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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에 일도 잘돼… 직원 창의성 북돋으려면 '작은 성공' 맛보게 하는 게 최고"
[인재관리의 비법 하버드大 석학 2人에 묻다]
7개기업 238명 日記 1만2000건 분석
기분 좋을수록 창의적일 확률 50% 증가… 가장 기분 좋은 하루 보낸 사람의 76%
"업무에서 뭔가 진전을 경험했을 때" 지원·격려보다 더 큰 효과
직원의 내면상태에 관심 가져야
회사가 개발팀 열정 쏟은 프로젝트 전격 취소, 직원들 의욕 상실… 4년後 파산하게 돼
일에서 작은 성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면…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
기업이란 조직이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영원한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인재 관리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까? 그리고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할까? Weekly BIZ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두 석학 테레사 에머빌 교수와 보리스 그로이스버그 교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테라사 에머빌 교수의 동기부여 방법
- 테레사 에머빌 교수는 환희에 가득 찬 얼굴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는 인센티브나 복리후생보다 직원들이 일 자체에서 작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보스턴=이신영 기자
두툼한 연말 보너스, 사내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 뺨치는 구내식당….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대대적으로 직원의 복리 후생에 투자했다는 뉴스를 듣고 한숨을 내쉬는 경영자가 많을 것이다. 그렇게 '당근'을 뿌려야만 창의성이 높아지고 성과가 나는 것일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창의성을 연구해 온 테레사 에머빌(Amabile·64)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조직의 창의성과 성과를 높이는 데 굳이 돈을 안 쓰고도 좋은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세요? 바로 직원들에게 긍정적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들의 내면 상태가 성과를 개선시킨다는 거예요. 사람이 기뻐할 때 자신의 업무 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업무에 강력한 동기 부여를 받을 때 가장 창의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지면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여러 연구로 밝혀진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이어지는 그녀의 설명은 많은 사람에게 의외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은 기분을 만들까요? 복지 혜택, 보너스 같은 인센티브? 아니에요. 최고의 기분을 유지하는 하루를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것은 매일 사소한 업무라도 의미 있는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해주는 것입니다."
에머빌 교수의 주장은 끈질긴 연구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것이다. 그의 분석 대상은 업종이 서로 다른 7개 기업 임직원의 일기였다. 이 기업들에서 연구 개발 등 제품 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238명에게 매일 일기를 써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이메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그날그날의 감정과 업무의 진전 정도 등에 대해서도 7점 척도로 평가해 매일 제출하도록 했다. 직장인의 기분이 날마다 어떻게 바뀌고, 그것이 창의성과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서이다. 그랬더니 1만2000건에 이르는 많은 일기가 모였다.
그 결과 1차적으로 발견한 것은 직원들의 전반적 기분(하루 중 개인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의 총합)이 좋아질수록 창의성도 높아진다는 점이었다. 기분이 나쁜 날에 비해 기분이 좋은 날에는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일기 1만2000건을 샅샅이 뒤져 참여자들이 실제로 창의적 사고를 했는지를 파악했다. 이때 창의적 사고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아이디어를 물색하는 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어떨 때 기분이 좋아지는가? 일기를 다시 분석한 결과,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였다. 즉 일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 업무에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 사내 대인 관계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것(예를 들어 존중, 인정, 격려, 위로 등)이다. 그런데 이 셋 중에서도 기분을 최고조로 만드는 데 단연 효과가 큰 것이 바로 일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기분이 좋다고 느낀 날 낸 일기를 살펴본 결과 가장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 사람들의 76%는 업무에서 뭔가 진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업무에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거나, 사내 대인 관계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각각 43%와 25%에 그쳤다.
반면 가장 기분 나쁜 하루는 어땠을까? 업무에서 좌절을 맛본 것을 이유로 꼽는 직원이 가장 많았다. 67%에 달했다. 업무 지원 부족, 대인 관계 훼손은 각각 42%와 18%였다. 에머빌 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2011년에 '전진의 법칙(The progress principle)'이란 책을 펴냈고, 2년마다 발표되는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대가 50인(Thinker 50)' 최근 랭킹(2011년)에서 18위에 올랐다.
