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1995년 2월
장 소 : 볼로냐 대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 있는 에코의 연구소
번역자 :김종엽 (계간 리뷰 편집위원)
코폭 : 에코 교수, 당신은 문인이며 작가이고 철학자이며 역사가입니다. 당신의 옆의 책상에는 컴퓨터가 한 대 있습니다. 현대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당신이 작가로서 그리고 문학 연구자로서 활동하는데 실제로 도움이 됩니까?
에코 : 도움이 됩니다만, 때로 컴퓨터는 혼란스러운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나는 예루살렘 대학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움에 초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심포지움의 주제는 수세기에 걸쳐서 예루살렘이 지녀왔던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로서의 사원(寺院)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런 특수한 토픽에 어떤 얘기를 해야 될는지 몰랐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말했죠. "좋다. 나는 중세 초기부터의 문헌들을 가지고 작업해왔다. 나의 학위논문은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작들이 모두 있으며, 거기에는 쓸만한 색인이 붙어 있습니다. 나는 거기서 그가 예루살렘에 대해서 얼마나 여러 번 언급했는지를 찾았으며, 그가 예루살렘의 이미지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했습니다. 그 책의 색인은 쓸만한 것이어서 '예루살렘'이라는 단어에 대해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논의가 있는 곳만을 실어 놓았습니다. 거기서 대략 예루살렘에 대한 논의가 있는 부분을 열 개 내지 열다섯 개 정도 찾을 수 있었는데, 그 정도는 검토해볼 만한 분량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아퀴나스의 하이퍼텍스트를 가지고 있는데 불운하게도 거기에서 나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11,000개나 되는 항목을 발견했습니다.
코폭 : 세상에 !
에코 : 나는 거기서 작업을 중단했죠.
코폭 : 그랬군요. 그것은 분명 한번에 다루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죠.
에코 : 11,000개의 참조항목으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너무 많아요.
코폭 : 그렇다면 당신이 사용하는 시스템은 다른 단어를 이용해서 필요한 내용만 적절히 '걸래낼 수는' 없습니까?
에코 : 11,000개나 되는 항목을 모두 검사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나의 전통적인 방법들만을 사용했다면, 아마 그 토픽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코폭 :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은 인간의 경우 자료 탐색을 일종의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수행하는데 비해, 컴퓨터는 매우 기계적인 방식으로 하고, 모든 단일한 예들을 다 끄집어내기 때문이 아닙니까?
에코 : 나의 이론에 따르면, '뉴욕타임즈' 일요판과 과거 '프라우디'지 간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거의 6백에서 7백쪽 분량이 되는 '뉴욕타임즈'일요판은 실제로 출판매체에만 적합한 지나간 뉴스만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한 주 만에 그 많은 양의 '뉴욕타임즈'일요판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있는 뉴스 항목들이 적합성이 없거나 하찮은 것이라면, 그 이유는 당신이 그것으로부터 정보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뉴스를 담고 있지 않은 '프라우다'지와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는 '뉴욕타임즈'일요판 간의 차이가 무엇이겠습니까? 언젠가 한번 나는 노르웨이와 기호학에 대한 서지목록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도서관에 갔고, 네개 정도의 항목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노트를 했고, 이어서 다른 것에 대한 서지작업을 해나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라면 만개의 항목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순간 더 이상의 작업은 불가능하죠. 그것은 포기하고 딴 작업을 해야지요.
코폭 : 그러니까 정보량은 과도한데, 극단적이고 비직관적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이죠?
에코 : 그렇습니다. 우리는 과도할 정도의 정보검색 가능성 retrievabilit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러니컬하지도 역설적이지도 않습니다. 내 생각에 그것은 이미 복사기의 등장과 함께 일어난 일입니다. 한때 나는 도서관에 가서 노트를 해가지고 오곤 했습니다. 나는 많은 작업을 했지만, 작업 끝에 내가 가지게 되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한 서른 개 정도의 파일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도서관에 들어가면-이것은 내가 미국 도서관에서 빈번이 겪었던 일인데-수많은 자료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복사하고 복사하고 또 복사를 합니다. 하지만 일단 그것들을 모두 가지고 집에 돌아오면 그것들을 읽지 않습니다. 전혀 읽지 않습니다!
코폭 : 그렇습니다. 제록스의 경우에도 과도한 양으로 인해 시간을 부족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지요. 일단 그것이 자신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면 마음은 편하지만, 바로 그래서 그것을 읽지 않는 것이지요.
에코 : 바로 그겁니다.
코폭 : 복사가 독서행위를 방해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또다른 위험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그것은 때로 매우 현실적인 또다른 위험입니다.
코폭 : 좋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개인적인 정보 여과장치 personal information filters라는 발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니까 당신이 개인적인 검색 개요를 만들 수 있고, 그것에 기초해서 시스템으로 인터넷을 조사한다면 말입니다.
에코 : 그것은 내가 데시메이션 decimation기법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코폭 : 데시메이션?
에코 : 예, 데시메이션입니다. 그러니까 열 명 중 한 명씩 죽이는 것이지요. 내가 매주 꼬박꼬박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받게 되는 다른 읽을 거리들말고, 나의 특수한 연구 영역에 관련된 책만 해도 나의 독서능력을 넘어서지요.
코폭 : 당신의 능력을 넘어선다고요?
에코 : ……나의 능력, 그리고 나의 시간을 넘어서지요. 당신이 데시메이션을 할 만한 어떤 예가 되는 경험이 있을까요. ……아무튼 당신은 자의적인 데시메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주제에 관하여 예를 들어 열 개 이상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죠.
코폭 : 당신이 만든 데시메이션이라는 작업가설은 정보량이 과다하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 내가 만일 열 권의 책 중에 한 권만 읽어도 그 안에 내가 찾는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지요. 거기에 없다면, 나머지 책에 있겠지요. 너무 마구잡이식 방법이기는 하지만요.
코폭 : 그러나 분명히 그것은 대체로 당신의 과거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까?
에코 : 물론 그렇습니다. 그것은 자의적이지만 나의 과거 경험에 근거한 것이지요. (그는 책상에 있는 책을 집어서 훑어보며 말했다.)좋습니다. 지금 나는 이 책의 첫 쪽을 펼칠 수도 있고, 요약 부분을 찾을 수도 있고, 서지목록을 볼 수도 있으며, 이 책의 저자가 믿을 만한 친구인지 아닌지, 또 여기에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데시메이션 방향을 잘 잡습니다. 나는 이것을 읽는 것이 좋을지, 안 좋을지 따위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코폭 : 그러면 당신은 어느 정도는 새로움 또는 혁신적인 면을 인식할 수 있습니까?
에코 : 어느 정도, 어느 정도라…… 나도 물론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실수를 한다 해도, 아마 내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령 내가 이런저런 책을 무시하기로 했는데, 그것이 실수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다음주에 나는 또 다른 책을 만날 것이고, 계속 그렇게 될 것입니다. 스무 살 먹은 학생은 이런 종류의 여과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서른 살 먹은 학생이라고 해서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의 실천, 하나의 이론을 발명해야 합니다. 데시메이션의 실천 또는 훈련 말입니다.
코폭 :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데시메이션을 해야 할까요?
