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김치와 홀아비김치
김치는 아무래도 배추김치와 무김치가 주종을 이루지만, 다른 밑감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많다. 여수 돌산 갓김치가
이름이 있고, 오이김치, 가지김치, 호박김치에 박, 고수, 달래, 무순, 돌나물로도 김치를 담근다. 몹시 지쳐서 아주
느른하게 되었을 때 파김치가 됐다고 하는 것은 파김치가 유난히 더 축축 늘어지기 때문일까.
처녀김치가 없으므로 영원히 총각 신세를 면할 가망이 없는 총각김치도 있다. 총각무로 담근 김치가 총각김치,
총각김치로 찌개를 끓이면 총각김치찌개, 총각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홀아비김치가 있다는 사실이다.
홀아비는 아내가 죽고 혼자 사는 사내를 말하는데, 홀아비김치가 있다는 것은 총각김치가 누군가와 짝을 지었다는 얘기
아닌가. 총각이 어떻게 어느 날 갑자기 홀아비가 되었는지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한 번 연구해 볼 일이다.
홀아비김치는 무나 배추 어느 한 가지만으로 담근 김치를 뜻한다. 무와 배추를 잘게 썰어 섞어 만든 김치는 써레기김치,
절인 배추ㆍ무ㆍ오이를 넓적하게 썰어 젓국에 버무려 익힌 김치는 섞박지라고 한다. 덤불김치는 무청이나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인데, 무청은 무의 잎과 줄기, 지스러기는 고르고 남은 부스러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겨울에 심는 푸성귀를 얼갈이라고 하는데, 얼갈이 푸성귀로 담근 김치가 얼갈이김치다. 보통 김장김치보다 일찍 담가
먹는 김치는 지레김치, 봄이 될 때까지 오래 먹을 수 있도록 젓갈을 넣지 않고 짜게 담그는 김치는 늦김치라고 한다.
겉절이는 열무나 배추를 절여 바로 무쳐 먹는 것으로 절이김치라고도 한다. 김치주저리는 청이 달린 채로 소금에 절여
담근 무김치나 배추김치의 잎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국물 맛이 강조되는 김치가 국물김치인데, 국물이 많아서 건더기가 둥둥 뜨는 둥둥이김치도 국물김치일 수밖에
없다. 동치미, 싱건지 같은 것들이 국물김치이자 둥둥이김치인 김치들이다. 배추김치는 배추를 통째로 담그는 통김치와
조각으로 썰어서 담그는 쪽김치로 나뉜다. 갓 담가 안 익은 김치는 날김치 또는 풋김치, 익은 김치는 익은지라고 하는데,
익은지나 묵은김치에서 느껴지는 김치의 깊은 맛을 개미라고 한다. 김치찌개의 맛은 이 개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지’는 익은지, 오이지, 싱건지, 무짠지에서 보듯 김치를 나타내는 뒷가지(接尾語)다. 그러면 김치 가운데 가장 맛이
없는 김치는? 그야 물론 ‘기무치’다.
* 기억해 둘 만한 도사리들
개미 : 익은지나 묵은김치에서 느껴지는 김치의 깊은 맛.
김치주저리 : 청이 달린 채로 소금에 절여 담근 무김치나 배추김치의 잎.
섞박지 : 절인 배추ㆍ무ㆍ오이를 넓적하게 썰어 젓국에 버무려 익힌 김치.
얼갈이 : 겨울에 심는 푸성귀.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장승욱 지음) 중에서...
분당 아파트로 이사 온 후로 불광동에서 살 때 마당에 묻어둔 김장독의 동치미 맛을 보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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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국어 이야기
총각김치와 홀아비김치
띠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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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7
05.03.29 00:3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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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정숙님... 스크랩해갑니다, 띠앗님.
참 재미 있어요. 출처를 띠앗님으로 해서 퍼가도 될까요?
어차피 책에서 그대로 옮긴 것인데요. ^^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