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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이런 글을 여기 올려도 되나 싶지만,,
해외의 자연환경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제 여행기를 여기에 남깁니다.
태국의 카오 야이 국립공원은, 서울 만한 면적을 가지고 있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공원입니다.
이 곳은 2010/01/24 ~ 2010/02/14 동안의 태국, 라오스 여행 중에 트레킹 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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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ao Yai national park"
우리가 첫 번째 트레킹 장소로 택한 곳이다.
라오스 정글은 정보가 너무 부족했기에, 우리는 이 국립공원에서 연습삼아 트레킹을 해 보고, 라오스로 가기로 한 것이다.
상당히 만만하게 본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태국 자체가 모든 환경이 잘 되어 있고,, 여기도 국립공원이라고 하니까 편하게 트레킹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방콕에서 카오야이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선, 빡총 이라는 도시를 들러야 한다.
방콕에서 버스로 3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작은 도시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우린 호텔을 겨우겨우 찾아서 짐을 키핑하고, 정글도를 사러 갔다.
▲ 철물점에서 산 정글도. 원래 취지가 정글도로 만든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30센티 정도 된다. 딱 나랑 서정한이 휘두르기 좋은 무게이다. 70바트.. 3000원 정도 된다. 싸다. 위의 박스같은 사진은 박스로 칼집을 만든 거다. 서점에서 택배보낸 박스로 만들었는데,, 고객님의 물건입니다. 소중히 다뤄주세요 라고 적혀있는게 좀 웃긴다. ㅋㅋ칼집인데,,,
점심으로는 간단히 국수를 먹었다.
카오 야이 로 가는 버스는 빡총의 주 도로 중심부에 있다. 좀 큰 썽태우다. 물어보면 찾을 수 있다.
30분 정도 달리면 종점인 카오 야이 국립공원의 매표소에 도착한다.
▲ 매표소. 지나쳐 온 후에 찍은거다. 입장료가 외국인 300바트였나?
트레킹을 할려면 Headquater 까지 가야 한다. 헤드쿼터는 매표소에서 23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간이 3시가 넘었는데 그 거리를 걸어 갈 수는 없다.... 매표소의 직원이 우리보고 히치하이킹 하라고 한다
▲
▲ 히치하기 직전에 간 화장실
손을 들고 있으니, 약 20분정도 만에 히치에 성공했다. 그들은 대학생이거나 고등학생들 처럼 보였는데, 캠핑하러 온 듯 했다. 바베큐 장비도 있고 아이스박스(속에는 고기나 해산물이 있겠지)도 있는 걸 보니 좀 부러웠다.
▲ 차 위에서.
▲ 길 쩐다. 자전거 가지고 왔으면 개좋았겠다
▲ 헤드쿼터에 전시되어 있던 물소.
▲ 거기서 받은 지도. 지도는 영 병맛이다. 방향이나 거리가 전혀 정확하지 않다. 너무한다
트레일은 다섯 개가 있다. 제일 긴 트레일이 trail 4. 8키로미터 정도 된다.
헤드쿼터의 직원은, 우리가 4번 트레일에 가려면 가이드를 고용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때까지 가이드를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우리 계획은 트레일 5와 4를 하는 것이었다. 일단 오늘은 캠핑싸이트로 가서 잠을 자기로 했다.
▲ 사슴이 보인다. 경치도 좋다. 우리는 꽤 설렜다. 동물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 같았고, 경관도 좋으니..
▲ 캠핑 사이트에 오니까 사슴들이 있다. 어떤 사슴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슴이 매우 귀여웠다. 우리들의 설레는 마음도 더해갔다. 우리의 이 기분 좋음은 비극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 서정한으로부터 도망가는 사슴
우리는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어 밥을 해 먹었다. 무슨 볶음밥 같은걸 해 먹었다. 좀 싱거웠던 것 같다.
별이 많이 보였다. 네팔에서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다. 서정한은 엽서를 쓰고 나는 일기를 썼다. 주위엔 많은 태국현지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베큐를 해 먹었다. 냄새가 너무 부러웠다 ㅠㅠㅠ 외국인이라곤 우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내일의 트레킹을 기대하면서 10시쯤 잠에 들었다.
.....
자다가 기분이 너무 나빠서 깼다. 왜 깼을까 하고 잠시 생각하는데, 왼쪽 귀 바로 옆에서 쩝쩝?킁킁? 헐떡?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놀랬고, 기분이 더러웠다. 나는 도둑이 왔나 싶어서 서정한을 재빨리 깨웠다. 허겁지겁 텐트 문을 열고 보니,
......