에코 : 글쎄요. 나름대로 규칙을 발명해야겠지요. 하지만 어떤 규칙이 있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서지목록의 데이터를 통제하라' 같은 매우 초보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면, 1993년이나 1994년에 나온 많은 참고문헌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주제와 관련해서는 1993년이나 1994년에 나온 참고문헌만을 찾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고, 더 오래된 것들을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코폭 : 그렇군요.
에코 : 당신이 칸트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그책이 19세기에 나온 서지목록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미심쩍은 책입니다. 저자는 2차 문헌만을 가지고 작업을 한 것입니다. 당신이 하이퍼텍스트라는 현상을 연구한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에 오래된 서지만 있다면, 그것도 의심스러운 책입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서는 매일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포착할 수 있기 위해서 당신이 우선 사용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규칙들이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어떤 주제에 대한 미국의 책을 읽고 있는데, 당신이 서지목록에서 영국과 미국의 책만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의심스러운 책입니다. 저자는 더 큰 범위를……
코폭 : …… 개관 overview?
에코 : 그렇습니다. 개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책이 분석철학에 대한 책이고, 영어권 저서만이 서지목록에 들어 있다면, 그건 별 상관없을 것입니다. 아마 폴란드어 저서의 서지는 필요 없을 테니까요. 설령 폴란드에 논리학과 분석철학의 대학파가 있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다루는 주제, 그리고 기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데시메이션의 규칙을 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미래는 현재보다 나빠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과도한 정보와 이로 인한 비난이 난무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당신은 여러 규칙으로 정보를 여과할 수 있습니다. 삭감 subtraction을 이용할 수도 있고, 확장과 추가의 규칙으로 여과할 수도 있습니다.
코폭 : 추가에 의해서라, 알겠습니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어떤 규칙이 적합한지를 아는 작업은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것이 내가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당신이 네트를 통해서 얻는 자료의 질에 관한 것입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사이버스페이스-그것을 당신이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안에서는, 또는 정보고속도로 안에서는 ……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분명 일시적이지만 특정 순간에는 충분히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충분히 능력이 있으며, 또 거기에 정보를 내놓을 수도 있는 제한된 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 자체도 문제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정보를 내놓은 사람도 자신 이외의 사람들이 내놓은 것 중 어떤 것을 읽을지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이 이전에 나에게 준 글에서 이 모든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관하여 당신이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서 공식적인 진술을 해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연구소에서 인터넷에서 가능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젊은 사람들이 그런 방향으로 작업하도록 고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래에 엄청난 중요성을 가질 것이며, 정치에 대해서는 그럴 것입니다. 나는 나의 커뮤니케이션 교과과정에 이 분야에 대한 특별 세미나를 도입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테크놀러지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내 연배에서는 먼저, 뭐랄까요, 나의 '가시성 visibility'의 수준에서는, 메시지를 회피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코폭 : 무슨 말씀이신지요?
에코 : 그렇지 않다면, 나는 수많은 메시지에 의해 파괴되고 말 것입니다. 나의 문제는 전화에 응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팩스, 도착하자마자 불필요해지는 팩스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내가 E-mail계산서를 받게 된다고 할지라도 또는 오히려 그렇게 될 때, 나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어떤 것도 받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비용을 치르고라도 나에게 도착해야만 할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런 정보를 알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있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는 나에게 와서 "보게, 자네는 이런저런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아무튼 메시지를 회피하는 것이 바로 내가 개인적으로 처한 문제입니다.
코폭 : 당신의 위치 때문에 그렇습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말하자면 나의 이데올로기에 상응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나는 50세 이상의 비평가나 학자는 한 사람도 아방가르드 운동에 대해서 더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고, 차라리 엘리자베스 시대의 시민들에 대해서만 쓸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코폭 : …… 과거에 대해서만 쓴다는 말인가요?
에코 : 예, 왜 그런지 아십니까? 새로움이란 이 시대에는 너무 빨리 오는 것이어서 젊은 사람들은 그것을 삼키고, 소화시킬 수 있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것을 하는데 느리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고요? 나이 든 사람들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보다 확립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것을 할 만큼 충분히 많이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보다 더 뛰어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폭 : 물론 젊은이들은 충분한 통찰력이 없습니다만……
에코 : 이것은 일반적 규칙입니다. 나의 최근의 학문적 작업이 정보와 의미론에 있어서의 최근 경향이 아니라 완전한 언어에 대한 탐구에 간한 것임은 우연이 아닙니다. 전자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는 것은 젊은 사람들이며, 그 이유는 그들이 매우 참신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전문헌에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작업을 더 잘 해 낼수 있습니다. 내 생각에 나는 어느 정도 이런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랩 이후의 음악 post-rab-music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애쓸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나는 비틀즈, 또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에 대해서라면 쓸 만한 분석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모든 새로운 테크놀러지의 경우에도, 스포츠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서른 살까지는 축구선수일 수 있지만, 서른 살이 넘으면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
코폭 : 분명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코치는 당연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목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에코 : 그렇지요. 물론 잘 알고 있어야지요. 그러나 그는 아침마다 공을 차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코폭 : 그리고 통상적인 의미에서 사용자라기보다는 설치자 facilitator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만 만들어 놓으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에코 : 그렇지요. 그러나 새로운 분석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더 유연하고, 과거의 경험에서 더 자유롭습니다. 그들은 같은 도식, 같은 해석을 반복할 위험이 없습니다. 그들이 프로그램을 더 잘 분석하는데, 그것을 내가 해야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코폭 : 에코 교수, 당신은 아카데믹한 사람이며, 학자죠, 그렇지만 대중적인 책도 썼습니다. 당신은 두가지 상이한 독자들에게 모두 매우 성공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작업을 타블로이드화하는 것에 저항하는 데서 어떤 어려움을 경험하십니까? 타블로이드 매체나 TV가 학문적 작업의 특성에 맞지 않는 어떤 장르나 규범에 순응하는 경우에 말입니다.
에코 : 당신이 제기한 문제는 삼중적입니다. 단일한 문제가 아니고 세가지 문제입니다. 우선 나는 아카데믹한 문헌을 쓰며, 신문 - 그것을 타블로이드라고 하든 대중적 저널리즘이라고 하든-에도 글을 씁니다. 그리고 나는 소설을 씁니다. 그런데 내 소설은 이상한 우연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들을 아카데믹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쉬운 소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연애소설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세 가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문제는 생산자와 수용자 두 관점에서 고찰될 수 있습니다. 생산자로서 나는 내가 분열된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내 생애를 통해서 학문적 연구를 한다는 사실은, 대중매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대중적인 글을 쓰는 일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런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로 인해 나는 매주일 성찰-나는 이것은 무책임한 성찰이라고 말하곤 합니다만-을 했으며,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런 '요리하고 먹는 식의 또는 세수하고 옷 입는 식의 성찰 덕분에 나는 경험을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런 다음 동일한 소재를 나의 아카데믹한 책들에서 보다 유기적이고 보다 심층적인 또는 보다 분절되고 보다 비판적인 방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그것은 일종의 상호부조였습니다. 즉 아카데믹한 활동이 내가 현실생활을 이해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일상적 사건에 대한 계속적인 주목이 나의 아카데믹한 작업에 성찰의 소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소설 이야기는 또 다른 것이지만 그러나 나는 마찬가지로 나의 하등의 인격적 분열도 느끼지 않습니다. 나는 내가 왼편에서 하는 일이 오른편에서 하고 있는 일을 돕는다고 느꼈습니다. 수용의 관점은 다릅니다. 여기에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아이콘으로 변형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당신이 제공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을 요구합니다……
코폭 : 하나의 아이콘으로 변형된다고요? 한 사람의 현자가 된다는 의미에서 쓴 말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한 사람의 현자가 되는 것이지요. 항상 "당신은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 그런 질문에 대해서 내가 생각해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것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이탈리아 저널리즘은 매일 모든 학자들에게 "공주의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는 따위의 질문, 심지어는 "그레타 가르보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같은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해대는 전화를 합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합니까? 그리고 할 수 있는 답변도 형편없는 것일 겝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배우였습니다. 나는 그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같은 것이 되겠지요. 그렇지 않고 매우 독창작이고 싶다면, "아, 나는 요란스런 창녀가 죽어서 매우 행복합니다. 나는 그녀를 증오합니다……" 이렇게 답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대답은 형식적인 것일 수 밖에 없죠. 이것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경험입니다. 모든 것을 하라는 계속적인 입력을 받게 되는 거죠. 그것이 내가 메시지를 받지 않고, 팩스를 읽지 않으며,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당신에게 말한 이유입니다.
