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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여기에 글을 올리려니 좀 쑥스럽네. ^^
카페에 가입만 해놓고 가끔씩 눈팅만 하다가 갑작스레 내 필요에 의해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린다는 것이 별로 내키질 않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기가 어려울 뿐 일단 시작을 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곶감좀 팔아달라."는 것이다.
ㅋㅋㅋ 간단하지? 기꺼이 지갑을 열 용의만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뻔뻔스럽게 고교 동창이라는 학연을 이용해서 '나 돈좀 벌게 내 물건좀 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물론 내 물건을 판매하겠다는 흑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작지만 의미있는 사회적 실험에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귀농 10년차에 들어서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를 통해서 수익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쌀농사 등을 짓긴 했어도 농사 수입은 미미하다 못해 거의 없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학원강사질을 통해 얻는 수익이 주된 것일 수밖에 없었다. 농업이 한계산업이라 1~2,000평 규모의 소농경영으로 쌀농사 등의 전통적 작물을 통해서 의미있는 수익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건 너무도 분명하다. 하긴 몇 해 전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농가 중에서 연매출(수익이 아니다!)이 600만원 이하인 가구가 70%를 넘는다는 조사도 있을 정도니까 내 게으름만을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과 달리 많은 양의 곶감을 깎았고, 기존의 판로 말고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개인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사는 악양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역화폐운동(LETS)을 활성화시킬 방법의 일환으로 '도-농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문제에 친구들이 작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마도 지역화폐운동(LETS)을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이 용어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지역화폐운동(이하 '레츠')은 간단히 말하면 전통적인 1:1 품앗이가 아닌 '다자간 품앗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조금 지루하더라도 레츠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하자면
지역화폐(LETS)란 간단히 정의해서 ‘중앙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는 다자간 품앗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지역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자발적으로 교환함으로써 돈이 없어도 일정 수준의 소비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지요. 그 교환의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지역화폐구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은 거래가 가능하겠죠.
사례 1)
'갑'은 올해 산 컴퓨터가 고장나서 컴퓨터에 능숙한 옆집 '을'에게 부탁해 돈을 들이지 않고 수리할 수 있었다. 얼마 후 계절이 바뀌자 난초 분갈이 때문에 고민하는 '을'을 위해 '갑'는 평소 취미인 분갈이 솜씨를 발휘했다. 컴퓨터 수리와 분갈이 모두 비용이 드는 일이지만 '갑과 을'은 상부상조해 절약도 하고 이웃 간 의리도 다질 수 있었다.
사례 2)
전직 학원강사였던 주부 '갑'은 집수리를 하여야 하는데 수리비가 걱정되고, 주택보수공사 일을 하고 있는 '을'은 자녀과외를 시키고 싶은데 일감이 줄어서 과외비를 댈 여력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갑'이 '을'의 자녀 과외를 시켜주고, 대신 '을'은 '갑'의 집수리를 해주었다.
사례 3)
강원도 산골에 살고있는 "갑"은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자기 집을 심신이 지친 도시인들의 쉼터로 기꺼이 내어주길 원하고 있으며, 농작물 수출을 위해 일본어 회화공부를 하고 싶어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을"은 휴가기간을 이용하여 강원도에 차비만 달랑 갖고 가서 편안히 자연을 벗하고 왔고, "병"이 전해주라던 일본어 회화책과 테이프를 "갑"에게 주었다.
<지역화폐(Local money) - 설미정>
이 글은 2009년 9월에 악양에서 지역화폐 운동을 시작하려고 할 때 작성했던 글인데, 자유게시판에 따로 전문을 올려 놓을테니 관심있는 친구들은 한번 읽어주면 고맙겠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서 2010년 10월부터 '악양품앗이(http://cafe.daum.net/akyanglets)'라는 지역화폐조직을 만들기는 했는데, 세상만사가 대개 그렇듯이 여차저차한 굴곡을 거쳐서 지난 2년여간 침체기에 빠져있었다. 해서 작년 가을에 곶감깎기 품앗이를 하는 걸로 다시 품앗이의 시동은 걸어 놓은 상태다.
