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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으로 읽는 菜根譚
홍자성 저, 조수익 역 일신서적출판사 1992
--------------------------------------------------2025.5.18
명말 홍자성이 쓴 채근담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용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용의 의미로 쓰여진 구절을 추려보려고 시작했는데 거개가 모두 중용을 말하고 있었다.
삶의 중심이나 가치는 어느 한쪽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완벽하게 한쪽으로 기우러진 것은 완벽하게 반쪽이고 불완전하다는 논리다.
삶을 꿰뚫는 혜안은 중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4
勢利紛華 不近者爲潔, 近之而不染者 爲尤潔(眞潔)
知械機巧 不知者爲高 知之而不用者 爲尤高(眞高).
권세, 명리, 사치, 부귀를 가까이 하지 않으면 깨끗하며, 그런 걸 가까이 하고 있어도 물들지 않으면 더욱 깨끗하다 할 것이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자는 고상하며 그걸 알면서도 쓰지 않는 자는 더욱 고상할 것이다.
*세상의 영리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는 결백하다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세상을 떠나서는 결백이니 고상이니 하는 가치가 무의미하다.
무한광대한 우주공간에 나가서 누굴보고 결백하다할 것이며, 누굴보고 고상하다할 것인가.
양단의 상대적인 개념 속에서 우리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7
醲肥辛甘 非眞味, 眞味 只是淡, 神奇卓異 非至人, 至人 只是常.
진한 술, 기름진 고기와 맵고 달콤한 음식이 진미가 아니요 진미는 담백한 것이며, 신기하고 뛰어난 재주가 있는 것이 지인이 아니요, 지인이란 평범하다.
8
天地 寂然不動 而氣機 無息少停, 日月 晝夜奔馳 而貞明 萬古不易.
故君子 閒時 要有喫緊的心思 忙處 要有悠閒的趣味.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지만, 그 활동은 잠시도 쉬는 일이 없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달리지만 그 밝음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할 때에 긴장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바쁜 때에는 유유자적하는 멋이 있어야 한다.
*한가할 때는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없는 때이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게으름과 연결해서 멍한 시간으로 채워서는 안 된다.
바쁠 때는 해야 할 일에 몰입해서 다른 일을 방기하게 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미루어서는 다음에 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菜根譚 20
事事留個有餘不盡的意思 便造物不能忌我 鬼神不能損我 若業必求滿 功必求盈者 不生內變必召外憂。
便 곧 변, 문득, 즉, 忌 꺼릴 기, 미워하다, 시샘하다, 若 같을 약, 만약,
일마다 여유를 두고 모든 힘을 다하지 않는 의사를 갖는다면, 문득 조물도 나를 시기하지 못하며 귀신도 나를 손해치 못한다. 만일 업이 반드시 만족을 구하고 공이 반드시 가득하기를 구하는 자는 내변을 일으키지 않으면 반드시 외우를 초래한다.
* ‘최선을 다한다. 있는 힘을 다한다.‘는 말은 사실 이루지 못할 헛말을 하는 것이다. 설령 최선을 다하고 가진 힘을 다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다. 최선의 7분이나 8분을 쓰고 나머지로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는 탐욕을 부린다면 반드시 안팎으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나는 할 수 있다.’ ‘ 나는 끝까지 한다.’는 등의 과도한 신념은 옛 사람의 생각이 아니고 경쟁이 치열해 지기 시작한 산업화 시대 이후의 일이다. 이로 인하여 한 두 사람의 승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패자들의 절망을 낳았다.
菜根譚 21
家庭有個眞佛 日用有種眞道 人能誠心和氣 愉色婉言 使父母兄弟間 形骸兩釋 意氣交流勝於調息觀心萬培矣。
愉 즐거울 유, 婉 순할 완, 예쁘다, 調 고를 조, 息 숨 쉴 식, 쉬다.
가정에 일개의 참다운 부처님이 있으며 일용에 일종의 참다운 도가 있다.
사람은 능히 성심으로 기를 화하고 유쾌한 안색으로 말을 부드럽게 하고 부모형제 사이로 하여금 형해가 서로 풀려 뜻과 기운이 교류케 하면 조식관심보다 만 배나 나은 것이다.
* 부처나 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인식할 수 없는 깊은 곳이나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런 곳에서 우리의 인식영역 밖에 있는 것을 도라고 찾았다 한들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주에 떠도는 돌멩이 같은 것과 다를 것 없다.
성현들은 한결같이 도는 우리 일상의 삶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상을 떠나면 우리의 삶과는 상관없는 도가 되고 만다.
菜根譚 22
好動者雲電風燈 嗜寂者死灰槁木 須定雲止水中 有鳶飛魚躍氣象 纔是有道的心體。
嗜 즐길 기, 좋아하다. 枯 마를 고, 야위다. 말라죽다. 鳶 솔개 연, 躍 뛸 약.
纔 겨우 재,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자는 구름 속에 번개나 바람 앞에 등불 같고, 고요함을 즐기는 자는 불 꺼진 재나 말라 죽은 나무와 같다. 모름지기 머무는 구름과 멈춰있는 물속에 연비어약(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뛴다)의 기상을 둘지니 겨우 이것이 도가 있는 사람의 마음이라 하겠다.
定雲止水 鳶飛魚躍
구름 아래 솔개가 날고 고인 물에 고기가 헤엄친다.
연비려천鳶飛戾天 어약우연魚躍于淵 <시경>
* 삶 속에 한 쪽으로 기울지 아니하고 조화롭고 균형 잡힌 중용의 도가 서야 한다.
중용은 둘이 필요하고, 하나만을 가려서 선택하려는 것을 멀리 하는 도이다. 빛과 어둠은 하나만 택할 수 없고, 동과 정은 서로 어울리며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이니라.
至道無難 有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信心銘>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는다면
통연히 명백해 지리라.
菜根譚 23
攻人之惡 毋太嚴 要恩其堪受 敎人以善 毋過高 當使其可從。
사람의 악을 공격하되 지나치게 엄하지 말라. 그 받음을 견딜 수 있도록 하라.
사람을 가르침에 선으로서 하되 과도히 높게 말라. 마땅히 그로 하여금 따를 수 있도록 하라.