코폭 : 그래서 당신은 전자 포럼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 뉴스 그룹의 토론이나 여타 인터넷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군요.
에코 : 지금까지는 그랬죠.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그것은 전혀 압력 때문이 아닙니다. 나는 다음 몇 달의 강의에서 그것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몇가지 검색해야할 아이디어를 가지고 조사를 하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아마도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겠지요. 내가 알기로는 인터넷에는 고서 수집가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 생각에 유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1643년 판을 발견했다. 더 이전의 판본이 있는지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런 용도로 나는 그것을 사용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공동체'로 간주하는 인터넷에서 가장 신나는 일의 하나일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산 마리노 컨퍼런스에서 나에게 주었던 논문에서 당신이 우리가 진정으로 전 지구촌 또는 전 지구적인 공동체를 창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소간 확신을 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현재로서 나는 다소 유보적입니다. 그러나 확실히 몇가지 긍정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신이 예를 들어 내가 회원으로 있는 퍼스-L토론 집단 PEIRCE-L discussion list 같은 괜찮은 공동체를 발견한다면 말입니다. 이 집단은 매우 훌륭합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가는' 사람들은 그것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거기서는 매우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좀더 발전시켜봅시다. 당신은 아이콘이 된다는 일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 크라이튼…… 아무튼 나는 지난해에 세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나는 나의 학생들이 제출하는 엄청난 분량의 학위논문과 논문들을 읽었습니다. 물론 나는 이럴 때 인터넷을 가지고 놀 시간이 없습니다. 많은 일들을 끝마쳤으니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아마 인터넷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지 실행의 문제일 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아이콘 문제인데, 유일한 방법은 이런 아이콘화를 시도하고, 또 그것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왕국에서는 문제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왜냐하면 이제 특종을 터트리는 것은 당신의 진술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침묵 또한 특종거리가 됩니다.
코폭 : 알겠습니다. 하지만?
에코 : 나는 언제나 특정한 에피소드를 인용합니다만, 그 이유는 그런 에피소드가 수만 개나 될 만큼 전형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나는 늘 그럿듯이 오후 7시에 나의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나의 조교, 학생들과 함께 술집에 가서 오후 8시까지 잡담을 나눈 후, 같은 방향의 몇몇 사람과 잡담을 계속하며 집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불로냐에 있는 베르디 광장을 지나갔습니다. 거기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있지요. 내가 몰랐던 것은 이 특정한 저녁에 거기에서는 중요한 초연행사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나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웃으면서)당연히 나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광장을 지나갔고, 나는 무언가를 하러 집으로 갔습니다. 그게 무언지는 TV를 보러 간 건지 아니면 아내와 섹스를 하러 간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날 신문의 표지기사는 "움베르토 에코, 초연행사에 참석하지 않다"였습니다. 그것은 뉴스한 쪼가리도 되지 못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워낙 그런 초연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그것은 뉴스거리가 아닙니다만, 아마도 그들은 더 좋은 얘깃거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나의 부재가 하나의 ……
코폭 : 기호요?
에코 : 그렇습니다. 하나의 기호가 된 것이지요. 어쨋든 이럴 때 당신은 이런 종류의 사건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공룡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봅시다. 그것은 -내 생각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당신에게 주었던 논문에서 썼던 것 같은데- 미디어사우러스(공룡같이 거대한 매체) 또는 거대한 출판사라는 관념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당신은 사람들이 정보의 원천으로 직접 나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거인 같은 매체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말하자면, 그것이 아이콘적인 인물이나 전문가에 대한 압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신화, 총체적인 신화라고 생각하십니까? 나의 첫번째 반응은 이렇습니다. "좋다. 우리는 아케팔로스한 체계, 즉 머리가 없는 체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코폭 : 머리가 없다고요? 그렇군요.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리좀(구근덩어리를 의미) 관념을 좋아합니다.
에코 : 그것은 현대적인 퀼리안 네트워크, 일종의 중립적인 네트……
코폭 : 하나의 유기적 체계 말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원형이 없는 체계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이것은 정보 여과행위를 엄청나게 변화시킬 것입니다. 두번째 발상과 관련하여 나는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이런 체계는 얼마나 아케팔로스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네크워크의 과부하는 어떤 지점에 이르면 어떤 여과행위와 훈육을 부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경우 우리는 무엇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습니다. 인터넷은 어떤 대형도 소멸시킬 수 있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폭 : 대형이요?
에코 :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차적인 수준에서는 어떤 대형이 주요한 라인과 주요한 네트워크를 점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나는 사태의 방향을 잘 모르겠지만요. 두번째로 그것이 아케팔로스한 것으로 남아 있다면, 정보의 풍성함으로 인해 당신은 당신 자신이 나름의 정보여과를 해낼 수 있는 성숙의 상태에 이르거나 애타게 여과기를 찾거나 하게 될 것입니다.
코폭 : 어떤 전문적인 여과기를 말하는 것입니까?
에코 : ……어떤 전문적인 여과기라. 아무튼 다시 한번 당신은 어떤 사람, 정보 자문가에게 당신의 게이트키퍼(매스미디어 용어. 언론사 데스크처럼 기사나 보도내용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개인 혹은 집단이나 그 구조적 위치를 말함)가 되어달라고 요청할 것입니다! 서점의 예를 들어봅시다. 삼십년대에 서점은 매주 새로운 책이 한두 권이 들어오는 작은 장소였습니다. 당신이 자주 거기에 가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쉽게 흥미로운 새로운 책을 고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파리의 프낙 FNAC같은 서점(파리의 퐁피두 센터 지역에 있는 프랑스에서 가장 큰 서점)이나 블로냐의 펠트리넬리 같은 서점은 그 자체가 인터넷입니다. 당신은 모든 책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 이것은 젊은 학생뿐 아니라 나의 관심이기도 한데-신문문화면에서 어떤 책이 발간되었는지를 읽지 않았다면, 책을 고를 수 없습니다. 정보가 과다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당신은 게이트키퍼……
코폭 : 여과장치?
