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쌤 황매산 가셨다가 영암사 못보고 오셨다 그래서, 예전에 제 블로그에 올렸던 영암사 터 답사기를 가져왔습니다.
근데 이제 보니 미완성이네요. 그때 그때 마무리 하지않으면 결국 이렇게 되고 맙니다. ㅋ
답사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곳인데, 대충 눈요기만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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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가회면의 황매산 아래에 곱게 앉은 영암사 터.
큰 맘 먹고 비싼 입장료를 치르고 들어갔다가 못내 실망스런 표정으로 석굴암을 돌아 나오던 사람들도, 어쩌다가 우연하게 드른 황룡사 터에서는 탄성을 내지르던 모습들을 곧잘 보게 되는데, 그것은 석굴암이 황룡사 터 보다 못해서가 아니라, 크게 기대했던 선물과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을 때의 차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답사를 더러 다녀봤다는 사람들은 대개 폐사지에 상당한 호의를 갖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황량한 절터가 주는 고저넉한 분위기가 좋아서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겠고, 오랫동안 묻혀 있던 보물을 마치 자기가 발견한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나, 망하고 무너져버린 것에 대한 뜻 모를 애잔함 같은 감상적인 자극들을, 다른 누구의 특별한 안내나 설명 없이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영암사 터도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다.
영암사 터에 들어서면 배경으로 둘러쳐진, 황매산 모산재의 멋진 바위 능선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3차례에 걸친 발굴 작업이 끝나고, 축대를 비롯해서 이렇게 부분적인 복원 공사를 해놓아 무척 깔끔하긴 한데, 허물어지고 넝쿨 감겨있던 이전의 기억 때문에 무척 생경스러워, 들어서는 길이 자뭇 낯설고 서먹거렸다.
아주 쉬운 길은 아니지만, 모산재 - 순결 바위 등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을 다녀보는 것도 좋은 일정일거라 생각한다. 바위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재미나 전망이 제법 만만찮다.
뒤를 돌아서 앞을 보면 이렇게 속 시원히 탁 트인 경관도 마련되어 있는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옛 사람들의 절 자리 고르는 재주에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황매산 깊은 골, 모산재라는 화강암 바위산을 등에 지고 높직이 올라 앉아, 겹겹이 물러나는 아득한 산자락을 바라보는 조망이 절묘한데, 이 절집의 이름이 불교 용어를 택하지 않고 신령스러운 바위산을 이끌어 영암사라 했음도 이런 위치 설정과 연관이 있었지 싶다.
아랫 쪽 건물터를 돌아 올라가면, 요 근래 이 절터의 본래 모습과는 아무 상관없는 새 절이 하나 빤질하게 생겨나 있고, 그 위로 축대에 사용되었던 수구돌 같은 몇 가지 석물들이 널린 길을 따라 가면, 삼층 석탑 하나가 단정한 모습으로 객들을 맞아준다.
신라 말기의 양식을 갖고 있는 규모가 크지 않은 탑이지만, 아주 정갈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눈에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지붕돌의 선도 깔끔하게 살아나 있고, 살짝 붉은 기운 감도는 탑의 색깔도 고와서,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매력을 풍기고 있다.
영암사 터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큰 볼거리로 생각하는, 그래서 영암사 절터의 얼굴 마담이라 할 수 있는 유물이 바로 이 쌍사자 석등이다.
화강암 통돌을 깍아 석등을 받치고 선 사자 두 마리의 엉덩이에서 허벅지로 이르는 토실한 선은 탐스럽고, 바짝 치켜올린 꼬리는 익살스럽다. 마주보고 들어올린 팔에서는 무거워 뵈기 보다는 오히려 장난러운 여유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다부짐을 잃은 것도 아니다.
조각이 섬세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친숙하고, 그러면서도 사자의 정확한 비례와 균형은 지니고 있는 무시못할 품격을 보여준다.
팔각의 기대면에는 안상 속에 여덟 마리의 사자를 새겼고, 연화문을 새긴 하대석은 사자와 하나의 돌로 구성되었다.
역시 팔각으로 된 화사석의 네 면은 화창으로, 다른 네 면은 사천왕을 돋을 새김하였는데, 지금은 마모가 많이 된 모습이지만, 아마 애초에도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의 조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영암사의 쌍사자 석등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석축을 이용한 구조적인 특징 때문이기도 한데, 남북으로 길게 석축을 쌓으면서 그 한가운데를 마치 성벽의 치(雉)처럼 앞으로 툭 튀어 나오게 만들었다.
이것은 금당과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론 석탑과 나란히 섰을 때, 자칫 왜소해 보일 수도 있는 작은 크기를 고려하여, 탑보다 한 단 높은 곳에 위치시켜 훨씬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고려한 때문으로 여겨진다.
석축 양 옆에 설치한 돌계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데, 직선 일색의 석축에 곡선을 넣은 배려도 잘어울리고, 통돌을 사인(sine) 12도 정도의 무지개 모양으로 깎아 만든 여섯 단의 디딤돌은 발뒤꿈치가 허공에 뜬 채로 조심스럽게, 그리하여 경건한 자세로 오르게끔 하는데, 그 느낌이 위압적인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
첫댓글 멋진 이 곳을 못보고 온게 아쉽네요.
다행히 홍쌤의 답사기로 대신할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에 꼭 다시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오겠습니다.
정말 멋진곳이네... 사진 넘 생생하게 올려줘서 실제 갔다 온 듯한 착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