* 불의나 비리, 죄악이라고 하면 아무리 호되게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 인간의 생각은 완전한 판단이 못 된다. 덕으로 꾸짖으면 후회하고 참회하지만 악을 악으로 대하면 도리어 반항하게 된다.
모든 식물은 물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과도하게 주면 죽어버리는 식물이 대부분이다. 모든 것에는 적절함이 있다. 돼지에게 나르는 법을 훈련시키거나 물고기에게 땅 위에서 뛰어다니는 법을 훈련시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모든 성인들은 진리를 설함에 듣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이야기한다. 지극한 경지의 진리라 할지라도 사람이 들어서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면 무용하다. 사람의 인식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진리는 비로소 진리가 된다.
菜根譚 27
居軒冕之中 不可無山林的氣味 處林泉之下 須要懷廊廟的經綸。
軒 추녀 헌, 수레 헌, 冕 면류관 면, 軒冕 높은 벼슬아치, 廊廟 조정
높은 벼슬에 있더라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상과 취미가 없어서는 안 될 것이요, 시골에 묻혀 살더라도 모름지기 조정의 경룬을 품고 있어야 한다.
헌면 속에 있어서는 산림적인 취미 없어서 안 되며, 임천의 아래에 처하여선 모름지기 낭묘적인 경륜 품음을 요한다.
* 고위직에 있을 때는 은자의 풍미를 가져야 하고, 산천에 은거할 때는 세상을 경영할 큰 뜻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공맹을 공부하는 사람은 노장을 몰라서는 안 되고, 노장을 공부하는 사람은 공맹을 알아야 한다는 말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대립되는 둘이 서로 원융할 때 지극한 도리가 된다.
또한 종교적 대립을 넘어서야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으니 종교간에 이해를 돈독히 하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 종교의 교리를 터득함이 앞서야 할 것이다.
菜根譚 28
處世不必邀功 無過便是功 與人不求感德 無怨便是德。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허물이 없다면 문득 이것이 공이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 때 내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구하지) 말라.
원망이 없으면 문득 그것이 덕이다.
*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한다.
해놓은 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못도 따라서 늘어난다.
별달리 해놓은 일이 없으면 큰 과오도 없었다고 자위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푼 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칭송해 주기를 바란다면
선업은 날아가고 헛된 명예욕만 남게 된다.
남들의 원망이나 비난을 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만 하다.
菜根譚 28
處世不必邀功 無過便是功 與人不求感德 無怨便是德。
邀 맞을 요, 구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허물이 없다면 문득 이것이 공이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 때 내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구하지) 말라.
원망이 없으면 문득 그것이 덕이다.
*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한탄한다.
해놓은 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못도 따라서 늘어난다.
별달리 해놓은 일이 없으면 큰 과오도 없었다고 자위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베푼 일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칭송해 주기를 바란다면
선업은 날아가고 헛된 명예욕만 남게 된다.
남들의 원망이나 비난을 면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만 하다.
해놓은 일도 많고 세상에 이름을 날린 사람들 중에는
또한 과오도 많고 원망도 많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부러워하기 보다는
소박한 서민의 삶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菜根譚 29
憂勤是美德 太苦則無以適性怡情 澹泊是高風 太枯則無以濟人利物。
怡 기쁠 이,
근심하면서 부지런한 것은 미덕이지만
너무 고달프면 본성을 따라 감정을 기쁘게 할 수 없다.
담담하고 결백한 것은 고매한 품격이지만
너무 (인정에)메마르면
남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할 수 없다.
*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쳐서는 안 된다.
미덕은 한껏 힘써도 지나칠 것이 없다고 여긴다.
근면도 정직도 결백도 중용에서 빛이 나고
못 미치거나 지나치면 덕을 상실하게 된다.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햇살도 필요하고 물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맑은 날만 계속되면 농작물은 다 타 버리고
비가 오기를 바라는 것도 몇 날 며칠이지
내내 쏟아지면 홍수가 나서 농사를 망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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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것은 무용한 것이 있기 때문이고
무용한 것은 유용함이 있기에 존재한다.
이는 서로 배격될 것이 아니라 서로 끌어안아야 한다.
무용과 유용은 서로 상대적이면서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한다.
하나가 없거나 무시되면 다른 하나 마저도 존재할 수가 없다.
菜根譚 33
放得功名富貴之心下 便可脫凡 放得道德仁義之心下 纔可入聖。
공명과 부귀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범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도덕과 인의를 추구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겨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열광적으로 얻으려 하는 것에 함께 휩쓸리면 범속을 떠나지 못한다. 만들어진 인륜만을 존숭하고 온 마음을 거기에 빼앗기면 역시 성인의 경계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의 경계를 벗어나야 그 너머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명과 부귀가 아무리 좋아도 범속을 떠나서는 오래 갈 수 없다.
도덕인의에만 집착해서는 도덕인의를 이룰 수 없다.
菜根譚 35
人情反復 世路崎嶇 行不去處 須知退一步之法 行得去處 務加讓三分之功。
崎 험할 기, 곶.
인정은 반복하며 세로는 기구하다. 행하되 갈 수 없는 곳은 모름지기 일보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하고, 행하여 갈 수 있는 곳이어든 공의 삼분을 양보하는 데 힘써야한다.
*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뜻이다. 한 걸음 물러서거나 자신이 이룩한 공을 양보하는 행위는 모두 남을 배려하고 함께 가려는 태도이다. 남이 자신의 삶 속에서 사라지고 자신의 욕망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자연을 거스르고 천리를 거역하는 것이다.
외진 산골에서 ‘나는 홀로 살거야’하고 고집하는 사람도 가만히 살펴보면 남들이 만들어준 많은 물건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은 그저 홀로 산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은 인간사회라는 커다란 그물의 한 코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菜根譚 36
待小人 不難於嚴 而難於不惡
待君子 不難於恭 而難於有禮。
소인을 대함에 엄격하게 함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미워하지 않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군자를 대함에 공경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니나
예의를 갖추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 사람을 대함에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먼저 들지만 한편 이해하고 동정하여 불쌍한 마음으로 포용하기는 아주 어렵다.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공연히 마음이 쏠리고 없는 것도 찾아서 주고 싶어지지만 냉정한 눈으로 살피고 감정을 추스르기는 쉽지 않다.