...
..
.
▲ 쩐다
이런 미친 사슴들이 와 있었다. 우리 텐트가 너무 좁아서 텐트 안에 짐을 놔 두지 못했는데, 음식물을 밀폐된 용기에 보관하지 않고 밖에 내 놓은 우리 잘못이다. 유콘에서 그렇게 음식물에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그걸 까먹고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다니
사슴들이 강탈한 우리의 음식목록
1. 쌀 2kg
2. 라면 4개
3. 감자 2개
4. 파프리카
이런
빌어먹을
우리가 잘못 한건 맞지만
이 순간에 그런 건 생각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사슴들에 대한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
아까 사슴이 귀엽다고 한 말 취소다
난 돌을 던져서 사슴들을 맞혔다
사슴이 오면 쫒고, 또 들어가서 자고 하다가 두시간이 가버렸다.
그냥 포기하고 자던 중,,,,
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무슨 발정난 개가 헐떡거리는 듯한 소리가 귀 바로 뒤에서 들렸다
'아, 다른 동물이 왔나보다'
서정한은 잘도 자고 있다
나는 텐트의 구멍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좀 작은 뭔가가 보인다.
뭐지?????
▲ 호저다.
호저는 꼭 고슴도치 같이 생긴 동물이다. 산미치광이 라고도 한다. 어릴 땐 동물백과사전을 달달 외우고 다녀서 바로 알았을 텐데, 이때는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가시가 몸에 박히면 잘 안빠진다고 하던데,, 암튼 이 동물을 동물원 외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는 동물을 봤으니 좋다.
피곤해서 그냥 잤다
▲ 사슴은 육포를 먹지 않았지만, 호저는 우리 육포까지 먹어 버렸다. 저 자식들이 먹어치운 음식 쓰레기들을 우리가 치우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식량도 빼앗기고 그 뒤치닥거리는 우리가 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정말 ㅄ이 된 듯 했다.
▲ 허탈....
▲ 사슴이 이쁘게 똥도 눠주고 가셨다.
▲ 경치는 좋다
▲ 어쨋든 출발 하기로 했다. 일단 트레일 5부터 가자
▲ 코끼리 똥이 거대하다. 서정한 등산화 만하다.
▲ 이런 다리를 건넌다.
▲ 트레일 5의 볼거리, 폭포다.
▲ 길은 대략 이렇다.
여기부턴 힘들어서 그런지 사진이 거의 없다.
우리는 트레일 5을 예정 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끝내었다. 트레일 4가 힘들다고 했지만, 일찍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쉬는 동안 점심을 먹고, 한시간 쉬었다.
트레일 5로 고고씽
트레일 5의 길은 희미했다.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 듯 했다. 길 위가 낙엽으로 덮여 있었고, 동물이 다니기도 하는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는 곳도 많았다. 우리는 지도가 병맛이었기에 지도에 의지할 수도 없었다.
다행이, 나무들에 간간히 빨간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페인트 자국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페인트는 칠한 지 시간이 좀 지난 듯 했다. 약 20~30미터 간격을 두고 칠해 져 있었는데, 가끔씩 그 자국이 끊긴 구간이 있었다. 끊겼는지 우리가 발견 못한건지, 지워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우리는 그런 구간에서 길을 찾느라고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런,, 시간에 맞춰서 못 갈 수도 있겠다. 물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 빨간 페인트.
▲ 아직 사진 찍을 힘이 남아 있을 때다. 우린 꽤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절반도 못 왔을 때였다.
아마 이때쯤이었을 것이다.
길은 극도로 희미해졌고,
빨간 페인트도 찾기 힘들었다.
이 사진을 찍은 직후 우리는 길을 잃었고, 파란 페인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상당히 오래된 자국인 듯 했다. 아마 몇 년 전쯤에는 그 자국을 따라 길이 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은 더이상 길이 아니었다. 그땐 서정한이 길을 보러 갔었는데, 음산한 기분이 심하게 들고 사방에 동물 발자국이 널려 있는 걸로 봐서 동물들이 다니는 길 같다고 했다. 도저히 사람 다니는 길의 기분이 안 나고 음산한 기분이 들어서 오싹했다고 했다.