▲ 기업이란 조직이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영원한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인재 관리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들까? 그리고 어떤 인재를 채용해야 할까?
▲ 보리스 그로이스버그(Groysberg)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신을 "별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늘에 있는 별(星)이 아니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스타(star)' 인재들을 연구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재 관리와 조직행동학을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기업이 애써 큰돈을 들여 영입한 인재가 막상 빛을 발하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종업원의 나쁜 기분은 조직을 망하게 한다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만난 에머빌 교수는 화사한 핑크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연구실 벽은 제자와 가족사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손자에게 동화책 읽어주듯이 눈을 지긋이 뜨고 속삭이듯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제 연구 결과는 저 스스로를 매우 놀라게 했어요"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창의성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저는 직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최고의 내면 상태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던 겁니다. 인정을 받든 안 받든 일에서 성과를 내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겁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거기서 뭔가 진전을 이뤄낸다면 사람은 긍정적 감정을 갖게 됩니다. 동료와 사이가 좋아지고,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게다가 뭔가 인정을 받기 위해선 업무에서 어떤 형태로든 작은 성공을 맛봐야 해요. 실제로 성과를 내지 않았는데 인정을 받는다면 직원은 매우 냉소적으로 바뀝니다."
기업 관리자들은 그녀가 밝혀낸 진실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답은 회의적이다. 일단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하 직원들의 내면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관리자가 많다. 에머빌 교수는 일기를 분석한 7개 회사 중에서 상사가 직원의 내면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지원한 회사가 단 한 곳뿐이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직원의 내면 상태를 무시한 회사가 파국으로 치닫는 사례가 소개돼 있다. 미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소비재 제조 회사인 '카펜터'(가명)다. 이 회사의 개발팀은 혁신적 바닥용 대걸레를 만드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았고, 작업은 이미 상당히 진척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경영진은 대걸레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날 개발팀 직원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우리가 직접 의사 결정할 기회를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팀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결정할 자유를 빼앗고 명령을 해대니 일할 의욕이 사라져 버렸다.' 4년 뒤 이 회사는 파산한다.
일의 진전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 동기 부여
또 설사 관리자가 직원의 기분이 창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안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아는 경우는 드물다.
"연구가 매듭지어질 무렵, 저는 전 세계 수십 기업의 관리자 700여명을 상대로도 설문조사를 했어요. 그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졌어요.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 다섯 가지가 있는데, 중요도에 순위를 매겨보세요'라고요. 다섯 가지는 업무에서 작은 성공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 명시적인 인센티브, 공로에 대한 인정, 명확한 업무 목표, 감정적 지원이었어요. 그런데 700명 가운데 35명만이 업무에서 작은 성공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을 1등으로 매겼어요. 그건 충격이었어요."
설문에 참여한 많은 관리자는 그에게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최고 인재들을 채용했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다면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건 직원 몫이고 굳이 회사가 따로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에머빌 교수는 그러나 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면 조직을 경영하는 일이 훨씬 간단해진다고 충고했다. 이는 막대한 인센티브에 의존하는 방법보다 비용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관리자도 한때 신입 사원이었는데 왜 부하들의 작은 성공을 이끌어주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요?
"조직이 작건 크건 관리자가 되면 예전보다 넓은 관점으로 외부 세계를 탐구합니다. 문제는 관리자들이 외부 세계에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거예요. 문제는 막상 일을 실행할 부하 직원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직원이 업무에서 진전하게 하려면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에머빌 교수는 "일단 명확한 목표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돈이 들지 않아요. 1915년 남극에서 고립된 인듀어런스호의 대원 27명이 전원 생존한 이유도 대장이 명확한 목표를 정한 데 있었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할 일을 지정하고, 고립 이후에도 음악과 콩트 공연을 통해 긍정 마인드를 대원들에게 심어줬지요."
그는 마치 강의를 하듯 설명을 이어갔다.
"명확한 목표를 심은 뒤엔 둘째로 자율성을 부여해야 해요. 사소한 일에 간섭하고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지시하는 것은 최악입니다.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기업 문화가 필요해요. 실패했다고 부하 직원을 억누르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처벌하는 행위를 멈춰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