이번에 곶감깎기 품앗이를 동네 사람들과 신나고 활기차게 진행하면서 재미는 있었지만(품앗이 카페에 감깎기 품앗이를 한 사진과 글들이 있으니 시간나면 한번 놀러와라.^^), 당장 직면한 문제는 판로의 문제였단다. 이번에 처음 곶감을 깎은 친구들이나 개인적인 판매망이 없는 친구들은 곶감이 익어갈수록 걱정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걸 보면서 '아무래도 다양한 판매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 3년간의 경험에서 볼때 공동의 판매망을 구축하는 문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곶감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실 갓 귀농한 젊은 친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겨울농사로는 곶감농사만한 것이 없고, 또 올해 들어 품앗이를 다시 가동하면서 처음으로 곶감을 깎은 친구들도 많아진 터라 새롭고 다양한 판매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가 됐단다.
글구 중-장기적으로는 지역화폐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자면 '도-농간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적인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농업의 문제는 생산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판매와 유통의 문제가 더욱 크다는 생각이 들거든.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처가 없어서 중간상인들이나 농협에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는 것이 농민들의 궁핍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말이다. 그 해결책은 새삼 얘기할 것도 없이 '도-농간 직거래'에 있지만 막상 튼실한 직거래망(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도 하지.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여러 친구들에게 공개적으로 도움을 청하기로 했단다.
친구들아~~!!
많이들 도와주라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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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곶감에 대한 설명을 해야겠지.
악양은 대봉감이 특산품이다. 당도나 맛에 있어서는 전국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생산물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이곳 분들의 말씀이다. 사실 난 예전에는 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았던지라 악양 대봉감이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ㅋㅋ
암튼 악양대봉감과 대봉곶감.....달기는 무지하게 달다.
오죽했으면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다.' 혹은 '이거 설탕 넣은 거 아니냐?'는 항의를 받는 경우까지 있단다. ㅋㅋ
그 대봉감을 껍질을 벗겨 2달 가량 바람과 햇살 속에 건조시키면 말랑하고 쫄깃한 겉살과 부드럽고 달달한 속살이 어우러진 '대봉곶감'이 만들어진단다. 한번 먹어보면 결코 불만스러워 할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곶감 건조과정에서 좋은 색깔을 내고 부패를 방지할 목적으로 '유황처리'를 한다는 점이다.
곶감 덕장을 비닐로 감싸서 밀폐상태로 만들고 곶감에 유황가스를 쐬면 곶감의 색깔이 맑고 투명한 연분홍빛이 되면서 보존성도 매우 좋아진다. 일반 농가에서 만드는 곶감은 100프로 이런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유황가스를 쐬는 과정에서 법제(유황의 독성을 제거하는 것)를 하지 않은 공업용 유황을 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법제가 된 식용유황은 가격이 공업용 유황의 10배가 넘는다고 들었다. 몇 천개에서 1동(만 개) 정도의 양을 만드는 일반 농가들로서는 법제된 식용유황을 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곳의 노인분들은 때로 유황가스에 질식해 쓰러지는 사고를 당하면서도 때깔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부분 유황처리를 한다. ㅠㅠ
내가 문과 출신이라 잘 모르지만 유황과 수분이 결합되면 황산이 된다는 얘기 정도는 들었다.
요컨대 농약을 친 농산물과 다를바 없는 곶감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말이다. 색깔 좋고 상온에서 장기적으로 보관이 가능한 곶감은 무조건 유황처리가 되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실 소비자의 책임도 크다. 보기 좋고 뭔가 뽀대나 보이는 상품만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가 결국 곶감농가들로 하여금 어쩔수없이(?) 생산자와 소비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유황처리과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바람과 햇빛 속에 자연건조시켜서도 곶감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된다.
맛도 유황을 쐰 것보다 낫다고들 한다. (사실 난 혀가 ㅂㅅ이라 다른 사람들은 유황 쐰 게 떫은 맛이 난다느니 어쩌구 하는데 아무리 먹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ㅋㅋ)
그럼 왜 유황을 쐬는가?
단순히 색깔과 보존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연건조를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은 곶감들이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약간 밥맛 떨어지게 생겼지?
