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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솔바람동요문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향호
2021.<江陵文學>년간집 제29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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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발표 회원
*이종완 회원 ----시 <설해목> <고사목에게>
*조옥수 회원.........시조 <금송화> <돌단풍>...아동문학세상 동시조 당선작(2006. 여름호)
*김옥순. 회원... .동요 <강릉바우길 노래 2> <강릉바우길 노래 7>
*김종영 회원--- 동요 -<솔향 도화지> <패랭이꽃과 전봇대>
.*배정순 회원...... 회원....동요<.나랑 길고양이랑 다른 점> ,<고추랑 강아지풀>
*장병훈 회원........ 회원.....동요 <솜사탕 할아버지> <눈싸움>
*전세준 회원.........회원.....동화 <용궁을 찾아서>
*이정순 회원... ..동화 <별이 된 충노>
*이문자 전 회원........ 수필 <글쟁이들 대장간>
*<솔바람>회원 수상자 소개(2021년)
김종영 회원............... *제9회 박화목 아동문학상
배정순 회원..............*제49회 한정동 아동문학상
이문자 전 회원....... *제19회 강원문학 작가상. *제4회 한국수필독서 문학상
전세준 회원.............. *제52회 한민족문화 예술대전 우수상
유지숙 회원.............. *2021 강릉문학 작가상
동화 <강릉문학> 2021. 제29호 발표
용궁을 찾아서
전세준
“어이쿠! 어머나!”
진아의 몸이 갑자기 구름도 없는 하늘나라에 둥실둥실 뜨면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살려주세요!”
진아가 타고 온 흰 구름도 보이지 않았어요.
호수 같은 파란 하늘과 물속에서 이글이글 타 오르는 해님밖에 없었어요.
진아는 너무 무서워 눈을 꼭 감았어요.
찬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갔어요.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었어요.
눈을 감은 어둠속에서 어제 밤에 본 별님들이 반짝반짝 보이기 시작했어요. 꼬마 별들을 가르치던 왕 별도 보였어요.
진아는 자기도 모르게 와락 소리를 질렀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손 살같이 넓은 바다를 향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 날개를 펴고 날자!”
갑자기 생각이 난 진아는 두 팔을 벌리고 독수리 날개처럼 펄럭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헛일 이었어요. 아무리 두 팔을 벌리고 힘차게 나래 짓을 쳤지만, 진아의 몸은 빠르게 검푸른 바다 위로 향해 떨어져 갔어요.
“아! 이젠 틀렸어!”
진아는 눈을 꼭 감았어요.
아빠 얼굴이, 엄마 얼굴이, 그리고 바다로 떨어지는 자기를 쳐다보고 재미있다는 듯 손을 흔드는 친구들이 하하하. 크게 웃는 얼굴들이 다가왔어요.
‘아! 난, 이제 죽었구나!’
바로 그 때였어요.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아는 새 털 같은 부드러운 방석이 온 몸을 감싸주며 다시 몸이 둥둥 떴어요. 그리고 앞으로 천천히 움직여 나갔어요.
“무서워요. 무서워..엄마 아!”
-털썩!-
소리와 더불어 몸이 다시 흔들렸어요.
“으응?”
꼭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어요.
진아는 바다 위를 날고 있는 갈매기 날개 위에 타고 있었어요.
아빠랑, 바닷가에서 보았던 그런 갈매기였지만, 이상하게도 진아가 올라 앉아있는 날개는 너무너무 컸어요. 진아가 공부하는 아파트 공부방만 했어요.
“놀랬니? 이젠 안심해. 내 날개는 튼튼하니까, 끼륵 끼륵!”
너무나 큰 갈매기는 진아를 태우고 조용히 바다 위를 날아가기 시작했어요.
“아! 고마워, 갈매기야. 난 죽는 줄 알았어!”
“하하하. 죽기는. 진아는 착한 일을 많이 하잖아! 우린 너희들과 같이 살고 있지 않지만, 달님이나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별님들에게서 다 듣고 있단다. 네가 착하단 것을.”
“뭘. 착한 일 한 것도 없는데...”
진아는 갈매기 칭찬이 오히려 부끄러웠어요.