에코 : 여과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방향을 잡아주는 어떤 센터의 여과기능은 존속할 것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죠. 예전에는 신사숙녀에게 그들이 어떻게 입으면 좋을까를 말해주는 재단사를 가진 상류계급이 있었습니다. 하층계급은 후크 없는 옷, 기성복만을 살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두 계급을 서로 구별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지요. 그 이후 분배의 개선은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옷을 코디네이션 하는 것을 아주 쉽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개인적인 운동복이나 블루진 따위를 갖게 되었죠.
코폭 : 개인적인 스타일에 따른 옷 말이죠.
에코 : 그리고 원리상으로는 아그넬리 록펠러씨의 부인과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하녀는 모두 같은 가게, 예를 들면 블루밍데일즈(뉴욕의 유명백화점)같은 가게에 가서, 같은 소재를 사서 자기 스타일의 옷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패션 언어상에서 게급 차이를 제거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부유한 부인은 어떤 코디네이션 규칙을 ……
코폭 : 어떤 약호요?
에코 : 그렇습니다. 어떤 약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푸에르토리코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같은 블루진을 살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옷을 조합하는 방식이 여전히 계급적 차이를 드러낼 것입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아르마니나 크리치아 같은 패션 주도자의 중요한 여과행위 속에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옷을 입을 지에 대해서 말하고, 견문 있고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조언자로 이용합니다. 반면에 교양없는 사람들은 혼자서 스타일을 창안합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당신은 일종의 총체적인 패션 인터넷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어떤 수준까지는 말입니다. 록펠러의 부인과 푸에르토리코인 모두 팀버랜드(피혁제품으로 유명한 상표)에 있다고 해봅시다. 누구나 팀버랜드의 옷 한 벌을 살 수 있습니다. 둘다 블루진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작고 사적인 조언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폭 : 조언자라, 좋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밀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화가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는 것이군요. 그러니까 어떻든 간에……
에코 : 문화 또는 비문화입니다. 왜냐하면 여과기는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여과기는 있을 것입니다. 기껏해야 부정적 여과기의 과장이나 과도한 풍부함이 있을 것입니다. TV 토크쇼나 사회자나 앵커맨-여기 이탈리아에서는 쿠나리 같은 사람 -이 수많은 하층계급의 젊은이들에게 행동 모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과기입니다. 비록 부정적 여과기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존재합니다
코폭 : 우리는 인터넷이 매우 개방적이고 중심 없는 사회를 창조할 어떤 것, 또는 중심없는 사회의 발전에 참여할 어떤 것이라는 꿈과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 지구적인 민주화이죠. 당신은 그것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에코 :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번 데시메이션 문제로 돌아간 것입니다. 인터넷을 연구하지만, 또한 그뿐 아니라 퍼스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의 학생 한 사람은 퍼스 네트워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메시지를 보냈고,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과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말했습니다. "지난 밤에 나의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후 한 친구 -스미스라고 부릅니다-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답변이 내가 보기에는 좀 멍청하고 이상했습니다. " 그래서 나는 말했죠. "아니야. 스미스는 퍼스에 대한 위대한 연구자의 한 사람이라네. 아마도 자네는 그를 모르는 것 같네. 왜냐하면 그는 별로 연구성과를 출판하지 않으니까. 그는 이 대학에서 매우 열심히 연구하는 겸손한 사람이지. 그렇지만 그는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라네. "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스미스의 메시지를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그가 보낸 메시지의 첫 열 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거나 스미스가 자신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특별한 문제에 관해서 틀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는 스미스를 매우 진지하게 취급해야 했지만 그는 자기가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스미스는 지금 이 순간 네트워크상에서 퍼스에 대해서 토론하는 수백 명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니까요.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것은 스미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이지요. 그러나 그런 기준은 인터넷으로부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코폭 : 그 기준은 인터넷으로부터는 나올 수 없다고요?
에코 : 나올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예를 들어 '버수스(Versus)'같은 저널에서 어떤 것을 찾아야 합니다. 그 저널 안에는 누군가가 스미스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다고 말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당신이 여과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단일한 메시지에 근거해서는 스미스가 진지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위험한 점입니다.
코폭 : 그러나 다른 한편 당신이 이런 토론집단 같은 가상 공동체-그것을 공동체라고 부릅시다.-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다면, 당신이 스스로 일종의 비판적인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그 분야에 관하여 얼마간 알고 있다면 ……
에코 : 물론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전혀 모르는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며, 따라서 그와 접촉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긍정적인 측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 퍼스에 대해서 토론하는 수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브라운을 발견하는 일은 스미스를 무시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순전히 자의적인 일이며, 이런 사실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코폭 :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에코 : 당신은 하룻밤에 백 개의 메시지를 읽을 수 없으며, 브라운이 최상의 이론가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비판적으로 그것을 검토할 수 없습니다.(브라운은 당신이 네트워크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럴 경우 당신이 그 사람의 배경에 대한 약호를 적어도 최초의 여과기로서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스미스가 저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사실이 당신이 브라운을 읽는 것을 막지는 않습니다.) 이런 일은 매일매일 일어납니다. 당신은 저널을 펼칩니다. 거기에는 당신이 모르는 어떤 사람이 쓴 논문이 실려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읽기 시작하고, 그것이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나도 모르는 학자들이 쓴 논문을 읽음으로써 흥미로운 발견을 한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마도 나중에 그들이 유명한 학자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내가 그들의 이름을 몰랐던 것은 나의 무지의 소치일 뿐입니다. 그러니 우연적인 발견을 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하지만 여과기는 어떤 의미에서든 중요합니다.
코폭 : 하지만 그것은 이 공동체 내의 문제 아닙니까?
에코: 내부 여과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퍼스에 대한 백 개의 메시지를 살펴보고, 그것들 각각이 스미스를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지점에서 당신은 모든 사람이 스미스를 인용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아마도 중요한 인물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한번 여과와 선택의 기법이며, 이는 매우 복잡한 기법이 됩니다.
코폭 :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있어야 합니다. 공동체 감정, 그러니까 전문화된 공동체, 공동의 가치와 특수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 간의 공동체 감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 신뢰의 감정을 가지고 행해져야 합니다. 이 '공간'안의 사람들은 헛소리를 하지 않으며, 거기에는 어떤 기제, 불필요한 문헌들을 제거하는 기제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것 중의 하나이며, 또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도대체 어떻게 알맞은 공동체를 찾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유즈넷만 해도 3천개의 뉴스그룹이 있는데 말입니다.
에코 : 들어보십시오. 나는 인터넷이 부정적인 경험이라거나 그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반대로 그것이 엄청나게 큰 기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사실을 긍정하고 나서 나는 가능한 덫들, 가능한 부정적 측면들을 검토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매체비평가로서의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상현실이 완전히 발전되어 수행된다면, 나는 그것이 수많은 과학적 경험에 대해서는 엄청난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가상현실이 고립된 개인들을 위한 여흥이 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기술적 자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코폭 : 알겠습니다. 나도 그것이 매우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한번 고독이냐 공동체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까?
에코 : 고독의 문제는 대단히 큰 문제입니다. 인터넷 공동체는 공동체이기는 하지만 단지 가상의 공동체일 뿐입니다. 사실 위대한 예술가들이 평생동안 외딴 마을에 살면서, 전세계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그런 종류의 가상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코폭 : 칸트가 그랬죠. 그는 위대한 편지 작가였습니다.
