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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합니다. 서로 간에 대화가 막혀서, 곤혹스러운 적이 있습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핀잔을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의 뜻을 생각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예로부터 농사짓는 사람에게 있어서 씨나락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종자 씨가 아니라 내일의 희망이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나락으로 밥을 해 먹지는 않습니다. 씨나락을 없앤다는 것은 희망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가을에 수확을 하면 가장 충실한 놈으로 먼저 씨나락을 담아 놓고, 남는 것을 양식으로 씁니다. 그리고 겨울을 지낸 후 새봄에 그 씨나락을 못자리판에 뿌리는데, 그렇게 충실한 씨앗으로 뿌렸건만 발아가 잘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귀신이 씨나락을 까먹었기 때문' 이라고 합니다. 귀신이 까먹은 씨나락은 보기에는 충실하게 보여도 못자리판에 뿌렸을 때 싹이 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멀쩡하고, 충실한 씨앗을 뿌렸는데도 불구하고 싹이 나지 않았음을 뜻하는 말이지요. 꼭 반드시. 싹이 날 것 같았는데, 싹이 트지 않는 씨앗! 생명으로 발아하지 못한 씨나락입니다. 그러기에, ‘귀신 씨나락 까먹은 것’속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겉은 멀쩡한데, 꽉 들어찬 것 같은데, 실상은 죽은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추수 때에 알곡은 곳간 안에 들이시고, 쭉정이는 불에 던져 사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지만,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겉모습은 온전한 씨앗인데, 그 안에 생명이 없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곧 씨앗을 뿌릴 때입니다. 못자리판에 뿌릴 볍씨를 바라보며, 우리네 삶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생)’가 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무늬만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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