어디선가 많은 갈매기들이 진아 옆을 맴돌며 따라 왔어요. 그 뿐만 아니었어요. 넓고 검푸른 바다 여기저기에는 고기잡이 배 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어요.
진아를 등에 업은 갈매기는 어디론가 한참이나 훨훨 날아가다가 아래로 향해 몸을 숙이며 하얀 모래밭에 살며시 내렸어요.
넓은 모래밭에는 파도가 찾아와 예쁘게 세수를 시키고 있었고, 모래 밭 끝에는 푸른 숲이 우거진 예쁜 동산이 그림처럼 놓여 있었어요.
“여기 내려서 네 집을 찾아가렴. 난, 또 고기잡이배를 찾아가야해. 어부들을 지켜줘야 한단다. 잘 가!”
기러기는 진아를 내려놓고 푸-드득 큰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어요.
“고...고마워!”
진아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멀리 사라져가는 갈매기를 향해 흔들어주었어요.
“으응, 이게 뭐야?”
하얀 바닷가 여기저기에는 아기 거북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어요.
모래밭에서 막 깨어난 아기 거북이들이었어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어요.
“어어?”
진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랬어요.
푸른 바다를 등지고 숲이 우거진 예쁜 산 쪽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가는 아기 거북이들이 보였어요.
길을 잘 못 찾았기 때문이에요. 그쪽은 물이 없어 거북이들이 살 수 없는 곳이었어요.
“어, 어-어 어떡해?”
진아는 소리를 지르며 산 쪽으로 부리나케 기어가고 있는 거북이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한 마리, 또 한 마리.
진아는 손에 잡히는 대로 산 쪽으로 향하는 아기 거북이를 잡아 가슴에 품기 시작했어요.
“않되! 그곳은 너희들이 살 곳이 아니야! 바다로 가야돼!”
가슴에 아기 거북이를 가득 품은 진아는 다시 돌아 서서 바다로 향해 달렸어요.
파도가 차르르 밀려왔다 밀려가는 모래톱에다 후르륵 품에 안은 아기 거북이들을 쏟아 놓았어요. 그리고 쉴 사이도 없이 다시 산 쪽으로 향해 달리고, 또 다시 산으로 기어오르는 아기 거북이들을 가득 품에 안고 다시 바다로 달리고. 또 뛰어갔어요.
진아는 몇 번이나 산으로 향하는 길과 바다로 향하는 모래밭을 번갈아 숨이 차게 뛰어 다니며 아기 거북이들을 옮겼어요.
철썩이는 파도를 타고 넓은 바다로 정신없이 헤엄쳐 나가는 아기 거북이들과 인사를 나눌 틈도 없었어요.
“아! 저녁들은....”
문득 하늘을 쳐다 본 진아는 모래밭에 우뚝 멈춰 섰어요.
하늘에서는 독수리 보다 더 큰 이름도 모를 새들이 아기 거북이 둘레를 빙빙 맴을 돌면서 줄달음 치고 있는 아기 거북이를 긴 발톱으로 나 꿔 채며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어요.
“안 된다! 아기 거북이들은 바다로 들어가야 해!”
진아는 달리기를 멈추고 옷을 벗었어요. 그리고 모래밭을 스치며 아기 거북이를 향하는 독수리들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두 팔을 빙빙 휘둘렀어요.
한 참 동안 진아는 정신없이 같은 일을 계속했어요. 빨리 독수리들을 내 쫓아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독수리들은 아기 거북이들을 향해 손 살같이 내려오다 놀란 듯 빈손으로 하늘로 치솟았어요.
“살려 주세요! 엄마야!”
여기저기서 아기 거북이들이 소리를 질렀으나 독수리들은 아기 거북이를 입에 물고 점점 하늘 높이 사라져 갔어요.
-산 길 숲 속으로 부리나케 기어가는 아기 거북이들.-
- 독수리 발톱에 잡혀 하늘로 치솟는 아기 거북이들.-
진아는 차츰 차츰 눈앞이 캄캄해 오면서 힘이 빠졌고, 모래밭에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었어요.