군자라면 이러한 사람의 양면성을 통찰하고 사람을 대하여 후회하는 일이 적다.
菜根譚 40
慾路上事 毋樂其便而姑爲染指 一染指便深入萬仞
理路上事 毋憚其難而稍爲退步 一退步便遠隔天山。
仞 길 인, 稍 벼줄기 끝 초, 점점 가늘어지다. 隔 사이 뜰 격, 점점 멀어지다.
욕망이라는 길에서 편리함을 즐기느라 잠시라도 손가락 끝이 물들게 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 한번 손가락 끝이 물들게 되면 곧장 만 길 낭떠러지 아래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도리에 관한 일은 어려움을 꺼려(실행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울지라도)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물리지 마라.
한번 발걸음을 물리면 천산이 가로막힌 듯 멀리 떨어지게 된다.
* 남에게는 양보하되 자신에게는 양보하지 말고 엄격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한번 물러서기 시작하면 두 번, 세 번 물러서는 것은 쉬운 일이 된다. 처음에 한번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늘 성찰하고 인내해야 한다.
빠지면 빠질수록 헤어 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폭주하던 자동차는 다른 차를 들이받고 나서야 멈춰 선다.
한번 물러서면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또 한 번 물러서면 천산이 가로 막는다는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菜根譚 41
念頭濃者自待厚 待人亦厚 處處皆濃
念頭淡者自待薄 待人亦薄 事事皆淡
故君子居常嗜好 不可太濃艶 亦不宜太枯寂。
생각이 깊은 사람은 자신을 대할 때도 후하고,
남을 대할 때도 후하며 어디서나 넉넉함이 있다.
생각이 얕은 사람은 자신을 대할 때도 박하고,
남을 대할 때도 박하며 일마다 천박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머물고
너무 깊이 탐해도 안 되고, 너무 메마르거나 쓸쓸해도 안 된다.
* 들어간 대로 나오고, 있는 대로 밖으로 비친다.
조급한 마음에서 넉넉함이 나올 수 없고, 여유로운 마음에서 박절함이 나올 수 없다. 항상 내가 지금 좋아서 즐기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야 한다. 그것들이 어느 한 편으로 쏠려 있지 않은지 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마음을 온통 다 쏟아 부어야 할 만한 것은 없다. 한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려야 한다.
菜根譚 42
彼富我仁 彼爵我義 君子固不爲君相所牢籠 人定勝天 志一動氣 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牢 우리 뢰, 옥 뢰.
그가 부를 내세우면 나는 인을 내세우고, 그가 벼슬을 내세우면 나는 의를 내세운다. 군자는 원래 임금이나 재상에게 우롱당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정해지면 하늘을 이길 수 있고, 뜻을 하나로 모으면 기가 움직이게 된다. 군자는 또한 조물주가 만든 틀에 구애받지 않는다.
* 남을 부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분수에 편안해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위치에서 올려다보거나 내려다 볼 뿐 탐욕으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억만금의 재산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큰 벼슬을 하게 되면 하는 대로 변화해 가는 처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탈 뿐이다. 이런 사람은 하늘도 어쩌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주물로 틀을 만들어 내듯이 만들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타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菜根譚 43
立身不高一步立 如塵裡振衣 泥中濯足 如何超達 處世不退一步處 如飛蛾投燭 羝羊觸藩如何安樂
裡 속 리, 振 떨친 진, 떨쳐 일어나다. 蛾 나방 아, 羝 숫양 저, 藩 덮을 번, 울타리
몸을 세움에 일보를 높이 하여 서지 않으면 티끌 속에서 의복을 털고 진흙 속에서 발을 씻는 거와 같나니, 어이 초달할 수 있으리오. 세상에 처할 새 일보를 물러서 있지 않으면 날던 밤나비가 촛불에 뛰어 들고 숫양이 울타리를 치받는 거와 같나니 어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으리오.
* 세상을 벗어나거나, 세상을 초월하는 데는 천리만리를 가야하는 게 아니다.
허허로운 마음 한 줄기가 일어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에 달려 있다.
가위처럼 벌어진 길은 처음에는 한 줄기에서 시작했건만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서 점점 멀어져 나중에는 서로를 볼 수조차 없게 된다.
세상에 있으면서도 세상을 떠나 있는 듯이 사는 모습은 아주 사소한 한 걸음을 내딛는 데에 달려 있다. 사소한 것은 모든 거대한 것들의 시초이다.
菜根譚 50
處治世宜方 處亂世宜圓 處叔季之世 當方圓竝用 待善人宜寬 待惡人宜嚴 待庸衆之人 當寬嚴互存。
잘 다스려지는 세상(태평시대)에서는 반듯해야 하고
어지러운 세상(난세)에는 원만해야 하고
보통의 세상(평이한 세상)에서는 반듯하면서 원만해야 한다.
착한 사람을 대함에는 관대하고
악한 사람을 대함에는 엄격해야 하며
대중을 대함에는 관대함과 엄격함이 함께 있어야 한다.
* 화창한 날씨에는 머리를 들고, 거친 바람이 불 때는 몸을 숙이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다. 거슬러 반대로 사는 사람은 반드시 화를 입고 불행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악인과 선인, 두 가지로 나누어 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대의 경우에 맞게 세찬 강물을 건널 때와 개천을 건널 때를 가려서 행동한다면 큰 낭패가 없을 것이다. 못된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면 도리어 만만하게 여기고 이용하려 들 것이며, 착한 사람에게 엄격하게 대하면 멀어지고 말 것이다.
菜根譚 55
奢者富而不足 何如儉者貧而有餘
能者勞而府怨 何如拙者逸而全眞。
逸 달아날 일, 즐길 일, 편할 일 眞 참 진, 변하지 아니하다. 생긴 그대로 = 所以受於天也
사치하는 사람은 부자일지라도 부족하나니 어이 검소한 자의 가난하고도 여유 있는 것만 같으랴.
능력 있는 사람은 수고로워도 남의 원망을 불러들이니 어찌 서툰 사람이 한가롭게 살면서 천성을 온전히 하는 것만 같겠는가!