저 검게 변한 부분은 일종의 암종 같은 거라고 하는데 사실은 탄닌 성분이 그리로 몰린 거라고 한다. 탄닌이 몸에 좋다는 건 모두들 알고 있겠지? 감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ㅋㅋ)라는 농약을 안 치면 저렇게 된다고들 하더라. 결국 이렇게 변한 곶감은 오히려 단 1회이라도 농약을 적게 친 감이라는 말이다. 당근 품질은 더 나을지도.....^^
암튼 위의 곶감도 시각적인 문제 외에는 먹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뭔가 먹기가 꺼려지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 일부 농가에서는 어렵게 재배한 감을 깎으면서 저 검은 부분을 없애기 위해서 깎아내고, 깎아내고, 깎아내서 결국 멀쩡한 감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참말로....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문제는 또 있다.
해가 갈수록 곶감의 과잉포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내가 곶감을 처음 만들때만 해도 포장상자가 요랬다.
왼쪽이 작년까지 쓰던 포장상자고 오른쪽이 올해의 포장상자다.
뽀대에 상당한 차이가 나지? ㅎㅎ
상자 가격도 2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문제는 작년 상자와 올해 상자가 크기와 뽀대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품질에서 차이가 나느냐?
당근 그럴리가 없지. 오히려 유황처리한 곶감은 더욱 늘어서 이제는 자연건조한 곶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자에 수납되는 곶감의 수량이다.
올해의 상자가 크기가 왕~~창 커진 만큼 곶감 수량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풉~!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작년 상자에는 곶감을 개별 수납하는 트레이가 없어서 곶감만 온전히 들어가므로 오히려 올해의 상자보다 더 많은 수량의 곶감을 담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 상자는 트레이로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정해진 수량 외에는 곶감을 더 넣고 싶어도 넣을 수가 없다. ㅋㅋㅋ
아래 사진이 올해의 곶감상자에 곶감을 담은 모습이다.
그런대로 볼만은 하지?
이런 식의 쓰레기만 만들어내는 과잉포장이 사실 나는 좀 불편하다.
하지만 어쩌랴?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질 않는 걸......ㅠㅠ
아마도 몇 년 내로 옛날 포장상자는 구할 수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뭔가 뽀대있어 보이길 바라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한 요구가 맞닥뜨려 만들어지는 과잉포장의 경향은 이제 개인으로서는 어쩔수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새상자의 겉껍데기는 쓰레기로 처리되는 수밖에 없겠지만, 트레이는 따로 빼서 곶감을 냉동실에 보관할 때 상당히 실용성있게 쓰일 거라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이지. ^^
암튼 이 자본주의 상품시장에서 곶감의 진화 발전(?)은 내용물의 악화(?)와 포장술의 휘황찬란한 발달(?)이라는 방향으로 매~~우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ㅋㅋㅋ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고 장황해지고 있네.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마지막으로 올해 울집과 품앗이에서 생산되는 곶감은 대략 이런 모양새로 만들어진다.
한번씩들 봐라. 글구 많이들 사라잉!!! ^^
울집 데크에 널린 곶감이다. 예쁘지?
포장완료된 상품이다.
뚜껑을 열면 이런 형태로 곶감이 담겨 있다. 당근 유황처리를 하지 않은 자연건조로 생산한 곶감이라서 색깔이 거무튀튀하기도 하고 흑점이 있기도 하지만..... 맛을 좋을 거다.
진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얼마냐?
택배비 포함해서 4만~4만 5천냥이란다.
계좌번호는 농협 833022-52-063807(김경구)이다.
혹시 주문할 마음이 생기면 010-5354-7511(김경구)한테 전화해 주라. ^^
* 뱀발 : 사진 수정한 김에 작년 12월 말에 눈 엄청 왔을때 울집 마당에서 보이던 풍경사진 몇 장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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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넘 장문이라 잘은 모르겠지만...암튼 좋은 일 하는구나..산우회 친구들 만나면 찜찜이 홍보 헐테니..계좌번호도 올려라..^^
날씨 풀리면 남쪽 산행지 골라 볼테니,,그때 보자...제수씨 한테도 안부 전하구...^^
근데 사진이 안열린다....나만 그런가?.............
그래.. 사진이 안 열리는군. 그리고 노일아.. 찜찜이가 아니라 짬짬이...^^
노일아, 계봉아~! 사진 수정했는데 잘 보이는지 모르겠다. 글구 울집은 언제든지 콜이다. ^^
그래 경구야 이제 사진 잘 보인다.^^
ㅇ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