자로서 따지고 판단하기에 너무 어렵지만, 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야 명료하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보증인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빌리는 사람의 신용이 약하다고 판단할 때 다른 이, 즉 3자의 신용을 요구하고 이를 보증인으로 세우도록 한다. 이때 아무나 받아 들이지 않고 재산세를 얼마 이상 낸다든지 연간 소득세 신고액이 얼마 이상이라던가 하는 조건을 내세운다.
신용장이란 수출상 입장에서 물품을 공급하기 전, 동시에 혹은 이후에 수입상이 계약한 대로 물품 대금을 지급한다는 것에 대해 3자의 보증을 받는 것이고, 그 3자도 외국과 거래를 튼 은행에 국한하며, 그러한 지급 보증을 일정 형식으로 종이에 기록하여 보증하는 은행이 발행한 것이다.
독자분들이 모두 아는 내용을 길게 풀어 봤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용장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급 보증을 하는 은행이 얼마나 지급을 보증할 만한 재정적 역량이 있는가를 따져 봐야 하고, 재정적 역량이 있더라도 신용장 관련 국제 규칙을 잘 지키고 있는가를 또한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96년 7월에 베트남의 한 은행(약자로 VP Bank)이 개설한 1년 기한부(Usance) L/C에 따라 중고차량을 선적한 적이 있었는데, 97년 6월 기일이 되어도 이 은행은 지급을 하지 않아서 98년 3월에 최종 부도처리했다. 부도처리란 더 이상 이 은행이 지급할 것 같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건데, 필자는 840원인가에 네고한 9만 달러 상당의 금액을 1430원에 다시 매입하여 네고은행에 갚았고, 약 1년 8개월 가량의 부도 이자를 연율 25%로 또한 지급하였다. 10% 정도 벌려고 한 건에서 도리어 배 이상의 손해를 보았는데, 은행이 신용장을 열어서 수입상을 대신하여 지급하기로 확약해 놓고도 이른바 '배째라'가 되었다. 당시 베트남은 Usance L/C 거래 초창기였는데, 담보나 현금을 L/C금액 만큼 받아 두거나 신용장을 개설하도록 요청한 수입상의 신용상태를 면밀히 따지지 않고 20~30%의 담보나 현금만 확보한 상태에서 Usance L/C를 아주 쉽게 발행했던 것이다. 그 VP 은행은 많은 수출상들에게 피해를 끼쳤고, 결국 국제 거래를 하는 은행으로서 자격 상실이 되었지만, 수출상들의 금전적 피해는 어쩌겠는가.
여기에서 독자들 중 현명한 분들은 수출보험에서 보상을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할 것이다. 맞습니다, 맞고요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꼭 당구 칠 때 온갖 신경을 몰두하고 자세를 멋지게 잡았지만 픽하고 큣대가 공 옆으로 어긋나는 것처럼 될 때가 있지 않는가. 필자 회사는 모든 수출건들에 대해 수출보험에 들고 있으나, 그 건은 마침 VP 은행이 수출보험공사가 보험을 받아 주지 않는 은행이라고 통보받아서 보험에 들지 못 했다. 수입상에게 다른 은행으로 L/C 개설하도록 요청했었으나, 2년째 거래 해온 그 회사가 자신을 못 믿느냐 하며 그 은행으로밖에 L/C를 열지 못 한다고 하며 그냥 개설된 L/C를 수락하도록 압박하였고 이를 받아 들였던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은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권한을 갖는 국영회사만 L/C를 열 수 있기에 매매계약을 맺은 회사와 L/C 개설한 회사가 다를 때가 많다. 당시도 그랬다. 다른 D/P건도 결제를 하지 않았던 T & I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L/C는 처음 듣는 국영 회사가 VP 은행에서 열었다. 결제가 되지 않자, 자기를 못 믿느냐라고 하며 큰 소리를 쳤던 T & I라는 회사에 연락을 수없이 해도 국영 회사에 이미 돈을 지급했는데 그 회사가 부도가 나서 그렇다고 핑계를 댔고, 그 국영 회사는 연락도 되지 않았다. 신용장 개설은행에 직접 연락을 했으나, 자금이 없어서 지급할 수 없다고 기다려 달라는 말만 몇 개월째 거듭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전화, 팩스로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 했다.
거래하다가 물품 대금을 떼여 본 사람은 안다. 떼인 돈의 두 배, 세 배 이상 손해가 난다는 것을... 그 돈을 회수하기 위해 바짝 신경쓰고 잠 못 이루고 하다 보면 그 거래선이야 당연히 추가 거래가 되지 않고 다른 거래선과 거래도 악영향을 받는다. 두 가지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신용장은 개설한 은행의 신용도만큼만 믿을 만하다는 것이고, 그렇더라도 수출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장은 상대적으로 더 믿을 만하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고 지급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남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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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