* 부유하면서도 검소하고 유능하면서도 남을 배려하여 덕망이 높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부유하고 유능하기를 누구나 바라면서도 그 이면에는 해악이 있다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하고 무능한 것이 삶의 소망은 아닐지라도 그런 처지에 놓이면 팔자를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또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늘은 공평하다 하였으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에게는 스스로 작은 대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주었다. 족한 줄을 알고 멈출 줄을 아는 것은 삶에 평안을 안겨준다. 知足知止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憂.
만족하는 자는 가난하고 천하여도 즐거우며
만족하지 못하는 자는 부귀하여도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
<명심보감>
菜根譚 58
苦心中 常得悅心之趣 得意時 便生失意之悲。
便 문득 변, 대변 변, 편할 편.
괴로운 마음 가운데서도 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정취를 얻게 되고
뜻대로 되었을 때도 곧 뜻을 잃는 슬픔이 생겨나게 된다.
*
괴로움 속에도 즐거움이 있고, 즐거움 속에도 괴로움이 있다. 苦中樂 樂中苦
괴로움과 즐거움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한 몸이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괴롭다고 슬퍼하지도 아니하고 즐겁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눈이 밝은 사람은 괴로움 중에도 즐거움이 보이고, 즐거움 중에도 괴로움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이 내내 성공하기만 하고, 실패한 사람은 내내 실패하기만 한다면
세상에는 올라만 가는 길도 있고, 내려만 가는 길도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菜根譚 61
學者 要有段兢業的心思 又要有段瀟灑的趣味
若一味斂束淸苦 是有秋殺無春生 何以發育萬物。
배우는 사람은 일단 일을 부지런히 처리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고
또 맑고 시원한 취미를 지녀야 한다.
만약 한결같이 규칙만 따라 청고하면
이는 가을의 살기만 있고 봄의 생기가 없는 것이니
무엇으로 만물을 발육시키겠는가?
*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고, 너무 청아하면 친구가 없다.
지는 해가 있었기에 뜨는 해를 볼 수 있게 된다.
가을이 있어 봄을 만나게 된다.
처세에도, 만물의 생장에도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자연은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는다.
그리하여 추살이 있어 춘생이 있고,
춘생이 있은 연후에 추살이 있게 된다.
菜根譚 63
攲器 以滿覆 撲滿 以空全 故 君子 寧居無 不居有 寧處缺 不處完。
攲 기울 기, 缺 이지러질 결, 깨트리다. 결점
기기는 가득 차게 되면 넘어지고 박만은 속이 비어 있으면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의 경지에 처할지언정 유의 경지에 처하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라는 경지에 처할지언정 완전한 곳에 처하지 않는다.
*
가득 채우려는 것은 욕심에서 비롯된다. 조금 모자라는 듯한 것이 편안한 경지이다. 모자라는 양에서 가득 채우는 데까지는 가까운 듯하면서도 아주 먼 거리이고 거기서 사달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욕심을 꺾고 무리하지 않는 데 머무르는 것이 삶을 스스로 평안하게 한다.
菜根譚 75
心不可不虛 虛則義理來居 心不可不實 實則物慾不入。
마음은 비우지 않을 수 없으니, 비어 있으면 의리가 와서 깃들고,
마음은 채워두지 않을 수 없으니 채우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義理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
마음을 비운다거나 채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아무 것에도 집착하는 바가 없으면 마음이 비었다 할 것이요
집착하는 바가 있으면 채웠다 할 것이다.
마음이 비워지면 본성이 가리키는 대로 인간의 올바른 도리가 들어오게 된다.
올바른 인간적인 도리로 가득 채워진 마음에는 물욕이 범접할 수가 없게 된다.
菜根譚 76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漁
故 君子 當存含垢納汚之量 不可持好潔獨行之操。
더러운 땅에는 생물이 많이 있고, 맑은 물에는 항상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때 묻고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지녀야지,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뜻을 가져서는 안 된다.
*
바다는 온갖 강물을 다 포용한다.
맑은 강물이든 탁한 강물이든 바다에서는 모두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바다에는 헤일 수 없이 많은 생물이 번성한다.
사람은 홀로 깨끗하고 조용하게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위로는 하늘을 이고 있고 아래로는 땅을 딛고 있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태어나 주고받는 삶을 살게 되어 있다.
깨끗한 게 좋다고 깨끗함만 가까이 하려하고
더러운 게 싫다고 더러운 것만 멀리 하려고 한다면
극단을 취하여 중용을 잃게 된다.
** 과연 중용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가?
도에서 벗어난다. / 평안을 유지할 수 없다 / 화근이 생긴다 /
마지막 물 한 방울을 채우려다 장독이 깨어진다.
중용(中庸)을 잃는다는 것은 곧 극단으로 치우친 삶을 산다는 뜻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의 덕”이라 했고, 공자는 중용을 “항상 적절함을 유지하는 일관된 태도”로 보았죠. 이 균형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감정의 불균형: 분노를 지나치게 억누르거나, 반대로 쉽게 폭발하면 인간관계에 갈등이 생깁니다. 중용은 ‘온화함’을 유지하는 힘이죠.
- 도덕적 판단의 왜곡: 지나친 용기는 무모함이 되고, 지나친 절제는 무감각이 됩니다. 중용을 잃으면 덕목이 악덕으로 바뀌어요.
- 삶의 불안정성: 중용은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능력인데, 이를 잃으면 삶의 방향이 흔들리고 후회가 쌓이기 쉬워요.
- 사회적 부조화: 중용은 타인과의 조화를 위한 핵심 원칙입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희생적인 태도는 관계를 왜곡시켜요.
공자는 “중용은 지극히 높지만, 그것을 오래 지키는 이는 드물다”고 했어요. 그만큼 어렵지만, 잃었을 때의 대가는 크다는 뜻이기도 하죠.
菜根譚 81
氣象 要高曠 而不可疎狂 心思 要縝密 而不可瑣屑
趣味 要沖淡 而不可偏枯 操守 要嚴明 而不可激烈。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지만 너무 소탈하고 경망해서는 안 되고,
마음은 치밀해야 하지만 잗달고 좀스러워서는 안 되며,
취미는 담박해야 하지만 편벽되게 메말라서는 안 되며,
지조를 지킴에는 엄하고 분명해야 하지만 격렬해서는 안 된다.