에코 : 그렇습니다. 그러나 나는 레오파르디 같은 위대한 시인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는 병약했고, 곱추였으며, 많이 억압된 사람이었죠. 그리고 시골에 살았으며, 두세 번 로마에 와봤을 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지역을 좀더 여행하긴 했지만 얼마나 자주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잘 알려져 있었고,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인들과 교류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가능한 일입니다. 레오파르디 뿐이 아닙니다. 당신은, 복잡한 형태의 정신병을 앓으며 고립 속에 사는 다른 수많은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질병 중의 하나는 대면적 공동체의 감소, 아니 절대적인 결핍입니다. 나는 늘 지오반니 보스코에 대해서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이 19세기 중반의 살레시오회 사제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에서 분리된 채 널리 퍼져 살고 있는 청년들이 완전히 새로운 세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작은 예배당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놀고 토론하는 공동체였지요. 그리고 일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 그는 인쇄소를 세웠습니다. 인쇄는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듦으로써 산업사회에서의 절망과 고립의 문제와 대결했습니다. 분명 종교적인 목적 때문이긴 했지만, 그것은 위대한 사회적 발명이었습니다. 내가 오늘날 가톨릭과 이전의 공산당 또는 진보당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불만은 그들이 새로운 보스코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공동체를 수립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명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산 지오반니 보스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중앙공원에서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냉담한 젊은이들이 있게 된 것입니다. 모든 종류의 청년문제 말입니다.
코폭 : 병리현상이라, 알겠습니다.
에코 : 또한 고립감을 느끼는 나이 든 노인들이 있습니다. TV가 이런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이었던 적이 있거나 지금 그렇게 작용합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고독을 증가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당신은 맥주 캔을 들고 TV앞의 소파에 앉아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분명 어떤 사람들,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던 우리 늙은 고모님처럼 걸을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TV가 천국의 선물일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진정으로 TV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상의 새로운 가상 공동체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서부에 사는 사람에게 그곳으로부터 다른 사람과 접촉할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대면적인 접촉과 공동체의 대치물이 될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말하자면 인터넷의 진정한 사회적 기능은 접촉을 수립하는 출발점이어야 하며, 그 다음에는 지역적인 ……
코폭 : 대면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역적 장소 말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지역적 공동체를 수립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인터넷이 가상 공동체를 통하여 진정으로 대면적인 공동체를 이룩하는 길이 될 때에만 그것은 중요한 사회적 변화가 될 것입니다. 나는 프로디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진정한 선거 캠페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모든 도시에서 집단, 클럽, 서클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가 창안한 선거 캠페인이 현실적인 힘을 가진 이유는 단지 TV를 정치적 선전에 이용한 데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거대 산업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모든 곳에서 클럽을 조직했습니다. 그의 힘은 배지를 착용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특정한 집단에 속한 것에서 정체감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나의 별장이 있는 촌락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위적인 집단입니다. 두 달만에 급조되었으니까요. 그래서 그것은 공동체에 대한 진정으로 심층적인 소속감을 형성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발상으로서는 타당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프로디에게 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는 한 방법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하면 모든 도시에서 적어도 두 사람과는 접촉하고, 그들에게 문건과 문헌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 모든 문건들을 복사하고, 지역집단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고무될 것입니다. 그것은 일종의 가상 공동체와 ……
코폭 : 현실적 공동체?
에코 : 예. 현실적 공동체 간의 협동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는데 성공한다면, 인터넷은 사회변동을 야기하는 엄청난 요소 또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가상적인 것으로 남는다면, 그것은 몇몇 사람들을 순수한 수음의 고독으로 이끌 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해커들은 병적인 사람들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동적으로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은행의 컴퓨터나 미 국무성의 컴퓨터와 유희하며, 그것에 침투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코폭 : 당신은 최근에 새로운 하이퍼텍스트 백과사전을 출간했습니다. 당신이 볼로냐의 지역신문 '라 레푸블리카'에 최근에 발표한 글에서 이 작업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더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썼습니다. 거기서 당신은 또 당신이 발간한 백과사전의 주요한 이점이 비선형적인 정보검색과 교차참조체제라고 썼습니다. 나는 언제나 하이퍼텍스트 체계 일반의 효율성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왔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항목들을 미리 링크해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그것을 비선형적인 정보검색 등으로 부른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서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닙니까?
에코 : 글쎄요. 우선 당신이 내일 당장 모든 아이디어, 모든 단어, 모든 형용사, 그리고 모든 항목들이 모두 서로 링크되는 하이퍼텍스트를 발명할 수 있다고 해봅시다. 심지어 그런 경우에도 이런 링크를 수립하는 여과기가 존재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적 하이퍼텍스트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데카르트에서의 열정이라는 관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열정이라는 관념에 링크해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관념인데도 말입니다.
코폭 : 맞습니다. 두 관념은 전혀 다르지요.
에코 :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그것은 단순히 인지적인 사건이지만, 데카르트에게서는 그리고 17세기에는 열정이 감정이나 감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데이터에 근거하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경우에, 당신은 어떤 보증도 얻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이름은 다른 도시에 링크됩니다. 주어진 인물의 이름은 그와 관련이 있는 사람과 링크됩니다. 그리고 당신은 예기치 못한 링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코폭 : 사용자가 나름의 링크를 할 수 있습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당신이 가진 책이나 파일 중에 예를 들어서 데카르트에 대한 책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책 안에서 당신은 예를 들어 파스칼이나 갈릴레오를 논하는 것을 분명히 보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직접적인 링크가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갈릴레오와 파스칼은 중요한 인물들이기 때문에, 당신은 직접 거기에서 그런 링크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카르트와 카라바지오 사이에는 미리 수립된 링크가 없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유는 그들 사이에는 같은 세기를 살았다는 것말고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풀고자 하는, 또는 답하고자 하는 문제가 "데카르트가 카라바지오를 만났을 가능성은 없는가?" 라는 것이라고 해봅시다. 데카르트는 여행을 많이 했으니까요. 내가 가진 사전은 내가 '데카르트 AND/OR 카리바지오'라는 검색을 수행할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만남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카리바지오는 데카르트가 열네살 때 죽었으니까요. 그러니 나는 내 나름의 링크를 수립한 것입니다.
코폭 : 알겠습니다. 그런 식으로 나름의 링크를 수행할 수 있겠군요. 나는 최근에 멀티미디어 월드사가 발간한 CD-ROM 하이퍼텍스트 판이었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것은 WWW도 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서버를 만들 수도 있고, 그 위에 페이지를 얹을 수도 있고, 그 페이지로부터 다른 장소와 링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WWW를 CD-ROM에 얹은 것이지요. 그래서 일종의 폐쇄된 세계인 CD-ROM의 내용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거기서 WWW에 접속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단 WWW로 나가면 어디든 갈 수 있지요.
에코 : 나는 네트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단지 르완다와 부루군디에서 발간된 모든 신문의 기사들을 나의 스크린 위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추측할 뿐이지요. 아니면, 현재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이지요……
코폭 : 언젠가는요. 예, 나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에코 : 내일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 점과 관련해서도 다른 부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당신은 르완다나 부루군디에 대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코폭 :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모든 것을 면밀히 검토하면 될 텐데요?