다시 길을 되돌아가서 사진 찍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빨간 표시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길을 잃고 다시 찾기를 다섯 번 정도 반복했다. 우리의 이동 속도는 매우 더뎌졌고, 이러다가 해가 지기 전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참고로 숲에는 동물이 매우 많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고, 더욱이 동물들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수많은 코끼리 발자국을 보면 코끼리가 분명히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사람 손바닥 만한 발자국도 많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자국이 많으니.... 분명히 동물들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밥을 하거나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없다. 우리에게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물이 풍부해야 걱정이 없는데 말이다.
슬슬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한번씩 보이기 시작했다.
수없이 길을 잃은 후에, 이제 1키로 정도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하,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우리는 안심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분별력을 상당히 잃었던 듯 하다.
어느 순간부터 빨간 페인트를 또다시 잃었고,
하지만 워낙에 길 같았기에
길이 너무 편해 보였기에
우리는 달리듯이 걸었다
이제 거의 다 와서 빨간 페인트가 없는 거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막 걸었다
아뿔싸
어느 순간부터 길이 없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제대로 된 길이 아니었다
코끼리가 다니는 길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코끼리 발자국과 코끼리 똥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해가 지려고 한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왔던 길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곳에서 야영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텐트를 쳤는데 동물이 나오면 어떡하지?
코끼리가 텐트를 밟으면 우린 꽤 아플텐데
코끼리는 그다지 착한 동물이 아니다. 특히 인간에게 잡힐 뻔한 코끼리는 사람을 보면 폭주한다고 한다
국립공원 내에 호랑이도 몇 마리 산다고 했다.
ㅎㄷㄷ
나에게 가장 두려웠던 점은, 물이 바닥났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여기에서 나가야 했다.
돌아가는 길을 찾기가 불가능 하니까,, 우리가 되는데로 정글을 헤치면서 가기로 했다. 방향은 서쪽으로 가야 한다.
길을 만들자
그때부터 정신 없었다.
가시가 있는 나무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젠 우린 그런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린...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기에, 소소한 상처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무조건 나가야 된다
진흙탕도 지나고,
위험한 외나무 다리도 지나고,
가시밭길도 지나고,
코끼리 발자국 위를 지나고,
약 한시간을 헤멨다.
능선을 넘고 또 넘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서 차 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어느 정도 거리에 있는 것인지, 방향은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다만 희망을 갖고 계속 걸었다.
여기만 넘으면 길이 보이겠지,,, 하는 심정으로 능선을 넘었고, 약 4번의 실망을 느낀 후에,
길이 보였다!
살았다 시발
친절하게 보도블록이 깔린 길이었다.
하아
이 길을 찾기 위해 그 개고생을 했구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물도 못 먹고 음식도 거의 먹지 못한지 몇 시간 째인가
우린 정말 살아야 겠다는 생각 하나로 기어왔다
평범한 복장의 깔끔한 외국인 부부가 산책을 나온 것이 보였다.
하하
저 사람들은 우릴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십분 정도 걸어가니 드디어 헤드쿼터가 보인다
자동차와 사람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하
우린 일단 뭘 좀 마시기로 했다.
▲ 안습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우리가 30분만 늦었어도.... 저 안에 갇혔을 것이다. 끔찍했다.
▲ 정신을 차리고 몸을 살펴보다 보니, 다리에 거머리가 붙어 있었다. 사이좋에 우리 각자가 한마리씩 달고 있었다. 피가 많이 났다.
▲ 서정한 다리에 난 상처
우린 차들이 다 없어지기 전에 히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친 몸을 얼른 추스리고, 길목으로 가서 오늘 차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섯 대 정도 실패 한 후에, 한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머니가 타신 차에 얻어 탈 수 있었다. 밴(태국에는 밴이 많다.)이었는데, 우린 짐칸에 탔다. 그들은 가족 나들이를 온 듯 했는데, 할머니가 우리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탈 수 있었던 듯 하다. 차를 모는 아저씨는 우리를 별로 좋은 눈으로 보지 않았다.
▲ 차 짐칸에서 내 가방을 찍었다.
▲ 서정한은 피부도 좋고 잘생겼다
숙소에 돌아와서 밥을 먹었다.
살아난 기념으로 맥주도 먹기로 했다.
마침 야시장이 열려 있어서, 우린 이것저것 사먹어 보고 싶었다
족발을 사서 먹었다.
우린 샴푸를 사서 빨래를 했다. 피곤하다 빨리 자고싶다
▲ 숙소 전경
내일 당장 라오스로 가기로 했다.
내일은 좀 푹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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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올리겠습니다.
제 블로그 http://www.cyworld.com/Boy_withBike 로 오시면 재미난 이야기들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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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난 이야기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