*
하나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아니하여 둘이 있어야 하는데
그 둘은 서로 독립적이지 아니하고 조화와 균형을 가져야 한다.
하나만으로 족한 것은 없다.
하늘은 땅이 있어야 하고, 땅은 하늘이 있어야 하며
인간은 하늘과 땅의 조화 속에 존재한다.
菜根譚 83
淸能有容 仁能善斷 明不傷察 直不過矯
是爲蜜餞不甛 海味不鹹 纔是懿德。
청렴하면서도 포용하는 도량이 있고
어질면서도 결단을 잘 하며
분명하면서도 너무 따지지 않고,
곧으면서도 지나치게 굳세지 않으면
이는 이른바 꿀 과자이면서도 달지 않고,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다는 것으로
아름다운 덕이라 할 것이다.
*
내가 정의롭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의롭다면 그것으로 다라고 여긴다.
내가 믿는 신앙은 절대적이라고 여긴다.
독립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는 없다.
다른 가치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중도를 이룰 수 있다.
菜根譚 88
靜中靜 非眞靜 動處 靜得來 纔是性天之眞境
樂中樂 非眞樂 苦中 樂得來 纔見心體之眞機。
고요함 가운데서 느낀 고요함은 참다운 고요가 아니며,
바쁜 가운데서 얻은 고요함이라야 마음의 참다운 경지이다.
즐거운 가운데서 얻은 즐거움은 참다운 즐거움이 아니며,
괴로운 가운데서 얻은 즐거움이야말로 마음의 참된 기틀이다.
*
靜中靜 動中動은 眞境이 아니다.
苦中苦 樂中樂은 眞機가 아니다.
靜中動 動中靜하고 苦中樂 樂中苦에 中道가 있다고 할 것이다.
靜動과 苦樂은 서로 짝을 이루어야 비로소 삶의 일부가 된다.
둘 중의 하나만을 떼어낼 수가 없다.
菜根譚 104
爽口之味 皆爛腸腐骨之藥 五分 便無殃 快心之事 悉敗身喪德之媒 五分 便無悔。
입맛을 돋우는 음식은 모두 창자를 썩게 하고 뼈를 상하게 하는 약이니 절반쯤 먹어야 큰 탈이 없다.
마음을 유쾌하게 하는 일은 모두 몸을 망치고 덕을 해치는 중매쟁이와 같으니 반쯤만 하면 후회가 없다.
*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좋은 점이 있으면 그로 인한 나쁜 점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 중용의 도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여도 치우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만을 탐하고 과식하면 건강을 그르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즐거운 일들만 좇아서 시간을 보내면 다른 일을 할 시간을 모두 빼앗기고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니 패가망신이 멀지 않게 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반쯤으로 균형을 가져야 삶도 또한 기울지 않고 정각頂角을 이룰 것이다.
菜根譚 117
衰颯的景象 就在盛滿中 發生的機緘 卽在零落內 故 君子 居安 宜操一心以慮患 處變 當堅百忍以圖成。
쓸쓸한 모습은 번성한 가운데 있고, 자라는 움직임은 바로 영락한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하게 있을 때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환난을 염려하고, 변란을 당해서는 마땅히 굳게 백 번을 참으면서 성공하기를 도모해야 한다.
*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는 움직임(機緘 )속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세상에 움직이지 않고 멈춰 서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움직임은 직선으로 가는 듯 하지만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에 원운동을 하게 된다.
돌고 도는 것이 우주의 움직임이다. 지금의 현상(景象)속에 다음 현상의 기미가 잉태하고 그것이 점점 강해지면 어느 듯 다음 현상이 되고 이것은 다시 되풀이 된다.
먹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머지않아 비가 오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섬돌 앞 오동잎 한 잎이 가을을 알린다고 하였다.
즐거움이 되었든 괴로움이 되었든 현재의 상태에 함몰되면 바로 다음에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시공간에 나는 현재와 미래의 접점에 서 있다.
菜根譚 125 명주와 혜검
勝私制欲之功 有曰 識不早 力不易者 有曰 植得破 忍不過者 蓋識 是一顆照魔的明珠 力 是一把斬魔的慧劍 兩不可少也。
사사로운 욕심을 이기고 제압하는 공부에 대해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 일찍 알아차리지 못하면 힘써 노력하기가 쉽지 않다.’라 하였고, 어떤 사람은 ‘알아차려 깨뜨리더라도 참는 힘이 모자란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알아차리는 것은 악마를 비추는 한 알의 밝은 구슬이요, 힘이란 악마를 베는 지혜의 칼이니 이 두 가지를 모두 무시해서는 안 된다.
*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알았다고 해서 모두 몸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몸으로 실행한다고 해서 모두 알았다고 할 수도 없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이 ‘修行‘이다. 수행은 내가 알아차린 것들을 몸으로 실천하기 위한 반복적인 훈련이고, 자기도 모르게 몸으로 실행하고 있는 삶의 가치를 돌이켜 사고하고 알아채려는 수련이다. 이 둘이 영영 따로 떨어져서는 올바른 삶이라 할 수 없다.
수행에는 욕심과 유혹을 이겨내는 인내심과 이를 단호하게 절단할 수 있는 지혜의 검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菜根譚 134
有姸 必有醜 爲之對 我不誇姸 誰能醜我 有潔 必有汚 爲之仇 我不好潔 誰能汚我。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있어 대립하는 것이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추하게 하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운 것도 있어 짝을 이루니 내가 깨끗함을 좋아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더럽히겠는가.
*
내가 한쪽만을 내세우면 남들은 다른 쪽도 보게 된다. 내가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으면 남들도 한쪽만을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쪽과 다른 한쪽의 사이는 가까이 있고 양쪽을 포함하는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꾸만 한쪽만 보고 매달리려고 한다.
상대적인 것은 서로 합쳐지려고 하면서 멀어진다. 또한 멀어지려고 하면서 합쳐진다. 맑은 날은 흐려지기 쉽고, 흐린 날은 맑아지기 쉽다.