에코 : 그리고 나는 가장 좋은 기사가 '보스톤 글로브'에 있는지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에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나는 그것을 모두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입니다. 그런 문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코폭 : 하지만 다시 한번 당신은 신뢰와 공동체라는 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분명히 당신이 어떤 것을 찾기를 원한다면, 일상 생활에서 당신이 통상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당신이 보기에 매우 훌륭하게 문제를 개관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묻습니다. '자 보세요. 여기 너무 많은 것이 있습니다. 나에게 핵심적인 것을 지적해주십시오.'
에코 : 그렇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초기의 네트에서 일어난 최초의 커다란 사건의 하나는 걸프 전에 대한 빼어난 기사를 쓴 조지 라코프 이야기입니다. 그는 그의 기사가 너무 때가 늦어서 전쟁 전에는 출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네트에서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네트를 잘 아는 친구에게 그 기사를 주었습니다. 다음날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볼로냐, 암스테르담, 시드니, 거의 전 세계에서 복사하고 있었죠. 이 기사는 네트워크 때문에 널리 유포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이 있죠. 조지 라코프라는 사람의 의견이……
코폭 :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공간이 매우 빠르다는 것은 또 다른 입니다. 네트에서는 즉시 공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속도와 더불어 간결함이 있습니다. 최근의 컴퓨터 사용자 세대가 매우 축약된 약호로 소통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에코 : 나는 최근에 그들이 사용하는 새로운 정식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이탈리아 음가로는 매우 음란하게 들리는 것인데 '또 보자'를 뜻하는 'CUL8R'이 그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그리고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의 열정을 가지고 연애편지를 쓰는 것은 가능합니다 ……
코폭 : 그것은 매우 인스턴트적인 소통형태라는 점에서 가상 공동체 현상의 일종입니다. 이런 토론집단 속에서는 구어와 문자어의 혼융을 많이 발견됩니다. 당신은 이런 일이 공간 자체, 또는 문학적 규범, 아니면 식자성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에코 : 장기적으로는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뒤샹의 '모나리자' 아래에는 'L.H.O.D.O.Q.'라는 두자어, 유사 두자어가 있습니다. 그것은 불어로 elle a chaud au cul, 즉 그녀의 엉덩이는 욕정으로 불타고 있다는 뜻이지요. 분명히 이것은 뒤샹이 다다이스트이던 시절에 쓴 것입니다. 그것은 행복한 소수에게 여전히 암호 shebboleth로 남아 있습니다. 내 생각에 CUL8R도 그런 형식이 될 수 있습니다.
코폭 : 그러면 당신은 글쓰기 규범이 변화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에코 : 변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일단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몇몇 친구들에게 말하면, 나는 그것을 나의 편지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 많은 사람들의 서간체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사태를 변화시켜온 수많은 기술적 혁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6세기 서적에서 사람들은 최초의 저작권을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왕의 특권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나라의 왕이 누구도 책에 있는 것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해서 말입니다. 오늘날의 방식으로 한다면, '판권은 ……에 속합니다'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왕의 특권 같은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절대적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모든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어법을 도입했으니까요.
에코 : 변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일단 그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몇몇 친구들에게 말하면, 나는 그것을 나의 편지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 많은 사람들의 서간체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사태를 변화시켜온 수많은 기술적 혁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6세기 서적에서 사람들은 최초의 저작권을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왕의 특권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느 나라의 왕이 누구도 책에 있는 것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해서 말입니다. 오늘날의 방식으로 한다면, '판권은 ……에 속합니다'가 될 것이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 왕의 특권 같은 것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절대적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모든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어법을 도입했으니까요.
코폭 : 또는 새로운 규범이라고 할 만한 것까지 도입하였죠.
에코 : 그렇습니다. 테크놀러지는 처음에는 "오, 사람들이 나의 언어를 타락시키고 있구나"하고 탄식하던 구식 학자들을 위협하던 규범들을 도입하였습니다. 그것은 ……
코폭 : 인정되었고,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말씀이죠?
에코 : 그리고 독립적이기도 합니다. 60년대에 내가 국가로부터 받은 모든 편지는 친애라는 말로 끝났습니다. 그것은 에로틱하고 성적인 함의를 상실한 말이었죠. 나도 친애라고 쓸 수 있습니다. 안 될 이유가 뭐겠습니까?
코폭 : 평안과 친애 같은 말이죠?
에코 : 그렇습니다. 일단 당신이 새로운 관습을 받아들이면, 그것은 정상화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식의 표현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리어 친구에게 처음으로 그런 말이 들어 있는 편지를 받았을 때, 말합니다. "이 친구 동성애자가 되었냐?" 물론 그는 동성애자가 아니지만 말입니다.
코폭 : 산 마리노에서 있었던 책의 미래에 대한 세미나에 제출된 당신의 논문에서 당신은 루브 골드버그를 언급했습니다.
에코 : 그랬지요. 하지만 내가 루브 골드버그를 언급했던 것은 거기서 다른 사람이 그를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그건 내 생각이 아니고 다른 어떤 사람의 제안을 거론한 것이지요.
코폭 : 그러나 당신이 보기에는 루브 골드버그의 모델이 우리의 전자적인 미래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판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말이 흥미롭게 들렸는데, 형이상학적 판본이란 어떤 종류의 것이지요?
에코 : 내가 기억하는 한, 그 세미나에서 루브 골드버그를 인용했던 사람은 그를 브리콜라주의 대가라고 했습니다. 이전의 논급들은 제쳐두고 내가 제출한 논문만 놓고 보아도 그것은 좀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그리고 아마도 이런 인터뷰를 싣고자 하는 잡지에 중요한 문제-은 한편으로는 내가 전혀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종류의 토론 항목이 있고, 한편으로는 내가 짓궂은 것으로 여기는 토론 항목이 있다는 것입니다. 적절하지 못한 것은 CD-ROM이 책을 소멸시키는가 하는 것에 대한 토론 같은 것입니다. 그런 토론은 바보 같은 짓거리입니다.
코폭 : ceci tuera cela, 그러니까 이것이 저것을 죽인다는 식의 관념은 지겨운 것이라는 말씀이죠.
에코 :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반복적으로 말했듯이 사막에서 낙타의 등에 싣고 갈 수 있는 것은 책이지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코폭 :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에코 : 물론 요즘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텐트 안에서는 책을 가지고 눕는 것이 이런 저런 일을 하기에 더 용이합니다. 우선 책이라면 플러그도, 장시간용 축천지도 필요 없습니다. 다음으로 책으로만 가능한 종류의 독서 경험이 있습니다. 나는 호머를 컴퓨터 화면으로 읽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은 독서용 책과 참조용책, 이 두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참조용 책은 모두 CD-ROM으로 대치될 수 있습니다.
> 미래의 저술용 책상에는 두 대의 컴퓨터가 있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를 위한 저가품 컴퓨터와 사전과 백과사전, 그리고 당신이 참조할 필요가 있는 책들을 저장할 만한 486 같은 대규모 용량의 컴퓨터 말입니다. 한 대의 컴퓨터로는 안 됩니다. 글을 쓰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열거나 사전을 찾는 시간 동안 작업을 중단해서는 안 되니까요. 그런 작업들은 모두 많은 동작과 시간을 필요합니다. 두 대의 컴퓨터가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서가의 책들은 사라질 것입니다.