“안돼요! 애들아, 그 쪽으로 가면 안 돼!”
진아가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어요.
진아는 푸른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고, 엄청나게 큰 엄마 거북이 등에 누워 있었어요.
“고마워요! 도련님 때문에 많은 우리 아이들이 바다 속을 찾았어요. 길을 잃은 아이도 독수리에게 잡혀 간 아이들도 있지만.”
독수리들이 맴돌던 하늘에는 한 마리 독수리도 보이지 않았고, 바다모래 밭에서 산으로, 바다로 재 빨리 기어가던 아기 거북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어요.
“모두?”
“그래요. 모두 바다로 산으로, 독수리 먹이로 뿔뿔이 헤어졌어요. 그래도 도련님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구했어요. 고마워요.“
“그래요? 참, 다행이어요. 그런데 지금 어디로?”
“아 참, 이 소식을 전 해 들은 용왕님께서 도련님을 모셔 오라고 해서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이랍니다. 꼭 잡으세요. 용궁으로 가야 하니까. 마침 오늘, 용궁에서 큰 찬치가 열려요. 그곳에 초청되었지요.”
“용궁? 큰 잔치요?”
“그래요. 도련님도 잘 알죠? 공양미 삼 백석을 절에 시주하고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뱃사람들에게 팔려 임당수에 용왕님 제물로 몸을 던진 심청이가 용궁에서 눈을 뜬 아버지를 만나 큰 경사가 났었지요. 도련님도 앞을 못 보던 심 학규 아버지를 눈을 뜨게 한 효녀 심 청 이야기를 잘 알고 있죠? 용궁에서 효심이 갸륵한 심 청 이와 눈을 뜬 아버지를 만나 큰 잔치가 열리고 있답니다. 자, 어서가요.”
“아, 그래요? 심청이 얘기는 너무 잘 알지요. 어서 가요!”
진아는 학교에서도 영화에서도 효녀 심청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어요.
진아를 등에 태운 거북이는 손 살같이 용궁을 향해 더욱 힘차게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거북이가 달리는 앞에 용궁으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리기 시작했어요.
진아는 거북이 등에 납작 엎드려 꼭 안고 눈을 감았어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해초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어요.
눈을 떴어요.
깊은 바다 속 용궁에서는 벌써 잔치가 열리고 있었어요.
황금 빛 금관을 쓴 용왕님과 효녀 심청이, 그리고 앞 못 보던 심청이 아버지가 나란히 용상에 앉아 춤추는 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용왕님께 인사를 나눈 진아는 황금 의자에 앉았어요. 그러자 곧 무대 위에서 예쁜 고기들이 모여들어 춤을 추고, 아이들 머리 보다 더 큰 고동들이 나팔을 불었어요.
예쁜 산호초들이 무대 옆에서 손뼉을 치고, 길게 머리를 늘어트린 해초들은 나풀나풀 춤을 추었어요.
‘듣던 대로 용궁이 이런 곳이구나! 참 아름답고 예쁘다!’
“고맙네! 네가 위험에 놓인 어린 거북이들을 많이 구해 주었다지? 정말로 고맙네.”
잔치가 끝나자 용왕님은 진아의 두 손을 꼭 잡고 인사를 했어요. 너무나 눈부신 용왕님을 진아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용왕님의 두 손만 꼭 잡았어요.
‘내가 좋은 일을 한 모양이야!’
착한 일을 하면 참 좋다는 생각에 진아는 혼자 빙긋 웃었어요.
가지각색 고기들의 노래가 계속되었고, 오색찬란한 해초들의 무용이 한 동안 용궁을 즐겁게 했어요.
“여봐라! 내일 아침 효녀 청 이와 청이 아버지를 연꽃에 태워 고향으로 보내주고, 저 착한 진아 아가씨도 상어 등에 태워 집으로 보내 주어라!”
한동안의 재미있는 잔치가 끝나자 용왕님은 신하들을 불러 명령을 했어요.
진아가 눈을 뜬 것은 아침 햇살이 푸른 바다 위에서 춤추고 있을 때였어요.