菜根譚 137
爵位 不宜太盛 太盛則危 能事 不宜盡畢 盡畢則衰
行誼 不宜過高 過高則謗興而毁來。
벼슬은 너무 높아서는 안 되는 것이니, 너무 높으면 위태롭다. 자기가 능한 일은 끝까지 다 마쳐서는 안 되니, 끝까지 다 마치면 쇠퇴한다. 행실은 지나치게 고상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 지나치게 고상하면 비방이 일어나고 헐뜯음이 오게 된다.
*
적당히 못 미치는 것이 편안하다. 욕심껏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려는 것은 화를 부르는 일이다. 화를 부르는 데까지 가는 것과 적당히 멈춘 것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족한 줄 알면 스스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거기에 삶의 멋이 있다. 知足知止.
菜根譚 166 부지런하고 검소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勤者 敏於德義而世人 借勤以濟其貧 儉者 淡於貨利而世人 假儉以飾其吝 君子持身之符 反爲小人營私之具矣 惜哉。
부지런함이란 덕과 의에 민첩해야 하는 것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함을 빌어서 자신의 가난함을 구제하고, 검소란 재화와 이익에 담담해야 하는 것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검소함을 빌어 그의 인색함을 가린다.
군자가 몸을 지키는 부적이 소인에게는 도리어 사사로움을 추구하는 도구가 되니 애석하다.
근면이란 것은 덕의의 실천에 민활한 것을 말한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오해하여 근면이란 것은 빈곤을 구제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일함으로서 재화를 저장하는 것이라고 생각들 한다. 또 검소란 것은 재화와 이익에 냉담한 것을 말한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오해하여 인색함을 변명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이 군자가 그 몸을 보전하는 데 쓰는 이상의 영부靈符도 소인들이 사익을 영위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으니 참으로 아깝다 않을 수 없다. <김구용>
근검하여 재산을 모으는 것은 자신의 호의호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구제하고 덕의를 펴기 위해서이다. 근검을 빙자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군자가 되지 못한다. <조수익>
一勤天下無難事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
<주자>
*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다. 봄에 추수를 하고 가을에 씨를 뿌려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勤儉(부지런하고 검소함)을 사용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기 위해 근검을 활용해야 한다.
한 평생을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산 것이 오직 자신의 재화를 쌓기 위해서였다면 결국 하늘이 그를 감싸지 않을 것이다.
미덕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개된 보검이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는 쓰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자신의 궁핍함을 면하기 위해 > 勤 > 세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인색하다 > 儉 > 재화를 낭비하지 않기
菜根譚 169
能脫俗 便是奇 作意尙奇者 不爲奇而爲異 不合汚 便是淸 絶俗求淸者 不爲淸而爲激。
세속을 벗어날 수 있으면 곧 기인이니 애써서 기이함을 숭상하는 자는 기인이 되지 못하고 괴이한 사람이 된다.
더러움이 섞이지 않으면 청렴한 사람이니 세상과 인연을 끊고 청렴을 구하는 자는 청렴한 사람이 못되고 과격한 사람이 된다.
명리를 취하는 범속의 경계를 벗어나면, 그것이 바로 기인인 것이다. 공연히 고의적으로 기언기행을 하는 자는 결코 기인이 아니니 그것은 기인인체 하는 것으로서 결국은 이상야릇한 자라 할 수밖에 없다. 더러운 세간의 속정과 혼합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청렴결백한 것이다. 그런데 세간의 일과 담을 쌓고 청렴결백을 구한다면 그것은 청렴결백이 아니며 다만 과격한 행위랄 수밖에 없다. <김구용>
*
외진 곳에서 농사짓고 살아가는 농부는 구태여 명리를 멀리 할 것도 탐욕을 버리려 애쓸 것도 없다. 이미 그의 삶 자체가 청렴하고 검소하기 때문이다.
청렴하고 검소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은 그렇게 살기가 힘든 세속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이니 벗어나면 애쓸 필요가 없다.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을 떠난 듯이 살아간다면 그 또한 맑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
물속에 고기는 몸을 닦을 필요가 없고, 굴속에 동물은 더 이상 몸을 숨길 필요가 없다.
산에 있던 샘물은 맑았으나 산을 벗어나니 탁해졌다.
在山泉水淸 出山泉水濁 <두보>
菜根譚 188
持身 不可太皎潔 一切汚辱垢穢 要茹納得 與人 不可太分明 一切善惡賢愚 要包容得。
몸가짐을 너무 깨끗하게 해서는 안 되니 일체의 더럽고 때묻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남과 사귐에 너무 분명하게 해서는 안 되니 일체의 선악과 현명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
*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시비를 너무 가리면 친구가 없다고 하였다. 세상에 있는 것들은 다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 있는 것이다. 악이나 더러움을 없애면 선과 깨끗함만 남는 게 아니다. 독재자들은 자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 죽이고 수용소로 보내면 복종하는 자들만 남는다고 여기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 모두 멸망했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창랑가>
菜根譚 198 같아지지도 말고 달라지지도 말라
處世 不宜與俗同 亦不宜與俗異, 作事 不宜令人厭 亦不宜令人喜。
세상을 살아가면서는 세속과 함께 해서도 마땅하지 않으며, 또 세속과 다르게 해서도 안 된다. 일을 하면서는 사람들이 싫어하게 해서도 안 되고, 또 사람들이 기쁘게 해서도 안 된다.
*
부처님 말씀에 “사랑하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헤어져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라고 하였다.
살아가며 세상 사람들과 같아지지도 말고 달라지지도 말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도 하지 말라고 하였다.
두 가지 대립되는 개념을 정지된 것으로 인식하려고 하면 혼란이 온다. 끊임없이 흐르는 물은 때로 맑기도 하고 때로 탁해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흘러간다. 고여 있는 물은 맑은 물은 맑고, 흐린 물은 흐리다.
菜根譚 199
日旣暮而猶烟霞絢爛 歲將晩而更橙橘芳馨 故 末路晩年 君子 更宜精神百倍。
날이 저물어도 놀은 오히려 아름답고, 한 해가 곧 저물려 하는데도 귤의 향기는 더 향기롭다. 그러므로 군자는 인생의 말년에 정신을 백 배 더 차려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인 말년은 흔히 편하게 지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을 적게 갖고 달관의 경지를 즐기라는 것이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역자 조수익
*
지는 해는 뜨는 해 못지않게 아름답다. 같은 해를 놓고 한 쪽에서는 뜬다고 바라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진다고 바라본다. 지는 해가 없으면 뜰 수가 없고, 뜨는 해가 없으면 질 수가 없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다음 날 뜨는 해를 상상하는 이는 낙천적이라 하겠다. 누가 나이 먹은 청로靑老를 지는 해에 비유했던가!