코폭 : 모든 참조서적들이요?
에코 : 그렇습니다. 그것이 값이 적게 먹힙니다. 나는 이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마루 공간 - 밀라노 중심지나 변두리 지역이 아니더라도 - 그리고 별로 비싼 목재를 사용하지 않은 이 선반의 가격을 모두 계산해보았습니다. 내가 가진 이 별것 없는 책도 권당 백 달러는 먹히더라구요.
코폭 : 그 책이 공간을 점유하는데 말입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코폭 : 책을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자르는 것이 야기하는 환경적인 비용은 빼고도 말이죠?
에코 : 그렇습니다. 나는 매일 열권 정도의 책을 기증 받습니다. 공짜 책이지만 그것을 소장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나는 5백 평방미터의 아파트에 살지만, 그렇다고 5년에 한번씩 가지고 있는 책 모두를 소장하기 위해서 집을 옮길 수는 없습니다. 만일 백과사전과 사전 따위를 모두 없앨 수 있다면, 사정은 훨씬 나을 것입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그것이 큰 도움이 된다면,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참고서적들은 치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머지 책들은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오히려 컴퓨터화된 참고서적의 기능은 내가 종이책을 찾게 하고 그것들을 종이책으로 이용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나는 이 점에서 매우 낙관적입니다. 빨리빨리 찾아야 할 이유가 없는, 즉 정보의 차원에서 이용해야할 이유가 없는 경우에 사람들이 새로운 시들을 디스켓 형태로 구입하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지질로 된 책조차도 현재까지는 자기지원체계보다는 내구성이 강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하이퍼텍스트의 유토피아 문제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산 마리노 세미나에 제출한 논문에서 하이퍼텍스트와 하이퍼시스템 간의 혼동을 다루며 언급했습니다. 하이퍼시스템은 위대한 혁신입니다. 그리고 내가 제작한 CD-ROM은 하이퍼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하이퍼텍스트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율리시즈'를 개작하기 위해서 자기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그것은 책만으로도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나는 문장을 바꾸고 옮기고 뒤로 보내며 조이스를 읽기만 하면 됩니다.내가 열 개의 서로 다른 소설을 개작하기 위해서는 하이퍼텍스트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멍청한 것입니다. '지하감옥과 용' 전자오락 게임만큼이나 멍청한 것이지요. 그것은 게임일 뿐입니다. 50년대 말에 사포르타라는 사람이 프랑스에서 이동식 책을 발명했습니다. 이런 발상은 이미 말라르메가 제안한 것이죠. 그에게서 이동식 책이라는 발상은 독서의 무한성에 대한 은유였습니다. 당신만 좋다면, 그것은 해체의 은유라고 해도 되겠지요. 하지만 사포르타는 이와 달리 각 페이지들을 서로 뒤섞고 줄거리를 바꿀 수 있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코폭 : 그럼 파일바인더로 묶은 책이었습니까?
에코 : 예. 당신은 CD-ROM에서조차 링크가 저자에 의해서 미리 한정되는 것은 아닌가 미심쩍어했습니다만, 사포르타의 경우도 다를 바 없겠죠.
코폭 : 그렇습니다. 한정적인 이야기의 세계이지요.
에코 : 그렇다면 차라리 셰익스피어를 읽고 햄릿과 줄리엣이 결혼하는 백일몽을 꾸는 게 낫지 않을까요? 텍스트로서의 하이퍼텍스트는 게임일 뿐입니다. 그러나 하이퍼시스템, 그것은 미래입니다. 하이퍼텍스트는 사물을 섞어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는 교육적인 용도가 있을 뿐, 문학이나 시에서의 혁명적 계기가 아닙니다.
코폭 :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에코 : 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종이책으로 이미 가능한 것입니다. 문학의 종결 없이 열린 독서를 하기 위해서, 이미 열린 작품인 조이스나 말라르메를 하이퍼텍스트로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코폭 : '지하감옥과 용'을 언급하셨는데, 이런 종류의 게임에는 동시에 대화를 나누면서 참여하는 다중의 사용자들에 의한 가상공간을 형성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공간을 창조하고, 어떤 역할을 맡고, 물리적 공간이 허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나의 동료교수인 핀 보스태드는 그의 학생들 중 몇명은 매일 여러 시간을 이런 환경 속에서 보낸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상연하는 것이지요.
에코 : 그거 멋진 게임이군요.
코폭 : 이런 것이 새로운 형식의 문학을 낳으리라고 생각지는 않습니까?
에코 : 나는 지난 30년 동안 멋진 환상적인 하이퍼텍스트를 사용해왔습니다. 그것은 스크래블이라는 게임입니다. 스크래블로 가능한 모든 교차링크, 가능한 모든 문장의 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그것은 멋진 게임이고, 교육적인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때로 독일인인 나의 아내는 스크래블로 영어 어휘를 일부 익히곤 했으며, 때로 우리 가족은 영어 또는 불어로 스크래블을 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정신적 스크래블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스크래블을 위해서 꼭 게임판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점은 내가 보기에 그런 종류들의 게임 모두에서 마찬가지로 게임판 없이도 훌륭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하건대, 그런 게임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문장을 발명하고 구성하는 것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문학의 미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한 마리 공룡, 사멸해가는 존재일지도 모르죠. 나는 여전히 낡은 방식의 책을 팔아먹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상황이 완전히 바뀌기 전에 죽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모든 전망들의 있을 수 있는 발전에 대해서 개방적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예술 상태에서 내가 내 주머니의 모든 돈을 걸어야 한다면, 나는 하이퍼텍스트보다는 하이퍼시스템에 걸 것입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배팅이지요.
코폭 : 제이 볼터나 마이클 조이스 같은 사람들이 만든 하이퍼텍스트를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런 사람들이 만든 하이퍼텍스트는 기본적으로 하이퍼시스템이기도 합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링크를 통하여 당신이 찾는 많은 텍스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에코 : 예, 그들의 하이퍼텍스트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무튼 나의 입장은 갈릴레오 시대의 위대한 논리학자, 형이상학자이자 천문학자였던 크레모니니와 같은 입장입니다. 사람들이 그를 갈릴레오의 망원경 앞으로 데려가자, 그는 말했죠. "나는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들여다보면 나의 관념들에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불쌍한 크레모니니는 새로운 경험을 거절하는 고집통이 학자의 상징으로 남았죠. 하지만 크레모니니의 진지한 책을 읽어보면, 우선 그가 갈릴레오 같은 위대한 혁신가는 아닐지라도 그 시대의 위대한 정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그가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단지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겁니다. "현재의 렌즈 기술 수준은 너무 조잡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렌즈들로 내가 무언가를 더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시의 원시적인 기술 수준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말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싶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마릴린 먼로와의 정사를 가능하게 해주지도 그녀의 옷을 벗겨주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가 오면 나는 해 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기껏 마릴린 먼로의 스케치를 제공할 뿐이고, 진정한 흥분을 다른 것에서 얻어야 하는 한, 이런 원시적인 기술상태에서 나는 기다리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그뿐입니다. 만일 당신이 나에게 곧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아니 내가 여든 살이 될 때까지 만이라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나는 그런 혁신에 열광하고, 정신적인 지지자가 될 것입니다.