거북이보다 너무나 빨리 헤엄치는 상어를 부둥켜안고 눈을 꼭 감은 채 어떻게 왔는지 진아는 그저 정신이 멍했어요.
임당수 밖으로 둥실둥실 떠가는 연꽃 속에서 심청이 와 심청이 아버지가 진아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자, 여기서 내리셔요. 저는 모래 위로 올라 갈 수 없어요. 진아 아가씨도 모래 밭 까지 헤엄 쳐 가세요! 그럼, 잘 가요.”
갑자기 상어가 몸을 획 틀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어요.
“아! 안 돼. 난, 헤엄칠 줄 몰라!”
진아는 두 팔을 들고 펄떡 거리며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나 상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모래톱까지 밀려 온 진아는 얼굴이 간지러워 눈을 번쩍 떴어요.
얼굴을 핥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집에 있던 어미 길 고양이었어요.
“야옹- 야옹!”
어미 길 고양이는 계속 진아 얼굴을 어루만져 주면서 꼬리를 흔들었어요.
“아니, 네가 어떻게?”
“야옹, 야옹, 집에서 네 냄새를 맡았지. 자, 어서 일어나!”
진아는 물에 젖은 옷을 털고 비틀거리며 일어났어요.
“그래, 그래. 고맙다 야옹아! 가자.”
물에 젖은 진아는 한 발 한 발 걷기가 힘들었어요.
“안되겠다! 내 등에 타 어서.”
길 고양이는 납작 엎드리며 진아를 급히 등에 태웠어요. 그리고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 했어요.
어미 길 고양이는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도 닦지 못하고 있는 힘을 다 해 달렸어요.
“자! 어서 내려 다 왔어. 아이 힘들어!”
얼마나 달렸는지 알 수 없었어요.
“쾅!”
소리와 함께 진아는 어미 길 고양이 등에서 떨어져 한 바퀴 빙그르 돌며 돗자리 위에 굴렀어요.
“어이쿠 머리야! 아니, 여기가?”
진아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사방을 살펴보았어요.
진아가 눈을 뜬 곳은 할아버지 시골 텃밭 옆 감나무 아래였어요.
뜰 앞에 앉아 끄덕끄덕 졸던 어미 길 고양이는 갑자기 놀란 듯 동그란 눈을 뜨고 진아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침에 텃밭에서 일하고 있던 할아버지가 금방 뜯은 채소를 들고 왔어요.
“책을 읽다말고 웬 낮잠을 자니? 책이 재미없니?”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우물가로 갔습니다.
“야- 웅, 야- 웅”
뜰 앞에서 잠이 깬 어미 길 고양이가 이상한 눈으로 진아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진아가 이상하지?”
“와! 진아 누나가 동화책을 읽다 무슨 꿈을 꾼 모양이야!”
“뭐? 내가 꿈을?”
진아는 텃밭에서 날개 짓 하며 웃고 있는 벌과 나비의 속삭임을 들었어요.
“아하. 내가 책을 읽다가 그만.”
그때서야 진아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마당 돗자리 위에 누워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던 일이 떠올랐어요.
“하하하, 책 읽다 잠자는 잠꾸러기! 뻐꾹 뻐꾹-뻑 뻐꾹!”
“호호호, 동화책은 안 읽고 잠만 자는 꾸러기!”
“무슨 꿈을 꾸었니?”
앞 산 소나무에서 뻐꾸기도, 텃밭을 맴돌던 나비들도, 텃밭 옆에 우뚝 선 감나무 위 까치도 진아를 내려다보며 한마디씩 했어요.
“아! 내가 동화책을 읽다 그만. 그런데 아기 거북이들은...? 바다 용왕님. 효녀 심청이? 내가 꿈을 꾸면서 여행을 했나봐!”
진아는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하늘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하하 내가 이 동화책을 읽다가 동화책에 숨어있는 용궁 여행하고 온 모양이야!’
“어서 밥 먹어라!”
방안에서 용왕님의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진아는 목소리가 나는 활짝 열린 방안을 바라보았어요.
“와! 용왕님이다!.”
“뭐라고? 용왕님?”
할아버지는 용궁에서 잔치를 열어주던 마음 착한 용왕님이었어요.*