아무리 노인이라도 심기백배하면 익어가는 감귤의 맑은 향기를 낼 수 있다.
菜根譚 201
儉美德也 過則爲慳吝 爲鄙嗇 反傷雅道 讓懿行也 過則爲足恭 爲曲謹 多出機心。
검소함은 미덕이기는 하지만 지나치면 인색이 되고 비루하게 되어 도리어 정도를 해치며,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기는 하나 과하면 지나친 공손이 되고 비굴하게 되어 의도적인 마음을 드러냄이 많다.
*
미덕이나 아름다운 행실이라도 그것이 지나치지도 못 미치지도 않는 중용에서 이루어질 때 빛이 나게 된다. 검소함이 지나치면 자신을 괴롭히고 남에게 폐가 되며 양보할 줄 모르면 무례한 사람이 되고 지나치면 바보 같은 인생이 되고 만다. 미덕에 앞서는 것이 중용이요, 중용을 벗어나면 미덕은 미덕일 수 없다.
검소, 겸양, 근면, 정직, 성실, 용기, 청렴, 인내, 헌신, 봉사, 예의, 자비, 사랑
菜根譚 204
世人 以心肯處爲樂 却被樂心引在苦處 達士 以心拂處爲樂 終爲若心換得樂來。
세상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기 때문에 그 즐거움에 이끌려 괴로운 곳에 처하고, 달통한 선비는 마음에 거슬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기 때문에 마침내는 고심하던 것이 즐거움으로 바뀌어 오게 된다.
*
고락은 순환한다. 고 속에 락의 씨앗이 있고, 락 속에 고의 씨앗이 있다.
즐거움 속에서 즐거움만을 좇는 사람은 반드시 머지않아 고와 만나게 된다. 괴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찾은 사람은 괴로움을 이겨나가는 사람이다.
즐거울 때는 즐거워하고 괴로울 때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라면 불행해질 이유가 없다.
菜根譚 後集 9
心無物慾 卽是秋空霽海 坐有琴書 便成石室丹丘.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이는 가을 하늘과 맑게 개인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신선의 경지를 이룬다.
*
有無는 있다 없다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유무에도 각각 층층이 단계가 있다.
‘물욕이 없다‘하면 아주 없는 게 아니다. 아주 없으면 사람이 한시도 살 수가 없다.
살아가기에 요긴한 것 이상을 갈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욕이 있다 하나 넘치지 않으므로 중용의 삶을 지향한다고 봐야 한다.
중용 속에는 양극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중용의 삶 속에 음악과 독서를 가까이 한다면 至人이라 할만하다.
菜根譚 後集 13
石火光中 爭長競短 幾何光陰 蝸牛角上 較雌論雄 許大世界리오?
부싯돌의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세월이 얼마나 길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뤄 본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랴?
*시공간의 무한대한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한 순간의 아주 작은 일들이다. 크면 얼마나 클 것이며 시간이 길면 얼마나 길 것인가.
광대한 우주에서는 그것들이 모두 한낱 부질없는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들에 집착해서 더 중요한 것들을 해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될 것이다.
菜根譚 後集 28
열불필제 이제차열뇌 신상재청량대상 궁불가견 이견차궁수 심상거안락와중.
더위를 반드시 제거할 필요가 없으니 더위를 괴로워하는 마음을 없애면 몸이 항상 시원한 누대 위에 있게 되고, 가난을 반드시 쫒을 필요가 없으니 가난을 근심하는 마음을 내 쫒으면 항상 편안한 집 속에서 살게 된다.
*더위는 덥다고 느끼는 사람이 마음대로 제거할 수 없는 대상이다. 더위를 피하거나 시원한 생각을 해서 편안해 지려고 했다.
가난은 옛 사람들 입장에서 물리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가난은 사회적인 구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여기기 시작한 것이 근대사회의 출발점이었다. 전체적인 삶의 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가난은 엄연히 존재한다. 이제 가난은 사회적 책임인가, 개인의 책임인가.
사회적 책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연금을 비롯해서 사회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고 개인적 책임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교육과 취업, 창업을 통해서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菜根譚 後集 32
嗜寂者 觀白雲幽石而通玄 趨榮者 見淸歌妙舞而忘倦 唯自得之士 無喧寂 無榮枯 無往非自適之天.
적막함을 즐기는 자는 흰 구름과 그윽한 바위를 보고 현묘한 도리를 깨달으며, 영화를 따르는 자는 맑은 노래와 묘한 춤을 보고 권태를 잊으니, 오직 진리를 깨달은 선비만이 시끄러움과 적막이 따로 없고, 번성과 쇠퇴함이 없어 가는 곳마다 자기 마음에 맞지 않는 곳이 없다.
훤적喧寂 시끄러움과 적막함, 영고榮枯 번영과 쇠함, 자적自適 자기 마음에 맞음
菜根譚 後集 37
山林 是勝地 一營戀 便成市朝 書畫 是雅事 一貪癡 便成商賈 蓋心無染着 欲界是仙都 心有係戀 樂境 成苦海矣.
산림은 아름다운 곳이나 시설하여 애착을 가지면 곧 시장 바닥이 되고, 글과 그림 감상은 고상한 일이나 탐내어 정신이 빠지면 곧 장사치가 된다. 대체로 마음에 물들어 집착함이 없으면 속세도 선경이요, 마음에 집착함이 있으면 선경도 고해가 된다.
菜根譚 後集 41
出世之道 卽在涉世中 不必絶人而逃世 了心之功 卽在盡心內 不必絶慾而灰心.
속세를 벗어나는 길은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있으니 반드시 인연을 끊고 도피할 필요는 없으며, 마음을 깨닫는 공부는 바로 마음을 다하는 속에 있으니 반드시 욕심을 끊어 식은 재처럼 할 필요는 없다.
*婆子燒庵파자소암
枯木이 琦寒岩하니 三冬에 無暖氣로다.