코폭 : 그런 점에서는 나도 당신에게 동의하는 편입니다. 질이라는 기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지요. 경험의 질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인 상태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테크놀러지일 뿐 아닙니까?
에코 : 기술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기술 문제라면 나도 동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현재 내가 가진 인상에 의하면 그것이 교육과 훈련이라는 용도로는 매우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그것이 진정으로 새로운 심미적인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친구인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60년대 신 아방가르드의 일원이었던 나니 발레스트리니조차도 컴퓨터를 가지고 시를 짓고, 그것을 믹싱합니다.
코폭 : 어떤 종류이지요, 컴퓨터아트인가요?
에코 : 그렇습니다. 크노의 밀리아르 드 포엠 같은 것이지요. 그런 경험은 그 이전에도 이미 있었습니다. 나는 17세기 수도사가 쓴 '키노수라 루센시스'의 초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수도사는 럴리안 멀티플 휠이라는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그것으로 그는 성모송을 수백만 편이나 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래된 발상, 오래된 유토피아입니다. 그리고 때로 이것은 진정으로 발명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는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최종적인 결과는 나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의미가 없지요.
코폭 :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다시 인터페이스의 문제, 그것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되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내 생각에 오늘날 컴퓨터와 관련된 문제는 그것이 또 다른 유형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죠. 당신은 펜을 가지고 글을 쓰며, 특정한 방식으로 손을 움직이며, 이런 사실은 언제나 당신이 글을 쓰는 행위에 어떤 종류의 되먹임 작용을 합니다. 컴퓨터의 경우에는 이것이 자판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에코 : 작가로서 나는 펜을 필요로 하는 어떤 종류의 일과 컴퓨터를 필요로 하는 일, 감지용 펜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고 있는 도구의 종류가 나의 글쓰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코폭 : 당신이 작업하는 데 쓰는 물질적 소재는 그런 영향을 준다는 말이죠?
에코 : 그렇습니다. 생각을 할 때는 이런 종류의 행동(그는 종이에 글씨를 끄적였다)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차이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일이 매우 새롭게 느껴집니다. 잘 모르겠지만……
코폭 : 우리는 이제 이런 펜에 기초한 새로운 체계를 가지게 된 것 아닙니까?
에코 : 당신은 나의 '푸코의 진자'를 읽었을 것입니다. 벨보의 첫 파일에서 그는 발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영적인 것인가에 대해서 말합니다. 나의 소설이 컴퓨터로 쓰여졌다는 전설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장미의 이름'이 1980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입니다. 최초의 쓸 만한 워드프로세서는 1982~1983년 사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컴퓨터로 쓰여졌을 리가 없지요.
에코 : 당신은 나의 '푸코의 진자'를 읽었을 것입니다. 벨보의 첫 파일에서 그는 발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영적인 것인가에 대해서 말합니다. 나의 소설이 컴퓨터로 쓰여졌다는 전설이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장미의 이름'이 1980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입니다. 최초의 쓸 만한 워드프로세서는 1982~1983년 사이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컴퓨터로 쓰여졌을 리가 없지요.
코폭 : 그러면 타이프라이터로 쓰여졌습니까? 아니면……
에코 : 타이프라이터를 쓰기도 하고, 손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푸코의 진자'에 대해서, 그것이 컴퓨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이유로 멍청한 저널리스트들은 "당신의 책은 컴퓨터로 짜맞추어 쓰여진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당신이 예를 들어 zzaapp 같은 글자를 쳐 넣으면, 기계가 책을 만들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중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튼 이 책이 한장을 빼곤 컴퓨터로 쓰여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한장은 소년이 무덤에서 트럼펫을 부는 부분이다(마지막 장). 그 부분은 손으로 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부분은 내가 컴퓨터로 정정도 없이 바로 쳐 내려간 유일한 장이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모두 손으로 썼습니다.
코폭 : 편집했다는 말입니까?
에코 : 에코 : 여러 가지 방법으로 편집했습니다. 왜냐고요? 그 이유는 내가 이 마지막 장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8년 동안이나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쓸지가 생각난 것은 - 나는 그 시간까지 기억나는데, 그것은 6시경 볼로냐의 내 아파트에서였습니다. - 마치 재즈 연주가가 피아노 치는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그 장 모두를 생각의 진행에 따라서 컴퓨터로 쉽게 써내려갔고, 수정도 쓰는 동안에 한 것이 다입니다. 그것은 완전히 컴퓨터로 쓴 것이었지요. 그 이유는 어떤 영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계에 대해서 여전히 이런 종류의 신화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날조된 신화가 생산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컴퓨터에 대해서 가장 나이브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컴퓨터가 당신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발명해주는 어떤 신비한 기계라고 생각하는데-은 매일매일 그것을 사용하는 저널리스트 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질문을 할 때는 가장 나이브한 독자들이 하는 것과 같은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발명하는 것이 컴퓨터가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아는 저널리스트들은 대도시에 널리 퍼져있는 전설, 컴퓨터가 각별한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소문의 유포에 협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코폭 : 당신이 최근에 출간한 저서인 '허구의 숲으로의 여섯 번의 산책'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책의 마지막 에세이는 매우 뛰어나 보였습니다. 끝 부분에서 당신은 일종의 천체투영기에 들어갔었는데 ……
에코 : 맞습니다. 천체투영기에 들어갔죠.
코폭 : 거기서 당신은 탄생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그것도 일종의 가상현실 체험이 아닙니까?
에코 : 물론 그렇습니다. 그것을 예비한 것은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만이 그런 저녁의 하늘을 리메이크할 수 있으니까요.
코폭 :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당신 자신에 대한 심오한 체험이 아닙니까?
에코 : 예, 나에게는 그렇습니다. 그것은 감동적이고 아마 어느 정도는 나르시시즘적일 것입니다.
코폭 : 그것이 다른 사람들 편에서 보면 갖은 곤란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 큐레이터가 보인 일종의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아닙니까?
에코 : 그렇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보인 사랑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위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와 함께 지내는 나의 아내의 경우-그것은 그녀가 태어난 밤이 아닌데- 그녀는 그 마법적인 경험에 똑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것이 나르시시즘적일 수 있지만, 그녀에게는 진정으로 하나의 감정, 60년 전에 일어났던 어떤 일에 대한 인상입니다.
코폭 : 과거에 있었던 어떤 종류의 것?
에코 : 예, 그것은 정말 아름다웠지요.
코폭 : 테크놀러지에 의해서 매우 현실감 있는 시뮬레이션을 행하는 것도 실제로 사람에게 그렇게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일이 가능한 것 아닙니까?
에코 : 물론 그렇습니다. 78회전 SP레코드보다 CD로 베토벤을 더 잘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익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작은 극장보다도 더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단연코 ……나는 단연코 그런 연주회보다 레코드 플레이어 편입니다. 이제 일본제 플라스틱 레코더는 매우 정교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뛰어난 장인이 만든 최고급 레코더를 5천 달러에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플라스틱 레코더와 나무로 만든 레코더를 비교한다면, 전자의 음질이 더 낫습니다. 도와 습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아마도 솔로 연주자가 아니라 집단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도 그것은 좋은 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