菜根譚 後集 45
徜徉於山林泉石之間 而塵心漸息 而猶於詩書圖畵之內 而俗氣漸消 故君子雖不玩物喪志 亦常借境調心.
산의 숲, 샘과 바위 사이를 거닐면 속세의 더러운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시, 서와 그림을 감상하노라면 속된 기운이 점점 사라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사물을 완상하는데 마음을 빼앗기지 말아야 하나 또한 풍아한 경지를 빌어서 마음을 조화시켜야 한다.
상양徜徉 배회함, 노닐다. 猶 오히려 유, 같을 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마음을 한쪽에 빼앗기면 다른 쪽에는 마음이 가질 않는다. 한쪽으로만 모든 마음이 기울지 않도록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어떤 일에 집중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는 끊임 없는 교육으로 아예 중용을 벗어나는 훈련을 받고 살아왔다.
菜根譚 後集 79 재세출세
眞空 不空 執相 非眞 破相 亦非眞 問世尊 如何發付
“在世出世 徇欲 是苦 絶欲 亦是苦 聽吾儕善自修持”
참다운 공은 공이 아니요, 현상에 집착하는 것은 참이 아니며,
현상을 깨뜨림도 참이 아니다.
묻건대 세존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셨는가?
“세상에 있으면서 세속을 초월하라. 욕심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심을 끊는 것도 괴로움이니, 우리는 스스로 심신을 잘 수양하도록 해야 한다.”
吾儕오제 우리들, 修持수지 마음을 닦고 몸가짐을 유지함.
在欲無欲(재욕무욕): 욕심경계에 있으되 욕심이 없음.
居塵出塵(거진출진): 진흙속에 있지만 물들지 않음.
在世出世(재세출세): 속세에 있으면서 속세를 초월함.
虛虛實實
덕의 길 / 부의 길 > 중용의 길
도의 길 / 생존의 길
성의 길 / 속의 길
교회의 종소리 / 절의 범종, 목어, 운판, 法鼓
발을 땅에 딛고 하늘을 보며 산다.
菜根譚 後集 87
天地中萬物 人倫中萬精 世界中萬事 以俗眼觀 紛紛各異 以道眼觀 種種是常 何煩分別 何用取捨.
천지 가운데의 만물, 인류 가운데 온갖 감정, 세계 속의 수 많은 일들은 속세 사람의 눈으로 보면 각양 각색으로 다르지만, 도를 통달한 사람의 눈으로 보면 갖가지가 모두 하나의 평범한 것이니, 어찌 분별하느라고 번거로울 것이며 취사 선택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菜根譚 後集 117
就一身 了一身者 方能以萬物 付萬物 還天下於天下者 方能出世間於世間.
자기 한 몸에 나아가 자기 한 몸에 대해 깨달은 사람은 능히 만물로써 만물에게 부여할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리는 자는 바야흐로 세속 안에서 세속을 초웧한다.
자기 자신만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은 만물을 만물 그 자체로 여기고, 천하를 천하 사람의 것으로 돌리는 사람은 세속에 묻혀 살면서도 세속을 초월할 수 있다.
菜根譚 後集 118
人生 太閒 則別念竊生 太忙 則眞性不現 故 士君子 不可不抱身心之憂 亦不可不耽風月之趣.
절생竊生 모르는 사이에 생겨남. 耽 즐길 탐
인생이 너무 한가하면 딴 생각이 슬그머니 생겨나고, 너무 바쁘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신심의 근심을 지니지 않아서도 안 되며, 또한 풍월을 즐기는 흥취를 누리지 않아서도 안 된다.
菜根譚 後集 120
子生而母危 鏹積而盜窺 何喜非憂也 貧可以節用 病可以保身 何憂非喜也. 故 達人 當順逆一視 而欣戚兩忘.
강적鏹積 돈꾸러미가 쌓이다. 흔척欣戚 기쁨과 슬픔, 흔쾌함과 근심
자식이 태어날 때는 어머니가 위험하고, 돈꾸러미가 쌓이면 도둑이 엿보게 되니 어찌 기쁨은 근심이 아니겠는가. 가난은 씀씀이를 절약할 수 있게 해주고, 병은 몸을 보후할 수 있도록 해 주니 어찌 근심은 기쁨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순경과 역경을 동일시하고 기쁨과 근심을 둘 다 잊어버린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아름답고, 술은 거나하게 반쯤 취했을 때 정취가 있다.
꽃이 활짝 피고, 술에 진탕 취하면 멋은 사라지고 만다.
菜根譚 後集 129
一事起 則一害生 故 天下常以無事爲福.
한 가지 일이 생기면 한 가지 해로움도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항상 일이 없는 것을 복으로 삼는다.
*천하는 한 가지에 머무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천하의 일상이다.
菜根譚 後集 131
君子 身雖在事中 必要超事外也.
군자는 몸은 비록 일 가운데 있을지라도 마음은 일 밖에 벗어나 있어야 한다.
菜根譚 後集 132
人生 減省一分 便超脫一分 如交遊感 便免紛擾 言語減 便寡愆尤 思慮減 則情神不耗 聰明減 則混沌可完 彼不求日減 而求日增者 眞桎梏此生哉.
인생에서 한 푼을 줄이면, 한 푼만큼 그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과의 교제를 줄이면 소란을 면할 수 있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줄이면 본성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이처럼 날로 줄이기를 구하지 않고 날로 늘기만을 구하는 사람은 진정 삶을 속박하는 것이다.
菜根譚 後集 135
釋氏隨緣 吾儒素位 四字 是渡海的浮囊 蓋世路茫茫 一念求全 則萬緖紛起 隨寓而安 則無入不得矣.
우寓 머무를 우. 만서萬緖 만 갈래 생각의 실마리
수연隨緣 인연을 따름. 소위素位 자기 본분을 지켜 행함. 安分知足
불교에서 말하는 ‘수연’과 우리 유가에서 말하는 ‘소위’ 이 넉자는 바다를 건너는 부낭이다. 대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아득히 먼 것이어서, 한결같은 생각으로 완전한 것만을 구한다면 만 가지 잡념의 실마리가 어지럽게 일어나게 되니, 경우에 따라서 안주하면 어디를 가든지 얻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